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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족 추장 아바하치(미카엘 헤르비그)와 그의 의형제인 백인 총잡이 레인저(크리스티안 트라미츠)는 부족의 생존을 위해 술집을 열기로 한다. 그들은 쇼숌족에게서 황금을 빌려 시설까지 갖춘 건물을 샀다고 착각하지만, 사기꾼 산타 마리아는 황금을 가로채고 쇼숌족 추장의 아들 웃기는 토끼를 살해한다. 그 죄까지 뒤집어쓰게 된 두 남자.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한 아바하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찾아 빚을 갚고자 한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술에 취해 아무에게나 나눠주었던 보물지도 네 조각을 모두 찾아야만 한다. 아바하치는 지도 한 조각을 가지고 있는 쌍둥이 형 위니터치를 찾아가 나머지 조각들이 어디 있나 물어본다.
서부극을 가장한 <황야의 마니투>는 코미디와 어드벤처에 가끔은 뮤지컬까지 뒤섞은 정신없는 영화다. 인디언 마을에 이방인이 들어오는 첫머리는 그나마 서부극에 가깝지만, 새끼 토끼를 애지중지하는 추장 구린 도마뱀이나 산타 마리아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은 뭔가 불길해
풀기없이 늘어진 천조각 같은 코미디, <황야의 마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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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에 푹 빠진 천재들의 삶은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혹적이지만, 같이 살아가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한 존재이다. 때로는 그들의 지나친 열정이, 때로는 그들의 지독한 순수성이 그들을 세상과 담쌓은 ‘유리 동물원’ 속의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빙 줄리아>의 줄리아 역시 그런 매혹과 난감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패왕별희>의 데이처럼 처연한 빛깔이 흐르지 않는 것은 경극배우 데이가 20세기 초반의 격동적인 역사에 휘말렸던 것과 달리 그녀는 1930년대 런던의 화려한 무대 위를 누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반 자보가 포착한 줄리아의 위기는 그녀를 둘러싼 외부세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욕망과 사랑이라는 그녀의 내면으로부터 온다.
1938년 런던의 한 연극무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줄리아 램버트(아네트 베닝)가 열연을 펼치고 관객은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무대 뒤의 그녀는 심리적, 육체적
중년의 위기를 맞은 여배우의 오묘한 아우라,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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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헤비급 선수처럼 생긴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제이슨 스태덤)다. 냉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앞에서 멋모르는 양아치 몇명이 그의 고급 세단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양복이 구겨지는 것이 싫다며 차 위에 차분히 옷을 개어 올려놓는 순간 이 싸움판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이미 정해진다. 남자는 말 그대로 인간 병기이며 전직 트랜스포터(영화의 설명에 따르면, 불문곡직하고 자신이 맡은 짐을 범죄 집단 사이에서 운반해주는 직업이라고 한다)다. 그러나 동시에 치기에 젖은 양아치들 정도는 몇대 때려주고 돌려보낼 만큼 신사다.
‘좀 조용히 살아보려는 은퇴한 영웅이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전통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반복한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프랭크는 주인집 꼬마와 깊은 정이 든다.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꼬마를 납치하여 정치가인 아버지를 협박하려드는 마약 밀매조직이다. 프랭크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독창적이지 못한 총싸움 영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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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그 지명도에 비해 영화로 접할 기회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마이클 브룩에 따르면 영어권에서 극장용 유성영화로 제작된 <베니스의 상인>은 놀랍게도 이번에 개봉되는 마이클 레드퍼드 작품이 최초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에서 제작된 몇편의 무성영화가 있었지만, 유성영화 시대에 들어선 뒤로 로렌스 올리비에가 샤일록을 맡아 열연한 연극 등이 TV용 영화로 각색된 일을 제외하고는 순수하게 극장의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 작품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전형적인 반영웅(antihero)인 샤일록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미묘한 정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동시대 연극 관람객인 귀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한 소재였다. 젊은 귀족들은 방탕한 생활을 하느라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들이 소비하는 돈은 합법적인 상업
시공을 초월한 텍스트의 즐거움, <베니스의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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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 모든 사랑이 영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끝없이 이어질 수는 없다. 불미스런 일로 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나이가 들어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되면 그 사랑은 더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니,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관계로서의 사랑은 결국 항상 이별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새드무비>는 네 커플을 통해 이별을 향해 가는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첫째 커플은 소방관 진우(정우성)와 수화통역사 수정(임수정)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진우가 수정의 동생 수은(신민아)을 화재 사고의 불길에서 구해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수정은 진우가 화재를 진압하다 큰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항상 마음을 졸이며 생활해야 하는 신세다. 놀이공원에서 백설공주 탈을 뒤집어쓰고 관람객을 즐겁게 해주는 수은의 상대는 같은 놀이공원의 아르바이트 초상화가 상규(이기우)다. 청각장애인인데다 그날의 사고로 얼굴에 화상까지 입은 수은은 어딘가
사랑과 이별에 관한 네 가지 연구, <새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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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수도원의 지하에 자리한 거대한 동굴을 탐사하는 <케이브>의 주인공 일행이,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맞닥뜨리게 된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출구를 짐작할 수 없는 미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 이제 영화는 우주공간이든 밀림이든 음습하고 까마득한 동굴이든 미지의 공간을 배경으로, 진화의 섭리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미확인생물과 사투를 벌이는 인물군상을 그리는 장르물의 법칙을 묵묵히 따른다. 베일에 싸여 있는 괴물과 관련해 힌트를 제공하자면, 영화의 배경이 드라큘라의 나라 루마니아라는 점.
탐사전문가와 생물학자, 비디오 촬영가 등으로 구성된 아홉명의 탐사대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예정된 수순처럼 한명씩 사라지고, 괴생물체의 면모는 그 끔찍함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초반에 희생되는 백인남자 캐릭터를 서로 구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사실 권위적인 탐사대장 잭(콜 하우저)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는, 제작
모험물과 고딕호러의 부적절한 만남, <케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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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샤오시엔의 1995년작 <호남호녀>의 도입부에서 영화배우 일을 하는 여주인공의 방에 놓인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1949)이었다. 허우는 자기에게 일종의 도전 의식을 불러오는 영화감독이라는 표현으로 오즈를 평가하곤 했다. 그러니 그 장면이 오즈에 대한 공경의 표시를 담고 있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카페 뤼미에르>는 그런 공경의 마음이 아예 온전한 출발점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오즈의 영화들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했던 표준 비율의 쇼치쿠 영화사 로고 숏에 이어 마치 <동경이야기>(1953)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듯 기차가 지나가는 숏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쯤 되면 성급한 관객은 이제 오즈의 세계에서 가져온 스토리와 스타일을 스크린에 펼쳐놓는 영화가 진행되겠구나, 라는 예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금방 기대의 배반을
이방인이 바라본 21세기의 동경이야기, <카페 뤼미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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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글턴의 이야기엔 힘이 꿈틀거린다. 그 힘의 원천은 분노다. <4 브라더스>는 복수를 이야기한다. 쇼핑을 하다가 슈퍼마켓에서 강도에게 어머니를 잃은 네 형제가 장례식날 모인다. 이보다 더 피가 끓게 하는 이야기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복수의 이야기 속엔 한겹의 이야기가 더 뭉쳐 있다. <4 브라더스>는 어머니의 복수를 훼방놓고 나아가 어머니의 죽음에 깊게 관여한 경찰에 복수를 가한다는 점에서 반정부적이고 반체제적인 영화다. 그런 체제에 대한 분노는 싱글턴의 초기작인 <보이즈 앤 더 후드>나 <하이어 러닝>보다 더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폭발한다.
문제아들만 거두어 사랑으로 길러낸 양어머니가 강도들 총에 맞는다.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장례식에 모이고 형제들은 경찰과 상관없이 범인을 추적하기로 한다. 형제들은 범인이 단순 강도가 아니며 목격자는 누군가에게 매수되었음을 알게 된다. 캐면 캘수록 범죄의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진다. 형제들은
인종차별적 사회에 대한 시각, <4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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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하지 않은 가정, 평범한 일상, 떠나간 남자친구, 미래가 없는 삶. 이 무료한 일상의 끝에서 그녀(기네스 팰트로)는 마침내 희망을 찾는다. 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고향과 잊고 싶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승무원이 된다. 비행기 한번 타본 적 없던 그녀의 첫 근무지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한껏 부풀려야 하는 초라한 비행사. 그 초라함이 창피해질 무렵, 그녀는 국제선 일등석의 승무원이 되기 위해 메이저 비행사의 문을 두드린다. 그녀는 과연 우아한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한편의 ‘승무원 되기 가이드’와 다름없어 보인다. 보잘것없는 시골 소녀가 세련된 승무원으로 변모하는 과정, 예컨대, 그녀가 교양을 쌓고 서비스 정신을 배워나가 시험에 통과하기까지 전 과정이 별다른 굴곡없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에 간략한 로맨스가 첨가되어, ‘자, 쭉 뻗은 커리어 행로에서 사랑에 발목잡혔다. 일과 사랑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지루한 질문
승무원 되기 가이드, <뷰 프럼 더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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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은 희박한 의미에서만 성룡 영화의 고유성을 갖고 있다. 그보다는 그 고유성을 어떻게 아시아 블록버스터의 시류 안으로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긴 흠이 더 많은 영화다.
진시황제 제위 시절, 몽이 장군(성룡)은 시황의 후궁인 옥수(김희선)를 사랑하지만 단지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위험에 처한 옥수를 구하려다 절벽 아래로 함께 떨어지는 두 사람. 여기까지는 꿈이다. 고고학자 잭(성룡)은 그런 꿈을 계속 꾼다. 그즈음 친구 윌리엄(양가휘)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중력 위에 떠 있는 관과 칼이 있다는 인도 다사이 왕국의 유적지를 찾아간다. 무중력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신비의 암석 그리고 꿈에서 보았던 옥수의 초상화, 몽이 장군의 칼 등을 발견하면서, 잭은 자신의 반복되는 꿈과 진시황릉의 풀리지 않는 비밀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신화…>가 아시아 블록버스터의 기질을 갖추기 위해 선택한 영화적 방법은 대립각을
아시아 블록버스터로 향하는 성룡영화,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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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을 두고 프랑스의 작가 장 지로두는 ‘짐 없는 여행객’이라 불렀다. 이 어구를 제목으로 삼은 또 다른 프랑스 작가 장 아누이의 희곡은 이제 짐작할 수 있듯이 망각의 강을 헤엄쳐야 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 인물 가스통이 꽤 흥미로운 캐릭터인 것은 그로서는 잃어버린 과거를 차라리 복원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는 사실로부터 비롯한다. 이래저래 되찾아진 기억은 그가 예전에 악행만을 일삼던 ‘괴물’이었음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멀리 나아가지 말고 딱 이 정도의 기본 전제에서만 본다면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는 가스통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인물, 즉 기억을 잃기 전의 삶이 그리 평탄치 않았던 인물에 대한 영화다.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카우리스마키는 멀리는 <마음의 행로>(머빈 르로이, 1942)로부터 가까이는 <메멘토>(크리스토퍼 놀란, 2000)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 무
망각이란 건설적인 것, <과거가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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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쇼윈도를 들여다보던 남자, 매튜(조시 하트넷). 주인이 권해주는 화려한 반지들 앞에서 다만 망설일 뿐, 결국 반지를 사지 못한다. 그의 부유하고 아름다운 약혼녀는 그의 장래까지 보장해줄 사람이지만 어쩐지 그는 확신이 없어 보인다.
카페 공중전화 부스에서 새어나오는 낯익은 음성에, 이 남자는 탄식에 가까운 이름 하나를 뱉어놓는다. “리사!” 2년 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랑의 환영. 심히 불안해 보이는 그는 더욱 불안한 표정이 되어 그 환영을 쫓아간다. 그녀는 사라지고, 공중전화 부스에는 호텔 키가 남아 있다.
약혼녀의 배웅을 받으며 예정된 출장길에 오른 그는, 비행기를 타려다 말고 몰래 빠져나와 리사(다이앤 크루거)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결국 찾아낸 그녀의 아파트는 2년 전과 똑같은 향기와 낯익은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선 ‘리사’(로즈 번)는 이름만 같을 뿐, 2년 전의 리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1996년 뱅상 카셀,
<라 빠르망>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작,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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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은 사이코드라마와 에로영화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시종일관 낮고 굵은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로 납치범 이와조노를 충실히 연기한 중견배우 다케나카 나오토의 에너지를 빌려 전반부는 심리묘사를 통해 긴장감을 끌어내는 드라마가 유지된다. 그러나 후반부는 급격히 조악한 에로영화로 돌변한다. 고지마 히지리의 관능적인 육체를 보여주기 위해 20여분 동안 집중된 정사장면은 개연성이나 심리 묘사도 부족하고, 화면의 아름다움도 느껴지지 않도록 관습적으로 구성됐다.
43살 독신남 이와조노(다케나카 나오토)는 조깅 중인 여고생 구니코(고지마 히지리)를 납치한다. 이와조노는 그녀를 수갑과 밧줄로 묶고 출근하기를 반복한다. 여름날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갇혀 사육당하는 구니코는 점차 자신을 돌봐주고 설득하는 이와조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급기야 두 사람은 빨간색 오픈카를 타고 온천여행을 떠난다. 이와조노는 장난삼아 구니코를 제압하던 수갑을 자신의 손에 채우고 구니코는 이를
프로이트와 ‘정사’(情死)의 결합,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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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비내리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전지전능한 시선. 그 아래 사고로 나뒹구는 오토바이와 피흘린 채 쓰러진 소녀가 있다. 소녀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그녀의 일기를 읽던 간호사는 소녀가 다름 아닌 그 병원의 외과의사 띠모떼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수술을 집도하다가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 띠모떼오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동료에게 딸의 수술을 맡기고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그는 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몇 시간 동안 15여년의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한 여인과의 첫 만남, 강렬했던 사랑과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킨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의 원인을 자기 자신 속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그 불운이 설령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에도, 그것을 자신이 의식 혹은 무의식 중에 저지른 어떤 죄와 연관된 벌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
15년 전 강렬했던 사랑, <빨간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