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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디워>는 <용가리>(1999)로부터, 혹은 더 멀리 영구아트의 창립작이기도 한 <영구와 공룡 쮸쮸>(1993)로부터 이어지는 심형래식 한국형 SF의 현재형이다. 그것은 또한 <용가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심형래가 직접 ‘영구’로 출연한 이전 영화들은 특수효과와 더불어 그 특유의 개그가 반반씩 섞인 구조였다면, 말 그대로 ‘영구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가리>와 <디워>는 할리우드의 뒤를 좇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블록버스터급 특수효과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LA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를 취재하던 이든(제이슨 베어)은 정체불명의 비늘을 보고 회상에 잠긴다. 어렸을 적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옛 한국의 전설을 들었던 그는 그것이 이무기의 것임을 직감한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기 위해서는 여의주를 지닌 처녀를 제물로 삼아야 하는데, 과거 승천에 실패했던 이무기가 다시 LA에
서늘한 구성상의 빈약함 <디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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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종교, 예술 분야에서 새로움과 화려함이 난만했던 17세기를 뿌연 안개와 질척대는 진흙탕 속에 놓인 혼돈으로 보여주는 영화 <리버틴>은, 자유롭고 방탕했던 시인이자 극작가인 백작 존 윌모트(조니 뎁)의 영락을 따라간다. 도처에 존재하는 타락과 방탕을 둘러싼 먼지 같은 뿌연 기운들은, 결국 파멸에 이를 주인공들의 인생에 대한 암시가 된다. 존(재미있게도 그의 애칭은 배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과 같은 ‘조니’인데)은 셰익스피어가 될 수 있는 영광의 길을 등지고 가차없이 자유로운 난봉꾼(libertine)의 삶을 택한다. 예술가적인 마에스터가 재능있는 여제자를 가르치는 플롯, 그 여제자가 다시금 뮤즈가 되어 예술가의 상상력을 폭주시키는 플롯, 결국에는 여자가 권력 앞에서 사랑과 예술을 배신하는 플롯 등 익숙한 이야기 선들은 다소 식상하지만, 17세기 궁정과 런던의 뒷골목을 앤티크 스웨이드, 제이드그린빛의 희뿌연 푸름으로 연출한 영상 연출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질감의 인상적인
예술가 영화의 익숙한 클리셰 <리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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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아니라 기담이다. 혹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상한 이야기다. 1942년 경성에 위치한 신식병원을 무대로 하는 세 가지의 기이한 이야기를 엮어낸 <기담>의 제목은 일종의 선언이다. 무리한 공포를 기대하지 말라는, 무섭지 않은 것을 무섭다고 우기지 않겠다는. 세개의 이야기, 세명의 주인공, 세 가지의 비극을 (옴니버스가 아닌) 단일한 시공간 속 하나의 플롯으로 풀어낸 영화의 구조 역시 그 제목과 묘하게 어울린다. 서로 다른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각각의 이야기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줄 뿐 별다른 소제목이나 단락 구분없이 이어지는 영화 <기담>이 가장 세심하게 신경쓴 것은 이야기의 맛이기 때문이다. 학교나 병원 같은 공적 공간에 깃든 이야기들, 여름밤을 하얗게 밝도록 두런두런 이어지던 이야기들, 잠자리에서 더욱 또렷해지던 신기한 이야기들.
“제국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안생병원 안에선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정혼자와 결혼을 앞둔
한국형 공포영화의 가능성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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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는 과거의 폭력성을 감추고 살던 남자가 선의의 폭력을 계기로 다시 그 ‘나쁜’ 폭력의 늪에 빠져드는 이야기, 혹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폭력의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들추어내서가 아니라 창조적인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현실에 대해 강력하게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선량한 가장으로 사는 남자의 삶은 사실, 새 출발도, 회개도 아니라 그저 아메리칸 ‘드림’, 즉 환상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를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영화는 톰의 분열된 역사에서 미국의 역사를 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정작 폭력의 근원이 마을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들의 집단 무지와 환상이 범죄자와 영웅을 동일인으로 만든다. 크로넨버그는 탄탄한 각본과 버릴 것 하나 없는 숏의 배열을 기반으로 한치의 망설임도
미국 현실에 대한 강력한 발언 <폭력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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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인근인 미국 LA 동쪽, 산베르디날도 카운티와 리버사이드 카운티를 묶어 일컫는 ‘인랜드 엠파이어’에는 상류층 인구 400만이 거주한다. 영화 <인랜드 엠파이어>의 공간적 무대는 이곳이다. 주인공인 금발의 스타 여배우 니키(로라 던)는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칭송받는 킹슬리 스튜어트 감독(제레미 아이언스) 작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엄청난 기대감에 부푼 그녀.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가 실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폴란드 어떤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며 “원작의 두 주연배우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린치의 여느 영화들처럼 범상한 미스터리물인 척 시치미를 떼고 시작해서 꿈, 상상, 무의식과 판타지 등 비현실계를 현실계와 뒤섞으며 내러티브를 해체해간다. 몇 가지 이야기틀로 정리되지만 이야기틀간의 질서는 없다. 관계는 전복되고 위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DV카메라로 핸드헬드 기법을 써서 촬영한 저예산 다큐 스타일의 화면은 현실-극-기억
지적 오락물의 절정 <인랜드 엠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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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상속되는 건 유산뿐만이 아니다. 가족에 얽힌 저주도 그대로 물린다.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의 장편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중국의 무속 신앙을 빌려 20년 넘게 이어지는 가족의 저주를 그린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제임스(제이슨 챙)는 먼 친척으로부터 저택을 상속받게 되자 고향인 대만으로 돌아온다. 혼자 살기엔 너무 크고 낡았지만 그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좋다며 그곳에서 약혼녀 요(테리 콴)와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집의 가장 위층에선 원인 모를 음산한 느낌이 감돌고 그곳에서 함께 파티를 했던 제임스의 친구들은 밤 12시만 되면 이상하게 다시 제임스의 집으로 모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태아 귀신 모시기’라는 중국 무속 신앙에서 시작된다. 죽은 태아의 시체를 납골당에 모시고, 사람의 피를 그 태아에게 먹이면 가문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이 무속은 제임스의 조상들이 가문을 지켜온 방식이다. 하지만 이 신앙은 가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기 때문에 경우에
저주를 상속받은 남자 <가족상속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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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올마이티>는 4년 전 짐 캐리에게 신의 권능을 잠시 부여해 인간사를 멋대로 주무르게 하면서 익살어린 볼거리를 만들어냈던 <브루스 올마이티>의 뒤를 잇는다. 그때 짐 캐리의 경쟁자로 심술궂은 앵커처럼 그려졌던 에반 벡스터(스티브 카렐)가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주인공도, ‘올마이티’의 권능이 발휘되는 구조도 새판처럼 달라졌다. 세상을 바꾸자, 는 구호로 정계 진출에 성공하자 자신의 신세가 바뀌었다. 교외의 근사한 대저택으로 이사했고, 장갑차 뺨치는 튼실한 새 차도 마련했다. 등원 첫날, 실세 의원 롱(존 굿맨)에게 자신이 상정하는 법안에 힘을 모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신의 축복 신호 같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로드맵은 없지만 상관없는 듯하다.
진짜 신(모건 프리먼)이 예의 화이트룩으로 등장하면서 일찌감치 반전(?)이 시작된다. 맞춰놓지도 않은 새벽 6시14분에 알람이 반복적으로 울리더니, 주문하지도 않은 엄청난 양의 목재와 공구 세트가 배달된다. 출
성실함이 묻어나는 코미디 <에반 올마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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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중 2편인 <만덜레이>는 아버지와 함께 ‘도그빌’을 떠난 그레이스가 ‘만덜레이’라는 노예제가 상존하는 농장에 머물게 되면서 전개되는 상황을 다뤘다. 전작과 이어지는 연극적 비주얼, 공평무사한 내레이션, 살짝 우아한 바로크 음악과 엔딩 때 흐르는 데이비드 보위의 <Young American>은 영화에서 일어나는 파탄들에는 무심해 보이는 형식적 골격을 제공한다. 그레이스라는 한명의 이방(혹은 타인종) 여자와 마을 사람 전체와의 대면이라는 서사적 설정 역시 전작의 구도를 잇는다. 그러나 가면 쓴 미국식 합리성의 폭력에 훼손당했던 그레이스의 입장이 이번엔 마을의 질서와 윤리를 만드는 주재자의 위치로 전도된 듯하다. 노예들에게 자율과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르쳐’주기 위해 농장에 머물기로 한 그레이스는 미국식 미덕과 민주주의의 질서에 대한 포교자가 된다. 그러나 타율에 익숙한 자들의 내성은 자율이라는 이질적인 사태에 근본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도발적인 미국 3부작 <만덜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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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희(조안)는 자신의 창작품을 실재에서 구한다. 절친한 친구가 외국으로 나가버린 사이, 그 친구를 둘러싸고 떠도는 나쁜 소문을 뼈대로 소설을 썼고, 인기를 얻었다.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창작의 희생양이 된 친구의 실재는 부정할 수 없다. 후속작이 문제다. 편집장은 그럴듯한 글의 마감을 쪼고 있는데 창작의 불을 지펴줄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 마침, 베트남으로 간 친구 서연(차예련)이 보내온 ‘므이의 전설’이 구미를 자극했다. ‘누군가에게 복수를 꿈꾸는 자는 므이 초상화에 저주를 빌면 대신 복수를 해준다, 거기에는 끔찍한 대가가 뒤따른다….’
윤희는 베트남으로 날아가 옛 친구 서연의 집에 머물며 그의 도움을 받아 므이 초상화의 기원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윤희는 므이의 초상화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서연에게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연은 윤희가 자기를 먹이삼아 소설을 썼다는 것도 알고 있던 터였다. 서연의
공포의 기원에 대한 안이함 <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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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피해자는 가람고등학교의 성민(이성민)이었다. 손꼽히는 꽃미남인 그는 얼굴에 똥을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한다. 발군의 농구실력을 자랑하는 거창고등학교의 한경(한경), 밴드 보컬로 인기를 끄는 나담고등학교의 예성(김종운)도 같은 수법으로 공격당한다. 각 학교의 꽃미남들이 연이은 테러의 목표물이 되자 기범(김기범)은 자신의 블로그에 모교인 늘파란외국어고등학교의 누군가가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는 추리를 올린다.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그룹 울트라 주니어의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이 네 번째 피해자로 지목된 가운데, 이들 사이에 은근한 경쟁심마저 떠오른다. 범인을 추적하는 기범을 뒤쫓듯 울트라 주니어 멤버 동해(이동해)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과장된 화법을 따르는 영화다. 미소년을 등장시키며 대기 중에 반짝임과 휘광을 흩뿌리는가 하면, 그 앞에서 고함을 지르다가 기절하는
잠깐의 일탈, 백일몽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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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랬다. <토이 스토리>가 막 나왔을 때, 최초의 장편 디지털애니메이션이 지닌 기술적 표현력에 탄성을 연발하느라 모두들 간과했지만, 픽사 스튜디오가 무엇보다 세심하게 공을 들인 것은 이야기였다. <벅스 라이프>가 그랬고, <니모를 찾아서>가 그랬으며, <인크레더블>이 그랬다. 그리고 이제 픽사의 주방장은 영양가 높은 메시지를 풀어 넣은 풍성한 이야기를 능숙한 조리법으로 요리해 <라따뚜이>를 만들어냈다. <라따뚜이>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드는 법에서부터 힘주어 남기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여넣는 법까지, 하나씩 뜯어가며 공부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모범적인 이야기 영화다.
뛰어난 미각을 타고난 생쥐 레미(패튼 오스왈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꾼다. 생쥐라는 처지 때문에 꿈을 실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던 레미는 어느 날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 주방으로 떨어진다. 청소부로 레스토랑에 취직한 청년 링
모범적인 이야기 영화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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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전라남도 광주는 군부의 계엄령 확대에 항의하는 시위로 술렁였다. 공수부대의 잔혹함은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고 시위대 주력은 5월20일을 기점으로 학생에서 시민으로 옮겨갔다. 5월21일 오후 발포 명령을 기해 비무장 시민 학살에 대응하여 시민군이 결성됐고 광주의 싸움은 민중 항쟁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항전한 이들은 5월27일 새벽 도청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긴 모욕과 고통을 겪었다.
영화가 역사를 재현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 기록필름을 재구성할 수 있고 생존자의 증언을 경청할 수도 있으며, 허구를 빌려 과거를 극적으로 재연하는 법도 있다. 세 번째에 해당되는 <화려한 휴가>는, 평범한 서민을 거리로 나서게 한 힘이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스러져갔는지 상상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연두색 포니 택시가 그림 같은 가로수 길을 달린다. 운전석의 강민우(김상경)는 행복한 얼굴로 초여름 미풍을 음미한다. 청년 가장인 그는 공부 잘하는 동생 진우(이준기
기억하자고 말하는 광주 영화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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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귀환한 <다이하드> 시리즈의 영웅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형사에게 시대는 우호적이지 않다. 액션 영웅 클럽의 상석은 CG와 한몸되어 날아다니는 만화 출신 슈퍼히어로들이 차지했고, 웬만한 스릴러영화의 주인공은 컴퓨터 전문가다. 그의 장기였던 이죽거리는 구변도 애니메이션의 수다쟁이를 당할 수 없고, 그 시절 동지를 찾아본들, 캘리포니아 주지사 집무실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보일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다이하드4.0>의 영리한 각본은 주인공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어물쩍 외면하거나 맥클레인에게 부랴부랴 정보통신 자격증을 따게 만드는 미봉책을 쓰지 않는다. 대신 시대의 변화와 주인공의 무력함을 이야기 핵심으로 대뜸 끌어들여 정면 돌파한다. 천재 해커 토마스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판트)이 이끄는 전문가 집단은, 잘나가는 개인 해커들의 경쟁심을 이용해 국가정보, 통신, 교통, 수도, 전기, 금융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파괴하는 ‘파이어
시리즈의 적절한 업그레이드 <다이하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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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남자도 그땐 단지 하고 싶었을 뿐이야.” 29살의 준코가 15살 중학생 시절 담임과 섹스에 탐닉하던 과거를 남자 동창에게 들려준다. 플래시백 속의 담임은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와 준코를 번갈아 베어문다. 29살의 준코가 그 못지않게 복숭아를 에로틱하게 베어물 때, 다섯 옴니버스가 펼칠 색깔이 예감된다. 마쓰오 스즈키 감독은 <밤의 혀끝>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순정을 ‘무자비하게’ 배반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머리카락을 태우고 잠들면 꿈에서 원하는 걸 맘껏 할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향로를 얻게 된 마사코 이야기다. 직장의 연하남 머리카락으로 꿈에서 오르가슴에 오르던 그녀는 아예 꿈에서 깨어나지 않겠다는 비장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 격한 에로스는 쓰카모토 신야의 <비단벌레>로 이어진다. 늙은 남자의 정부가 그 남자의 젊은 부하와 눈이, 아니 몸이 맞는다. <유레루>의 니시카와 미와는 <여신의 발 뒤꿈치>
불균질의 에로스 옴니버스 <그녀의 은밀한 사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