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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자신이 지옥에 있음을 알게 된 두 남자 아담(리 와넬)과 고든(캐리 엘위스). 허름한 지하실 벽에 연결된 묵직한 쇠줄은 발목을 옥죄고 있고, 반대편 벽에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상태로 묶여 있다. 방 한복판에는 머리를 총으로 쏘아 자살한 남자의 시체가 보인다.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감금된 이들은 방 안에 있는 모든 단서와 자신의 기억을 활용해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 둘은 각자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시키고, 낯선 목소리는 일방적으로 명령한다. “8시간 안에 고든은 아담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물론 고든의 가족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남을 죽일 것인가. 아무리 애써도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두 가지.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권총 한 자루, 그리고 쇠줄은 끊을 수 없지만 인간의 신체를 자를 만
극한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공포, <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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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을 그만두고 착하게 살고 있는 신 사장(오달수)은 빚을 갚지 못해 가게를 빼앗기기 직전 160억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신 사장과 부하 재철(이정진)은 미친 듯이 기뻐하지만 아래층 다방 레지 장미가 복권을 들고 달아나버린다. 신 사장은 부패한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30억원을 약속하면서 재철과 함께 장미를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장미의 고향 마파도에 들어간 충수와 재철은 회장댁(여운계)과 진안댁(김수미) 등 다섯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만나고, 다음 배가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동안, 뜻하지 않게 노인들의 일꾼 신세가 되고 만다.
마파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전남 영광군의 벼랑 끝에 밭을 일구고 집을 지었다는 마파도 야외세트는 한발만 나서면 녹색과 푸른색 논밭과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런 섬에서 일주일 동안 머문다면 마음이 조금 순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TV도 없는 외딴섬에서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할머니들과 며칠 함께한다고 해서 마땅히 가
문화와 세대, 캐릭터가 충돌하는 웃음, <마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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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윌 스미스)는 데이트 신청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소심한 뉴욕 남자들을 위한 데이트 코치다. 그는 연‘애’계의 배트맨처럼 고담시티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은밀히 고객과 접선하는 전문 선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히치가 늘어놓는 연애의 법칙들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처음 다가가는 순간에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상대를 매혹시킬 기회는 있다”는 당연한 일반론과 “여자들에게는 첫 키스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공상과학적 조언에 귀기울이는 뉴욕 남자들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나보다. 가장 가엾은 고객은 칠칠치 못한 과체중의 회계사 알버트(케빈 제임스). 이 남자는 심지어 전략적 스토킹을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듯하다. (슈퍼모델 ‘앰버 발레타’가 연기하는) 상속녀 알레그라를 애인으로 만드려는 이유가 “누구도 그녀의 진심을 알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니, 이런 식으로 육체적 욕망을 정당화,
알맹이 없는 교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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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을 다루는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그들을 단순무식한 이분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너무 아프고 힘들어, 라고 악쓰며 칭얼대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여자, 정혜>는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데 이건 실패하기 쉬운 우회로를 택했다는 뜻이다. 상처의 기승전결을 직설법이 아닌 다른 대체재로 풀어가겠다는 것이고, 그 은유의 화술은 자칫 작가의 예술적 자의식 안에 갇혀 소통의 출구를 잃어버리기 쉽다. 아니면 젠체하나 실은 식상한 비유의 세계에 머물러 있거나.
<여자, 정혜>는 모험적으로 그 덫들을 피해간다. 우선, 정혜의 사적이고 공적인 공간들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거다. 조그만 아파트 안에서 식물처럼 호흡하며 물을 섭취하고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살아 있다는 자각을 느끼는 정혜의 사적인 일상들. 조그만 우체국 안에서 모두 바삐 움직이지만 소란스럽지도 유별나지도 않는 정혜의 공적인 일상들. 그러다가 문득 낯선 남자에게 “저희 집에서 저녁
‘상처받은 영혼’을 다루는 은유의 화술, <여자, 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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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주네가 오드리 토투와 재회했다는 소식에 반사적으로 떠오른 생각. <아멜리에> 속편을 만들려나? 그런데 잘못 짚었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신작 <인게이지먼트>는 약혼자의 전사 통보를 받은 여인이 연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를 낯선 이미지로 풀어 보이던 주네였기에, 참혹한 전쟁과 애절한 사랑이 교차하는, 너무 익숙해서 닳은 느낌이 나는 이 소재는, 그답지 않은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뜻밖에도 <인게이지먼트>는 주네가 무려 10년 전부터 기획하던 프로젝트로, <아멜리에>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실이 되었다. 진부해 보이는 전쟁멜로에서, 주네는 어떤 미덕을 발견한 걸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나 반대로 모두가 보는 대로 보지 않는 눈을 지닌 마틸드의 결심,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그 역시 다른 감독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감독인 만큼, 아주 ‘다른
전쟁과 사랑의 판타지 같은 서사, <인게이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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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이 아닌 공포에 반응한다.” 정치 고단수였던 리처드 닉슨의 이 말은 비단 매카시즘이 판치던 냉전시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공포감 조성을 통한 표몰이는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그 효용성을 인정받아온 전통 깊은 ‘정치기법’이다. 공포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은 비단 정치가뿐만이 아니다. 안보위기를 부추겨 무기를 팔아먹는 군수업자나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충격효과를 노리는 언론 등은 모두 이 ‘공포 문화’의 수혜자들이다. 이들 세력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돈과 권력을 획득하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생산한다는 데 있다.
조너선 드미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가 서 있는 지점 또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공공연히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미국의 정치판이다. 12년 전 걸프전에 참전했던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과 레이먼드 쇼 상사(리브 슈라이버)의 부대는 적의 급작스런 공격을 받지만, 쇼의 영웅
미국사회의 어두움을 건드리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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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2002)는 SF 및 공포영화 장르 안에서 기괴한 육체성과 초월적 신세계를 다뤄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전작들과 달리 정적이지만 좀더 정교한 심리의 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열차에서 내린 ‘미스터 클레그’(랠프 파인즈)는 윌킨슨 부인(린 레드그레이브)이 운영하는 사회 복귀 시설로 찾아든다. 한눈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는 정신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클레그가 이곳을 찾은 뒤부터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 장면들과 병렬로 진행된다. 그 시절은 불운했다. 아버지(가브리엘 번)는 순박한 어머니(미란다 리처드슨)를 두고, 동네 술집에서 알게 된 매춘부(미란다 리처드슨)와 바람을 피운다. 게다가 어린 미스터 클레그는 어머니가 그들 손에 살해당하는 것을 봤다고 믿거나 실제 봤다. 이 장면들이 벌어지는 어린 시절의 시간과 장소를 성인이 된 클레그는 망령처럼 돌아다니며 다시 목격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프로이트와 오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병든 무의식을 그려낸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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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보다 불편한 존재는 없다. 영화로 담아내기엔 아버지는 코끼리처럼 너무 크고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따뜻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헛된 소망은 버리는 게 좋다. 스크린에서 아버지들은 상투적으로 둘 중 하나인데, 권력을 전횡하거나 무기력하다. 그들이 살해되거나 쫓겨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스크린에서 부성의 목소리를 복원시키는 희귀한 감독이다. <퍼펙트 월드>에서 납치된 아이 버즈는 탈옥수 케빈 코스트너에게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힐러리 스왱크(매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던)에게서 그림자처럼 자신의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클린트 월드’는 아버지가 만들어가는 세계다. 플롯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서 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양로원에 있어야 할 아버지 비행사들이 MIT 출신의 오만방자한 젊은 아들들을 가르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대하는 태도를 본 뒤에 관객은 사형수
마음을 흔드는 무기력한 아버지의 초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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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어머니 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감독의 어머니는 6남매를 출가시킨 뒤 자신의 삶을 찾아 독립했다. 감독 역시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어, 한명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딸로서 장한 어머니가 뒤늦게 여자가 되어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다. 폭음을 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낯선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엄마를 바라보며 감독과 자식들은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분장처럼 새하얀 화장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서는 밝은 표정의 엄마를 한명의 여자로 받아들이기에 자식들은 그런 엄마가 민망하고 안쓰럽다.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어린 시절의 상처, 엄마의 상처가 고름이 되어 감독의 시선을 흐릴 무렵, 그녀들은 셋째언니의 터전,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낯선 땅에서 과거와의 화해를 거부하던 언니 역시 딸들의 엄마가 되어 있다. 어색한 모녀들의 만남과 아픔의 눈물 뒤에 언니는 엄마가 되어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고, 감독은 언니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끌어안는다. 각자의 마음을 떠돌던 고통이 한자리에 모
세월을 함께한 여인들의 상처 어린 소통,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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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고 있는 늙은 자매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영상으로 전한다. 감독은 한국에 사는 할머니와 미국으로 이민 간 이모할머니에게 카메라를 대며 그녀들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흔 가까이의 나이, 두 노인에게 남은 건 남편의 무덤과 출가한 자식들, 그리고 때때로 떠올리는 자매와의 그리운 추억뿐이다. 카메라는 서로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비추고 한옥과 LA의 풍경을 번갈아 담아내며 한국과 미국의 그 먼 거리, 두 할머니의 긴 이별을 조금씩 좁히고 있다. 서로의 말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두 노인의 통화장면은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감독은 그 쓸쓸함을, 그녀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오가며 서로에게 전달할 반가운 영상편지를 완성한다. 그것은 감독이 할머니들에게 선사하는 생의 마지막 봄날일지 모른다. 보고 또 보아도 닳지 않는 봄날의 편지. 사진 속 나란히 서 있는 어린 두 자매의 파릇한 얼굴이 이 따사로운 영상편지 속에서
늙은 자매의 긴밀한 소통,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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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둔 세계적 지휘자 피에르 모항주(자크 페렝)에게 어머니의 부음이 전해진다. 침착하게 공연을 마친 뒤 귀국해 장례를 치른 그를 옛 친구가 방문한다. 친구가 내민 기숙학교 시절의 사진과 한권의 낡은 일기는 거장에게 음악의 영감을 처음 가르쳐준 스승의 기억을 불러낸다. <시네마천국>에서 영화감독 살바토레로 분했던 자크 페렝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음악가가 되어 똑같은 회상에 잠기는 그의 모습에 미소지을 것이다.
프랑스 국민 20%를 관객으로 동원한 흥행 여세를 몰아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프랑스 후보작으로 출품된 <코러스>는, 몇 소절만 귀기울이면 아름다운 멜로디를 미리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 같다. 진실한 가르침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놓는 참다운 교사가 이 익숙한 노래의 주인공. 때는 1949년. 음악가로서 경력의 막장에 다다른 클레망 마티유(제라르 쥐노)는 전후 폐허에서 버림받고 비뚤어진 소년들을 모아놓은 초라한 기숙
불우한 아이들과 다정한 교사가 엮어가는,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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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마리는 진동을 예민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작가다. “이것은 그의 몸이다. 나는 심장과 살갗으로 진동을 느낀다.” “측면에 붙은 스위치를 누르자 얇은 막이 진동을 하는 것 같다. 그 떨림이 나의 사고를 잘게 부수었다.” 자신의 소설 <바이브레이터> <뮤즈>에 이런 문장들을 적어넣은 아카사카 마리는 왠지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어서 이렇게 민감해진 거라는 인상을 주곤 한다. 핑크영화로 출발한 중견감독 히로키 류이치는 이처럼 여성의 육체를 가져야만 공명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소설을 조심스럽고 세심한 터치로 감싸안아 스크린 위에 가져다놓았다.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둘러싸인 젊은 여자가 자신보다 어린 남자와 여행을 하고,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고요한 침묵을 찾게 되는 여정. <바이브레이터>는 제목이 주는 선정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묻어버렸으나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상처를 깊은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다.
르포라이터 하야카와 레이(데라지마 시노부
고요한 침묵을 찾게 되는 여정, <바이브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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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킬러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은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와 함께 갱단보스 야니 고골락을 살해하고 조직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4년 뒤, 야니의 아버지 라즐로(케빈 폴락)가 복수를 다짐하면서 감옥에서 나온다. 라즐로는 지미를 찾아내기 위해 지미의 전처이자 오즈의 아내인 신시아를 유괴하고, 지미에게 도움을 청하러 떠난 오즈의 뒤를 쫓아간다. 지미는 그 사이 킬러 지망생인 아내 질에게 잔소리나 퍼붓고 가사에만 몰두하는 별볼일 없는 남자가 되어 있다. “너 살자고 나 죽을 수 없다”면서 매몰차게 외면하는 지미. 그는 은신처를 습격해온 라즐로 일당을 피해 하는 수 없이 질과 오즈와 달아나지만, 뭔가 생각해둔 계획이 있는 듯하다.
<나인 야드2>는 4년 만에 제작된 <나인 야드>의 속편이다. 그사이 아기자기한 굴곡과 반전을 잊었다고 해도 음각과 양각처럼 서로를 채워주던 두명의 남자는 잊지 못했을 것이다. 지미와 오즈 혹은 브루스 윌리스와 매튜 페리. 스포츠
2억 8천만 불을 둘러싼 유쾌한 대박 전쟁, <나인 야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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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잃은 눈동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 그리고 죽음처럼 고요한 표정. 영화 전체의 공기가 안개처럼 탁하고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이 어린 딸, 다코타 패닝의 연기 덕분이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서늘함을 뿜어내는 이 어린 소녀의 연기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소름끼친다. 그러나 소녀의 표정에서 슬픈 두려움을 끌어내기에 영화가 내세우는 공포의 미학은 다소 낡고 전형적이다. 갑작스런 엄마의 자살로 실의에 빠진 딸을 위해 데이비드(로버트 드 니로)는 도시 외곽으로 이사를 한다. 새로운 공간에 점차 적응해가던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는 어느 날부터인가 상상 속의 친구 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에밀리가 찰리의 존재에 확신을 가질수록 집안 곳곳에는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데이비드 역시 찰리가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닐 수도 있음에 의심을 품고 그로부터 어린 딸을 구해내기 위해 비밀을 밝혀나간다.
영화가 노리는 지점은 나이트 샤말란의 등장 이후 모든 공포영화의 강박
보이지 않는 존재와 벌이는 죽음의 게임, <숨바꼭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