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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모기가 기승이던 시월 중순, 강동원의 주변을 맴돌던 모기가 그의 오른뺨을 물었다. “아, 물렸다”라며 오른뺨을 긁적이는 강동원의 모습이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 없었다. 조막만 한 얼굴을 꽉 채운, 선이 고운 이목구비. 굽 높은 힐을 신어 10등신 비율을 완성한 스타가 허공으로 손을 날려 모기를 잡다니. 강동원을 수식하는 ‘완벽’이란 단어에 숨통을 틔워주는 재미난 사건을 목격한 것 같았다. 실제로 강동원은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다. “나와 관계된 모든 일을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그는 <검은 사제들>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된 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피며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초기 반응을 모니터링했다고 한다. “왜 주문을 하고 난리냐, 오그라든다, 그런 반응도 있더라. (웃음) 그런데 주문이 아니고 기도문이다, 기도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봐, 언제부턴가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
<검은 사제들>
[강동원] 깊이와 디테일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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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행하라. 김윤석이 김범신 신부를 연기하는 동안 속에 품었던 단 하나의 말이다. <검은 사제들>의 김 신부는 그야말로 곧은 성직자, 모든 고난을 묵묵히 감내하고 신의 길을 가는 남자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김 신부는 이미 오롯하게 완성돼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두에게 등 돌렸으며, 모든 것을 신께 바칠 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 완고한 태도가 범인들로 하여금 종종 그를 향한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만 정작 김 신부 본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거기다 악령을 쫓는 신부라니. 누구라도 쉬이 선택할 수 없었을 역할이다. 김윤석이 김 신부에게 깃들게 된 것은 일종의 “목마름” 때문이었다. “악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니, 악역이라 더 개성 있다고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캐릭터와 서사에 밀도를 채워넣고 싶은 욕망이 내게 있었다. 자기가 맡은 일에 목숨을 걸고 스스로 파멸하는 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김 신부가 도중에 최 부제에게 그러잖나. ‘아무도 몰
[김윤석] 집행자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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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강동원이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검은 사제복을 입고 만났다. 이 세상의 어둠을 겪을 대로 겪은 김 신부(김윤석)와 그의 눈엔 아직 새파랗게 어린 핏덩이일 뿐인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는, 소녀의 몸에 꼭꼭 숨어 있는 악(惡)과 대면한다. 파멸을 각오하고서 악령과 대결하는 <검은 사제들>의 두 인물은 집요하고 대담하게 구마예식에 매달리는데, 그 모습이 캐릭터를 마주한 두 배우의 태도와 꽤 닮아 보인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고 대담한 김윤석과 강동원. 두 배우의 카리스마는 <검은 사제들>을 더욱 밀도 있는 영화로 완성시켰다.
[김윤석, 강동원] 집요하고 대담하게 캐릭터와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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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2011), <술이 깨면 집에 가자>(2010),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2007), <좋아해>(2005) 등으로 친숙한 얼굴 나가사쿠 히로미.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동안에 빈틈없는 연기는 그녀가 20년 넘게 다양한 이미지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으로 제51회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언어의 벽을 넘어 영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다”는 출연 소감 및 수상 소감을 서면으로 전한 나가사쿠 히로미는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진지한 배우라는 인상을 풍겼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대만 출신의 감독이 일본에서 촬영하고, 촬영감독(신마 단쿠로)은 런던에서 주로 활동하는 분이다. 이런 글로벌한 기획이 새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헤어진 지 30년이 넘었고 실종된 지 8년이 된 아버
[people] “영화의 여운을 꼭 느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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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은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커피가게를 연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와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 에리코(사사키 노조미)가 서로를 버팀목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다. 일본의 여느 슬로무비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연출한 이는 <아이 차오>(2008),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리라> (2010) 등을 연출했고 에드워드 양과 허우샤오시엔의 제자이기도 한 대만의 치앙시우청 감독.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날 연출 제의를 받은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이 세계에 고요한 힘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을 찍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치앙시우청 감독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만, 일본, 한국의 합작영화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일본 도에이 영화사의 프로듀서 오오쿠보 다다유키로부터 “이 이야기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부드러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나 역
[people] 관계의 소중함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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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증에 빠진 여자의 일상은 거짓말로 시작해 거짓말로 끝맺는다. 직장에서는 동료들에게 건실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다고 말하고 백화점에 가서는 값비싼 가전제품을 주문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부동산에 들러 고급 오피스텔을 살 것처럼 둘러본 다음 집에 돌아와 백화점 주문을 취소한다. 그녀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파도 위를 걷는 삶. 이런 뻔뻔하고 또 빤한 인생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촬영 당시 만삭의 몸을 이끌고 현장을 누볐던 김동명 감독에게 영화의 출발점과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애초 출발했던 영화와 완성된 영화는 조금 달라 보였지만 감독 자신의 솔직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허언증에 빠져 거짓말을 하며 사는 여자 아영(김꽃비)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첫 출발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가족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탈북자로 설정해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people] “거짓말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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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아가씨>
2015 <검은 사제들>
2015 <스틸 플라워>
2014 <들꽃>
<들꽃>의 오디션 현장. 박석영 감독은 정하담에게 <들꽃>의 하담이 돼, 가출 소녀들인 하담과 은수(권은수)가 어렵게 모은 돈을 말없이 들고 나간 수향(조수향)의 뺨을 때려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하담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녀는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다. 도저히 누굴 때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극중 하담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살짝 치기만 했는데도 그 느낌이 너무 이상해 결국 눈물이 났다”고 이유를 전했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신인배우라면 어떻게든 오디션 과제에 집중해 합격부터 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정하담은 생각에 앞서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반응했다. 철저히 계획된 기술적인 연기와는 한참 거리가 먼, 거의 본능에 가까운 정하담의 리액션이었다. 그런 정하담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걸렸던
[who are you] 거짓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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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특종: 량첸살인기> PD
2014 <좋은 친구들> 라인 PD
2013 <깡철이>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2012 <내가 살인범이다> 라인 PD
2011 <최종병기 활> 제작실장
2010 <평행이론> 제작부장
2008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제작부장
2007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제작부
2007 <수> 제작지원
2004 <여선생 vs 여제자> 제작부
“준비한 걸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출자로서 노덕 감독의 신조다. 그런 그녀의 현장에서는 순간의 즉흥적인 선택과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 밝고 손 빠른 PD의 존재가 절실한 이유다. <특종: 량첸살인기>(이하 <특종>)가 입봉작인 송정민 PD를 두고 노덕 감독은 “감독이 원하는 걸 어떻게든 맞춰주려 노력하는, 철두철미한 PD”라
[STAFF 37.5] 현장에서 즐거웠던 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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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2012)보다 이 작품이 더 노덕 감독님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특종: 량첸살인기>(이하 <특종>)의 주연을 맡은 배우 조정석의 말이다. 이에 대한 노덕 감독의 보충 설명을 들으니 홍보성 멘트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꿍한 성격이 못 된다. (웃음) <연애의 온도>는 미묘하고 작은 것들에 티격태격하는 두 남녀를 그린 작품이었는데,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니다보니 촬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컸다. 이번 영화는 사건이 주가 되는 영화라 좀더 즐기면서 촬영했는데 정석씨에게도 그런 내 모습이 보였나보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걷잡을 수 없이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 한 남자의 뒤를 쫓는 <특종>은 ‘스토리텔러’ 노덕 감독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너무도 현실적인 로맨스영화(<연애의 온도>)를 만들다보니 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는 노덕 감독은 시원시원하고 거침
[노덕] “낯 간지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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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과학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잊고 산다. 입시공부해야 해서, 취직해야 해서, 가족들 건사하기 바빠서…. 별이나 우주, 로봇에 대한 꿈이 있었던 이들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과거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으면 했다.” ‘과학과 사람들’의 원종우 대표는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진행자 파토로 더 유명하다. 과거의 <딴지일보> 시절을 기억한다면 음악과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썼던 필자 파토로 추억할지 수도 있겠다. 2012년엔 역사서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유럽편>을 펴내더니 2014년엔 <태양계 연대기>를 출간해 과학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고, 팟캐스트 시작 이후엔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3년째 SF2015의 행사에 참여해온 원종우 대표를 축제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만났다.
-SF2015의 주제는 ‘가상과 현실 사이’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제품의 상
[trans × cross] “과학을 인문•사회학적으로 통역해주는 게 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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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씨 표정이 워낙 좋아서 내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되겠어요. (웃음)” 이광수를 앞에 둔 사진기자의 말이 맞았다. 카메라 앞에 서자 이광수는 익숙하고 편안한 듯 다양한 표정을 이음새 없이 이어나간다. 모델 출신이라 포즈와 표정이 유연한가 싶지만 그보다는 원체 얼굴의 표정이 많은 사람 같다. 눈, 코, 입의 미세한 근육들을 움직이고 눈빛의 강약을 조절하는 그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없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얼굴 한번 제대로 내보이지 않는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걸까. 권오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돌연변이>(개봉 10월22일)에서 그는 ‘생선인간’이 된 남자 박구를 연기하며 시종 생선의 탈을 쓰고 나온다. 영화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놓고 특이하다며 환호하던 사람들이 한순간 ‘돌연변이’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가는 사회파 드라마다. ‘생선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과제를 받아든 이광수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이광수] 내가 가진 얼굴을 전부 보여주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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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 고운 앙리를 보고 있으면 관객의 마음에도 어느덧 하나둘씩 긍정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마르탱 탈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앙리 앙리>(2014)는 순수한 주인공의 영향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맞는 현대적인 동화다. 전구 고치는 데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긍정적인 주인공 앙리, 괴팍한 피클 장인, 손금을 읽는 시각장애인 극장 매표원, 대가족을 거느린 남자 등 인물들이 이뤄가는 캐릭터 플레이도 흥미롭다. 마르탱 탈보 감독에게 앙리의 여정에 관해 궁금했던 점을 서면으로 물었다. 감독은 멀리 프랑스에서 따뜻하고 자상한 답장을 보내왔다.
-빛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어떻게 떠올렸나.
=어느 노동자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전구 교체 작업을 하는 남자를 보았다. 밤에만 일하기에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모르지만 사람들의 삶에 빛을 가져다주는 그의 작업이 내겐 근사해 보였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마치 앙리의 눈에 비치는 세계를 시청각화한 것처럼 아기자기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people] 내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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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과랄디의 느슨한 재즈가 걸맞은 특유의 단조로운 세계 때문이었을까? 20세기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3D로 재현되는 와중에도 찰스 슐츠의 <피너츠> 3D는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곧 기다림은 끝난다. 작품 탄생 65주년을 맞는 올해 12월, <아이스 에이지>와 <리오> 시리즈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제작한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출은 <호튼>(2008),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2012)의 스티브 마티노가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변치 않는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 감독의 전작들이 지녔던 미덕이 갖가지 캐릭터들이 나누는 우정을 구현하는 데에서 비롯됨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자 찰스 슐츠가 <피너츠>를 통해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뿐만 아니라 라이너스, 루시, 샐리, 페퍼민트 패티, 마시, 픽펜, 우드스톡 등 많은 캐릭터들에게 고유의 생명을 불
[people] “3D의 입체감 위해 오케스트라처럼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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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이다>(2015)
<패션왕>(2014)
<하유교목 아망천당>(2014)
<캐치미>(2013)
<니코: 산타비행단의 모험>(2012) 목소리 출연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2012)
<특수본>(2011)
드라마
<용팔이>(2015)
<내일도 칸타빌레>(2014)
<굿 닥터>(2013)
<7급 공무원>(2013)
<각시탈>(2012)
<오작교 형제들>(2011)
<제빵왕 김탁구>(2010)
<그놈이다>의 개봉(10월28일)을 일주일 앞두고 주원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번에 유난히 떨린다. 어제 언론배급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스릴러물이다 보니 관객이 보면서 놀랄 때가 있는데 나는 놀라지도 못하고 완전 얼어 있었다. (웃음)”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긴장했느냐고 이어 물었더니
[주원] 연기를 향한 큰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