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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이 아닌 다른 사람은 결코 생각할 수가 없다.”(김대우) “송승헌이라는 배우에게 씌워져 있던 굴레를 ‘김진평’을 통해 던져버리고 싶다.” (송승헌) <인간중독>에서 모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인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은 경우진(온주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을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린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 최상류층 군관사 안에서 치명적 스캔들이 시작된다.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쉽지 않은 내면의 교류, 하지만 <인간중독>으로 만난 송승헌과 김대우 감독의 ‘궁합’은 더없이 좋았다. 물론 신작을 내놓는 배우와 감독이 서로에게 정직한 쓴소리를 하겠냐만 그들은 진정으로 단순한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넘어 의지했다고 입을 모은다. <음란서생>(2006)과 <방자전>(2010)을 통해 언제나 ‘사랑’을 다뤄왔다고 말하는, 그것도 언제나 ‘19금 멜로’ 세계를 그려온 김대우 감독과 지금껏 단 한번도 그런 세계에 들어
[송승헌, 김대우] 이제 날아오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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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했다. <올란도>(1993)로 단번에 영화계를 사로잡았던 샐리 포터 감독은 1997년 <탱고 레슨>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샐리 포터 자신은 걸음을 멈춘 적이 없다. 그녀는 애초에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주목받는 댄서였고 수단에 개의치 않고 여성들을 보듬고 일으키는 일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지금, <진저 앤 로사>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좋은 감독임을 새삼 증명한다. 90년대 페미니즘영화에 잊지 못할 족적을 남긴 샐리 포터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 전과 다름없이 근사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진저 앤 로사>를 만든 당신은 여전히 근사하다. 영화적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총명하다. (웃음) 직설적이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쉽진 않지만 내가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한 결과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그곳에는 늘 에너지가 있다.
[flash on] 여전히 근사한 아티스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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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 엘리자베스 올슨, 리암 헴스워스 등 ‘형’ 못지않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할리우드 ‘동생’들의 사례를 보면 이미 옛이야기가 돼버린 지 오래다. 대표주자가 엘르 패닝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엘르 패닝(Mary Elle Fanning)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친언니인 다코타 패닝(Hannah Dakota Fanning)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코타 패닝은 일곱살에 출연한 영화 데뷔작 <아이 엠 샘>(2001)에서 대배우 숀 펜에 밀리지 않는 강력한 연기를 선보여 순식간에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아역배우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그는 톰 크루즈, 덴젤 워싱턴, 로버트 드니로 등과 공연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필모그래피를 충실하게 쌓는다. 동생 엘르 패닝은 그에 반해 평범했다. 성인배우 못지않게 뛰어난 재능과 감각을 갖춘 배우로 인정받았던 다코타 패닝 옆에서 엘르 패닝은 한참 동안 그저 언니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조금 더 귀엽게 생겼을 뿐
[엘르 패닝] <진저 앤 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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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인간중독>
2013 <9월이 지나면>
2011 <재난영화>
2010 <포커페이스걸>
연극
2013 <라뀔로뜨>
2011 <해무>
2010 <택시드리벌>
호기심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의 선물이다. 좀더 알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들이밀다보면 어느새 뒤로 뺄 수 없을 만큼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건 그런 거다. <인간중독>의 종가흔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도 그녀의 표정이 안개처럼 모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얼굴인데 어딘가 다르고,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떠올려보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녀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스크린을 압도하는 대신 차갑고 촉촉해 기분 좋은 새벽안개처럼 층층이 쌓여 어느새 영화를 잠식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순간 관객은 이미 이 묘령의 여인에게 중독되
[who are you]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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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역린>
2013 <조선미녀삼총사>
2012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1 <혈투>
2010 <방자전>
2009 <작은 연못>
2008 <신기전>
2006 <음란서생> <길>
2005 <형사 Duelist> <혈의 누>
2004 <아홉살 인생>
2002 <YMCA야구단>
1999 <정>
정경희 의상감독의 별명은 ‘한복 아줌마’다. “사극을 많이 했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웃음)” <혈의 누>와 <형사 Duelist>, <음란서생>과 <신기전>, <방자전>과 <역린>이 모두 그녀의 작품이니 수긍할 수밖에 없는 별명이다. 배우들에게 그녀의 의상을 입혀본 스탭들은 독특한 색감과 질감이 정경희표 사극 의상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당장 4월30일에
[STAFF 37.5] 퓨전이라고?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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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프랑스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각색 및 리메이크한 액션영화다. 감독은 ‘창감독’이 맡았다. 본명은 윤홍승, 하지만 그는 창감독이라 불리기를 원한다. “감독이 되면 나만의 고유명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어떤 이름을 지을까 옥편을 뒤적이다가 ‘창’자가 눈에 들어오더라. 만들 창, 미쳐 날뛸 창 등등 그 몇 가지 뜻들이 내가 하는 일의 정신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짓게 됐다. 나에게는 소중한 이름이다. 책임감도 생기고.” <표적>은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 이후 창감독이 만든 두 번째 영화다. 칸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프로그램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창감독은 “<표적>이 나의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에 값하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뜻인 셈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뮤직비디오쪽 일을 했다고 들었다.
=원래는 영화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싸이렌
[창감독] “인간적인, 더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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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시골 청년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충남 아산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정이리이리 작가(본명은 이정일)는 <씨네21>과의 인터뷰를 위해서 KTX를 타고 서울에 왔다. 그는 미디어다음에 조선시대 궁궐의 일곱 세자와 주변인물을 그린 <세자전>을 연재중이다. 데뷔작은 자신의 집주변 식물, 동물 등을 소재로 한 <잡초이야기>였다. 데뷔 이후 애인이 없는 솔로들의 애환을 담은 만화 <오! 솔로>로 인기를 얻었다. 조금은 느릿한 그의 말투가 정겨웠다.
-웹진에서 한 인터뷰를 봤다. 그때는 기자들이 시골로 내려가서 인터뷰를 했더라.
=맞다. 그런데 그 인터뷰를 한 사람은 아는 사람이었다. 학사장교(ROTC)로 제대했는데 중대원이었던 친구가 문화 관련쪽 일을 한다고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더라.
-정이리이리 작가에 대해 정말 잘 알려면 시골에 가야 맞는 것 같다.
=만약 아산에 내려왔으면 목가적인 분위기로, 웹툰 작가라는 느
[trans x cross] 재미와 감자를 캐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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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권의 책이다. 매일매일 비슷해 보여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몰라보게 달라진 챕터를 마주하고 있다. 배우는 한권의 노트다. 하얀 백지 위에 써넣는 단어에 따라 그 배우가 지닌 이미지가 결정된다. 처음에는 오직 한 단어로 시작한다. 첫 출연작에서 보여준 결정적 이미지가 배우의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이 계속되면서 처음 한 단어를 좀더 설명해줄 말이 더해지고, 문장이 길어질수록 배우의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다르게, 차츰 구체적으로 변한다. 여기 배우 김새론을 설명해줄 단어들을 모아봤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하지만 미처 모르고 있던 새로운 시선. 김새론을 설명했던 단어들을 김새론의 언어로 다시 들어보는, ‘김새론 사전’이다.
자연인 김새론은 지금 한창 인생의 책장을 넘기는 중이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방향을 정하고 꿈을 향해 차분히 걸어가는 중인 이 성숙해 보이는 소녀는 늘 비슷한 듯 보이지만 며칠만 지나도 몰라보게 달라진 얼
[김새론] 변신이 아니라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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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크고 움푹 들어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눈은 그녀의 얼굴 전체에 불안감을 드리운다. 이 눈 때문인지 그녀는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연약한 내면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리고 물론 적지 않은 영화에서 단순한 ‘긴장’ 이상의 신경증적 연기까지 펼쳐야 했다. 불안감 이상의 히스테리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기꺼이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그 강렬한 연기의 잔상이 길게 남아 다른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연기할 때도 계속 그 그림자를 남기는 것은 물론, 연기 자체가 1회용 도구처럼 소모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을 넘나들며 60편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불안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그녀의 깊은 눈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마른 몸은 여러 감독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부서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슬픔이나 끊어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온리 갓 포기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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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10분>
2013 <찌라시: 위험한 소문>
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2011 <장준환을 기다리며>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정작 연출작은 하나도 없다. (웃음)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실기시험이 없는) 연출전공에 원서를 넣었는데 붙었다. 전공과 상관없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연기를 했는데 짧게 연기의 맛을 보고 나니 계속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목을 받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는 비정규직 청년 연기가 사실적이다.
=실제 모습은 호찬보다 호찬의 동생에 가깝다. 형이 평범한 직장인인 덕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엔 쉬고 있는 형에게 바깥에 좀 나가서 놀라며 괜히 화를 내고 후회한 적이 있다. (웃음) 형이 좀더 인생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미안함과 바람이 나쁘게 표현된 것 같다. 못된 동생이다.
[who are you] 백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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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명성황후> <태양인 이제마> <장희빈> <쾌걸 춘향>
영화
분장팀 <엽기적인 그녀>
분장팀장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최종병기 활>
분장실장 <백자의 사람>(한/일 합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린> <사도>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역린>의 조태희 분장실장이 배우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배우들이 자신의 맨 얼굴을 맡기고 분장이 끝나자마자 맨 처음 ‘괜찮다’는 확신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바로 분장실장이다. 분장사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하는 스탭이다. 특히 사극 분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태희 실장의 경우는 그 교감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사극 분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분장으로 배우가 변화하는 폭도 가장 크다. 그러다보니 사극 출
[STAFF 37.5] 가발과 구레나룻으로 나누는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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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의 이재규 감독은 유명 드라마 <다모>(2003)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를 연출했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감성을 갖춘 <다모>, 강마에라는 괴팍해서 매력적인 지휘자가 주인공인 <베토벤 바이러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해냈고, ‘다모폐인’이라는 말이, 강마에를 흉내내는 우스개가 유행했을 정도다.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조선의 제22대 임금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의 즉위 1년 즈음, 그를 암살하려는 무리와 정조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가 내용의 중심이다. 사극인 데다 배역까지 많은 영화여서 데뷔감독이 신경 써 챙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연배우 현빈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조율 능력을 손꼽으며 이재규 감독을 “착한 여우”라고 불렀다. 아마 선하게 그리고 영민하게 조율했다는 뜻일 거다. 그렇다면 ‘착한 여우’를 만나
[이재규] “더 날것 같은, 그러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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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들어온 이진욱은 벽에 붙은 선배 배우들의 사진부터 둘러봤다. 데뷔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씨네21> 표지 촬영은 물론, 인터뷰도 처음이다. 물론 전작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통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2013, 이하 <나인>)을 통해 ‘연기남’(연기를 잘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관객에게 이진욱은 낯선 배우이고, 낯선 이름이다. 그런 그가 <표적> 개봉을 앞두고 어깨가 무겁다. 포스터와 광고에 적힌 이름이 주연배우 류승룡 다음이다. 김성령, 유준상, 조여정, 진구 등 그보다 경력이 많은 배우들도 그의 이름 뒤에 있다.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의 이름이 류승룡 다음에 놓인 건 류승룡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보다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진욱] 책임감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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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인 내 체력의 10배는 되는 것 같더라.” 액션범죄영화 <표적> 제작을 맡은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혀를 내둘렀다. 40대라는 나이는 가뿐히 잊고 <표적>으로 액션배우가 돼 돌아온 류승룡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은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몸을 키웠지만 류승룡은 <표적>의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10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했다. 러시아 특공무술인 시스테마에 유술까지 연마한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가벼운 몸”을 만든 뒤 촬영에 돌입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몸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심적으로도 경건하게 임했다.” 그를 몰입하게 만든 인물은 여훈이라는 남자다. 하사관 출신의 군인인 여훈은 은퇴 뒤 해외 용병으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온다. 장애를 가진 동생 성훈(진구)과 함께 제대로 살아보려 하지만 우연찮게 살인사건을 목격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광역수사대 송 반장(유준상)과 형사반
[류승룡] 과묵하게,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