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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면서도 단호한 제목이 암시하듯 <방문자>에서 중요한 사건이 되는 것은 방문이다. 누가 누구의 방문을 받는 것인가. 그 방문은 왜 일어나야 할 일인가. 이 영화는 방문을 통해, 만남을 통해 어떤 간곡한 결론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종류의 기도인가.
방문을 받는 자는 호준(김재록)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과 시간강사인 호준은 아내와 이혼한 뒤 혼자 자취 생활을 시작한다. 학생들의 겨울방학 동안 일시 실업자가 되는 그가 일상을 보내는 방법은 극단적이다. 인터넷의 야한 사이트를 뒤지거나, 출장 마사지사를 불러 욕정을 처리하고 쌍욕을 하며 내쫓거나, 산보를 하다 말고 갑자기 욕설과 괴성을 내지르는 식의 막가는 행동이 한축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지식인적 삶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예술영화 보기를 삶의 당위로 여기며, 그래서 심지어는 죽을지도 모를 순간에조차 영화제목을 읊조리거나, 가게 여주인에게 난데없이 파스빈더 영화를 소개하는 과
거칠지만 강직한, 사회적 기도, <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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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한 남자가 있다. 도시에 사는 그는 하루하루 숨가쁘게 펼쳐지는 일상 속에서 정체성을 상실한다. 돈과 여자만이 그의 유일한 휴식처이며 욕망의 대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본의 아니게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도시가 아닌 그곳에서 그는 다른 방식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것이 껍데기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실한 사랑도 만난다. 이러한 스토리 라인은 할리우드가 현대인의 삶을 반성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몇개의 모티브들만 첨가, 수정하여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플롯의 차이는 그가 각박한 도시를 어떤 이유로 떠나는가,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여 그곳의 무엇에 매료될 것인가라는 소재적인 수준에서 빚어질 뿐 통찰의 본질적인 깊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들리 스콧와 러셀 크로가 <글래디에이터> 이후 다시 손잡은 <어느 멋진 순간>은 포도농장과 와인을 매료의 대상으로 삼고 프로방스의 포도농장을 도시인 런던
시큼털털하고 어정쩡한 성찰, <어느 멋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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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현실을 가리거나 현실이 사랑을 가리는 영화들, 다시 말해 사랑이 현실을 못 본 체하거나 현실이 사랑을 냉소하는 영화들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최근 한국의 이성애 멜로는 그래왔다. 현실이 부각되면 사랑이 밀려나고 사랑이 넘치면 현실은 꼬리를 감추는 식으로 말이다. 낭만적 사랑과 투박한 현실을 공존시키려는 시도가 있다 해도, 그 시도는 대개 대책없는 희망에 대한 설파나 나약한 실패와 파멸로 끝나곤 한다. 그런데 <후회하지 않아>는 보기 드물게 그걸 끈질기게 시도하고 밀고 가는 영화다. 이 멜로는 죽도록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죽도록 절박한 사랑이 있지만, 그 둘을 끝까지 가져가며 ‘후회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단지 70년대 호스티스영화의 변주로, 혹은 예쁜 남자들의 통속 로맨스로 한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수민(이영훈)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한다. 재민(이한)은 수민이 다니는 공장 부사장의 아들이자 그 회사의 인사부장
이 시대 게이들의 달콤하고도 처절한 낭만,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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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아메리카’의 뜻에는 남자에서 여자가 되려는 트랜스섹슈얼 브리(펠리시티 허프먼)의 이야기라는 뜻도 있고 브리가 아들 토비(케빈 지거스)와 뉴욕에서 LA까지 횡단한다는 뜻도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나 <헤드윅>처럼 남자가 여자가 되기 위해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에, 아버지와 아들의 뜻밖의 만남이라는 이야기를 더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드라마도 극적이지만, 부정하고 싶은 자기 과거와 어떻게 화해하고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 또는 주인공 브리는 끝까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한다. 남자의 몸 안에 갇힌 것에 대해,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에 갇힌 자신의 삶에 대해 분노도 설움도 터뜨리지 않는다. 그건 여자가 되기 위해 고심하는 브리의 태도와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브리는 찔끔, 살짝 울고는 눈물을 손등으로 톡톡 훔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오동구처럼 옥상에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가족의 재구성, <트랜스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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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덕으로 꼽을 수 있는 처음과 마지막 장면의 삿포로 설경은 이 영화가 현실에 뿌리내리기보다는 판타지에 호소하고 있음을 알린다. CF감독 출신이 만든 CF의 극장용 확장판이라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건 상당한 결례일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건 오해를 부른다. CF라서가 아니라, 도쿄방송 동명 TV드라마 압축판이라서가 아니라 지상 위로 3cm 뜬 채로 이야기의 현실성을 줄곧 부정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호인 아버지가 죽고, 16년 전 엄마와 함께 집을 나간 오빠 류진마저 죽자, 눈먼 소녀 류민(문근영)은 드넓은 녹차밭 한가운데 우뚝 선 대저택에 홀로 남는다. 곁에 이 선생(도지원)과 오 대표(최성호), 변호사(조상건)가 있지만 마음을 트고 지낼 이는 없다. 호스트바에서 명성을 날리던 호스트 줄리앙(김주혁)은 바에서 쫓겨난다. 게다가 큰 빚을 지고 사채업자인 광수(이기영)에게 쫓기고 있다. 줄리앙은 후배 태호에게 류진 이야기를 듣고 민의 오빠 행세를 하기로 한다.
관객에게 내민 낯선 동의서, <사랑따윈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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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심재문(설경구)은 무리 안에서도 겉도는 이리 같은 남자다. 소년원에서 만나 한 패거리에 몸담은 이민재(류승룡)는, 재문이 마음을 여는 드문 상대다. 그러나 실수로 틀린 ‘표적’을 해친 민재는 상대 조직 민대식(윤제문)의 칼을 받고 숨진다. 조직 상부는 내심 화해를 원하나, 재문은 복수를 벼르며 민대식의 고향 벌교로 내려간다. 태권도 선수에서 건달로- 어머니가 중병이라- 전신한 신참 문치국(조한선)이 동행한다. 대식이 올 체육대회를 기다리며 정탐하던 재문은 식당을 하는 대식의 어머니 김점심(나문희)을 먼저 만나 그녀가 끓인 국밥을 먹는다. 어머니를 여읜 재문과, 외지에서 생사가 흐릿한 아들 걱정에 피가 마르는 점심은 퉁명한 척하지만 서로를 엄마 자식 보듯 한다.
설경구가 사납게 연기하는 심재문은 미덕이라곤 한 알갱이도 없다. 입만 열면 모욕과 희롱이고 아이들한테 상처 주는 추태도 서슴지 않는다. 대화 끝에 비죽이 농담을 흘리는 버릇은, 맺고 끊기에 서툴고 자신이 뭘 원하
나쁜 남자들의 자학적 술래잡기, <열혈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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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영화를 세계 대중의 뇌리 속에 뿌리박게 한 것은 글라우버 로샤를 위시한 시네마 노보 계열의 영화나 세계 영화제의 명사 월터 살레스 감독의 작품이 아니다. ‘브라질영화’라는 최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2003)이다. 브라질의 어두운 뒷골목을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숨막히게 빠른 속도로 묘사하는 이 영화의 성공요인은 브라질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폭로하기보다 이국적인 취향의 무언가로 포장했다는 점이다. <시티 오브 갓>은 폭력으로 흥건한 브라질의 ‘비열한 거리’도 색다른 영상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새로운 감독들의 등장,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바야흐로 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브라질 영화계에서 전세계적으로 3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이 영화의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신예 세르히오 마카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파라다이스> 또한 &
두 남자와 한 여성의 절박한 삼각관계,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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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하고, 가장 원초적인 수(數).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수학의 세계에 매혹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가장 순수한 것이야말로 수학의 세계라는 것을. 하지만 그걸 말로 설명하거나,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절대적인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박사의 말처럼 ‘용기와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느껴야 한다, 마음으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순수한 수학의 세계와 맞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리고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따뜻한 영화다. 부드럽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인도해주는.
10살인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쿄코. 배운 게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육체노동 즉 가정부 일뿐이지만 언제나 프로페셔널하게, 누구보다 활기차게 살아간다. 몇년간 수없이 가정부가 바뀌었다는 박사의 집으로 파견된 쿄코는 박사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사는
수의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하는 ‘착한’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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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9·11 시대, 할리우드의 영웅은 보통 사람들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두 항만경찰과 전직 군인, <플라이트 93>의 이름도 모를 승객들처럼 말이다. <뉴스위크>에 의해 ‘최고의 신화’라고까지 표현된 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광받는 건 언제나 영웅담 또는 신화를 원해온 할리우드의 필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9·11 이후 실제로 뉴욕 소방대원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사실과도 관련있다. 엄청난 재앙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헌신적으로 해낸 이들은 또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을 때 주민 3만3520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킨 미국 해안경비대가 그들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해안경비대의 활약상을 담은 <가디언>은 새로운 영웅들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영화다. 이 영웅담의 한축은 그동안 수백명의 조난자를 구해낸 고참 대원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이 담당한다. 그는 “(구조대상자가)
보통 영웅 혹은 슈퍼 일반인들의 절박한 분투기,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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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악당이 무고한 아이를 감금하고 살해한다. 경찰에 붙잡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에도 그를 감옥으로 내몰 길이 없다. 이토록 성긴 법의 그물코에도 이 사회는 정녕 정의로운가?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일본 경찰청 경시관 지망생이자 열혈 정의파인 라이토에게 세상은 악으로 물든 비정한 곳이다. 자괴감에 육법전서를 내던지자 이를 대신이라도 하듯 데스노트가 찾아든다.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 노트의 위력을 깨달은 라이토는 단죄받지 않은 범죄자의 사형을 위해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칭하고 나선다.
공부는 물론 운동신경 역시 발군인 라이토의 반대축에 류이치(마쓰야마 겐이치)가 있다. 정체 불명의 그는 마시멜로와 빵을 꼬치에 꿰어 먹는 요상한 인물이지만 실은 미해결 범죄를 수차례나 해결한 명탐정이다. 멈출 줄 모르던 라이토의 살인 행각은 류이치의 등장으로 고비를 맞는다. 짙은 색 옷과 흰 티셔츠처럼 대조적인 두 인물은,
천재적 인물들의 정의를 넘어선 두뇌 싸움, <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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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러브 프라하>는 체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여자들을 위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05년 체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자국 내에서 흥행몰이를 한 이 작품은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매진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러브러브 프라하>의 주인공 라우라(주자나 카노츠)는 남다른 외모로 뭇 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여자다. 마음 가는 대로 이 남자, 저 남자를 오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남자 올리베라(마렉 바슈트)가 나타난다. 라우라는 지적이고 중후한 매력에 반해 올리베라와 관계를 맺지만, 첫날밤을 보낸 뒤 그가 엄마 야나(시모나 스타쇼바)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브러브 프라하>는 엄마의 과거 남자가 딸의 연인이 된다는 다소 자극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설정일 뿐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을 발전시킨다거나, 묵직한 드라마를 끌어내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잠시 호
거침없는 그녀들의 연애사, <러브러브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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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최연소 부사장인 존 헨리 암스트롱(앤서니 마키)은 회장 파웰(우디 해럴슨)의 비리를 주식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가 해고당한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직장도 구할 수 없고 자산도 동결된 존은 레즈비언이 되어 찾아온 옛 여자친구 파티마(캐리 워싱턴)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돈을 받고 아이를 만들어달라는 것.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입양허가를 얻지 못한 파티마는 영리하고 잘생긴 존의 정자를 받아 임신을 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성공한 레즈비언 여성을 떼로 몰고온다. 존은 하룻밤에 몇번씩 정자를 쏟아내면서 파웰과의 힘겨운 싸움도 계속해야만 한다.
스파이크 리가 28일 만에 찍은 저예산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는 엔론과 마사 스튜어트 등의 스캔들로 상처받은 미국인들의 도덕적 공황 상태를 보여주는 영화다. 흑인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여 돈만 알고 살아온 존은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야 기업과 중역들의 위선을 깨닫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권리를
너무 많은 토끼를 쫓아간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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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느긋하게 신천지를 개척해갈 때, 불운한 경쟁자는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는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처음부터 평등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탄성과 환희는 천재성의 불평등에 기반했다. 로버트(휴 잭맨)와 알프레드(크리스천 베일)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매우 수평적이다. 로버트가 상당한 재력가이고 알프레드는 보잘것없는 떠돌이지만 이 점은 알프레드가 마술의 본성을 좀더 꿰뚫고 있는 것으로 상쇄된다. 우애 깊은 동료였던 이들이 최고의 마술사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꿰차면서 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가는 동력은 천재성이 아니라 사랑조차 제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 질투와 분노다.
수중탈출 마술로 좋은 세월을 보내던 이들의 관계는 마술에 대한 욕망이 좀더 컸던 알프레드의 예기치 않았던 실험으로 부서진다. 로버트의 아내가 공연 도중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 그렇지만 이 사고에서 시작된 로버트의 알프레드에 대한 분노는 복수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순간이동 마술로
‘무한’ 확장의 욕심,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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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은 8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장 세련된 정서와 감각으로 동시대를 보여준 감독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작품 <길>은 오랜만에 영화 크레딧을 통해 만나게 된 그의 이름만큼이나 반갑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황진이> <꿈> <정> 같은 영화보다도 <기쁜 우리 젊은 날>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이 우리의 뇌리에 더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은 언제나 전통적인 것에 관심을 두었고 잊혀져가는 우리만의 어떤 것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한때는 자신도 선배 감독들이 옛것에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은 날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저예산영화들이 쉽게 선택하게 되는
인생과 용서에 대한 오래된 정서를 길 위에서 배우다,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