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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으로 전세계가 시끄러운 요즘, 뒷북치는 영화가 하나 나왔다. ‘할리우드 최강 액션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핵무기 소재 영화 <페인터>. 제아무리 픽션이 현실보다 스펙터클할 순 없다지만, 이건 뒷북도 너무 뒷북이다. 9시 뉴스 보도와 영화 <페인터>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월드컵 대표팀과 조기축구회의 차이를 실감케 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페인터>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고, 킬링타임용 영화로 즐기기엔 너무 엉성한 영화다.
<페인터>의 골칫거리는 크렘린궁에 반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 반군이다. 우두머리 격인 이고르 자이산 장군은 반란군을 이끌고 캄셰프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해 미국과 주변 국가를 위협할 계획을 세운다. 그의 전략은 북한의 못 쓰는 연료봉을 공급받아 원자로에 장착한 뒤,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 미국 정부는 연료봉이 장착되기 전 공습을 통해 원자로를 없애려 하지만, 자칫하면 방사능 오염으로 10만
킬링타임용 영화로 즐기기엔 너무 엉성한 영화, <페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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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는 준비하던 단편 영화의 촬영 계획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설날이 되어 고향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마주친 고향 샨시성 펀양의 변해가는 풍경과 조짐을 보고 나서 계획을 바꿔 장편 <소무>를 찍었다. 샨시성에서의 촬영 경험은 지아장커의 의식을 과거로 돌렸고, 79년에서 90년까지 문공단의 유랑을 그려낸 <플랫폼>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는 두보의 싯구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디지털 삼인삼색 <공공장소>를 찍기 위해 잠시 들어갔던 따퉁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잊지 못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 신문에서 읽은 소년들의 절망적인 영웅극을 머리에 새기며 <임소요>를 찍었다.
지아장커는 착실하게 준비해온 축적물의 완성을 고집하기보다 자신을 가격하는 즉각적인 충동과 시급한 질문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영화의 궤적을 만들어가는 편이다. 어느 날, 시골에 사는 그의 사촌동생(<플랫폼>에서 탄광촌 노동자로 등장하기도 했던 실
지아장커가 그려내는 베이징의 삶,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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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눈은 찰나의 존재라 눈길을 끌지만 한편으론 더없이 불길한 징조다. “아름다운 것일수록 명이 짧지요.” 봄을 휘감는 눈발, 주검으로 남은 검은 강아지와 나비로 암시되던 <봄의 눈>의 세계관은 청순한 미모를 빛내는 여주인공 아야쿠라 사토코(다케우치 유코)의 목소리에서 꽃눈을 틔운다. 천천히 피어나던 다이쇼 시대의 사랑은 낯 뜨거울 정도로 활짝 만개하고 그것이 절정에 달한 순간 툭 고개가 꺾인다. 파경조차 눈부신 비극적인 사랑. <봄의 눈>의 향기는 바로 거기서 우러난다.
백작 가문의 사토코는 소꿉친구인 후작 가문의 마츠가에 키요아키(쓰마부키 사토시)를 마음에 품고 있다. 사토코의 간절감에도 아이처럼 잔인한 키요아키는 흥미없는 장난감 보듯 그녀를 대한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칭송받던 사토코의 미모는 황실의 심미안조차 만족시키고 거절에 지친 그녀는 왕자와의 혼약을 수락한다. 이때부터 키요아키의 속앓이가 시작된다. 은밀한 애정이 뒤늦게 목을 조여
그들은 아름다우나 감정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 <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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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괴로운 순간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힘들었던 장면이 떠오를 때다. 기억 속의 나는 고통받는 처절한 피해자지만 종종 나의 탐욕이 그 결과에 도움을 주었을 경우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이때 비겁하긴 해도 손쉬운 정신적 해결책으로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에의 충동’이 있다. 상상에서나마 가해자에게 참혹하게 복수하거나, 나 자신을 자책의 구렁텅이로 빠뜨림으로써 정신적 위안을 얻는 것이다. 소노 시온 감독이 <기묘한 서커스>에서 발휘한 상상력을 빌려서 표현한다면, 가해자의 사지를 전기톱으로 자른 뒤 내가 당한 것과 똑같은 시련을 당하도록 방치하고, 못난 나의 피부를 벗겨 집안의 도배지로 활용한다. 이것으로도 모자란다면 그 모든 기억의 기표를 환상의 환상의 환상… 이라고 무한히 미끄러트린다.
영화의 전반부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이다. 학교 교실의 교단에는 소설 <1984>에서 등장한 텔레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화면 속에서 훈계를 하는 교장 선생님은 학생인 12살 소녀
당신을 조롱하는 B급 컬트, <기묘한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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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영화를 생각하면 언제나 ‘수다’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것은 그가 ‘필름있수다’의 대표여서이기도 하지만 조근조근 리듬을 맞추면서 생뚱맞은 결론을 향하는 수다가 유발하는 웃음이 장진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의 잔치인 수다는 솔직한 자기 표현이라기보다 자신의 수줍은 속내를 들킬까봐 말을 열심히 주워 삼키는 것에 가깝다. 인물들의 진심은 긴 수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짧고 뭉툭한 대사나 말없는 행동 속에 감춰져 있다. <거룩한 계보>는 이른바 그런 방식이 의사소통의 전형이라고 일컫는 “말없이 통하는 ‘싸나이’들의 우정”에 관한 영화다. 이것은 감독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들키지 않는 우정”인데, 친구가 자신의 존재나 호의를 인지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뒤에서 지켜주는 방식의 인간관계를 말한다. 우리는 그런 관계들을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다. ‘동막골’의 양쪽 군인들이, 전혀 수다스럽지 않았던 킬러들이
새로운 듯 익숙한 장진표 전라도 ‘친구’, <거룩한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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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A>는 세계적인 파이터들이 모여 펼치는 무술 경기의 이름이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의 줄임말인 이 제목은 액션물인 <DOA>가 그려나갈 세계를 함축한다. 뮤겐텐신 부족의 공주이자 닌자인 카수미(데본 아오키), 남자들의 시선을 현혹시키는 미모의 도둑 크리스티(홀리 밸런스), 강도떼도 손쉽게 제압하는 근육질 레슬러 티나(제이미 프레슬리),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는 DOA 경기 창시자의 딸 헬레나(사라 카터)를 비롯, 경기에 초대받은 파이터들을 비추며 영화는 출발한다. 배경은 도아섬. 경기는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며 KO 당하는 즉시 섬을 떠나는 것이 룰이다. 주특기가 다르고 목적 역시 제각각임에도 싸움만큼은 자신있는 다섯 여전사들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내지른다.
폐쇄된 공간에서 승부를 겨룬다는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DOA>는 <배틀로얄>과 닮았다. 하지만 잔혹한 동시에 소름 돋을 만큼
과도한 액션과 각선미에 함몰된 액션영화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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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후루하타 야스오는 기억과 삶의 풍경을 통해 사람의 심경을 잡아낸다. 고향의 설원을 바라보며 삶을 되돌아보는 <엑기>의 형사 미카미, 선로를 보수하며 죽은 자식을 마음에 묻어가는 <철도원>의 오토가 그러하다. 나카니시 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붉은 달>은 <호타루>의 연장구간이며 <천리주단기>를 향한 정거장이다. 후일 장이모가 연출하고 다카쿠라 겐이 출연한 <천리주단기>에 후루하타 야스오는 고문으로 참여해 20%에 속하는 일본 촬영분을 연출했다. 안타깝게도 <붉은 달>은 <호타루>와 달리 2차대전이라는 격동의 시간보다는 나미코의 개인사에 함몰되면서 이야기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던 <호타루>의 반성적 결말과 달리 <붉은 달>은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역사와 사회라는 바탕 위에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1935년 흑룡강성 모란강으로 이주한 모리타
중국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본 여인 잔혹사, <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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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지아매티가 연기하는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주인공 클리블랜드 힙은 슬픈 과거를 가진 아파트 관리인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쥐를 잡아주고, 전구를 갈아주는 등 아파트 주민들의 잡다한 수발을 들어주며 자신의 과거를 등지고 살아가던 그. 어느 날 밤 아파트 수영장에서 신비로운 여자가 발견되며, 그녀는 클리블랜드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스토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라는 이름의 여인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동화 속 요정 ‘나프’(narf). 요정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만, 험악한 괴물 ‘스크런트’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 괴물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클리블랜드는 스토리를 돕기로 마음먹고, 미국의 다인종 사회를 대변하듯 다양한 아파트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프의 귀환’을 꿈꾼다.
<식스 센스> <빌리지> 등으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레이디…>는 그가 딸들에게 들려주던 창작동화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빌리지>
샤말란의 미스터리 동화, <레이디 인 더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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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기록하는 기억장치 칩이 머릿속에 내장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까? 너무나 끔찍해서 자살이라도 할까 아니면 좋은 기록만 남기려 개과천선 노력할까? <파이널 컷>은 이런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SF영화다. 시간적 배경은 명확하지 않은 미래사회, 한 사람의 평생 기억을 담는 ‘조이칩’은 아이의 출생과 함께 머리에 이식된다. 비용은 비싸지만 아이를 위해 기꺼이 구매하는 부모가 많아서 인구 20명 중 한명꼴로 칩이 이식되었다. 칩은 죽은 다음에야 제거되는데, 보통 1시간40분 분량의 영상물로 편집되어 장례식장에서 상영된다. 영화는 여기서 좀더 심화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앨런(로빈 윌리엄스)은 조이칩 기록을 편집하는 ‘커터’이다. 영상을 보면서 고인을 추도하는 장례의식 ‘리메모리’를 위해선 당연히 아름다운 기억만이 선택된다. 앨런은 그 방면에 이름난 숙련된 커터로, 자신의 일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지도 모르는 이야기, <파이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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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빠져나간 삶을 생각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공포에 가까운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현재 나의 삶에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 슬픔은 미안함과 걱정을 동반하게 된다. 이자벨 코이셋의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은 앤(사라 폴리)이라는 스물세살의 젊은 여성이 자궁암 말기 선고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두달에서 석달. 앤에게 청춘은 17살에 너바나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편과 그와 함께 낳은 두 아이로 인해 즐기는 것이기보다는 버텨내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남겨진 짧은 시간 동안 진정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예고된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가지’ 리스트를 작성한 뒤 하나하나 실천해간다. 아이들에게 생일 메시지를 녹음해둠으로써 남편에게는 새로운 아내가 될 여자를 소개해 줌으로써 미래를 준비해둔다. 그리고 헤어진 여인을 잊지 못해 황폐한 집에 살던
눈물없이 볼 수 있는 시한부 인생, <나 없는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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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실존했던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관점이 그 사건의 일부로 스며들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영화가 필연적으로 시대착오(anachronism)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이지만, 이러한 시대착오성이야말로 역사영화가 존립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미국 정치사에서 영화적 소재를 즐겨 발굴했던 올리버 스톤이 2001년 9월11일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폭파사건을 영화화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리버 스톤이 이 작품을 두고 ‘9·11 사건’에 대한 비정치적 접근이라고 제아무리 주장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는 정치적 사건의 비정치적 접근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발언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정치적 접근이라는 태도 속에서 9·11이라는 역사의 외상(trauma)에 대해 현재의 미국이 어떠한 봉합을 원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
미국의 무력함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전, <월드 트레이드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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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돌아왔다. 해마다 명절이면 애크러배틱 액션으로 우리를 황홀케 했던 그분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성룡 총제작, 각본, 주연. 이 사실만으로도 <BB프로젝트>가 어떤 아우라를 풍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성룡이 할리우드의 과도한 특수효과를 벗어던지고 홍콩으로 돌아왔다는 것. 오랜만에 홍콩 도심을 누비며 담백한 맨몸 액션을 구사하고 있으니, 성룡의 팬이라면 환호할 만하다.
영화는 2인조 전문털이범으로 보이는 뚱땅(성룡)과 난봉(고천락)이 금고를 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선량해 보이는 얼굴. 진지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지만, 이들에게도 나름의 규칙은 있다. 살인, 유괴, 강도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그놈의 돈이 뭔지!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은 갱단의 ‘BB프로젝트’ 즉, 빌리언 달러 베이비 유괴작전에 뛰어든다. 그러나 초반부 아찔한 유괴작전이 성공한 이후, 영화는 <god의 육아일기>를 연상케
최적의 추석 맞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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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 불리>는 디즈니 실사영화 <애들이 줄었어요>(1989)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미>(1998)의 기본 아이디어를 결합해놓은 3D애니메이션이다. 개미만큼 작아지는 ‘호호 아줌마’나 동화 ‘엄지공주’, SF영화 <마이크로 결사대>(1966)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사물들이 비일상적으로 거대하게 변하는 순간은 언제나 즐길 만한 스펙터클을 제공해왔다. <앤트 불리> 역시 이같은 소인국적 상상으로부터 영화적 즐거움을 빚진 모험담이다.
교외 마을의 10살짜리 안경잽이 소년 루카스(자크 테일러 아이젠)는 우울한 청춘이다. 사춘기 누나는 나날이 구박에, 할머니는 외계인의 침략에 전전긍긍하는 음모론자이며, 덩치 큰 골목대장은 몸집이 작은 루카스를 괴롭히는 게 취미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루카스는 마당에 있는 개미집을 망가뜨리며 기분을 풀곤 한다. 이런 루카스를 ‘파괴자’라 부르며 두려워하던 개미들은 마침내 묘안을 찾아
소인국 세계의 롤러코스터 모험담, <앤트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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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마카오는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왕가위나 프루트 챈이 반환을 앞둔 홍콩의 불안을 형상화했듯, 팡호청은 <이사벨라>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마카오의 마지막 여름을 보여준다. 비리에 연루되어 쇠락한 경찰 싱(두문택)은 유흥가를 떠돌다 얀(이사벨라 롱)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싱에게 얀은 그저 하룻밤을 보낸 상대였지만, 얀은 자신이 싱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그날부터 얀은 싱에게 돈을 요구하고 결국 둘은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비록 만남은 어색했지만, 세상에서 홀로 남은 이 둘은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부녀지간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아닌 걸 알면서도 서로를 속이고 있는 걸까? 영화는 몇 가지 단서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명확한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팡호청의 관심은 이들이 부녀인지, 연인인지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근친상간을 떠올리게 하는 극단적 소재는 낯선 두 타인이 소통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뒷골목의 감각적인 풍경, <이사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