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만과 편견>은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연애의 교훈를 담은 로맨틱코미디다. 하트포트셔에 사는 베넷 부인은 다섯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장녀 제인(로자문드 파이크)은 런던에서 온 빙리(사이먼 우즈)와 사랑을 싹틔우려 한다. 둘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퍼딘)에게 눈길이 간다. 냉정하고 무뚝뚝한 다아시의 성품과 군인 위컴의 거짓말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나쁜 사람으로 여긴다. 내성적인 빙리는 제인에게 호감을 가진 채 런던으로 떠난다. 제인은 런던으로 뒤따라가지만 빙리는 이별을 고한다. 언니의 이별에 다아시가 일조했다고 생각하는 엘리자베스는 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그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제인 오스틴의 영화들
소녀들, 혼담, 작은 동네 아낙들의 수다로 가득찬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누구나 탐낼 만한 원작이다. 영국 TV 미니시리즈의 단골 메뉴였던 제인 오스틴 소설이 본격적으로 영화화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19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연애의 교훈, <오만과 편견>
-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는 13년지기 소꿉친구다. 한 동네에서 자라 대학까지 한 대학에 입학한 둘은 날마다 투닥거려도 서로 생각해주는 마음이 남다른 사이. 이 감정을 우정이라 굳게 믿었던 둘에게 각자 애인이 생긴다. 달래에게는 지환보다 멋있는 남자친구가, 지환에게는 달래보다 매력적인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둘은 자신의 애인을 챙기기보다 서로의 애인에게 예민해진다. ’우정과 사랑 사이’류의 멜로가 정한 순서대로, 지환과 달래는 서로를 향한 진심을 시험받을 상황에 놓인다.
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사랑과 우정 사이> 노래 가사 중에서) 혹시 당신, 지금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 중인가? 비슷한 갈등 속에 놓여 있던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맞은 결말을 통해 쓸 만한 교훈을 찾아보길.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
’우정과 사랑 사이’류의 멜로공식, <청춘만화>
-
“남들이 보고 있지만 않다면 몰래 내다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기타노 다케시 감독만은 아니다. 백수생활 10년째인 남편과 치매를 앓는 아버지, 애어른 아들을 부양하고 보살펴야 하는 민경(김호정)도 그의 견해에 백번 동의할 것이다. 그녀의 남편 상훈(김유석)은 러시아 유학까지 다녀와 10년째 감독 지망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 “나는 거짓말쟁이지만 성실한 인간”이라고 상훈은 독백하지만, 진정 성실한 사람은 남편의 꿈을 위해 촉망받던 발레리나 시절을 접고 그악스런 학원 원장으로 전신한 민경이다. 한편, 왕년의 바람둥이 행각으로 복잡한 가정사를 민경의 어깨에 얹어준 아버지 원조는 시도때도 없이 집을 나가 딸의 심장을 내려앉힌다. 그러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에도 딸만은 언제나 제대로 알아보고 “공주야!”라고 부르는 아버지를 민경은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며 그럭저럭 유지되던 상훈과 민경의 관계에도 위기가 닥친다. 상훈의 바람기에서 비롯된 다툼이
무능한 남자들의 사과, <모두들, 괜찮아요?>
-
마틴 로렌스의 입담은 멈출 틈이 없다. <빅마마 하우스>에서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하고 있을 때나, <경찰서를 털어라>에서의 끊이지 않는 수다에 귀가 따가웠던 적, 심지어 <나쁜 녀석들>에서 윌 스미스에 묻혀 있던 그 순간까지, 미워할 수 없는 그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제멋대로인 농구 감독과 꼴찌 농구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 <리바운드>에서 마틴 로렌스의 익살을 기대하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오만불손하게 행동하는 스타급 대학 농구팀 감독 로이(마틴 로렌스)가 난폭한 언사와 행동으로 감독직을 박탈당할 때만 해도 영화는 마틴 로렌스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로이가 최하위 중학교 농구팀의 지도를 맡게 되고 오합지졸 선수들의 실력이 늘어가면서 영화는 그 기대감을 저버린다.
마틴 로렌스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능이 덜 살아난 것은 전형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라인 때문이다. 농구
꼴찌 농구팀의 좌충우돌 성장기, <리바운드>
-
-
짐 캐리가 출연하는 코미디영화는 그가 출연하는 로맨스보다 선택이 편하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적어도 실컷 웃기는 하겠다는 모종의 믿음(혹은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짐 캐리가 제작에까지 참여한 <뻔뻔한 딕 & 제인>의 초반부는 이런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잘나가는 IT기업의 홍보담당자 딕(짐 캐리)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기쁜’ 소식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의 회사는 공교롭게도 부사장 딕의 첫 출근날 부도를 맞고, 그는 거리로 내몰린다. 영화는 이제야 자신의 정체가 ‘짐 캐리표 코미디’임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멀끔한 양복을 벗은 짐 캐리는 온갖 잡다한 일들에 뛰어들고, 언제나 황당한 결말을 맞이한다. 할인마트에 출근했다 성추행범으로 몰리는가 하면, 아시아 노동자들의 일용직 시장에 갔다 이민국에 붙잡히는 등 짐 캐리 특유의 슬랩스틱에 바탕한 초반부의 소동은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점
할리우드식 ‘뻔뻔한’ 본심, <뻔뻔한 딕 & 제인>
-
원작을 언급하지 않고 속편을 말할 수 없는 영화가 있는데 <원초적 본능>이 꼭 그런 경우다. 1992년의 이 영화는 강도 높은 정사신과 사이코스릴러 특유의 심리 게임, 마지막까지 거듭되는 반전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샤론 스톤이라는 여배우가 없었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남자!)들이 <원초적 본능>을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샤론 스톤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악마 ‘캐서린 트러멜’ 그 자체인 듯했고, 그녀는 이 한편의 영화로 평생 섹스 심벌로 추앙받게 됐다.
그러나 캐서린 트러멜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단지 그녀가 화끈한 정사신을 보여주었고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다리를 바꿔 꼬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말로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지만 온몸으로 자신이 살인자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 초인적으로 대범한 그녀의 게임은 완벽하게 뻔뻔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진실이 뭘까’ 우왕좌왕해야 했고, 심지어 그녀가 살인자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저 얼음 송
‘세월에 닳아버린 듯한’ 그녀의 매력, <원초적 본능 2>
-
성지고등학교 옥상. 세명의 남학생이 학교 전설 한 소절에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 전설의 주인공은 일명 ‘세븐 커터’라 불리는 정한수. 그 내용을 볼라치면 ‘비가 퍼붓고 번개가 치는 밤이었다’로 시작하여 ‘20m나 날아올라 각목을 든 수십명을 싹 쓸어버렸다’로 이어진 뒤 ‘커터 칼로 두목의 팔을 정확히 7cm 그었다’로 끝나는 전형적인 ‘학교 짱’ 전설이다.
시간 때우기로 으레 하는 얘긴 줄 알았더니 이 셋에게 그의 존재는 현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정한수라는 녀석이 성지고로 전학을 온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이들이 성지고 짱 백성기(이정)와 그 똘마니들이라는 데 있다. 원조 학교 짱으로서 전학 온 쌈짱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법. 잔혹하기 그지없다는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성기 일당은 고심천만이다.
하나 학교에 나타난 정한수(안재모)는 소문과 영 다르다. ‘친구 많이 사귀고 싶어요∼’류의 해맑은 인사말을 건네고, 성기가 엉겁결에 맞장 뜰 것을 제안하자 곱게 접은 1만
왕따에 대한 따뜻한 시선, <카리스마 탈출기>
-
스무살은 쉽게 휘발되는 기억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살 이후가 온다’라고 썼다. <나나>는 ‘스무살’의 두 소녀의 만남과 이별, 성장을 과거의 일기장을 꺼내보듯 회고조로 더듬어간다. 고마츠 나나(미야자키 아오이)를 화자로 삼은 <나나>는 오사키 나나(나카시마 미카)와 렌(마쓰다 류헤이)을 통해 과거를 비추고, 고마츠와 쇼우지(히라오카 유타)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야자와 아이의 원작만화는 순차적으로 두 인물을 대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나>는 플래시백으로 그것을 갈음하려 하지만 시간의 압축은 매끄럽지 못하고 인물의 감정선도 어긋난다.
스무살 동갑인 오사키 나나와 고마츠 나나는 도쿄행 열차에서 우연히 동석한다. 고마츠가 역에 마중나온 남자친구 쇼우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사키는 사라진다. 도쿄에서 방을 구하러 갔다가 다시 마주
‘스무살’의 두 소녀의 성장 일기, <나나>
-
나스카(NASCAR: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는 자동자 전용 경기장에서 열리는 미국의 카레이싱으로 메이저리그나 NBA, AFL처럼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프로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CJ CGV가 처음으로 자체 수입·배급하는 3D아이맥스영화인 <카레이싱>은 큰 스크린과 입체 화면으로 시속 320km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감을 극대화하는 다큐멘터리다. 수만명이 모인 경기장에서 출발을 앞둔 운전자의 긴장된 숨소리, 폭발하듯 터지는 엔진의 굉음, 공기 속으로 빨려갈 듯 빠른 속도와 충돌사고의 드라마틱한 스펙터클까지 이 작품은 아이맥스라는 시청각의 스케일을 적절하게 이용한다. 특히 레이싱을 하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속도의 쾌감을 극대화해 말 그대로 관람이 아닌 체험으로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가끔 자동차가 눈앞으로 돌진하는 듯한 느낌을 제외하면 3D 효과는 입체안경을 쓰고 극장에 들어갈 때의 설렘을 충분
320km 속도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3D 효과, <카레이싱>
-
‘시리아나’는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워싱턴의 정치가와 중동의 석유재벌, 헤즈볼라 지도자 등을 취재해 <시리아나>의 시나리오를 쓴 감독 스티븐 개건은 이 영화의 제목이 실제 워싱턴의 싱크 탱크가 사용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언제든지 중동 지역의 국경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썼다.” 그러므로 머나먼 이국 중동과 미국에서 일어난 별개의 사건을 다루는 <시리아나>는 그 두 지역 사이의 보이지 않는 사슬을 폭로하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베테랑 CIA 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의 왕자 나시르(알렉산더 시디그)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 임무에 실패해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밥은 누가 나시르의 죽음을 원했는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명민하고 지도력이 있는 나시르는 제네바에서 에너지 분석가로 일하는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을 경제고문으로 영입해 석유에서 얻는 부(富)를 늘리고 국민에게 재
냉정한 시선과 충격에 가까운 분노, <시리아나>
-
가뭄이 들어 온 국민이 물 대신 수박주스를 마시며 살고 있는 타이베이의 어느 날. 여자(천샹치)는 개천에서 수박 하나를 건져 집에 갖고 가는 도중에 공터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이강생)를 발견한다. 둘의 애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황으로 보면 이 둘은 이미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 같지만, 영화는 그걸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고 혹은 몰라도 괜찮다는 투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도 모르는 것은 있다. 남자의 직업은 포르노 배우다. 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어느 날 여자가 우연히 남자의 직업을 알게 될 때쯤 이미 영화는 종반에 다다랐고, 기묘하게 완성되는 둘 사이의 포르노그래피적 애정 행위는 그 순간 펼쳐진다.
<흔들리는 구름>은 차이밍량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동명의 1960년대 번안대중가요에서 제목을 따왔고, 그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서 유유히 흐른다. <흔들리는 구름>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여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한마디뿐이다. 그러나 대
포르노그래피, 뮤지컬과 만나다, <흔들리는 구름>
-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은 앞서 국내에 소개된 <퍼니게임>과 <피아니스트>만큼 오감과 이성을 후벼대지 않지만, 의문들이 끝까지 지속되는 스릴러 속에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죄의식을 동시에 질문하는 틀거리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TV문학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르쥬(다니엘 오테이유)는 중산층 주택, 중산층 자동차, 중산층 친구 등을 지닌 지적 부르주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와 아들 역시 이에 걸맞은 ‘수준’이다. 그들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배달돼온다. 집 정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응시하며 자신들의 출입을 그저 지켜보는 롱테이크가 전부다.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이 명백한 메시지에 조르쥬와 안느가 불안해하는데, 이어지는 비디오테이프와 그림이 명백한 상징을 띠기 시작한다. 테이프와 그림이 상기하는 건 조르쥬의 40년 전 과거다. 사리 판단이 온전하기 힘든 여섯살의 나이에
무시무시하고 지적이며 예술적인 하네케의 화살, <히든>
-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아프게 만든다. 그가 남기고 간 짧은 기억들이 아쉽고, 그 먼 길을 혼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산 자들의 무관심이 죄책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가 버리고 간 무정한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내야 한다. 송일곤의 <마법사들>은 불안한 젊은 날의 꿈과 거기에 얽힌 죽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녀 혼성 밴드였던 ‘마법사들’의 멤버들은 기타리스트였던 지은(이승비)을 추모하기 위해 3년 만에 재회한다. 그동안 드러머였던 재성(정웅인)은 강원도 숲속 카페의 주인이 되어 있고, 베이시스트였던 명수(정현성)는 음악과 사랑에 실패하고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재성의 카페 ‘마법사’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더이상 노래하지 않게 된 밴드의 보컬
불안한 젊은 날의 꿈과 죽음과 사랑, <마법사들>
-
최순희(류연희)는 거리에서 김치를 파는 조선족 여인이다. 남편이 감옥에 가서 고향을 떠나온 그녀는 어린 아들 창호(김박)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지만, 노점상 허가서조차 받지 못해 생계수단인 자전거를 압수당하고 만다. 파출소 순경 왕위의 호의로 노점상 허가서를 받은 다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순희와 관계를 맺어온 조선족 김씨(주광현)는 정사 현장이 아내에게 들통나자 그녀가 창녀라고 거짓말을 하고, 파출소에 끌려가도록 방치한다. 성관계를 요구하는 왕위에게 몸을 주고 집으로 돌아온 순희에게는 그보다도 더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농민에게 망종은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보리를 베어내고 볍씨를 뿌리는 절기 망종을 놓치면 보리 이삭이 지나치게 무거워져 쓰러지기 때문이다. 순희는 고향에서나 의미가 있었을 망종을 도시에서 통과하면서 차례로 닥쳐오는 고난을 겪고, 끝내는 세상을 향해 독극물을 살포하기에 이른다. 보리밭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순희의 뒷모습은 그 모든 고
무표정하게 가두어둔 침묵과 슬픔의 무게, <망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