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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을 나갔다.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를 힐끔 보고는 엄마가 남긴 돈을 꼼꼼히 세어보고,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당분간 엄마가 안 올 거라고 일러준다. 동생도 놀라는 기색없이, 세탁기를 마저 돌린다. 그렇게 계절이 세번 바뀌었다. 돈은 진작 떨어졌고, 전기도 수도도 끊겼다. 처음으로 다 같이 외출하던 날, 그들은 아스팔트 보도 틈에서 솟아난 잡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누가 버리고 갔나봐. 불쌍하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거둬들인 잡초에 이름을 붙이고 정성껏 보살핀다. 기왕이면 먹을 수 있는 야채를 키우지 그랬니, 엄마의 새 주소로 찾아가면 됐을 텐데, 하는 탄식어린 충고는 부질없다. 그건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궁핍하고 위태로워 보이긴 해도, 아이들의 우주는 그 자체로 싱그럽고 풍요롭다.
17년 전 도쿄에서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강조하는 것처럼 “
슬프지만 아름다운 성장의 기록,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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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엔 세 가지 이야기가 포개져 있다. 하나는 매를 맞으며 돈을 버는 퇴물 복서, 다른 하나는 소년원에서 권투로 갱생하는 복서 이야기이며, 그리고 마지막은 둘이 만나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류승완 감독의 체취가 물씬한 것은 당연히 소년원 복서 이야기이다. <주먹이…>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은 막장 인생 3부작이라 부를 만하다. 아니 이것은 <죽거나…>의 류상환(<주먹이…>에서도 류상환)의 성장담이다.
<죽거나…>와 <피도 눈물도…>에서 류승완은 이전의 한국영화에 없던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발이 부르터라 뛴 취재기록이거나 직접 살아본 체험이 아니면 건져내기 어려운 막장의 느낌, 그리고 기습적으로 내지르는 펀치 같은 별난 캐릭터들(이를테면 <죽거나…>의 깡패 태훈)은 젊은 작가 류승완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폭력교사를 두
굴곡진 삶과 그 안에 숨겨둔 희망,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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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삶에 대한 미련을 보여주는 증거일까 아니면 엄정한 선택의 결과물일까. 이에 대해 영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색다른 소재로 동시대의 욕망을 예민하게 포착했던 김영하의 동명원작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 한번도 자신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 적이 없는 행위예술가 마라(추상미), 사랑이 게임인 양 거짓 속에 진심을 담는 호스티스 세연(수아), 쿨한 죽음을 동경한 끝에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폭주족 커트(최성호)는 조금씩 다른 이유로 죽음을 곁눈질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헐거운 연결고리로 작가이자 카운슬러이며 자살도우미인 S(정보석)가 등장한다.
아마도 감독은 원작의 아우라를 최대한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다. 마라와 세연은 소설 속 미미와 유디트와 거의 유사하고, 우연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커트는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다. S가 베니스에서 만나는 홍콩 여자의 에피소드는 마라와 세연의 에피소드에 분배되
시효가 다한 소재와 진부한 방식,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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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우연히 어떤 사건으로 인생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온갖 위험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표현하는 역설이자, 안타까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고급 호텔 매니저급으로 일하고 있는 김선우(이병헌). 일명 김 실장으로 통하는 이 사내가 실제로 하는 일은 호텔 강 사장(김영철)의 오른팔 격인 해결사다. 호텔 영업에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을 때마다 그는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며 강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한편, 조직 내 왼팔 격인 문석(김뢰하)은 호시탐탐 김선우를 쓰러뜨릴 계획만 세운다. 어느 날 보스는 김 실장을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3일 동안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의 어린 정부를 감시하라는 것. 만약 다른 남자와 어깨라도 스치는 것 같으면 알아서 처치하라는 것. 그러나 김 실장은 잠깐 본 강 사장의 정부 희수(신민아)에게 마음을 뺏기고, 명을 어긴다. 그 즈음, 백 사장(황정민)파와 세 싸움을 하던 김선우는 백
지나치게 스타일만 강조한 누아르,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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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염, 장엄한 음악, 그리고 불굴의 희생정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스펙터클과 몸집을 집어삼킬 듯한 물줄기를 들고 휘청거리는 소방관의 긴장만으로도 ‘화재영화’들은 충분히 영화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거기까지다. 이 자연적인 볼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뻔한 구조와 진부한 영웅담만이 남기 때문이다. <리베라 메> <싸이렌>이 그랬듯 <래더 49> 역시 같은 길을 걷는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특이할 만한 점을 찾는다면 <래더 49>에는 아무런 갈등의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물들간의 갈등에 기댄 특별한 극적 구조가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해주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고 불길 속에 갇힌 소방관 잭 모리슨(와킨 피닉스)은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그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질수록 지나간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신참 소방관 시절의 도전정신, 사랑에 빠져 꾸린
긴장감 없는 화재영화, <래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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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히 결합된 쌍둥이 남매와 그들 사이에 끼어든 소년. <몽상가들>의 전제는 장 콕토의 중편 <무서운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전후 프랑스의 악마적인 청춘들을 차갑게 묘사한 <무서운 아이들>과는 달리 <몽상가들>은 혁명의 한복판에서 자신들만의 낙원을 건설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몽정기’에 더욱 가깝다.
<몽상가들>은 이자벨과 테오, 매튜가 홀린 듯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앙리 랑글루아가 시네마테크 관장직에서 해임되고 68혁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아파트 안에 틀어박힌다. 그들은 이제 흑백 여배우 사진 앞에서 자위하거나 ‘모션퀴’를 통해 영화 지식을 시험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조차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건 거의 오로지 영화를 향한, 영화에 의한 시간(屍姦)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삶의 리얼리티와 혁명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취하고 사랑을 갈망하던 스무살, <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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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할리우드. 미국의 어느 지역이 아니다. 이곳은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지방의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영화 세트장으로 숱한 스파게티 웨스턴영화가 촬영된 곳이다. 서부극의 지위만큼이나 쇠락해버린 이곳엔 일군의 사람들이 깃들어 있으니, 한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지 C. 스콧의 대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는 훌리안(산초 그라시아)을 비롯한 스턴트맨이 그들이다. 여기서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한줌도 안 되는 관광객을 상대로 서부극의 한 장면을 쇼처럼 재연하는 것. 이 한가로운 동네에 훌리안의 손자 카를로스(루이스 카스트로)가 찾아오면서 <800 블렛>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카를로스와 훌리안이 가까워질 무렵, 엄마 라우라(카르멘 마우라)가 아들을 찾아 이곳을 찾아온다. 역시 스턴트맨이었던 남편이 시아버지 훌리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라우라는 ‘꿩 먹고 알 먹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난항을 겪고 있던 테마파크의 부지로 이곳을 선택해 비즈니스 문제도 해결하고
21세기 유럽에 구현한 남성들의 원더랜드, <800 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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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날고 팝아트풍의 크레딧과 크림의 몽환적인 <White Room>이 흐른 뒤, 화면에는 일본 나가사키 사세보항의 철조망 앞에 선 야자키 겐스케(쓰마부키 사토시)가 등장한다. 야자키가 학교의 소문난 얼짱인 야마다(안도 마사노부)와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출발. 희대의 거짓말쟁이, 말만 앞서는 순발력의 제왕 야자키와 책임감의 화신 야마다는 랭보를 통해 쉽게 단짝이 된다. 축제를 꿈꾸는 야자키의 야심은 8mm카메라를 빌리러 간 전공투 사무실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얼떨결에 이루어낸 바리케이드 봉쇄의 현장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대가가 기다린다. 열일곱살 소년에게 아름다운 소녀야말로 혁명의 깃발이다. 소년은 그 깃발을 따라 바리케이드 봉쇄, 무기정학, 축제를 기꺼이 겪어낸다. 주인공 야자키에게 개벽천지란 사회주의의 완성이나 인민의 해방이 아니다. 그저 영어연극반의 마츠이 가즈코(오오타 리나)의 연인이 되는 것만이 그의 ‘레종 데 트르(존재의
“즐기는 자가 이긴다”, <69 식스티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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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일은 평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울을 닮았다. 양쪽에 공평한 무게를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사랑에 성공하면 일이 엉망이 돼 있고, 일에 몰두하면 사랑은 지친다. 내놓고 자랑할 전성기도 없이 은퇴기를 맞이한 테니스 선수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커리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지레 ‘영화니까 가능할’ 어떤 한 가지 결론을 상상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고비, 한 고비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두개의 트로피를 모두 거머쥐는 인생. 이 점에서 영화 <윔블던>도 사랑과 일 중 적어도 한 분야에서는 절룩거리는 만인을 위한 싱그러운 판타지다.
피터 콜트(폴 베타니)는 커리어의 석양을 바라보는 영국의 테니스 선수다. 생애 최고 전적은 세계 랭킹 11위. 지금은 119위로 풀썩 내려앉았다. 부유한 아낙네들의 시간강사가 되어 선수 말년을 정리하는구나 싶었던 그는, 정말 운이 좋게도, 와일드 카드(출전자격을 따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퇴물 선수의 소심한 내면의 목소리, <윔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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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세계는 모든 것이 지독하게 푸르다. 너무 푸르러서 이곳에서는 아무도 아무것도 죽지 않을 것 같다. 우아한 깃털 구름이 흩뿌려진 하늘 아래 거울 같은 호수가 있고, 그 가장자리를 돌아 자전거를 달리면 젊은 아빠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 어린 아들 유지(다케이 아카시)가 사는 숲가 작은 집에 도착한다. 봄바람이 습기를 품자 타쿠미는 일기예보에 심장이 덜컹이고 유지는 테루테루 보우즈(갠 날씨를 기원하는 인형)를 거꾸로 매단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기우제를 드린다. 1년 전 병으로 숨진 타쿠미의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의 약속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러 올 거야.” 그리고, 미오는 정말 돌아온다. 문간에 버려진 갓난아기처럼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미오에게 남편과 아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고교 시절 짝꿍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더딘 사랑의 사연을 타쿠미가 미오에게 조금씩 들려주
완전하고 영구한 러브스토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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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운 나쁜 경찰 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다. 이번에는 LA 경찰국의 인질협상가 제프 탤리로 등장해 시작부터 인질 구조에 실패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걸 잊어보고자 교외 마을의 경찰서장을 자원했더니 사춘기 딸의 히스테리는 통제불능. 시끄러운 가정사만 제외하면 살 만하다 싶었더니, 이번엔 정신나간 10대 세명이 교외의 저택에서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부유한 회계사와 아들 딸을 인질로 잡은 10대들은 최첨단 저택에 갇혀서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내추럴 본 사이코’임이 밝혀진다. 설상가상으로 인질로 잡혀 있는 회계사와 연관된 범죄조직은 제프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 중요한 문서가 담긴 DVD를 저택에서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호스티지>는 ‘브루스 윌리스 영화’다. 새로운 것은 없다. 장르의 법칙 속에서 얼마나 공들여 긴장을 쌓아올리고, 액션의 호흡을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머지는 브루스 윌리스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
‘그때 그 영웅’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 <호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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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하나로는 스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연쇄살인마를 죽이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FBI 수사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펙트 제로>는 수많은 실종과 연쇄살인을 켜켜이 쌓고, 그 위에 원격투시가 가능한 사람들을 양성하는 FBI의 ‘이카로스 프로젝트’라는 고명을 얹었다. 제목인 서스펙트 제로란, 일정한 패턴이 없이 연쇄살인을 반복해서 프로파일링이 불가능한 범인을 뜻한다. 스펙만으로 보면 스릴러 팬들이 당장 덤벼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구소련에서 처음 시도한 이래 FBI가 일급 기밀 프로젝트로 실제 운영했다는 이카로스 프로젝트라는 음모론적인 그림자까지 드리워져 있으니.
언뜻 보기에 평화로운 광경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FBI 요원 토마스(아론 에크하트)는 연쇄살인범 체포 과정에서의 돌출행동으로 뉴 멕시코 지부로 전출당한다. 토마스는 세일즈맨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중 시체가 발견된 식당 주차장에 버려진 차 트렁크에서 또 다른 시체를 발견한다
꽉 짜인 스릴러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서스펙트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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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김선아)은 주로 잠복근무를 맡는 강력계 신참 여형사다. 검찰은 무시무시한 조폭 배두상(오광록)을 잡아넣기 위해 상대파의 차영재(김갑수)를 증인으로 확보하려 하지만 배두상을 피해 꼭꼭 숨어 지내는 그를 잡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차영재가 유일하게 접촉하는 그의 외동딸 차승희(남상미)를 감시하기로 하고, 천재인에게 같은 반 여학생으로 잠복근무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그러나 쌀쌀맞은 차승희와 친구하기는 개정판 교과서에서 출제된 모의고사 시험보기보다 힘들다. 그녀는 한반의 또 다른 전학생 강노영(공유)의 친절함에 가슴이 두근거려 미치겠다.
<잠복근무>는 ‘신참 여형사의 고등학교 잠복근무’라는 소재에서 가지칠 수 있는 웬만한 설정은 다 끌어들인 코미디액션멜로 경찰영화다. 재인이 까마득한 수학공식에 쩔쩔맬 때는 웃음을, 깡패 학생들이나 조폭을 상대할 때는 액션을, 멋진 언행과 표정으로 일관하는 강노영과 대면할 때는 멜로를 선사하고자 한다. 세상에 마음을 닫고 사는 상처 많
웬만한 설정은 다 끌어들인 코미디액션멜로 경찰영화, <잠복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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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변화들>은 선택과 선택 뒤에 남는 후회,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선택지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속의 인간은 후회하면서 동시에 갈망한다. 인간의 성적행동에 대한 보고서이지만 익히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에릭 로메르의 세계에서 죄의식과 망설임을 빼면 <가능한 변화들>의 주인공 문호와 종규가 된다. 문호와 종규는 반복되는 행위의 패턴, 기억의 착시현상 등 홍상수의 미시적 심리학과도 조금 거리가 있다. 그들은 홍상수의 인물이라기엔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덜 귀엽다.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뻔한 치정극도 없고 누군가 죽는 파국도 없이 감독은 두 남자의 동물행동학을 적어내려간다. 때로 그것은 평범하지만 때로 그것은 야릇한 활력으로 우리를 자극한다. 동물행동학 보고서의 양식은 멜로인데, 멜로 가운데서도 바람 피우기이다.
문호(정찬)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로 한 뻔한 먹물형 루저다. 그러나 카메라는 그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모습은 잡지
두 남자의 야릇한 동물행동학, <가능한 변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