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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류작가가 낡고 오래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었어요.” <황금시대>의 한 장면, 격동의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어느 중국 문인은 당대의 여성 작가 샤오홍을 이렇게 추억한다. 항일전쟁과 혁명의 기운이 가득했던 1930, 40년대 중국, <생사의 장>과 <상가> 등의 걸작을 남긴 채 서른한살로 세상을 떠난 샤오홍(1911~42)은 너무 일찍 피어 안타깝게 시들어버린 꽃이었다. 그녀의 일대기를 조명한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에서 가난과 사랑, 오해와 스캔들로 점철된 샤오홍의 삶을 재현하는 이는 중국 배우 탕웨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어디에도 쓰지 않았기에 끝내 알 수 없었던 샤오홍의 미스터리한 속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는 건 전적으로 탕웨이의 몫이었다. 그녀가 다사다난한 여인의 초상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황금시대>의 샤오홍을 보면서는 유독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탕웨이]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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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삐삐롱스타킹, 원더버드, 모조소년의 보컬이었던 고구마가 권병준이라는 본명으로 미디어퍼포먼스, 사운드아트를 선보인 지도 4년이 지났다. 1990년대 말 파격적인 무대매너와 실험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선보였던 그는 2005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아트-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마쳤고 그곳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악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공연 <모든 것을 가진 하나>(2010), <여섯개의 마네킹>(2011) 등을 통해 넘치는 실험정신을 선보인 그가 최근 신작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10월9일과 10일 LIG아트홀 강남에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은 10여년간 그가 해온 작업을 하나로 꿰어놓은 공연. 첫 공연을 사흘 앞둔 날 저녁, 리허설 중인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정면엔 수증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수증기
[trans x cross] 통과할 수 있는 벽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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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이 열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영화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스타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 중국 대표로 부산을 찾은 이지엔터테인먼트가 그 좋은 증거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생회사지만 주아문, 송가를 비롯한 스타들과 감독, 시나리오작가로 구성된 만만치 않은 진용을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내실이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이 모여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 제시카 첸 역시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4년 전 홍콩영화제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배우의 발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분 중 한명이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해보는
[flash on] “중국어 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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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어 로즈 리본>
2013 <아메리칸 허슬> <리스본행 야간열차> <킬 유어 달링>
2012 <낫 페이드 어웨이>
2011 <핫 포테이토> <와일드 살로메>
2010 <이클립스> <미스터 나이스>
2009 <부기우기> <슈링크>
2008 <아웃랜더>
2006 <팩토리 걸>
2004 <스파르타쿠스>
TV시리즈
2010~2013 <보드워크 엠파이어>
2009~2010 <이스트윅>
잭 휴스턴의 증조부는 배우 월터 휴스턴이고, 그의 할아버지는 영화감독 존 휴스턴이고, 아버지는 시나리오작가 토니 휴스턴이다. 자신보다 유명한 가족 덕에 아직은 ‘잭’이라는 이름보다 휴스턴가의 사람으로 자주 소개되던 그는 지난해 자신과 이름이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킬 유어 달링>에서 잭 휴스턴은 미국 청
[who are you] 잭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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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의 한적한 놀이공원, 덕이(이솜)는 하루에 10명이 올까 말까 한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한다. 그저 멍하게 밖을 내다보거나 깨작깨작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 앞에 학규(정우성)가 나타난다. 영화 첫 장면의 흩날리는 벚꽃처럼 순식간에 쏟아지는 강렬한 호기심. ‘저런 비주얼의 남자가 도대체 이런 촌동네에 왜 있는 걸까.’ 덕이는 초현실적 정경 앞에 넋을 잃는다. 그리고 돈을 꿀꺽 삼켜버린 자판기 앞에 멍하게 서 있는 학규에게 다가가서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판기를 탁 친다. “이건 때려줘야 돼요.” 묘하게도 그 장면은 한참 뒤 학규에게 버림받고 변하게 되는 덕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쁜 놈(학규)은 때려줘야 돼요’쯤 될까. 학규가 먹을 찌개에 쓰레기를 넣어 끓이고, 욕조에서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거침없이 순수하고 착했던 아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그저 밝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의 행로로 들어선다.
놀이공
[이솜] <마담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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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히말라야> <강남 블루스> <제보자> <명량>
2013 <끝까지 간다> <코알라>
2012 <서울유람> <내가 살인범이다> <동창생>
2011 <최종병기 활> <악인은 너무 많다>
“옛날 조명은 스위치를 켜면 ‘퐁’ 하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배우를 환하게 비추는데, 와~ 나는 조명 아닌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더라.” 조명이야기에 선량한 인상이 더욱 둥그스름해진다. 김경석 조명감독은 19살 때부터 MBC에서 드라마, 교양팀 조명 스탭으로 일을 시작해 지금껏 한길만 파왔다. 경력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지만 감독 타이틀은 <최종병기 활> 때부터 달았다. 단편 작업을 함께한 박종철 촬영감독이 <최종병기 활>의 촬영팀이었기에 그에게 조명감독직을 제의해왔다. “김한민 감독님을 처음 뵌 날 밥을 먹자고 하셨는데 너무 떨려서 쭈뼛거리
[STAFF 37.5] 캐릭터에 맞는 콘트라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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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은 <남극일기>(2005), <헨젤과 그레텔>(2007)을 만든 임필성 감독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그사이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2)가 개봉했다. 고전 <심청전>을 재해석한 <마담 뺑덕>은 연기 경력 20년 된 배우 정우성이 처음으로 전신 노출을 감행한 영화로 화제가 됐지만, 변신은 배우만 한 것이 아니다. “당대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작품”들을 만드는 바람에 흥행에서 썩 좋은 결과를 맛보지 못했던 임필성 감독이 이번엔 상업적 노선을 따르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임필성 감독의 비주류적 감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의 긴장이 <마담 뺑덕>을 흥미롭게 만든다. 삼청동의 한 카페로 임필성 감독이 덕이와 학규와 청이를 불러냈다.
-키 큰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 다니느라 고생 많겠다.
=배우들과 함께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 악성댓글이 300개씩 달린다. 대왕오징어라고. &
[임필성] 욕망에서 권태까지, 사랑이라 불리는 모든 감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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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를 인터뷰하는 건 오래된 사전을 뒤적거리는 일과 비슷하다. 그녀는 한번에 ‘이것’이라고 단정지어 답하는 법이 없다.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쉽지는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액션 연기가 육체적으로 버겁지 않았냐는 질문에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렵다’와 ‘쉽지 않다’ 사이에 놓일 수 있는 방대한 행간을 읽지 못하는 이는 그녀의 대답을 무성의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그녀를 직접 대면해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대충 기계적으로 답변을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텐데 단어 하나라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쉽게 내뱉지 못하는 그녀는 검색어를 치면 답이 툭 튀어나오는 전자사전이 아니라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앞뒤 아래위 단어까지 함께 읽게 되는 오래된 사전 같다. 익숙한 울림들 사이, 정유미라는 행간을
[정유미] 친근해서 더욱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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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신(神)과 천하의 몹쓸 악인 사이. 루크 에반스의 얼굴을 보고 누군가는 선한 의지를 읽고 누군가는 악한 기운을 읽는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서도 루크 에반스는 상반된 얼굴을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비정한 전사이고 왕이며,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악마와 어둠의 거래를 한 뒤엔 인간의 피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드라큘라가 된다. 엄청난 힘을 얻은 대신 저주의 굴레에서 평생 고통을 맛봐야 하는 드라큘라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후 끊임없이 변주되어 되살아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인물이다. 루크 에반스는 “드라큘라를 연기한 수많은 배우들을 떠올리며 ‘이건 엄청난 도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형에 갇힐 필요가 없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블라드 공작이 어떻게 드라큘라가 되었는지, 그 “기원”을 짚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굳이 벨라 루고시(<드라큘라>(1931)), 크리스토퍼 리(<드라큘라
[루크 에반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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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차기작을 보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었다. 전작 <남쪽으로 튀어> 때 연출권침해 논란이 있었고 적잖이 홍역을 치렀던 터라 얼마간 쉬고 싶을 거라고 짐작했다. 복귀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이내 차기작을 발표했고 순항했으며 좋은 결과물로 돌아왔다. 2005년 있었던 황우석 스캔들을 극화한 <제보자>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동시에 영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임순례 영화의 방향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PD 윤민철(박해일)이 제보자 심민호(유연석)의 도움으로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취재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진실을 수호하는 분들에 대한 헌사”라고 그녀는 <제보자>에 관하여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다.
-<남쪽으로 튀어> 직후 <씨네21>과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가 끝났던 지점에서 시작해보자. “<남쪽으로 튀어>에 대해서는 복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쪽으로
[임순례] 진실을 수호하는 분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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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가을날 서교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도서출판 강을 찾았다. 평론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을 펴낸 정홍수 문학평론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펴내고 문학비평으로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해온 저자의 작업실에 들어섰다. 지상과 지하 사이, 반지층에 자리 잡은 소담한 공간이 퍽 인상적이었다. 지나치게 도드라지지도, 깊이 침잠하지도 않은 중간 지대의 그 공간이 문학과 세계 사이에서 민감한 촉수를 세우고 서 있는 평론가의 집으로 더없이 적합해 보였달까. 문학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믿는, 문학을 통해서 삶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그와 마주앉았다. 뜨거운 커피가 식어갈수록 문학을 향한 그의 깊은 연정은 뭉근히 달아올랐다.
-<소설의 고독>(2008) 이후 두 번째 평론집이 세상에 나왔다.
=대부분 청탁을 받아서 쓴 글들이다. 그게 어느 정도 모였고 전 직장인 문학동네에서 제안을 해와 묶게 됐다. 책을 내고 보니 그냥 내가 살아온 걸
[trans x cross] 울림을, 작은 등대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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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그냥 멋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멋있는 사람을 캐스팅했어야지.” “최대한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으니까 살을 좀 빼줘.” “그러면서 중국집에 데리고 가냐. 에라이~ 앞뒤도 안 맞아.” <슬로우 비디오>의 김영탁 감독의 주문대로였다. 살도 빼고 선글라스도 끼고 멋지게 차려입은 차태현이 여장부(주인공 이름이니 오해 마시라)가 돼 돌아왔다. <슬로우 비디오>는 서른아홉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헬로우 고스트> 이후 4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태현씨가 합류하면서 내 마이너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친근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담담히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분명 차태현의 재주다.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과연 이번에도 통할지 지켜보고 싶다. 올해로 데뷔 19년차 배우가 택한 작품, &l
[차태현] 부담 없는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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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조선고급학교(이하 오사카조고) 럭비부를 통해 재일동포사회를 조명한 박사유, 박돈사 감독의 다큐멘터리 <60만번의 트라이>가 9월18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일에 맞춰 영화에 출연한 럭비부원 황상현(오른쪽)과 럭비부 매니저 김옥희(왼쪽)가 한국을 찾았다. 영화에서 장난기 가득하던 까불이 상현은 여전히 개구져보였고 해맑게 웃던 옥희는 어느새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대학교 4학년생이 됐다. 92년 동갑내기 두 친구는 인터뷰 내내 “하하호호” 웃으며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이다. 그러다가도 재일동포 사회에 대해서 물으면 서툰 한국어 실력이지만 각자의 생각을 차분히 말로 옮겼다. 오사카조고에서 보낸 그들의 유년기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것이 곧 <60만번의 트라이>가 아니겠나 싶었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상현_그렇다. 정말 미인이 많더라. (인터뷰 장소에 놓인 TV에서 ‘태티서’가 나오자) 티파니가 좋다.
옥희_나는 세 번째다. 유학 중인 친구를 만나러 온 적이
[flash on] 꿈과 희망의 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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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레버넌트> <샵리프터스 오브 더 월드> <옐로버드>
2014 <메이즈 러너>
2013 <위 아 더 밀러스>
2011 <와일드 빌>
2010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2007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TV시리즈
2010 <페이즈>
2008~2010 <스쿨 오브 코미디>
“눈에 띄는 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뒤집힌 여덟 팔자 눈썹과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입. 과연 윌 폴터는 한번 보면 누구도 쉽게 잊지 못할 외모를 지녔다. 상냥한 인상은 아니지만 폴터는 그 독특한 외모 덕에 몇편 안 되는 출연작에서도 관객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는 열세살 때. 당시 해로디안스쿨에 재학 중이던 폴터는 우연히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의 오디션을 보게 됐고, 5개월간 수천명의 소년들을 보아왔던 감독 가
[who are you] 윌 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