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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날 속인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어떻게 해보려다 실패한 거야.”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이지아는 자신의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단계로 발을 내딛는 여자 은수를 연기했다. 지나간 과거는 묻어두고 자기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했다며 왼손 약지에 세 번째 결혼반지를 끼우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지아는 언제나 유리구두를 신겨줄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백마를 타고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서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연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동료 대신 폭탄 조끼를 입는 일이 생기더라도(<아테나: 전쟁의 여신>), 완벽주의 편집장에게 한바탕 쏘아붙임을 당하는 일(<스타일>)이 벌어지더라도 말이다. 그녀의 첫 스크린 데뷔작 <무수단>도 마찬가지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 이지아는 홍일점이자 유능한 생화학 전문가인 신유화 장교를 연기한다. 다음은 “여자
[이지아] “어릴 때부터 액션영화가 너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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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 2월, 새 앨범 《Modern Times》를 발표하고 전국을 돌며 국내 팬들과 만나는 독주회를 가졌다. 국내에는 2013년 첫 독주회 이후 꼬박 3년 만의 일이다. 일년 내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녀의 연주를 가까이서 보기 위한 팬들의 성원은 실로 뜨겁다. 그녀의 공연은 격식을 우선하는 클래식 공연보다 흡사 아이돌 공연장처럼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다.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이 젊은 천재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것일까. 20세기 근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변화와 젊은 피아니스트의 정체성에 관한 단단한 고민으로 이뤄진 독창적인 연주 앨범 《Modern Times》를 듣는 순간, 천재 딱지를 뗀 인간 손열음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전국을 돌며 하루 걸러 공연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를 마침 3월1일, 삼일절에 만났다.
-새 앨범 《Modern Times》의 컨셉이 독특하다. 이
[trans x cross] “클래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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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 젖살이 빠진 거”라며 멋쩍게 웃는 심은경이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해사한 피부 톤은 여전했지만 턱선이 날카로워져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정말 몰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극장에 갔는데 직원이 저보고 혹시 배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 그런 거 안 한다고 웃으면서 돌아나왔어요.” 다행이다. 아직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가 뼛속 깊이 새겨진 그 심은경이 맞다. 인터뷰 도중 입김으로 앞머리를 후후 불어넘기는 모습도 역시 영락없는 <써니>의 나미다. 반갑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 것은 영화 <널 기다리며>를 기점으로 이제 그만 나미와 오두리를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동년배 배우 그 누구보다 화려한 흥행 성적을 자랑하며 주목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불과 몇년 전 일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연기에 관한 그녀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영화
[심은경] 그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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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특수요원이 됐다. <BBC>의 시리즈물 드라마 <스푹스>를 영화화한 첩보 액션 스릴러물 <스푹스:MI5>(2015)에 출연한 키스 해링턴 얘기다. 영화에서 그는 영국 특수 정보국 MI5의 전직 요원이었다가 테러리스트의 탈주 이후 정보국의 부름을 다시 받은 사연 많은 남자 윌 할로웨이를 연기한다.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는 잠시 내려놓고, 처음으로 현대물에 도전한 키스 해링턴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즌5에서 존 스노우의 죽음이 암시된 후라 4월 방송예정인 <왕좌의 게임> 시즌6의 출연에 대해 묻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그는 올해 제작되는 자비에 돌란의 신작 <더 데스 앤드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에서 주인공 존 F. 도노반을 맡았다.
-<스푹스:MI5>로 현대극에 처음 출연했다.
[people] 검을 놓고 총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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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이력이다. <무수단>의 구모 감독은 2013년 장편 데뷔작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에 이어 또 한번 한국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쯤 되면 밀리터리물에 푹 빠진 장르영화 마니아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는 파리8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998년 <가장 아름다운 날>(Le jour le plus beau)로 워털루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유학파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 성실한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도 밀리터리 미스터리물로 선보이게 된 우여곡절을 들어봤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그의 모습에서 오래 공부한 영화학도의 모습이 묻어났다. 동시에 군대 이야기를 꺼내며 눈을 빛내는 걸 보니 그가 왜 굳이 밀리터리 영화를 연달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시사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 주변 반응이 궁금하진 않나.
=기술 시사 때는 대부분 우군들이라 좋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반응이
[people]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을 영화로 다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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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조이>는 혁신적인 밀대걸레 ‘미라클 몹’을 개발해 홈쇼핑에서 히트 친 미국의 여성 기업가 조이 망가노의 삶을 다룬다. 파란만장한 조이 망가노의 삶을 영화로 불러낸 이가 바로 프로듀서 켄 목이다.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 모델> <메이킹 더 밴드> 등 다수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10X10 엔터테인먼트 설립자 켄 목은 조이 망가노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었다. <인빈서블>(2006)에 이어 <조이>로 두 번째 영화 제작에 나선 켄 목을 만났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과는 첫 작업인데, 어떻게 <조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었나.
=<Made in the USA>(2005)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 심사위원 출연진으로 조이 망가노를 캐스팅하면서 그녀와 친분을 쌓게 됐다. 싱글맘으로 세 아이를 키우고, 조부모와 부모까지 부양하고, ‘미
[people] 방송 제작에서 영화 제작까지,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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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기다리며>로 감독 데뷔하는 모홍진 감독은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다. 그가 골방에 틀어박혀 만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 처음 영화화된 시나리오는 <우리동네>(2007)였다. 비록 시장에서는 외면받았지만 모홍진 감독은 이후 상업영화 시스템과 할리우드 스릴러에 맞선 한국적 스릴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감독 스스로 “스테이크와 와인에 대적할 수 있는 고추장식 스릴러”라고 명명한 <널 기다리며>는 과연 어떻게 다른 ‘한국산 스릴러’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걸까. 무려 15년 동안이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기다려온 어린 소녀 희주(심은경)의 이야기, <널 기다리며>의 각본과 연출까지 도맡은 모홍진 감독이, 활자로 새기는 이야기에서 영상으로 찍어내는 이야기로 영역 확대를 꾀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복수를 꿈꾸는 소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지키려는 자와 해하려는 자가 뒤섞이는,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인 영화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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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재미 먼저, 그 뒤에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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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감독 김지연)의 사고뭉치 형 진상(안보현)은 실상 그저 ‘동생바보’다. 가수지망생 동생 진호(이호원)는 형을 오해해 미워하고 있다. 진상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우애를 회복하려 애쓰고, 진호는 치근거리는 형이 귀찮기만 하다. 반면 안보현과 이호원은 놀라울 만큼 사이가 돈독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영화 주연작이라 긴장도 부담도 사이좋게 나눠 짊어진 모양이다. 누구나 아는 아이돌 ‘인피니트’의 ‘호야’ 대신 진짜 이름으로 연기에 도전한 이호원과, 어쩌면 장점일지도 모를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을 얼른 떼버리고 싶다는 야심찬 신인 안보현의 데뷔 고생담을 들어보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나서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안보현_감독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멋있어 보이게 연기했는데, 갈수록 진상의 투박한 속내가 나와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포장하는 대신 안보현 자체를 보여주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원_감독님이
[이호원, 안보현] 가깝고도 먼 진짜 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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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애덤 그린스 알라딘>
2014 <범죄의 제국>
2012 <굿바이 버클리>
2010 <이지 A>
2010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2009 <스텝 파더>
2008 <포에버 스트롱>
2007 <드라이브 쓰루>
2006 <존 터커 머스트 다이>
2003 <디베이팅 로버트 리>
2000 <더 플러퍼>
드라마
2007~12 <가십걸>
2006 <더 베드포드 다이어리>
2004~5 <더 마운틴>
2002 <두 오버>
1999 <윌 앤 그레이스>
“1970년대 음악은 X같아. 한 가지만 빼고.” <굿바이 버클리>에서, 아버지의 추모 공연을 준비하던 제프 버클리가 멈춰선 곳은 레코드 가게다. 고요한 레코드 가게에서 이 음반 저 음반을 뒤적거리던 그가 마침내 꺼내든 음반은 레드 제플린의
[who are you] 또 한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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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죽여주는 여자> 촬영
2015 <방안의 코끼리> 스테레오그래퍼
2014 <신촌좀비만화> 스테레오그래퍼
2011 <완벽한 파트너> 촬영
2006 <언니가 간다> 촬영
2005 <극장전> 조명
1998 <태양은 없다> 촬영부
“촬영감독이 시네마토그래퍼라면, 스테레오그래퍼는 2대의 카메라로 입체적인 이미지를 관장하는 사람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카파플러스(KAFA+)의 초빙교수이자 <신촌좀비만화>에 이은 두 번째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에서 3D를 담당한 김영노 스테레오그래퍼의 설명이다. 부연하면, 스테레오그래퍼는 사전에 3D의 입체값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3D 촬영장비 리그를 조작하며, 후반엔 입체값을 매끄럽게 하는 스위트닝 작업까지 전 과정에서 3D를 총괄하는 스탭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국내에선 5번째로 3D로 촬영된 영화로, 스토리에 맞는 기
[STAFF 37.5] “운명이 나에게 주는 걸 거부하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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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만큼 유연하게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자는 드물다. 그는 영화감독이자 연극연출가이며, 방송작가이자 입담 좋은 예능 게스트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그이지만, 여전히 장진에게는 휴식보다 새로운 자극이 더 절실한 듯 보인다. 올해 그는 두편의 신작 연극 <꽃의 비밀>과 <얼음>으로 대학로 관객을 만났다. 지난 2014년 말, 무언가에 홀린 듯 2주 만에 써내려나갔다는 이 두 작품은 배우의 연기에 대한 매혹과 연극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한편 3월 중순이 지나고 나면 현재 디지털방송국 메이크어스를 통해 개설한 장진 전용 채널 ‘딩고타임’의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소식도 더 많이 들려오게 될 것 같다. 그렇게 그는 창작자로서의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거나 무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긴장의 날을 벼리고 있다. “망하기 직전까지는 멈추지 않고 달려볼 것”이라고 말하는 장진은 당분간 충
[장진] “낯선 길도 거침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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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부작의 후반에 접어든 tvN 드라마 <시그널>. 장르적 재미를 구축한 김은희 작가의 대본에, 차가운 사건 사이사이, 인간적 온기를 놓치지 않는 김원석 PD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시그널>은 매회 시청률 10%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다. 이제훈은 무전기 하나로 과거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과 공조수사를 펼치며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프로파일러 박해영을 연기한다. 매 순간 상대 배우와 조우하고 있지만, 촬영장에서는 철저히 혼자 캐릭터를 구축해나가야 하는, 더없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기다. 이 도전의 시간에 매진해온 배우 이제훈을 만났다. <시그널>의 마지막 촬영을 앞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작품에 대한 애정과 만족감으로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시그널>의 반응이 상당하다.
=드라마에 출연한 게 세 번째인데 밖에 나가면 그전과는 반응이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사랑받는구나 하고
[이제훈] 신중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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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통•번역가, 각색작가로 살아가던 스물세살의 김수빈 감독은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엄마가 된다. 급박하게 진행된 결혼과 출산과 육아와 시집살이 과정을 김수빈 감독은 집요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김수빈이라는 한 개인의 셀프다큐멘터리로 시작한 <소꿉놀이>는 혼전 임신한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친정어머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나 갱년기 중년여성이 돼 피로해진 시어머니,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요리 유학을 떠나게 된 남편의 이야기까지 담으며 새로운 ‘역할 놀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들까지 들여다본다. 요즘은 뮤지컬 <뉴시즈>의 각색작가로 일하고 있다는 김수빈 감독. “어린이집에서 애 데리고 곧장 왔다”며 영화에서 보다 훌쩍 자란 딸과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빠는 영화 보기를 미루고 계시고, 엄마는 요상방통한 딸내미 때문에 가정사가 까발려졌다 하시고, 시어머니는 “네가 삶의 단편을 잘 캐치해냈구나”
[people]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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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행_눈길을 걷다>(이하 <설행>)는 지난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 중 한편으로 만들어졌다. 알코올중독 치료차 외딴 수도원을 방문한 정우(김태훈)의 혼몽을 그리며, <열세살, 수아>(2007)와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1, 이하 <청포도 사탕>)에 이은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전주에서 소개된 이후 제50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제5회 사할린국제영화제, 제46회 인도국제영화제, 제39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등 세계 각지를 돌다 마침내 3월3일 정식으로 국내 개봉한다. 서늘하고 정적인 영화의 무드와 다르게 김희정 감독은 수다스럽고 뜨거운 사람이었다.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만나 상징과 혼돈으로 가득 찬 영화의 찰나에 대해 물었다.
-많은 나라를 돌았다. 상영 뒤, 각국의 반응과 시선이 제각각이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인도에선
[people] 예민하고 서툰 사람들에 대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