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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은 신인배우다. 어떤 이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동생 혹은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꽃미남 신입 형사 태일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여야 비로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안재현은 스타다. 그는 모델 시절부터 SNS상에서 2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보기 드문 사례였으며, 10대 소녀들에겐 밤잠을 설치게 하는 애정의 대상이었다. 연기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영화, 드라마 관계자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너무도 분명하게 빛나는 안재현의 잠재력을 런웨이가 독점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델이라는 직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짐작하려는 이들에게도 안재현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스물여덟, 모델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첫 번째 정체성이 모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연기자와 음악 프로그램 MC(<엠카운트다운>), 주얼리 디자이너(AA.Gban)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안재현] 배우라는 열매, 모델이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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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팀
2007 <열세살, 수아> <어린왕자>
미술팀장
2014 <해무>
2013 <관상>
2012 <도둑들>
2011 <푸른소금>
2010 <하녀>
2009 <요가학원>
“무슨 영화였는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미술팀원으로 첫 작품을 하던 때였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서 중도하차했다. 한마디로 도망간 거지. 아… 이거 우리 팀원들한테 한 번도 안 한 이야기인데 어쩌지? 나처럼 도망가면 어떡하나? (웃음)” 하지만 옛이야기 알면 좀 어떤가. 결국엔 용감하게 돌아왔고 <하녀> <도둑들> <관상> <해무>에 이르기까지 미술이 중요했던 한국영화 현장마다 꿋꿋하게 있지 않았던가. 2005년에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배정윤 미술팀장은 같은 과 친구들처럼 “박사가 되거나 큐레이터가 되는 길” 대신에 무작정 영화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첫 번째는 실패였
[STAFF 37.5] 실내 세트엔 스탭들조차 깜빡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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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감독, 천성일 작가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올여름 한국영화들의 ‘역대급’ 대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코미디로 승부를 걸었다. <해적>은 위화도 회군을 둘러싼 조선 개국 초기의 혼란스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나라의 국새가 한동안 없었던 역사적 사실로 파헤쳐 들어간 코믹 팩션 사극이다. 앞서 도망친 노비를 쫓는 조선시대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TV드라마 <추노>(2010)로 이름을 알린 천성일 작가였기에, 그가 조선 개국 초기로 눈길을 돌린 것은 꽤 흥미롭다. 더구나 <7급 공무원>(2009) 등 코미디에 관한 한 타율 높은 창작력을 과시한 그였기에 ‘사극’과 ‘코미디’라는 그 특유의 솜씨 좋은 장르의 만남은 <해적>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가 말하길, 가진 것 없는 ‘싸구려 작가’로 시작하여 주목할 만한 흥행 작가의 자리에 오른 뒤 이제 영화사 하리마오 픽쳐스의 대표를 거쳐 한국전쟁을
[천성일] 영화와의 끈질긴 인연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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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넥스트>는 미국 공포 영화계의 재능 넘치는 신인으로 주목받는 애덤 윈가드의 작품이다. 한 가족의 파티장이 동물가면을 쓴 괴한들의 침입으로 피의 현장이 된다. 그러자 연약해 보이기만 하던 여주인공은 괴한들을 상대하는 여전사로 돌변한다. 공포와 유머를 능숙하게 섞어낼 줄 아는 이 신인 감독의 출현을 두고 미국의 평단은 존 카펜터, 웨스 크레이븐, 샘 레이미 등 걸출한 선배 감독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환호한 바 있는데, 애덤 윈가드 역시 많은 선배 감독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자기 영화의 계보를 자랑스러워했다.
-<유아 넥스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영화인가.
=전작 <어 호러블 웨이 투 다이>의 편집 작업을 할 때였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을 보게 됐다. 그 순간 소름 끼치면서도 재미있는 그 영화의 설정과 미스터리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가 떠올랐다. 그즈음 프랑스 공포영화 <인사이드>
[flash on] <할로윈>의 오마주로 동물 가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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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 김수환 추기경은 질문했다. <그 사람 추기경>은 그 질문에 헌정하는 전성우 PD의 답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걱정, 잘 살아보고 싶은 욕망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느끼는 사람 추기경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전성우 PD는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평화방송 TV프로듀서로 입사해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2003), <바티칸을 가다1, 2>(2006), <길을 찾아 길을 나서다>(2008),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그 3일의 기록, 다시 보는 콘클라베>(2013) 외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다큐멘터리에 채 담지 못한 말들을 조금 보탰다.
-추기경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촬영해온 걸로 알고 있다. 끝내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었다.
=추기경님의 이미지가 내가 가까이에서 본 모습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한 추기경님은 나와 하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추
[flash on]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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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명량> <어느 날 첫사랑이 쳐들어왔다>
2011 <기생령>
2008 <쌍화점> <스토리 오브 와인>
드라마
2014 <신의 선물-14일>
2013 <칼과 꽃>
2012 <풀하우스 테이크2>
2011 <마이더스>
2010 <파스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외
앨범
2014 ≪SNAKE EYES≫
2013 ≪ROCKSTAR≫ 외
“스나이퍼인데 얼굴은 가릴 거야. 대사는 딱 한마디고. 할래?” <명량>의 김한민 감독의 전화에 노민우는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눈빛 좋다”라는 감독의 말을 관객 앞에 증명해 보일 기회였으니까. “눈만 보인다는 게 오히려 매력적”이라 생각한 그는 <명량>에서 이순신을 노리는 저격수, 왜장 구루지마의 심복 ‘하루’가 됐다.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인 하루의 이미지를 원했던 감독의 요구에 체중도 감량
[who are you] 노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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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라도 보고 느끼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실제로 얼마간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해무>의 경우에는 인물들이 그 다양함의 근거다. 우린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을 중심으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때 <해무>는 한 젊은이가 인생에서 맞은 첫 번째 불행, 하지만 송두리째 모든 게 바뀌는 절체절명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혹은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를 중심으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과 하나로 지내온 낡은 배 전진호에서 일어난 그 일로 이 영화는 철주의 마지막 몰락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예상치 못했으나 보고 나서 강력하게 떠오른 한 가지 길이 더 있다. 한예리가 연기한 조선족 밀항자 홍매를 통해 <해무>를 보는 것이다.
“시나리오의 인물들이 각각 다 잘 살아 있었어요. 홍매의 경우에도 너무 매력적이었고요. 홍매 때문에 생기는 스릴러적
[한예리] <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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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 자막 번역
2014 <주온: 끝의 시작>
2009 <공기인형>
2006 <데스노트>
2005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04 <하나와 앨리스> 외 다수
애니메이션 자막 번역
2012 <에반게리온: Q>
2010 <고 녀석 맛나겠다>
2009 <썸머워즈>
2006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2004 <하울의 움직이는 성> 외 다수
“영화제가 동물보호운동을 펼칠 수는 없다. 우리의 역할은 영화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똑소리난다.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이하 동물영화제)의 강민하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다. 덮어놓고 영화제를 홍보하는 대신 목적은 또렷하게, 한계는 분명하게 밝힌다. 올해 두돌을 맞은 동물영화제는 자연과 인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꿈꾸어보고자 하는 취지 아래 만들어졌다.
강 프로그래머가 동물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한 건 올해 1월부터다.
[STAFF 37.5] 촬영 시 동물을 어떻게 대했을지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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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불렀다고 하면, 그의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도 ‘아~’ 하고 두눈을 반짝인다. 이름보다 목소리가 더 유명한 뮤지션이란 말은 분명 엄청난 칭찬이다. 이지형이 7월 초, 12곡의 사랑 노래가 담긴 세 번째 소품집 ≪Duet≫을 내놓았다. 그는 정규앨범을 낸 뒤엔 어쿠스틱 곡들로 채워진 소품집을 냈고, 소품집을 낸 뒤엔 정규앨범을 냈다. 그렇게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3장의 소품집이 세상에 나왔다. 일상의 배경음악이 되기에 딱 좋은 이지형의 음악은 ≪Duet≫에 이르러 더없이 편안해졌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매력을 알아버린 이 남자와 마주 앉아 새 앨범 얘기부터 육아 얘기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는 마성의 목소리만 지닌 것이 아니었다. 마성의 유머 코드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매일 출근하듯 나가나.
=스케줄이 없을 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실에 있는다. 방이 두개 있는데, 원래 혼자 쓰다가 월세만 내고 비워두는 경우가 잦아서 최
[trans x cross] 통기타 소리와 목소리만 남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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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깨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어깨가 굉장히 넓다.” “어깨에 실리콘 맞았다. 엑스레이 찍으면 실리콘 나온다. 으하하하.” 그가 이렇게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사람인지 몰랐다. 박유천도 아이돌 출신이기에, 소속사의 ‘주입식’ 인터뷰 교육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습니다’로 요약되는 인터뷰 말이다. 박유천은 달랐다. 주관이 뚜렷했고, 그 주관을 밝히는 데 거침없었고, 분위기를 주무르는 능력도 탁월했다. 동방신기로 데뷔한 지 꼭 십년 만에 첫 영화 <해무>를 찍은 박유천을 만났다.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던 ‘아이돌’ 박유천이 아닌 ‘배우’ 박유천이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왔다.
“동희야 내일 몇시야?/ 음, 정리해서 말해드릴게요./ 야, 얘길해줘야 내가 오늘 한잔하든지 하지./ 간단하게 한잔할까요, 형님?/ 어, 좋지. 소주.” 7월29일 발매된 JYJ의 정규 2집 《JUST US》에 수록된 박유천의 자작곡 <
[박유천] 생각과 기대,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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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라는 글자를 티셔츠에 새겼다? 프로펠러가 달리 모자는 또 뭐지? “생기발랄”이 컨셉이라는, 서른세살 남자가 걸어왔다. ‘감성코믹 SF연애판타지’를 표방하는 <숫호구>(2012)의 백승기 감독이다. 서른살 먹도록 연애 한번 못해보고 이리저리 치이는 <숫호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숫호구>의 개봉(8월7일)을 앞두고 있다.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숫호구>가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한 이후 2년 만이다. 영화를 배운 적은 없지만, 재미만 있다면 자급자족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 재기발랄한 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개봉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아트나인의 추석영화제 때 상영 기회를 얻었는데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영화를 좋게 본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개봉을 도와줬다.
-연출, 각본, 주인공까지 맡아서
[flash on] “꾸러기 철학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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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유아 넥스트>
2013 <패트릭>
2012 <베이트 3D>
2011 <블루 크러쉬2>
2010 <스텝 업 3D>
드라마
2004∼2008 <홈 앤 어웨이> 외
온 가족이 모인 즐거운 파티장에 난데없이 화살 하나가 날아든다. 곧이어 동물 가면을 쓴 괴한들이 들이닥치더니 대학살이 시작된다. 모두가 공포에 질린 이 끔찍한 순간에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에린은 단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가늘고 긴 목선, 그만큼 가냘픈 몸으로 적을 후려치는 품새는 예상외로 힘이 넘친다. 어린 시절 생존 체험에서 배운 대로 임시 무기를 만들어 침입자에게 반격할 땐, 잘 훈련받은 사람이라는 인상과 함께 듬직함마저 느껴진다. 차분해서 더 서늘한 에린 덕분에 액션 스릴러 <유아 넥스트>가 완성됐다면, 그건 전적으로 에린을 연기한 호주 출신의 배우 샤니 빈슨의 재능 덕분이다. 삼대에
[who are you] 샤니 빈슨 Sharni V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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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의 엘자(소피 마르소)는 인정받은 소설가로서, 세 아이의 양육뿐 아니라 무능한 전남편의 경제생활까지 책임져온 그야말로 ‘센’ 여성이다. 동시에, 그녀는 지긋지긋한 이혼 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사랑의 ‘씁쓸한 오렌지향’을 잊지 못하는 로맨틱한 인물이다. 1980년 <라붐>의 빅으로 데뷔해 30여년간 꾸준히 40여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두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한편의 소설을 출간한 소피 마르소는, 어찌 보면 엘자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30여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독한’ 그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녀는 여전히 사랑과 일탈을 꿈꾸는 사춘기 소녀 빅의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엘자를 선택했나.
=리사 아주엘로스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녀가 첫눈에 반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플라토닉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영화 언어를 통해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
[소피 마르소] <어떤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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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소녀 감성이 또 없어요.” 최근 그린나래미디어의 새 식구가 된 임진희 과장이 유현택 대표를 가리키며 웃는다.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은 그린나래미디어의 첫 배급작인 <시스터>부터 <진저 앤 로사> <폭스파이어> <프란시스 하>로 이어지는 라인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소녀 취향이라고 하는데 부정할 수 없다. (웃음)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릴러도 배급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한 적도 물론 있지만 결국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씩 정성들여 배급하는 게 제일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랬던 그가 최근엔 과감한 베팅을 시작했다.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즈 원 나이트>, 켄 로치의 <지미의 댄스홀>, 베넷 밀러의 <폭스캐처>까지 제67회 칸영화제의 주요 경쟁작 세편이 모두 유현택 대표의 손에 들어온 것. <투 데이즈 원 나이트> <지미의 댄스홀>,
[STAFF 37.5] 감성과 정성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