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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지혜(박하선)는 뉴타운 건설로 곧 폭파될 지역에 한 남자가 침입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CCTV 화면에 얼굴이 잡힌 이 엉뚱한 사내는 다름 아닌 노(老)작가 최호(하명중)다. 자신이 끔찍이 따르는 할아버지 최호가 폭파 직전의 철거지구에 들어갔음을 알게 된 지혜는 시험 도중 학교를 뛰쳐나간다.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며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서 자랑하던 할아버지는 무슨 까닭으로 세상에서 곧 자취를 감출 동네에 흘러든 것일까. 아니, 할아버지가 고이 안고 있던 자그마한 보따리, 그 안에는 도대체 무슨 귀중품이 든 것일까. 최호는 그러나 손녀의 다급하고 애타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한다. 사라진 어머니의 체취를 뒤쫓고, 맥박을 느끼기에도 바쁘다. 자식 셋을 키웠으나 홀로 남았던 어머니의 한숨은 얼마나 깊었을까. 늙은 아들이 허물어진 벽을 쓰다듬으며 뒤늦은 후회를 들이마시는 동안 영화는 아직 식지 않은 어머니(한혜숙)의 온기를 과거로부터 조금씩 호출한다.
최인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
투박한 수제품 같은 느낌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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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시아>의 한 대목이 인용된다. 섹스가 끝나거나 장면이 바뀔 때엔 주인공의 목소리로 12편의 단가가 삽입된다. 대자로 뻗은 남자의 나체는 광합성을 하는 나무의 이미지로 연결되고 벨리댄스를 추는 여자의 몸동작은 에로티시즘으로 이어진다. <샐러드 기념일>로 유명한 작가 다와라 마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랑에 눈뜨다>는 33살의 여자 작가 카오리가 사랑과 삶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9살 연상의 유부남 M과 연애를 하고 연하의 바이올리니스트 K와 섹스를 하는 그녀는 몰랐던 불안과 고민을 배우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 M과 K가 제시한 불안정한 상황은 그녀의 성장을 돕는 자극이다. 하지만 영화는 카오리의 일상을 과도하게 장식하고 은유한다. 그 과한 추임새가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다. 카오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단가와 일상의 이미지를 비약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이야기의 진심과 별개로 영화를 어색한 모양새로 포장한다. “사랑은 지
진심을 잃어버린 이야기 <사랑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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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란 배제의 결과물이다. 역사란 기억할 만한, 혹은 기억해야만 하는 과거에 부여된 명칭이고, 수많은 과거‘들’은 역사가 되지 못한 채 누군가 떠올려주길 바라며 우물 깊숙이 고여 있다. 역사를 단지 과거의 주요 사건들의 집합처럼 오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역사영화는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역사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역사영화에서 실제 사건은 단지 그것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느 누군가가 직접 체험하고 느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감정이입된 역사, 그것이야말로 일반적인 역사서술과 구별되는 역사영화의 독자성이다.
로우예의 <여름궁전>은 사건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쉽게 간과되는 그 시대의 정서를 되살려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천안문 사태로 기억되는 1989년을 얼마 앞두고, 위홍(레이하오)은 조선족 자치지역인 투먼을 떠나 베이징의 대학으로 진학한다.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던 위홍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리티(후링)와 어울리게 되고
미칠 듯한 사랑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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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무기력한 40대 가장들을 스크린에 불러냈다. 전작에서 애정을 기울인 대상들, 이름없는 ‘거시기’들(<황산벌>), 천대받는 광대 무리(<왕의 남자>), 지금은 한물간 왕년의 스타 로커(<라디오스타>)를 떠올리면 일관성이 느껴지는 소재다.
학교 선생인 아내에게 생계를 의탁한 백수 기영(정진영), 낮에는 택배 기사,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바쁘게 일하는 성욱(김윤석), 자식들과 아내의 캐나다 생활을 성실하게 뒷바라지하는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는 대학 시절 결성한 록밴드 활화산 밴드의 리더였던 상우의 장례식장에서 간만에 마주한다. 상우의 때이른 죽음이 가져온 충격 때문일까. 먹고사느라 정신없는 두 친구들에게 기영은 다시 밴드를 하자 졸라대고,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했던 성욱과 혁수는 20년 만에 옛 열정의 불꽃을 되살린다. 여기에 보컬로 활동하던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가세하면서 활화산 밴드는 홍대 일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
음악영화로서 매력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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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첩보 액션 장르의 걸작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의 뒤를 잇는 시리즈 완결편 <본 얼티메이텀>은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에 박력 넘치는 액션이 시종 꼬리를 무는 탁월한 오락영화다.
대도시의 차가운 거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시리즈는 냉전이 끝난 뒤 맞서 싸워야 할 적을 정체성과 함께 잃고 무덤으로 걸음을 옮기던 첩보영화가 회생할 수 있는 길 하나를 명확히 제시했다. 컴퓨터그래픽의 발달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스타일상으로는 촬영과 편집 그리고 연기처럼 원론적으로 영화적인 요소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소련처럼 외부에 존재하는 ‘악의 제국’을 상정하지 않고 시선을 내부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IA 최고의 암살요원이었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사고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첩보 액션 장르의 걸작 <본 얼티메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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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과 타란티노와 쿠엔틴 타란티노. 운전자가 죽지 않도록 제작된 차량을 몰고 다니면서 여자들을 상대로 엽기적 사고를 저지르는 남자 얘기를 다룬 <데쓰 프루프>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바로 그것일 게다.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어떤 감독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 호모루덴스 타란티노(유희적 인간)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참여했던 영화의 현장에 대해 “감독이 재미있는 사람이라 촬영장이 늘 파티 같았다”고 말한다. 타란티노의 실제 촬영장이 파티 같은지는 알 수 없는 일.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분명 파티 같을 것이다. 이 영화엔 재미난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는 일곱살 꼬마의 마음이 있으니까. 타란티노는 자동차와 미녀라는 B급영화의 두 가지 단골 모티브가 지닌 오락성을 노골적으로 추구한다. 몸을 구부린 미녀는 팽팽한 엉덩이와 늘씬한 다리로 시선을 빨아들이고, 달리는 자동차는 곡선주로의 현란한 스티어링과 직선주로의 아찔한 질주로 긴장을 선사한
타란티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데쓰 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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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레네의 필모그래피에 놓인 두편의 뮤지컬영화. <밤과 안개>(1955), <내 사랑 히로시마>(1959),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1961)와 같은 초기 대표작들로 알랭 레네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뮤지컬 장르인 <입술은 안돼요>(2003)와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1997)는 분명 예외적인 작품으로 느낄 것이다. 물론 대화 중간에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 <뮤리엘>(1963)이나, 인물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순간에 음악으로 그 단절을 넘어서는 <집에 가고 싶어>(1989) 등을 통해 알랭 레네의 오랜 음악적 관심을 말하거나, 그것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뮤지컬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시간에 대한 영화적 실험으로 현대영화를 이끌었던 알랭 레네와 뮤지컬 장르를 조화시키는 일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알랭 레네에게 뮤지컬이 낯선 장르라
새들의 사랑 노래를 듣는 듯한 흥겨움 <입술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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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혁(백윤식)은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속하고도 정년퇴임 30일을 앞두고 직책이 부장이다. 악착같은 일 욕심이나 승진하려는 욕망이 없기 때문. 처자식을 위해 버틴 30년이 허무하다. 조 부장은 젊었을 적에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부장(임병기)은 색소폰 연주를 잘하고, 경비원 최씨(임하룡)는 기타 연주를 잘한다. 후배 박 과장(박준규)은 노래를 잘한다. 여기에 조 부장의 자식뻘 되는 어린 후배직원 김유리(이소연)가 가세하면서 다섯명은 밴드를 꾸릴 계획을 세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우리나라의 ‘아버지’들, 즉 중년 남자들의 죽지 않은 열정을 음악을 매개로 다룬다는 점에서 <즐거운 인생>과 비교할 구석이 많아 보인다. 가장 뚜렷한 차이라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토니 타키타니>로 국내에 많이 알려진 이치가와 준 감독의 1988년작 <회사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라는 것. 위로 상사에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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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삶을 즐기고 있는 작가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정착에 대한 기피가 극심한 수준이다.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 믿는 그녀는 여자친구 사만다(줄리언 니콜슨)를 사랑하지만 관계가 심각해질 여지가 보일 때면 황급히 그것을 차단하곤 한다. 알레그라의 방식에 진이 빠진 사만다는 “난 레즈비언이 아니야!”라는 선언과 함께 떠나고, 상심한 알레그라는 방황하던 중 철학 교수 필립(저스틴 커크)에게 끌린다. 남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찜찜함에 두통을 앓던 중 그녀는 남자친구와 권태기에 빠져 있다는 그레이스(그레첸 몰)와도 관계를 맺게 되고, 필립과 그레이스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양다리를 유지한다. 관계의 곡예가 극에 달할 즈음, 알레그라는 필립과 그레이스가 오래된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고 혼비백산한다.
<푸치니 초급과정>은 미국 TV시리즈 <FBI 실종수사대>의 각본가로 더욱 잘 알려진 마리아 매겐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95년 레즈비언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
우디 앨런 코미디와 <섹스 & 시티>의 감수성 <푸치니 초급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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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김지선)는 미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소녀다. 그녀는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을 버티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트란(강태구)과 어울린다. 서툰 영어와 낯선 환경 탓에 또래 문화 안으로 쉽게 들어서지 못하는 둘은 언저리에서 소극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지켜간다. 그 시간 속에서 소년과 소녀의 우정은 점차 사랑으로 변해가는데, 이 둘은 그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지에서 이제 막 시작된 불안정한 삶, 그 속에서 맞이한 정서적 요동, 이제 막 사랑에 눈떠 어찌할 바 모르는 서투른 슬픔이 두 청춘의 주변을 감싼다.
감독 자신의 십대 시절을 반영한 듯한 <방황의 날들>은 줄곧 하얗게 눈이 쌓인 푸르스름한 길 위에 존재한다. 에이미와 트란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카메라는 이들의 쓸쓸한 뒷모습과 막막한 앞모습에 갑갑할 정도로 밀착해서 함께 흔들리며 따라간다. 한인타운에서 감독이 직접 캐스팅한 비전문배우들은 마치 자신의 경험을
하얗게 눈이 쌓인 푸르스름한 길 <방황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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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란’은 우리말로 착란이다. 시각과 청각에 ‘감각의 폭격’을 퍼부어 관객을 착란케 하는 한편, 뒤에 남은 미묘하고 쓰디쓴 공허함을 맛보게 하는 것은 현대 예술의 익숙한 미학이다. 하지만 니나가와 미카의 <사쿠란>은 이런 시청각적 화려함 뒤에 공허함을 넘어서는 다른 것을 병치시켰다. 몸을 파는 키요하(쓰치야 안나)는 70년대 한국 호스티스 멜로물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억압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억압으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사쿠란>에서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남자 고객들이다.
키요하는 유곽인 요시와라로 팔려오던 여덟살 때부터 “망아지 같은” 성격이었다. 탈출할 때마다 매번 수행원 세이지에게 붙잡히던 그녀는, ‘담임 게이샤’인 쇼히의 설득에 넘어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한다. 열일곱이 되어 데뷔하자 그녀는 당당한 자세와 요염한 자태로 뭇 남자들을 휘어잡는다. 눈부시고도 험난한 그녀의 일대기가 이어진다. 순수하게 생긴
일류 게이샤의 유곽탈출 비법 <사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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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혈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마이파더>는 지난 5월 개봉한 장진 감독의 <아들>, 개봉 준비 중인 <귀휴>와 같이 부모와 자식, 더 좁게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자상한 양부모 아래 구김없이 자랐지만 입양아인 제임스 파커(대니얼 헤니)는 여전히 친부모를 찾고 싶어한다. 주한미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커는 부대 내에서 한방을 쓰는 카투사 신요셉(김인권)의 도움을 받아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마침내 친부임을 자처하는 황남철(김영철)과 만나지만 놀랍게도 그는 살인을 저지른 죄로 감옥에 갇힌 사형수다. 파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며 자주 감옥으로 걸음하고, 제대로 된 추억조차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조금씩 정이 싹튼다.
옥살이하는 남자 혹은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다는 점에서 <아들> <귀휴>와 궤를 함께하지만 <마이파더>는 KB
과하지 않게 눈물샘 자극 <마이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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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설보다 멀리 있지 않다. 모든 문학의 보편적 주제가 삶의 지속성, 죽음의 필연성이라고 할 때, 그것은 희극 아니면 비극, 소박하게 말해 사랑하거나 죽기다. 여기 숫자와 규칙으로 가득한 삶을 살던, 성실해서 슬플 정도로 평범한 남자 해롤드 크릭(윌 페렐)의 체크리스트를 보자. 관능없이 살던 그의 리스트엔 비극적 항목이 압도적이다. 그의 삶에는 어떠한 스토리도, 그럴듯한 발단 전개 위기 절정도 없다. 융통성없는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은 그 이름에서 연상되듯 째깍대는 시계바늘처럼 규칙적으로 일상을 패턴화한다. 그런데 숫자와 계산에 둘러싸인 그의 삶에 어느 날 문득 낯선 목소리가 침입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석을 다는 소설가의 내레이션이 그의 삶과 죽음을 예지하고 있는 것. 해롤드의 일상의 패턴은 이러한 낯선 문학적 목소리의 개입과 더불어 매력적인 아나키스트 파티셰인 안나 파스칼(매기 질렌홀)의 등장으로 동요된다. 차가운 시계처럼 돌아가던 그의 심장은, 안나 파스칼 앞에서 어
마음이 훈훈해지는 판타지 <스트레인지 댄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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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샌들러에게 프랭크 카프라는 영원한 이상이자 강박이다. 이 남자는 미국 노동자 계급 남자들을 위한 이상적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카프라를 인용하거나, 혹은 미국적 이상주의를 은은히 토로하는 영화들에 곧잘 출연해왔다. 낙관주의 하나로 사랑도 쟁취하고 성공도 거두는 미국 남자를 샌들러만큼 잘하는 배우도 드문데 심지어 샌들러의 신작 <척 앤 래리>는 무려 가짜 게이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성애적 교훈극이다.
“우리 영화의 무대는 고급 여피들의 세상인 뉴욕이 아니에요”라고 주장하듯 맨해튼으로 향하던 카메라가 브루클린으로 방향을 틀며 영화는 시작한다.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과 래리(<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케빈 제임스)는 평생 죽마고우.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래리는 아이들을 연금수혜자로 지정하려 하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에 고민한다. 뉴욕시가 동성커플에게도 결혼과 똑같은 권리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척과 래리는 온
애덤 샌들러의 게이 코미디 <척 앤 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