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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촬영 작가(미쓰이시 겐)의 1인칭 시점과 내레이션이 도쿄 한복판에서 만난 유다(혼다 카주마)를 따라붙는다. 유다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애매하게 서 있는, 미스터리적 인물이다. 호기심이 애정으로 바뀔 무렵 유다가 캠코더를 가지고 사라졌다. 페이크다큐가 픽션적 장면과 마구 섞이는 건 문득 화자를 찾아온 미치(오카모토 유키코)라는 여자의 방문 이후다. 그녀는 유다가 가져간 캠코더의 테이프를 가져왔고, 거기에는 그녀와 유다의 미스터리한 여행이 담겨 있다. 미스터리는 이 영화 자체의 성격이다. 유다와 미치 사이를 오가는 회상과 16살 소녀들을 둘러싼 끔찍한 사건을 자꾸 혼합하면서 이야기는 매듭짓기를 방기한다. 그게 무엇이냐, 보다는 이러한 것들이 실은 네 주변에 있다, 고 봐주기 원한다. 젊은이들이 마주하거나 만들어가는 세상이 미스터리이니 이를 담는 에피소드가 매번 명쾌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적 연출은 픽션을 픽션 아니게 혼동하게 만든다. 페이크다큐의 목적은 믿기 싫고 보기
미스터리한 성(性)과 미스터리한 연출 <비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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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끼리의 여행은 간혹 관계의 분기점이 된다. “우리는 지금 최고로 행복해야만 해”라는 강박도 스트레스지만,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얼굴을 발견하고 질겁하는 일도 있다. 35살 동갑내기 커플 마리옹(줄리 델피)과 잭(애덤 골드버그)의 유럽 여행도 위기로 비화된다. 베니스에서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파리에 들러 마리옹의 가족과 함께 이틀을 보내게 된 잭은 문화적 차이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비엔나 소시지같이 줄줄이 출현하는 마리옹의 옛 남자들은, “과연 내가 그녀를 아는 걸까?”라는 회의까지 부른다.
<비포 선셋>의 각본에도 참여한 바 있는 줄리 델피 감독은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에서 익숙한 지도를 따라 걷는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사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여자와 남자가 거리를 소요하며 대화로 줄거리를 진전시킨다. 그러나 잭은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처럼 꿈꾸지 않고, 마리옹은 <비포 선라이즈> 연작의
수다만발 코미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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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셔터> 효과는 대단했다. 핏빛 원혼을 포착한 이 공포영화는 1억1천만바트(30여억원)를 벌어들였고, 그해 타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으며, 할리우드 뉴리전시사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일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광고계에서 출발해 이력을 쌓았던 선배들과 달리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첫 번째 세대이기도 한 팍품 웡품과 반종 피산타나쿤은 데뷔작 <셔터>로 타이영화를 이끌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샴>은 <셔터> 이후 따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던 두 사람이 다시 손잡고 만든 공포영화다. 영화 속 샴쌍둥이의 비극적인 운명과 달리 다시 하나의 메가폰을 나눠 잡은 두 감독의 선택은 결과로 보면 나쁘지 않다. 타이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GTH가 전주로 나선 이 영화는 아직 공식적인 흥행 기록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수입사쪽에 따르면 “<셔터>를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죄책감이 불러들인 원혼의 이야기로 공
기본기가 충실한 호러물 <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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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 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사비나(야나 팔라스케)는 어머니에게 연인이 생기면서 쫓겨나듯 아버지의 집으로 향한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에게 에디(프랑크 드뢰제)가 도움을 주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비나는 살인 현장에서 도망치는 에디의 친구 미샤(토니 블루메)를 목격하고, 미샤는 에디에게 사비나를 제거할 것을 종용한다.
베를린 외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알래스카>는 영화 제목인 지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파이프라인을 짚으며 “알래스카에서는 길을 잃으면 이걸 따라간대”라는 대사로 짐작할 수 있듯 그것은 방향을 상실한, 알래스카와 같이 서늘한 삶의 자리를 일컫는다. 도시 하층민에 속하는 <알래스카>의 아이들은 거리의 법에 종속되어 있다. 학교 담장 밑에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소년은 밥값을 충당하기 위해 구걸과 절도를 일삼는다. 학교폭력에 관한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은 10
10대들의 초상 <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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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성을 잠식한다? 엔젤(세르기 로페즈)은 이상한 수컷이다. 결혼식날 입장을 미뤄가면서 신부의 남성 편력을 따진다. 열명 밑인지 그 위인지, 11명인지 12명인지 분명히 알아야겠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뭐가 그리 불안한지 엄마와 함께 추궁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관계의 안정과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키우는 아이의 수를 늘려나간다. 하나, 둘, 셋, 넷. 뭐가 그리 불안할까. 그러고는 비서와 바람 피운다. 엔젤의 수상쩍은 바깥생활을 의심한 아내 안나(아이타나 산체스 기욘)가 친구에게 남편 미행을 부탁하는데, 그 둘이 침대 위에서 딱 붙어버렸다.
흥분한 아내의 반격이 시작된다. 결별 선언과 동시에 남편의 남동생이랑 동거를 시작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인물의 파격적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유랄지 배경을 알기 힘들게 좌충우돌이다. 엔젤은 마초와 담쌓은 인물 같은데 여자의 성에 대해선 마초 종마 같다. 무기제조상인 엔젤의 동생이야말로 마초스러워야 어울릴 듯한데, 유약하고 어수
그의 성은 무조건반사 <해피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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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상처는 악마의 유혹으로 돌변한다? 영화사 화인웍스와 케이블 채널 OCN이 함께 만든 4부작 옴니버스 <이브의 유혹>은 팜므파탈을 공통된 요소로 사용한다. 그중 한편인 <키스>는 이웃집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과거 남편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효진(윤미경)은 권위적인 남편과 다른 느낌의 이웃집 남자 영훈(김경익)과 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영훈의 아내 정임(이자경)이 이를 눈치채고 네 남녀 사이에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난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의 남기웅 감독은 효진을 바라보는 영훈, 영훈을 바라보는 효진의 시선을 공포영화의 리듬으로 처리한다. 파국으로 이어질 남녀의 관계가 불안한 분위기 속에 암시된다. 하지만 영화는 90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도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긴장감이 없다. 효진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도 나태하다. 마지막 한방의 반전을 위해 효진은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일
사랑의 상처 악마의 유혹으로 돌변 <이브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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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해부학 실습실. 호러영화의 무대로 기막히다. 생기없는 인형처럼 포르말린에 찌든 카데바(해부용 시체). 그것들이 놓여 있는 금속성의 테이블과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오래된 핏물. 더욱 소름끼치는 건 한때는 인간이라고 불렸을 실습용 육질에 메스를 들이대는 하얀 가운들의 냉정함이다. 물론이다. 모든 것은 어디선가 이미 다 본 것들이다. 호러영화 팬들이라면 해부실을 무대로 삼는 B급 호러영화 리스트를 끝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독한 클리셰라고 할지언정 해부실의 정경은 말초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은 시작부터 반타작을 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전도유망한 여섯 의대생이 첫 해부학실습을 앞두고 있다. 미친 아빠에 의해 엄마를 잃은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선화(한지민), 병원 이사장 아들인 난봉꾼 중석(온주완), 친절하고 사려깊지만 어딘가 음습한 데가 있는 기범(오태경), 실습에 영 자신이 없는 모범생 은주(소이), 심약한 성격을 가진 과
봉합술 또한 좋아야 하는 법 <해부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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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의 독창성은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노 도모키 감독의 <변신>에서, 이별의 계기는 남자의 다중인격자로의 그로테스크한 ‘변신’이다. 공장 노동자인 쥰(다카미 히로시)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총알이 박힌 자신의 뇌가 다른 사람의 뇌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적어도 세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누가 기증자인가? 총을 쏜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병원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 않다. 쥰 자신이 두 가지 인격 사이를 왕래하면서 그만을 바라보는 연인 메그(아오이 유우)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흥미로운 것은 그를 점령한 두개의 ‘나’가 각각 나름의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과 결부되어 있음에도 그 결합 효과는 폭력과 광기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체 안에서 뻗어나가는 파편화된 시간들 각각은
절규 섞인 순애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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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페이지(영문판은 870페이지)의 책장이 스크린에서 팔락팔락 넘어간다. 조앤 K. 롤링의 원작 소설 일곱권 가운데 가장 부피가 육중한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신통하게도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로 완성됐다.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은- 엔딩 크레딧 10분을 빼면- 130분여 동안 빠르게 흘러간다. 각색의 압축률이 높다 보니, 기승전결과 직결되지 않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불가피하게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퀴디치 게임이 빠진 사실은 그리 아쉽지 않지만, 마법사 가정의 일상, 마법사 사회의 행정 시스템 및 공공 서비스 같은 상상력 발군의 세부가 줄어든 점은 아프다. 각색 과정에 제일 피해가 막심한 인물은 해리의 단짝 론(루퍼트 그린트). 소설에서는 기숙사 반장으로 임명되고 퀴디치 선수로 뽑혔는데, 영화만 본 관객은 알 도리가 없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이 된 해리 포터가 겨뤄야
무척 바쁜 5학년 해리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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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관계를 가진 뒤 “행복해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여자다. 오르가슴을 경험한 뒤에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도 여자다. 첫 섹스 뒤 찾아가서 “기분이 상했나요?”라고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여자고, “당신의 몸이 좋아요”라고 칭찬하는 것도 여자다. “나를 사랑해야만 해요”라고 명하는 것도, 관계를 이끄는 것도, 그리고 농장을 사주려는 것도 여자다.
그 여자가 먼저 나신을 드러내고, 남자에게도 알몸이 될 것을 요구한다. 등을 보인 채 옷을 벗고 불을 끄려는 남자에게 여자가 재차 요구한다. “돌아서요.” 그리고 돌아선 남자의 벗은 몸을 천천히 음미한다.
<레이디 채털리>는 여성감독이 만든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다. 연출 재능의 현격한 격차를 잠시 논외로 하고서, 프랑스 여성감독 파스칼 페랑이 만든 이 작품을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하고 남성감독 쥐스트 자캉이 감독한 추억 속의 삼류 영화 <차타레 부인의 사랑>과 비교해보면 시선의 성별이 같은 내용을 얼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 <레이디 채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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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엄(마르티나 게덱)과 앙드레는 아들 닐스와 그의 여자친구 리비아(스베아 로드)를 데리고 여름휴가를 떠난다. 미리엄은 열두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리비아가 처음부터 마음에 걸린다. 아들과 보트를 타러 나갔던 리비아는 빌이라는 남자와 함께 돌아와 그를 가족에게 소개한다. 이때부터 어린 연인들과 미리엄 그리고 빌과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시작된다. 아들의 친구이자 아직은 미성년자인 리비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시작된 미리엄의 간섭은 점차 그녀가 빌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면서 이상한 라이벌전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평범하고 안전해 보였던 한 가족의 여름휴가는 욕망이 교차하는 심리전으로 탈바꿈한다. 처음에 보호자적인 태도를 취했던 미리엄이 점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의 권력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체의 인위적인 사운드를 배제함으로써 이 영화는 욕망의 줄다리기를 일체의 심리적 과장 없이 담담하게 드러낸다
욕망의 줄다리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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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악극으로도 잘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켈트인의 전설에서 비롯되어 비극적 사랑의 원형으로 끊임없이 회자되어온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형제가 기획과 제작을 맡은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비극에 이르는 연인이라는 고전적 뼈대를 차용하되, 그 위에 로마 멸망 뒤 영국과 아일랜드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맥락을 입혔다. 아일랜드가 부족 단위로 흩어진 영국을 지배하던 시대, 영국의 통합을 도모하는 군주 마크(루퍼스 스웰)의 손에서 키워진 트리스탄(제임스 프랑코)은 전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장례절차에 따라 바다에 띄워 보내진다. 해안가에 떠내려온 트리스탄을 발견한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소피아 마일즈)가 그를 살려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다. 정치적인 음모와 배신, 어긋난 사랑의 파국 등 익숙한 요소들로 조합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눈에 띄는 새로움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견고하게 빚어낸 세공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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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순도 100%의 액션영화 한편을 보았다. 여기에는 불순물이 전혀 없다. 오로지 스타일만으로 만든 <익사일>은 넋이 나갈 정도로 매혹적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극단에 도달하는 순간의 어떤 경지 같은 것이 이 영화에 있다.
<익사일>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한 작품이다. 스타는 있고 캐릭터는 없다. 스타일은 있고 플롯은 없다. 카메라는 있고 시나리오는 없다. 동사는 있고 접속사는 없다.
그러면,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체 어떤 내용이냐고? 조직을 배신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피신해 있는 아화의 집으로 옛 친구 넷이 찾아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먼저 방문한 두명은 그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 온 것이고, 나중에 온 두명은 조직의 명령을 받아 그를 처단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한참 뒤에 아화가 집으로 돌아오자 다섯 사람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지만, 아화의 하소연을 듣고 예전의 우의를 되찾는다. 이
순도 100%의 액션영화 <익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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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한 스릴러와 호러영화는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본다 해도 재미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스포일러조차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영화 스스로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센트>는 네발로 기며 어둠을 더듬는 영화다. 암중모색의 쾌감을 제대로 연출한 이 영화의 어둠은 진짜다. 그 속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를수록 <디센트>는 짜릿하다. <디센트>의 한글 제목을 붙인 사람은, 원제의 의미 ‘하강’과 ‘전락’ 중 하나만 고르기 난처했을 것이다. 영화 속 여섯 여자들은 지하 동굴을 탐험하는 느린 하향운동을 하고 거기서 고립된 채 맞이한 재앙을 통해 동물적인 상태로 굴러 떨어진다. 인물을 동굴에 들여보내기까지 닐 마셜 감독은 적당한 시간을 들여 심리적 복선을 깔고 많은 캐릭터를 최소한 스케치한다. 여자친구들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온 세라(쇼나 맥도널드)는 래프팅 여행 중 끔찍한 사고를 당한다. 1년 뒤. 세라의 기운도 북돋울 겸 그룹의 리더 주노(내털
암중모색의 쾌감 <디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