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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은 로키 산맥 ‘어디쯤’에 자리한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수천 마리의 양떼를 방목하는 일에 고용된 스무살의 청년들이다. 그들은 익스트림 롱숏으로 포착된 풍경 속에서 인간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뒤뚱이며 걸어가는 양이자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이고, 헐겁게 출렁이며 흘러가는 강물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적 구분이 사라진 ‘브로크백 마운틴’은 스스로가 이성애자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에니스와 잭에게 동성애라는 낯선 사랑을 선물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갑작스레’ 사랑하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은 그 감정에 있어 성숙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계산적이지 않을 수 있는 어린아이이다(이는 은유가 아니다). 잭과 애니스에게 찾아온 사랑이란, 거부할 수 없는 힘이 그들을 휘어감는 ‘순간적인 매혹’이라는 면에서 미학적 대상이다. 섬광과도 같은 순간의 힘이 미학적인 사랑의 출발점일 수는 있으나, 그 관계의
보편적인 인간들의 좌절에 대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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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부영화 촬영장이다. 한때 잘나갔던 서부영화 스타 하워드 스펜스(샘 셰퍼드). 그러나 그는 이제 한물간 퇴물일 뿐이다. 마약과 술과 복잡한 여자 관계 탓에 낙인 찍혀 영광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워드는 촬영 도중 갑자기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버린다. 그러고나서 그가 찾아가는 곳은 고향이다. 거기에는 홀로 살아가는 어머니가 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하워드는 고향에서도 도박하고, 술 마시고, 싸우다 유치장 신세를 진다. 술이 덜 깬 채 새벽녘에 경찰에 인도되어 어머니 집에 돌아온 하워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자신에게 10대 아들이 있다는 것. 하워드는 옛 연인과 아들이 사는 몬태나로 떠난다.
빔 벤더스의 로드무비
<돈 컴 노킹>의 감독 빔 벤더스를 로드무비의 제왕이라고들 한다. 로드무비, 말 그대로 길 위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대체로 뭔가를 찾으려고 떠난다. 그건 자아가 될 수도 있고, 이상적인 무언가가 될 수
빔 벤더스의 로드무비, <돈 컴 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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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20여년 동안 간간이 만남을 이어나가면서도 각자의 가정을 버리지 않았던 두 사람이 끝내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는. 1963년 와이오밍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을 방목하며 한철을 함께 보낸 두 카우보이, 에니스 델 마(히스 레저)와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홀). 자연의 숭고함을 배경으로 시작된 이들의 사랑을 그리기 위해 리안 감독(<와호장룡> <헐크>)은, 그 어떤 사랑의 밀어보다 애틋한 생략법을 구사한다. 제62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며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최다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위대한 사랑 이야기, 이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애니 프루 - 원작자
<브로크백 마운틴>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니 프루의 단편 소설집 <Close Range: Wyoming Stories>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 잡지에 논픽션을 기고하다가 소설가로 전
자연의 숭고함을 배경으로 시작된 사랑,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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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노총각에게 결혼식만한 놀이터도 드물다. 모르는 사람 결혼식이라면? 뒷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 금상첨화다. 이혼중개 전문 변호사 존(오언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는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서 노느라 쉴 틈이 없다. 마음껏 파티를 즐기다가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특기. 그러한 존과 제레미에게 최고의 무대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재무장관 클리어리(크리스토퍼 워컨)의 첫째딸 크리스티나의 결혼식. 평소처럼 신나게 놀던 존은 신부 들러리 클레어(레이첼 맥애덤스)에게 반한다. 과연 존과 제레미는 예전처럼 난동을 피우고 무사히 결혼식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다면 세레나데를. 결혼 영화 속 사랑노래들
<광식이 동생 광태>의 <세월이 가면>
7년간 짝사랑했던 윤경(이요원)의 결혼식을 막기 위해 <영웅본색>의 테마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등장하는 광식(김주혁). “이 결혼을 반대합니다!”라고 외칠 것 같던 광식은 숨을 고르고
뻔뻔한 노총각들의 결혼식 난동극, <웨딩 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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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이발관 주인인 30대 중반의 안창진(성지루). ‘깎새’라고 불리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이 남자에게 이발은 그야말로 성스러운 의식이다. 뽕짝 대신 클래식을 틀어놓고, 바리깡 대신 고급 가위로 손님을 맞이하는 안창진에게 어느 날 특별한 손님, 김양길(명계남)이 찾아들면서 예기치 못했던 고통도 뒤따른다. “너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며 돈을 갈취하는 김양길은 급기야 안창진의 아내 전연옥(성현아)을 유혹하고, 사채까지 빌려 쓴 안창진은 프로해결사 이장길(이선균)에게 김양길의 약점을 알아내러 뒷조사를 의뢰하면서, 네 인물은 의외의 파국을 맞게 된다.
관객은 왕이다!
오기현 감독은 10년 전 연극 <콘트라베이스> 의 ‘별난’ 관객이었다. 원작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팬이었던 그는 <초록물고기> 등에서 간간이 얼굴을 비추던 단역배우 명계남이 모노드라마를 한다는 사실에 더욱 호기심을 느껴 극장을 찾았고 “공연마다 새로움을 전해주는” 연극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예기치 못했던 파국, <손님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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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족의 리더 빅터는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의 손에 죽었지만 또 다른 리더 마커스가 부활했다. 마커스는 800년 전 빅터가 감금시킨 자신의 형제이자 늑대인간족 윌리엄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이 지하감옥의 열쇠를 가진 이는 혼혈인간인 마이클. 결국 셀린느는 빅터를 죽였다는 이유로, 마이클은 열쇠를 가졌다는 이유로 마커스의 쫓김을 당하고 연인인 셀린느와 마이클은 인간세계의 정복을 목표로 삼은 마커스와 최후 결전을 벌이게 된다.
뱀파이어 영화 - 에볼루션 오브 스타일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는 우리가 ‘뱀파이어’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의 전형을 만든 영화다. 새하얀 드레스 셔츠에 새카만 정장, 나비넥타이 그리고 포마드 기름을 발라 완벽하게 넘긴 머리칼. 루마니아 출신 배우 벨라 루고시가 수립한 뱀파이어 스타일은 테렌스 피셔 감독의 <드라큘라>(1958)에서 크리스토퍼 리로 이어진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1998
진화된 뱀파이어 영화, <언더월드2 -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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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제일의 문장가라 불리는 선비 윤서(한석규)는 왕실에 위조 족자를 납품한 범인을 잡아오라는 왕명을 받는다.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과 함께 수사에 나선 윤서는 음란소설을 배포하는 황가(오달수)의 유기전을 찾아가고, 우연히 음란소설 한 대목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그 책에 푹 빠져버린다. 남몰래 음란한 단어들을 적어보는 윤서. 잠못 이루던 그는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흑곡비사> 시리즈를 써내기에 이르고, 장안 최고의 음란작가 인봉거사를 누르기 위해, 광헌을 삽화가로 기용한다. 윤서는 마음이 끌리는 후궁 정빈(김민정)에게서 소설의 영감을 얻으며 점점 위험하고도 대담한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
개성만발 조연배우
어떻게 이들을 다 모았을까? <음란서생>은 세명의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저마다 제 몫의 사연을 지닌 조연들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만만찮은 영화다. 일종의 출판업자라고 할 수 있는 황가는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의 오달수가 연기했
위험하고도 대담한 유머,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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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구출하며 덤으로 ‘공공의 적’도 응징하는 일. 딴 사람이라면 몰라도 해리슨 포드라면 자다가 왼손으로도 할 수 있을 법하다. <파이어월>은 가족을 인질로 잡힌 시애틀의 은행 보안전문가 잭(해리슨 포드)이, 거금을 해킹으로 훔쳐낼 것을 요구하는 악한들과 벌이는 대결이다. 첨단 장비와 기술용어가 동원된 하이테크 스릴러지만 분노한 가장의 액션으로 마무리된다. 감독의 전작 <리처드 3세><윔블던>을 참고하기보다 짧은 호흡의 긴박감을 그때 그때 즐기는 편이 현명하다.
클리셰
장르영화의 필요악 클리셰,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주인공은 유능하다. 후배가 끙끙대는 전산망의 문제를 키보드를 수초간 두드려 해결한다. 게다가 반권위적이다. 은행 합병 주도세력에 고객의 권익을 강조하며 회의를 뛰쳐나온다. 폴 베타니는 <다이 하드>의 앨런 릭맨, 제레미 아이언스가 그랬듯 할리우드가 단골로 찾는 영국계 악당 계보를 잇고 있다. 심약한 관객에게 귀띔하자
악한들과 벌이는 긴박한 대결, <파이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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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47kg의 뚱보 할머니로 변신했던 마틴 로렌스를 기억하시는지. <빅 마마 하우스>에서 거대한 살집으로 스크린을 뒤흔들었던 FBI 요원 말콤(마틴 로렌스)이 속편 <빅 마마 하우스: 근무중 이상무>에서 다시 한번 필살의 임무 수행에 나선다. 국가 안보 시스템을 해킹하는 일당을 소탕하기 위해 말콤은 빅 마마가 되어 용의자의 집에 유모로 잠입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앞길이 영 순탄치 않다. 요리하랴 청소하랴 집안일에 치이고 엽기적인 세명의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친다. 유모와 첩보원을 오가는 숨가쁜 이중생활, 그 끝은 어디에?
3단계 변신 대작전
1단계: 뚱뚱이 몸 만들기. 우선 몸의 각 부분, 근육들, 지방 부위까지 꼼꼼하게 본떠 형틀을 만든다. 진짜 피부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고무·가죽·스판덱스 등의 소재를 이용해 형틀에 떠낸다. 실제 피부 톤과 같아 보이도록 특수 잉크를 사용해 채색하는 것도 필수.
2단계: 할머니 얼굴 만들기
숨가쁜 이중생활, <빅마마 하우스: 근무중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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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전설이 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제리 리 루이스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자니 캐시의 음악은 전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니 캐시는 30살이 되기 전에 비틀즈가 누리던 인기를 앞선 스타이기도 했다. <앙코르>는 제63회 골든 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제11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앙코르>는 평단에서 대대적인 호응을 얻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리즈 위더스푼과 호아킨 피닉스는 이제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니 캐시라는 이름도, 그의 음악도 생소하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앙코르>는 음악영화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사랑이야기다. 조니 캐시라는 한 사람이 음악을 처음 접하고 음악의 길로 들어서 가수로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임과 동시에, 음악보다 더
음악보다 더 큰 사랑,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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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evolution)는 변종에서 시작한다고 했던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전투를 그린 <언더월드>의 후속편 <언더월드2: 에볼루션>은 변종의 캐릭터에서 시작한다. 박쥐에게 물린 뒤 변형 유전자로 인해 악독한 뱀파이어가 된 마커스(토니 커랜)는 빅터(빌 나이)에게 감금되어 있는 쌍둥이 형제 늑대인간 윌리엄을 풀어주고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반면, 빅터에게 가족을 잃게 된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복수를 감행한 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또 다른 변종 마이클(스캇 스피드맨)-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 은 윌리엄이 갇혀 있는 관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마커스의 표적이 된다.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두 종족의 혈투 속에 마커스와 셀린느의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
웬만한 주연급 캐릭터를 동시 출동시켰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제이슨 대 프레디> 같은 영화들은 두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의 시너지 효과를
캐릭터의 진화, 이야기의 퇴화, <언더월드2: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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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도 낯선 곳 제주도에서 일본 소녀들이 방황한다. 한국 소년은 엄마 찾아 현해탄을 건너려 한다. 온갖 국적 사람들이 들고 나는 인천공항 안에서는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가 조우한다. <눈부신 하루>는 한국과 일본이 겹쳐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아낸 세개의 단편 옴니버스다. 단편 <Home Video>와 극장편 데뷔작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의 김종관 감독, 단편 <지우개 따먹기> <외계의 제19호 계획>의 민동현 감독이 각각의 이야기를 쓰고 연출했다.
김성호 감독의 <보물섬>에서 일본인 소녀 미에(모리 유키에)의 할아버지는, 자기가 젊은 시절 제주도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한림이란 곳 붉은 나무 아래 보물을 묻어두었노라 유언을 남긴다. 미에는 친구 에이코(서영화)와 함께 제주도 땅을 밟는다. <보물섬>은 한국어를 한마디도 내뱉을 줄
하루 동안의 보편적인 이야깃주머니, <눈부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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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컴 노킹>은 빔 벤더스가 자신의 ‘미국인 친구’로서 <파리 텍사스>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퓰리쳐상을 수상한 극작가이고, 또한 영화감독에 배우이기도 한 ‘샘 셰퍼드’와 20년 만에 다시 뭉쳐 선보이는 작품이다.
<돈 컴 노킹>은 최근 지리멸렬하던 벤더스를 감안한다면 그가 훨씬 익살스럽지만 넉넉하고 완숙하게 익어서 귀환했음을 증명하는 작품일 것이고, 다작하는 감독답게 부침이 심했던 90년대 이후 필모그래피를 감안한다면 90년대 최고작인 <리스본 스토리>의 위상과 비교될 수 있는 작품이다. <돈 컴 노킹>에서 빔 벤더스는 공허하고 메마른 내면 풍경의 전시뿐 아니라 그것을 가족 속에서 치유하는 처방전을 내민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주인공 하워드를 연기한 샘 셰퍼드의 작품 세계, 즉 주로 가족의 해체와 몰락을 통해 미국을 탈신화화하려 했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도 각별한 것이다.
빔 벤더스와 샘 셰퍼드가 2
길 위에서 찾은 가족애, <돈 컴 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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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모 번듯한 조선의 선비가 한지를 깔아놓은 책상 앞에서 시름시름 고민하고 있다. 보아하니 뭔가를 써나가려는 참이다. 한획 한획에 백성들의 신음소리를 품은 애끓는 상소문인가, 주군에 대한 하염없는 충정을 꾹꾹 눌러 담은 송가(頌歌)인가. 마침내 슥슥,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길이 뚫린다. 그 종이 위엔 한글로 또박또박 이렇게 적혀 있다. “그의 굵은 음경이 그녀의 음부를….” 이게 웬 황당 시추에이션이냐고? 그런데 잠깐만. 근엄하기 짝이 없는 조선 선비가 음탕하고 난잡한 이야기를 쓴다는 설정만으로도 쿡쿡 웃음이 터지려 하지 않나.
<음란서생>은 이런 기본적인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아이러니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근엄한 유교적 덕목이 공기에까지 스며 있었던 보수적인 세상에서 노골적으로 야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양반이라니.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리고 과연 그의 육신은 끝내 안녕했을까. <음란서생>은 꾸역꾸역 치밀어오르는 궁금증
조선시대의 숨겨진 욕망, <음란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