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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에서 오대수(최민식)에게 생니를 뽑히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감금방의 괴남자. 기존에 보아온 악당이란 말로 단언하기에는 생소하고 기괴했던 이미지의 남자. 어디서 이런 독특한 배우가 나왔나 궁금해할 겨를도 없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무기 밀매상으로 코믹과 악역의 줄타기를 하던 이 ‘괴물 같은’ 배우는 급기야 봉준호 감독의 기념비적인 작품 <괴물>(2006)에서 ‘괴물’ 목소리 연기로 관객의 뒤통수를 쳤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상적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이후, 오달수의 필모그래피에는 한국영화의 성공사가 함께 쓰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작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괴물 같은’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의 고군분투를 그린 <대배우>는 배우 오달수의 지난 행적을 곱씹게 만들어주는 의미
[오달수] 한국영화의 성공사와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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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인 오미보 감독은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뒤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 아래서 5년간 연출부 생활을 했다. 장편 데뷔작 <사카이 가족의 행복>(2006)으로 가족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춘기 소년 츠구오의 성장기를 그렸다. 이케와키 지즈루가 열연한 세 번째 장편 <그곳에서만 빛난다>(2014)는 절망 속에 놓인 채 나름의 빛날 자리를 탐색하는 서글픈 가족의 초상을 담은 영화로, 감독에게 제38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안겼다. 지속적으로 가족의 해체와 결속을 말해왔던 오미보 감독은 <너는 착한 아이>로 주변에까지 눈을 돌린다. 치매 노인 아키코(기다 미치에)는 고통스러운 전쟁의 기억을 품은 채 늙어간다. 신임 교사 오카노(고라 겐고)와 남몰래 아이를 학대하는 젊은 엄마 미즈키(오노 미치코), 미즈키의 활기찬 이웃 오오미야(이케와키 지즈루)는 어른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어린이들이 있
[people] 가족이라는 영원한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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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배우를 꼽으라면 가장 앞줄은 당연히 조지 클루니의 몫이다. 해마다 ‘섹시한 남자’ 순위를 꼽을 때 빠져본 적이 없는 그는 아무리 망가뜨려도 망가지지 않는 배우 중 한명이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번 애프터 리딩>(2009), 신작 <헤일, 시저!>까지 코언 형제와 만날 때면 허당기 넘치는 바보 연기를 주로 해왔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우라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멍청해도 섹시한 건 섹시한 것, 아니 때론 멍청할수록 더 섹시해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 모든 이미지는 <NBC>의 메디컬 드라마 <ER>(1994)에서 닥터 로스 역을 맡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33살의 그저 그런 조연배우였던 조지 클루니는 이 역할로 한순간에 ‘가장 섹시한 의사’로 거듭나며 늦깎이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그 후 영화계에서도 순항한 건 전적으로 그의 재능이지만,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던 닥터 로스
[메모리] 미소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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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한공주>
2010 단편 <소년은 괴롭다>
드라마
2016 <드라마 스페셜-페이지 터너>
2016 <보보경심: 려>
2015 <발칙하게 고고> <앵그리맘>
김준면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3 <세이빙 산타> 목소리 연기
스무살 청춘들의 가장 찬란했던 낮은, 가장 고통스러운 밤으로 이어진다. <글로리데이>는 친구의 군입대를 앞두고 포항 바닷가로의 일탈을 감행한 네 친구의 뒤를 쫓는 영화다.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도리어 살인사건에 휘말린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어른’과 ‘우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스무살의 문턱에서 겪게 된 처절한 성장통을 조명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어둡고도 비정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네 청춘배우의 존재감만큼은 영화의 제목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그중에서도 극
[who are you] 그들만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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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출
2010 <5월의 봄>
2009 <소년 마부>
2007 <러너스 하이>
조감독
2014 <야간비행>
2012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촬영
2007 <피크닉> <인사이드 코퍼레이션> <증발> 외
인디포럼이 9년 만에 새 의장을 뽑았다. 인디포럼 상임 작가인 박홍준 감독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장을 맡았던 이송희일 감독은 “책임감 강한 박 감독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그래서 인디포럼이 망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길 바란다”며 애정의 말을 전했다. 독립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이송희일 의장의 뒤를 잇는 박홍준 감독의 어깨가 무거울 법도 했다.
“의장 제안을 받았을 땐 부담이 컸다. 이송희일 의장은 인디포럼의 ‘브레인’이 아닌가. 독립영화계에서 그의 무게감도 상당하고. 하지만 이송희일 의장에게만 짐을 떠안길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상임 작가들이 1년씩
[STAFF 37.5] “노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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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다. “장난 지금 나랑 하냐”고 대뜸 윽박지르더니, ‘고르곤졸라 피자’를 ‘졸라고르곤피자’로, ‘고구려 연개소문’을 ‘연고소문개구려’로 탈바꿈시킨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1대1’ 코너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패러디한 ‘이병원’으로 장안의 화제가 된 개그맨 이세진의 솜씨다. 영화 속 이병헌처럼 기름지게 빗어넘긴 머리, 뻣뻣한 의수가 먼저 눈에 띄지만, 그의 진가는 “말장난 개그”에서 드러난다. 일찍이 그는 <개콘> ‘힙합의 신’에서 특정 주제로 단어들을 한데 꿰어 “왜 날 ‘크로켓’ 몰라, 내가 아픈 만큼 너도 ‘와플’ 거야”(‘세진제과’ 중) 등 절묘한 라임을 만들어내는 ‘개그 랩’으로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BS <웃찾사>로 데뷔해 MBC <하땅사>를 거쳐 KBS <개콘>까지 오랜 무명의 세월을 통과하고, 딱 맞는 옷을 입은 ‘이병원’
[trans x cross] 언어유희 개그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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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슈퍼맨이 한 스크린에서 조우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현실로 다가온다. 오는 3월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야기다.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슈퍼맨(헨리 카빌)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고, 오랫동안 메트로폴리스의 자경단으로 활동해온 배트맨(벤 애플렉)은 슈퍼맨과 대척점에 서게 된다. 메트로폴리스의 대중은 새롭게 떠오르는 슈퍼히어로 슈퍼맨과 오랫동안 고담을 지켜온 배트맨을 두고 누가 이 세상에 더 맞는 영웅인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봉을 한달여 앞둔 2월의 어느 날,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자리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을 만났다. 공개된 영상이라고는 2분이 채 되지 않는 스크리닝이 전부였지만 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는 감독 덕분에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여섯개 키워드로 미리 살펴봤다.
우주 최강 영웅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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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좀비만화>(2014)에 이은 두 번째 KAFA+ 넥스트D의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2016)는 감독들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사이코메트리>(2013), <평행이론>(2009) 등 SF 장르영화에 도전해온 권호영 감독의 <자각몽>, <관능의 법칙>(2013)과 <싱글즈>(2003) 등 로맨틱 코미디에 정통한 권칠인 감독의 <세컨 어카운트>, 그리고 <죽이러 갑니다>(2009)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해프닝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내는 데 능한 박수영 감독의 <치킨게임>까지. 3인3색의 감독들은 각 장르의 영화들에서 3D를 단순한 시각효과를 주는 기법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르 속 정서를 쌓아가는 기법으로서 시도했다. <방 안의 코끼리>를 연출한 권호영, 권칠인, 박수영 감독을 만나 3D영화를 연출한 소감과 한국 3D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물
[people] “정서를 구현하는 기술로서의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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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에디>는 지난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이하 <킹스맨>)의 연출자 매튜 본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그 스탭들이 함께하며,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한 태론 에거턴이 출연한다. 그렇다고 <킹스맨>의 키치적인 액션 활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스타가 된 스키 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태론 에거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지만 재능 없는 한 도전자가 어떻게 올림픽 스타가 됐는지, 영화는 그 은근과 끈기를 놓치지 않고 정직하게 따라간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유명하지만 ‘뻔한’ 격언이 영화가 되고, 그런 정직한 표현이 훈훈한 웃음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80년대가 배경인 시대극, 스포츠 드라마라는 어려운
[people] “꼭 아이들과 봐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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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휴 잭맨은 지금보다 청순했다. 근육도, 미소도. 그때 휴 잭맨이 지금과 같은 ‘맨중맨’(맨 중의 맨)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려졌듯 울버린으로 내정된 더그레이 스콧이 <미션 임파서블2>(2000) 촬영으로 <엑스맨>(2000)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자 일종의 ‘대타’로, 혹은 브라이언 싱어의 ‘모험수’로 휴 잭맨은 울버린이 되었다. 이후 할리우드는 <썸원 라이크 유>(2001), <스워드 피쉬>(2001), <케이트 앤 레오폴드>(2001)에 휴 잭맨을 기용했지만 고독한 남자를 가볍게 변주한 캐릭터는 그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반짝 스타덤의 주인공이 되고 말 수도 있었던 휴 잭맨은 그러나 놀라운 자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맨중맨으로 진화했다. 놀라운 건 또 있다. 휴 잭맨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나이스 가이’로 기억한다는 사실. 실제로 휴 잭맨을 마주했을 때 그 완벽함에 ‘어쩌면 휴 잭맨은
[메모리] 날마다 완벽해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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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7 <베이워치>
2016 <나쁜 이웃들2>
2016 <오 마이 그랜파>
2015 <위아 유어 프렌즈>
2014 <댓 어쿼드 모먼트: 그 어색한 순간>
2013 <파크랜드>
2012 <앳 애니 프라이스>
2012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2011 <뉴욕의 연인들>
2008 <하이스쿨 뮤지컬: 졸업반>
2007 <헤어스프레이>
2005 <더비 스탈리온>
TV
2014 <로봇 치킨 DC 코믹스 특집 II: 빌런스 인 파라다이스>(Robot Chicken DC Comics Special II: Villains in Paradise)
2010 <로봇 치킨: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
2009 <앙투라지>
2009 <로봇 치킨>
2007 <하이스쿨 뮤지컬2>
2006 <잭과 코디, 우리집은
[잭 에프런] 클래식한 매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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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이니시에이션 러브>
2015 <가부키초 러브호텔>
2014 <에이트 레인저2>
2014 <Seventh Code>
2013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2013 <콤플렉스>
2012 <고역열차>
2011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2008 <나스 소년기>
2007 <전염가>
2007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
옆집 소녀처럼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미소에 알 듯 모를 듯 숨은 고집이 느껴지는 입매.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첫사랑 마유코는 해바라기처럼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순수한 소녀지만, 막판 반전에서 남성주인공의 시선을 전복하며 숨겨둔 비밀을 드러낸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AKB48의 1기 멤버로서 7년간 부동의 센터로 군림했던 그녀의 매력은 이런 것이었다. 정석 미인은 아닌 외모에 뛰어나지는 않은 실력이었
[who are you] 중심을 지키는 다부진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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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 사건 앞에서 시간은 무력하다. 만약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부터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돼줄 신호가 온다면? tvN 드라마 <시그널>(2016)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과거에서 온 무전 신호를 좇아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가 하나의 팀처럼 공조수사를 한다. 시간을 뛰어넘어 범인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이들의 분투는 “과거가 변하면 현재도 바뀐다”는 극중 대사를 증거해 보인다. 그렇기에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새로 쓸 수 있다. ‘현재가 바뀌면 미래도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는 현재의 손에 달렸다. 미제 사건이라는 암울한 소재에서 <시그널>이 발견한 얼마간의 긍정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사인(死因)을 밝히려는 법의학자의 이야기 <싸인>(2011),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온•오프 세계의 추악한 얼굴을 밝히는 <유령>(2012), 정재계의 음모
[김은희] “미제 사건의 한을 보듬으며 진실을 향한 끈질긴 의지를 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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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감독
2016 <널 기다리며> <치명도수: RESET>
2015 <내부자들>
2014 <빅매치>
2013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미운 오리 새끼> <돈의 맛> <하울링>
2011 <통증> <모비딕> <체포왕>
2010 <아저씨>
누군가 영화 속 액션 컨셉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두 인물이 시비가 붙어 싸울 때 주먹을 주고받는 동작의 스타일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저씨>로 한국영화 액션의 지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 박정률 무술감독이 최근에 참여한 <널 기다리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등장하는 못된 놈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했다” . 살인마들의 심리, 그러니까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쇄골에서 피가 솟구치면 예쁘겠다’고
[STAFF 37.5] 찌를 때와 벨 때를 정확하게 아는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