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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니드(도라 버치)와 레베카(스칼렛 요한슨)는 세상 만사에 냉소적인 단짝 친구들. 맘에도 없이 친한 척하는 동창생, 겉멋만 든 남자애들부터 예술에 대한 지적 허영을 가진 미술 선생님, 카페에서 본 사탄 숭배자 커플까지 매사 시시콜콜 비꼬는 게 낙이다. 내심 호감은 있지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조쉬(브래드 렌프로)에게도 곱게 말하는 법이 없다. 우연히 잡지에서 예전에 스쳐간 여인을 찾는 광고를 본 둘은 장난전화를 걸고, 광고를 낸 시모어(스티브 부세미)를 불러낸다. 시모어는 볼품없는 외모에 레코드 수집광인 중년의 독신남. 장난스런 호기심으로 시모어에게 접근한 이니드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그에게 차츰 빠져든다.■ Review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갖는 사이, (원작자) 클라우즈의 말을 빌리면 ‘마술 같은 시간’에 놓인 태만한 두 10대에 대한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문구처럼, <판타스틱 소녀백서&g
[Review] 판타스틱 소녀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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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새로 부임해온 젊은 신부는 전임사제의 백발을 염색하며 “순종하며 지내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늙은 신부를 배웅하고 성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교도관들이 찾아와 살인범의 종부성사를 부탁한다. 사형장에서 죄수를 기다리는 동안, 답답하고 음울한 긴장이 흐른다.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살인범은 뜻밖에도 앳된 얼굴의 소년. 신부는 사형수가 미성년자라 생각하고 그를 구해보려하지만, 사형수는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Review“신념을 가지세요. 그러면 이루어집니다.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믿음을 지니세요.” 어린 죄수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비치지 않는다. 사형을 언도받은 소년이 사제를 위로하고 충고를 건네며, 영혼의 구원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할 신부가 혼란스러워하며 되레 설교를 듣게되는 이 이야기는 1954년에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년이 사형 ‘집행’을 당하는 순간은 그가 아버지 살해를 ‘집행’하던 당시와 교차한다. 하얀 수의와 피묻은 칼,
[Review]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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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개구리가 성가시게 울어젖히는 시골. 부엌으로 내려선 할머니는 가마솥에서 따뜻한 물을 퍼서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아 말리고 얼굴을 꼼꼼하게 매만진다. 방에는 아들의 시신이 창백하게 누워 있다. 할머니는 자신을 단장하던 것과 똑같이 세심한 몸짓으로 아들의 주검을 구석구석 닦는다. 녹음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며 웃는 아들의 영상이 잠시 떠오르고 다시 사라진다. 괘종시계가 여섯번을 울리자, 할머니는 추를 잡아 시계를 멈춘다.■ Review크로노스의 낫은 잔인하고 가차없다. 종종 소중한 것들과 고통을 맞바꾸고 총총히 사라지지는 시간의 힘을 이길 자는 없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숨이 멎은 아들의 입가에 귀를 갖다대고, 창백한 사지를 헛되이 쓸어주기를 그치지 않는다. 마치 야속한 시간을 되돌려보겠다는 듯이, 한때 따스한 피가 돌던 뼈와 살점들을 한없이 닦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추를 붙드는 주름진 손은 시끄러운 뻐꾸기며 벌레소리들도 멎게 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Review]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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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할아버지는 부동산에 나가고, 정신이 맑지 못한 할머니가 혼자 집을 지킨다. 학사모 쓴 아들의 사진을 꺼내 빼뚜룸히 걸어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운동화발로 마루에 들어와 장롱을 뒤지고 있던 도둑을 아들로 착각하고, 애지중지하던 자개보석함에서 손목시계를 꺼내준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당장 김장을 하자며 떼를 쓴다. 어느 날 소포로 배달되어온 보석함에는 진주목걸이며 노리개와 함께 부부의 젊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들어 있다.■ Review<초겨울 점심>은 지글대는 조기구이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빨갛게 잘 익은 김치를 비추며 상을 물린다. “이봐, 뭘 꾸물대?” 백발의 남편은 무뚝뚝하기 그지없지만,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날마다 식사를 준비하는 자상함이 있다.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적이어서 ‘사랑’이나 ‘헌신’ 같은 이름을 붙이기조차 낯간지럽지만, 수천번의 끼니를 함께하며 같이 늙어온 이들의 정겨운 유대감과 안타까운 연민이 이 노인들에
[Review] 초겨울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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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한반도가 통일된 뒤인 2020년. 은퇴한 과학자들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와중에 이 사건에 투입된 특수수사대의 반장 석(김승우)의 아들까지 납치된다. 인질극이 벌어지던 현장에 뛰어들어간 석은 자기 아들을 쏘게 된다. 아들이 범인들의 옷에 싸여져 있었던 것. 석은 아직 죽지 않은 아들을, 완전히 회생시킬 의료기술이 발달할 때까지 냉동보관시킨다. 1년 뒤 도심 한가운데서 경찰청장이 납치된다. 특수수사대는 이 일련의 사건이 과거에 국방부가 추진했던 비밀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 Review
‘SF’(공상과학)라는 말뜻에 충실하게 다가선다면, <예스터데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본격적인 SF영화다. <천사몽>이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야기의 전제가 되고 갈등의 중심에 놓이는 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서 해방되지 않았다는 과거사의 가정이 이야
[Review] 예스터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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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 21세기, 국가권력보다도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엄브렐러’사의 비밀연구소 하이브에서 바이러스 유출사고가 벌어진다.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 레드 퀸은 즉각 연구소를 봉쇄하고, 감염을 우려하여 모든 직원을 말살한다. 레드 퀸을 재부팅하고 연구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엄브렐러의 특수부대가 하이브로 잠입한다. 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특수부대와 함께 레드 퀸을 찾아간다. 레드 퀸이 살포한 신경가스에 노출되었던 앨리스의 기억은 불완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되살아난다. 앨리스와 특수부대는 레드 퀸에게 접근하여 재부팅에 성공하지만, 방어 시스템 때문에 특수부대 절반이 목숨을 잃는다. 하이브를 빠져나오려던 앨리스 일행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 연구원들과 맞닥뜨린다. 동력을 끄고 재부팅하는 바람에 닫혀 있는 문이 모두 열려 좀비와 연구중이던 기형생물들이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 Review
<레지던트 이블>의 원작은,
[Review] 레지던트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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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루비(릴리 소비에스키)는 반항적이고 불량스러우며 11살난 동생 레트(트레버 모건)와도 쉴새없이 다투는 16살 사춘기 소녀. 어느 날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루비와 레트는 천애고아가 된다. 변호사는 그들의 부모가 꽤 많은 유산을 남겼고, 후견인도 지정해두었다고 전해준다. 후견인은 오랫동안 옆집에 살았던 에린(다이앤 레인)과 테리 글래스(스텔란 스카스가드) 부부. 다정한 글래스 부부는 말리부 해변에, 유리를 주조로 지은 멋진 집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하지만 글래스 부부는 어딘지 믿기 힘들다. 불행한 남매에게 또다른 위험이 찾아온다.■ Review네 이웃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 <글래스 하우스>의 인상좋은 글래스 부부가 탐내는 것은, 이웃의 화목함이나 섹시한 젊은 아내가 아니라 돈이다. 재정파탄의 위기를 맞은 글래스 부부는 음모를 꾸민다. 그 지점에서 <글래스 하우스>는 시작한다. 하지만 우습다. 직접 돈을 훔치거나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사이좋게
[Review] 글래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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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염되고, 파괴되고, 더이상 복구할 수 없는 세상. 한웅은 이 죄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외면하고자 하지만, 그럴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들이 괴로워하는 환영과 악몽에 시달린다. 그렇게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웅 앞에 어느 날 천무가 홀연히 나타나고. 그녀는 한웅에게 환영 속에 등장하는 12정령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일러주며, 태초의 남자였던 한웅의 속죄와 정화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Review <마고>는 기네스북에 오를 영화다.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무려 825명의 배우들이 나체로 등장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서조차 “노출에 관한 한 아직까지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세간의 ‘호기심’과 달리,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일단 진지하다. “파괴로 치닫는 현대 문명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라는 홍보문구
[Review] 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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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루시(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오래 전에 멀어진 옛 친구 미미(타린 매닝)로부터 LA까지 함께 여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루시와 미미, 키트(조이 살다나)는 10년 전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 강간당한 뒤 임신한 미미는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루시는 세살 때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아, 키트는 UCLA에 진학한 뒤 무심해진 애인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여행을 떠난다.■ Review<크로스로드>의 프로듀서 앤 칼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덕분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녀는 자이브 레코드의 사장 클라이브 칼더가 제작비를 댄 이유를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브리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어쩌면 칼더는 몇년 전 칼리가 래퍼 윌 스미스를 주연으로 삼아 영화를 제작하자고 건의했던 일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스피어스는 윌 스미스가 아니었다
[Review] 크로스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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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등학교를 졸업한 캐시(멜리사 세이지밀러)가 먼 대학도시로 이사하는 날, 남자친구인 숀(케이시 애플렉)과 친구 매트(웨스 벤슬리), 애니(엘리자베스 더시쿠)가 축하하며 캐시를 동행한다. 도중에 나이트클럽에 들렀다가 다시 떠나는 길. 나이트클럽에서 보았던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탄 차가 갑자기 앞을 막아, 캐시의 차는 언덕을 구른다.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건 숀을 제외한 3명. 사고 전 뜻하지 않게 옛 남자친구였던 매트와 키스하는 모습을 숀에게 들켰던 캐시는, 숀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숀의 환영과 나이트클럽의 남자들이 점점 더 뒤죽박죽이 되어 그녀를 괴롭히는 동안, 대학의 상담신부 주드(루크 윌슨)가 캐시를 도와준다.
■ Review
잠깐 동안의 성적 일탈, 그리고 뒤따르는 교통사고와 악몽 같은 사건들. 누가 산 사람인가 누가 귀신인가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 사랑하는 어떤 남자와 섹스한 뒤 옆에 다른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되는 아침. <소울 서
[Review] 소울 서바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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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달동네에 사는 소년 해적(이정진)은 길거리에서 찐빵을 먹고 있던 소녀 봉자(한채영)에게 첫눈에 반한다. 친구 봉팔(임창정)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술집에 나가기로 결심한 착한 아이. 해적은 봉팔과 성기(양동근)와 함께 그녀를 구하고자 황제 나이트로 쳐들어가지만 프로 건달들의 주먹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나이트 주인인 큰형님은 해적의 ‘살아 있는’ 눈빛을 높이 사 딱 한 가지 일만 해내면 봉자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일주일 뒤에 열리는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라는 것. 열여덟 평생 스텝 한번 밟아본 적 없는 해적은 일주일 동안 피나는 수련에 돌입한다.
■ Review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은 7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다. 74년생인 그는 노인들이나 귀기울였을 약장수의 공연을 좋아했고,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만담 코미디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의 시대감
[Review] 해적,디스코왕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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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화학과를 나온 맥켈로이(새뮤얼 L. 잭슨)는 잘못된 인연으로, 30년간 마약상 리자드(미트 로프)의 수하에서 마약을 만들어왔다. 마침내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는 맥켈로이는 기존 마약의 50배 이상의 효능을 지닌 신종 마약 POS-51을 개발하고, 리자드를 비롯한 마약상들을 모아 성능을 시험하는 자리를 만든다. 폭탄이 터지고, 맥켈로이는 영국의 마약상 듀런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뜬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자드는 킬러인 다코타(에밀리 모티머)에게 듀란을 죽이고, 맥켈로이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전 애인인 펠릭스(로버트 칼라일)가 있는 영국으로 가기는 싫었지만, 모든 빚을 청산하고 25만달러를 준다는 말에 다코타는 수락한다.■ Review 듀란은 맥켈로이를 마중하기 위해 미국인을 싫어하는 펠릭스를 보낸다. 가던 길에 펠릭스는 훌리건이 가득한 술집에 들어가 시비를 걸고 도망친다. 공항에서는 정보를 입수한 스킨헤드족이 펠릭스에게 접근하다가 두들겨맞는다. 맥켈로이가 온다는 정보를
[Review] 51번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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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초등학생인 지미 뉴트론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토스터를 개조한 인공위성을 띄워 외계와의 교신을 시도하고, 사물을 조그맣게 만드는 광선장치 등 엉뚱한 발명을 즐긴다. 지미가 친구들과 몰래 놀이공원에 놀러간 밤, 도시 전체의 부모들이 사라진다. 밤늦도록 노는 자유의 기쁨은 잠깐. 부모의 빈자리를 깨달은 아이들은 외계인들에게 납치된 부모를 구하러 떠난다.■ Review <지미 뉴트론>은 동심의 눈높이에 충실한 상상력의 필치가 두드러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만든 로켓을 타고 떠나는 모험, 로봇 혹은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잔소리꾼 어른들이 없는 아이들의 낙원. 어린 날의 공상 속에 존재할(혹은 존재했을) 법한 다양한 가설을, 화사한 3D컴퓨터그래픽과 만화적인 판타지로 천연덕스럽게 펼쳐 보인다.이를테면 지미는 머리가 좋을 뿐아니라 과장되게 큰 ‘가분수’.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기계처럼 옷을 입혀주는 것부터 머리 빗기, 양치질을 돕는 자동
[Review] 지미 뉴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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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캘리포니아 해안의 호젓한 마을 숲 속에서 교살당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터프한 강력계 형사 캐시 메이웨더(샌드라 불럭)와 신참인 샘 케네디(벤 채플린)가 사건을 맡는다. 캐시는 현장에 남아 있던 운동화 발자국을 단서로 고교생 리처드 헤이우드(라이언 고슬링)을 심문하지만 신발은 도난당했고, 알리바이도 완벽하다. 범인은 학교의 수위로 밝혀지지만, 캐시는 리처드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갖는다.■ Review 히치콕의 <로프>가 형사 콜롬보를 만났다? 1924년 데이비드와 코엡이라는 두 고교생이 벌였던 희대의 살인사건을 21세기 스타일로 손질한 스릴러 <머더 바이 넘버>는, 사랑에 빠진 두 남자가 소심한 친구를 로프로 목졸라 살해하는 히치콕의 스릴러 <로프>처럼 두명의 고교생이 살인게임을 벌이면서 시작한다. 그들이 범인이라는 것은 알려주지만 사건의 전모를 미리 보여주지는 않는다. <형사 콜롬보>처럼 범인을 노출하되 범행수법은 노출하지
[Review] 머더 바이 넘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