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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자가 남자에게 오럴섹스받는 것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미국영화협회가 편집하도록 한 그 장면은 <찰리 컨트리맨>의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 이 사례는 여성들이 섹스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찰리 컨트리맨>의 북미 개봉에 즈음해서 에반 레이첼 우드의 SNS에 올라온 말이다. 이제 막 개봉한 신작을 홍보해야 하는 여배우가 난데없이 여성의 성적자율권을 주장하며 불평하다니. 꾸준히 ‘마이웨이’를 걸어온 우드다운 반응이다. <찰리 컨트리맨>에서 우드는 분방한 첼리스트이자 마피아의 매력적인 연인인 개비를 연기한다. 찰리(샤이아 러버프)가 개비에게 한눈에 반해 목숨을 걸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무리한 설정도 짙게 화장한 개비의 눈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 우드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 덕이다. 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극
[에반 레이첼 우드] <찰리 컨트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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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라드. 1998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리버풀에서만 쭉 뛰고 있는 원 클럽 맨. ‘리버풀의 심장’이라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차범근축구교실 1기로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학원 축구선수로 뛴 바 있는 권율은 그의 열렬한 팬이다. “제라드는 물론이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고향 덴마크로 돌아간 리버풀 부주장 아게르처럼 팀에 대한 충성이 높은 선수를 존경한다.”
스티븐 제라드가 ‘일편단심 리버풀’인 것처럼 <명량>에서 권율이 연기한 이회 역시 ‘일편단심 아버지 이순신’이다. 정쟁을 일삼는 조정과 임금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고도 위기에 빠진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전장에 나가려는 아버지 이순신(최민식)을 믿고 따르는 아들. 그런 아버지에게 “왜 싸우시려는 겁니까?”라고 묻고 또 묻는 혈기왕성한 청년. 부상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뭍에서 전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백성.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권율은 지금이 아니면 이
[권율]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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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만일의 세계> <마녀> <미성년> <거인> <서울연애>
2013 <어떤 시선> <우리 선희>
2012 <레몬타임> <동면의 소녀> <졸업여행>
2010 <여행>
“가까이 오지 마. 찌를 거야.” <마녀>의 세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두를 찌른다. 그녀를 캐스팅한 유영선 감독에게 배우 박주희의 첫인상은 차갑고 날카로운 바늘 같았다. 사실 이전 작품 속 그녀는 병역거부자를 사랑하는 순정녀이거나 단정한 교복을 입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직장 상사를 괴롭히는 ‘사이코’ 라니. “역할을 맡으면 비슷한 작품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편이다.” 이러한 노력이 장편 데뷔작이자 공포영화인 <마녀>를 능숙하게 소화한 힘이지 않았을까. 박주희는 <서울집>으로 제30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연기상을, <만일의 세계>
[who are you]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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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몬스터> <표적> <사도> <기술자들>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2012 <이웃사람> <공모자들> <간첩> <타워>
2011 <써니>
2010 <파괴된 사나이>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특수분장업체 ‘제페토’는 분주하다. 맞다, 회사 이름 제페토는 동화 속 피노키오를 만든 바로 그 아저씨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추석 시즌에 맞붙게 된 <두근두근 내 인생>과 <타짜-신의 손> 모두 윤황직 실장의 작품들이다.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진행하면서 할리우드의 그렉 캐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 <드라큘라>(1992),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이상 공동수상)를 비롯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그렉 캐놈은 ‘얼굴’
[STAFF 37.5] 기술보다 캐릭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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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황금마차>는 유쾌한 인권영화이자 흥겨운 음악영화다. 치매에 걸린 큰형과 함께 네 형제가 여행을 한다. 서울서 온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합류하자 흥이 더해진다. <하늘의 황금마차>는 영화 속 설정처럼 감독, 스탭, 배우들도 함께 여행하며 찍은 영화다. 노인의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음악과 판타지를 뒤섞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멸 감독은 해외와 국내 평단에서 고평을 받았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가 독이었다면 <하늘의 황금마차>는 득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작가로서 뜻을 공유하는 스탭들과 현장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는 말이다. 무인도에서 차기작을 촬영하다 상경한 검게 탄 얼굴의 오멸 감독을 만났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트렁크 인생이라고 들었다. 지금도 그러한가.
=이제는 배낭으로 바뀌었다. 보증금을 빼서 영화를 만든 <지슬> 당시가
[오멸] <지슬>의 성과보다 값진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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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과 가장 어린 부모. 김애란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조성목)의 이야기다.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가수를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는 17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34살에 16살, 하지만 신체 나이는 80살인 아들 아름의 부모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던 아름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런저런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성석제 작가는 원작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 “인생이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든 어린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며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 희극에서 통찰에 이르는 길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정묘한 내비게이터의 면모를 본다”고 썼다. 이재용 감독이 가 닿고자 했던 지점도 그 말 속에 녹아 있다. 최근 <여배우들&
[이재용] ‘산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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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은 데이비드 밴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러 편의 소설을 모은 한권의 책이기도 한 <자살의 전설>은 십대에 아버지를 잃은 데이비드 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살한 아버지, 가족 문제가 심각했던 새어머니, 어머니의 가족들, 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쓴 작가는 지금 이혼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무의식이야말로 소설의 가장 큰 자양분이라는 그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삶으로부터 무의식의 자양분을 얻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전에는 집필 때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나는 미리 계획을 짜거나 아우트라인을 완성하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냥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쓴다.
-2시간씩만 쓰나.
=2시간만 쓰고 남은 일과 중에는 소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구성에 대해서든 뭐든.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글을 써내려갈 뿐이다.
[trans x cross] 무의식의 흐름 붙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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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함대길이 되는 순간, 원작 만화와 전편 <타짜>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타짜2>에 합류한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산”이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잘해야 본전, 얻는다 해도 많지 않은 득일 게 훤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리스크가 최승현을 <타짜2>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초짜에서 타짜를 거쳐 마침내 신의 손에까지 이르는 함대길의 험난한 여정에 최승현은 겁없이 올라탔다. 자신의 세 번째 영화 <타짜2>의 개봉(9월3일)을 딱 일주일 앞둔 시점에 그와 마주 앉았다. 함대길이라는 “도박 같은” 인물에 기꺼이 자신을 올인한 최승현의 한수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보자마자 최승현이 자세를 낮춰 인사를 건넨다. 낯을 가리는 수줍음 많은 소년 같다고 느껴질 만큼 정중했다. 사진 촬영 내내 별말이 없어 강형철 감독이 말한 “엉뚱하고 허술한” 최
[최승현] 대담하고 화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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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이해하는 마지막 단계는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뤽 베송 감독의 저력은 아무도 딛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구체적으로 풀어 친절하게 제시하는 데 있다. <루시>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뤽 베송의 철학적 비전이 담긴 영화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다. <루시>의 제작과정을 알려주는 그의 말투도 자신의 영화를 닮았다. 각종 비유를 동원한 맛깔나는 설명을 듣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루시>는 당신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축하한다.
=모든 영화를 열정적으로 만들었지만 시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흥행이 되지 않는다. 그건 오직 관객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결과에는 겸손하고 싶다. 감독으로서 내 역할이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거니까. (웃음) 국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영화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SF, 액션 등의 요소가 있지만
[flash on] “누구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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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교수이자 영화학자인 크리스 베리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속의 한국영화: 한•중영화 커넥션과 그 너머’라는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국 내 소수민족 영화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그중에서도 조선족 출신인 영화감독 장률에 관심이 많다. 4년 전에도 장률 감독의 영화에 관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는 장률과 티베트의 페마 체단 감독의 영화 세계를 비교했고, 문화이론에서 기존의 민족 개념을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리즘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중국영화로 학사, 박사 학위를 받으며 꾸준히 공부해오던 차였다. <China on Screen>이라는 책을 공동집필하면서 소수민족의 영화가 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학술 투어를 왔다가 운 좋게도 트랜스:
[flash on] 탈민족 관점에서 소수민족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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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스톤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시리즈로 가둬놓을 수는 없다. 그에게는 영화 속 스파이더맨인 앤드루 가필드를 현실의 남자친구로 만들어준 보배로운 시리즈이겠지만(최근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며 연인 앤드루 가필드를 다음 타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팬들은 그가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고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신선한 출구가 됐다. 1988년생 에마 스톤은 여러 TV드라마를 통해 경력을 쌓아가다 <슈퍼배드>(2007), <좀비랜드>(2009), <이지A>(2010)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잇걸’로 등극했다. 또래의 주목할 만한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새로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여주인공 ‘그웬 스테이시’로 발탁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500일의 썸머>(2009)의 감독이기도 했던 마크 웹 또한 이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으로 이
[에마 스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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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바이패스> <프라이드>
2013 <선샤인 온 리스> <블랙퍼스트 위드 조니 윌킨슨> <포 도즈 인 페릴> <하우 아이 리브 나우>
2012 <프라이빗 피스풀>
2009 <더 보이즈 아 백>
2008 <디파이언스>
2006 <도둑의 왕>
2003 <피터 팬>
드라마
2015 <캡틴 판타스틱>(촬영 중)
2012 <버드송> 외
<피터 팬>의 주근깨 ‘뽀글머리’ 소년이 <선샤인 온 리스>의 훈남으로 자랐다. 게다가 특유의 귀여움을 훈훈한 얼굴 어딘가에 남겨둔 채로 말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자란 조지 매케이는 9살 무렵 학교로 찾아온 캐스팅 관계자의 눈에 띄어 <피터 팬> 컬리 역으로 데뷔했다. 그 덕에 학교 수업에서 빠진 매케이는 “이거구나!” 하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꼭
[who are you] 조지 매케이 George Mac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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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벙어리 삼룡이> 현재 작업 중
“어디? 레바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명상하기’에 취재를 다녀온 이주현 기자가 그곳에 레바논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있다는 말을 전하자, 다들 되물었다. 미국도, 유럽도 아닌 레바논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게다가 1920~30년대 한국 문인들이 쓴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에 참여한다니.
‘패트릭 스패르, 2013년 6월24일.’ 스탭들이 연필로명상하기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면 안재훈 감독이 직접 써준다는 이름표가 스패르의 자리에도 놓여 있다. “이거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대학 졸업 후 베이루트에서 7년간 프리랜서로 TV광고용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지만 한번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후라 더 감사했다.” 그의 기쁨 뒤엔 애니메이션을 향한 애정과 연필로명상하기를 향한 끈질긴 구애가 있
[STAFF 37.5] 나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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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방식으로 듣는 건 재미없다. 한눈에 봐도 육감적인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외모는 고전적인 금발 미녀의 전형에 가깝다. 풍만한 육체에서 묻어나는 성숙한 분위기는 데뷔 초기부터 그녀를 또래의 여배우들과 구별됐다. 또 한 가지 색다른 면은 제시카 알바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은 당대의 여배우들보다 주디 갈런드나 마릴린 먼로와 비교하는 편이 더 편하다는 점이다. 한데 할리우드 고전 스타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칼렛 요한슨의 우아함이 그녀의 소탈함과 섞이는 순간 그녀는 인형에서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 모양이 사뭇 이질적이고 그래서 더 끌린다.
영화가 아이콘에게 바라는 건 살아 있는 표정이 아니라 몇번을 반복해도 망가지지 않는 안정적인 형태다. 몇몇 할리우드 스타들은 이 역할에 충실하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 ‘금발의 고혹적인 미녀’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교체가 가능하고 유의어처럼 소비되는 것이다. 배우는 사라져도 금발의 미녀라는 아이콘은 영생한
[스칼렛 요한슨] 금발로 가릴 수 없는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