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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이겨내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아픔의 원인을 찾아 맞서 싸우거나, 아픔에 굴한 채 싸움을 포기하거나, 아픔을 모른 척하며 싸움을 끝없이 지연시키거나. 앞의 두 가지 방법이 갈등, 충돌을 야기하는 뜨거운 싸움이라면, 끝의 세 번째 방법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차가운 냉전이다. <크라잉 게임> <푸줏간 소년> 등에서 부조리한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쳤던 닐 조던 감독은 2005년 작품 <플로투에서 아침을>에서 냉담한 시선을 견지한다. 동성애, 종교, 아일랜드와 영국의 정치적 문제 등 전작에서라면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될 문제들이 <플루토에서…>에서는 논점의 맥락을 의도적으로 비켜간다.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패트릭(킬리언 머피)의 일대기와도 같은 이 영화는, 문제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를 고려할 때, ‘여성(女性)이 되려는 남자(男子) 이야기’임과 동시에 ‘여성인 척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바구니에 담겨 성당 문 앞에 버려진
여성인 척하는 남자의 이야기 <플루토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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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이리스(프란카 포텐테)는 불치병을 선고받고 고민에 빠진다. 서서히 다가올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마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재능을 수혈하고 영구히 지속시킬 존재를 강구하던 이리스는 체세포 복제학 권위자인 피셔 박사와 공모하여 딸이자, 쌍둥이이자, 자신의 사본인 시리(프란카 포텐테 1인2역)를 낳기에 이른다. 두 사람은 어머니와 딸로서 즐거운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리가 자신에 버금가는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라는 이리스의 엄격한 양육은 종종 갈등을 빚어낸다. 설령 시리가 어떤 이에게 ‘괴물’로 비쳐질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이리스가 원하던 바일 정도. 하지만 피셔 박사의 야욕으로 시리의 존재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머니와 딸에서 원본과 사본의 관계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본격적인 갈등은 시리가 피부의 주름과 머리 색깔만 다를 뿐 이리스와 똑같은 여성으로 성장하면서부터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존심과 한 남자의 애정을 놓고 경쟁하던 그들
인간복제 시대의 예의 고찰 <블루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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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죄의식은 사랑으로 치유되는가. 과거의 죄를 숨기고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 <뷰티풀 선데이>는 사랑과 얽힌 죄에 대한 이야기다. 고시생 민우(남궁민)는 우연히 본 여자 수연(민지혜)에게 한눈에 반한다. 사랑한단 말은 못하고, 뒤를 쫓아다니길 며칠. 그는 수연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사랑에 스스로를 자학한다. 그리고 강간. 비가 오는 어느 날 수연의 뒤를 밟던 민우는 우발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다. 집착이 사랑을 억누르고, 사랑이 파멸을 불러온 순간, 영화는 카메라를 몇년 뒤로 돌려 수연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민우의 모습을 잡는다. 비, 강간, 죄, 아픔. 두 남녀의 연애 속에 과거의 기억은 잠시 생략된다.
또 한명의 남자 강 형사(박용우)의 과거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다. 얼마 전 강도 사건으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강 형사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뛰어다니던 발걸음은 어느새 마
인간의 원죄와 속죄 <뷰티풀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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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의 막바지, 네덜란드의 유대인 여성 레이첼(캐리스 반 허슨)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국경을 탈출하려 하지만 독일군에 발각된다. 무차별적인 총탄 공세 속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레이첼은 레지스탕스에 가입하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의사 출신의 레지스탕스 리더 한스(톰 호프먼) 등과 다양한 저항활동을 펼치던 레이첼은 나치 장교 문츠(세바스티안 코흐)를 유혹해 네덜란드 안에 차려진 독일군 사령부로 잠입하게 된다. 문츠의 비서가 된 레이첼은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다양한 정보를 빼내는 등 혁혁한 수훈을 세우지만, 문츠는 그녀가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레이첼과 문츠는 이미 고칠 수 없는 중병에 걸렸으니, 그건 사랑에 빠진 것이다. 평화주의자 성향이 강했던 문츠는 레이첼의 행동을 눈감아주고 레이첼 또한 문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독일군 감옥에 갇힌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탈출시키는 계획이 정보 누설로 실패하게 되자 레이첼은 의심
전쟁 속 인간의 추악한 내면 <블랙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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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우리학교>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그 길목에서 영화보다 극적인 이야기들과 마주한다. <우리학교>의 시간은 2000년대지만, 거기에는 해방 직후부터 이어져온 ‘조선학교’의 굴곡진 역사가 여전히 부유하고 있다. 그리고 김명준 감독으로 하여금 그 역사와 인연을 맺게 해준 고 조은령 감독의 흔적이 살아 있다. 말하자면 <우리학교>는 지상을 떠나지 못한 그 두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애도하기 위해 시작된 영화다. 고 조은령 감독은 재일조선인을 다룬 극영화 <하나>를 준비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촬영감독이자 그녀의 남편인 김명준은 살아남은 자가 되어 아내의 미완성된 시선을 <하나를 위하여>로 채워넣었다. <하나를 위하여>를 완성한 뒤 2004년 말, 그는 다시 일본 홋카이도의 ‘우리학교’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아마도 자신의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다시 카메라를 잡았을 것이다. 더이상 아내는
우리의 무기력한 태도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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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 반 산트라는 이름이 세인의 기억에 각인된 계기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1989)와 <아이다호>(1991)였다. 특히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는 그의 데뷔작처럼 오해되기도 하지만, 그의 실제 장편 데뷔작은 <말라노체>(1985)이다. LA 비평가협회 독립영화상을 수상하며 퀴어영화의 숨은 걸작으로 꽤 명성이 자자했음에도 지금까지 <말라노체>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실질적인 개봉마저도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의 성공 이후 소규모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그렇게 제목으로만 전해지던 <말라노체>가 2006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특별 상영되고 프랑스와 국내까지 정식 개봉하는 등 부활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은, 그 작품 자체보다는 <게리>(2002)와 <엘리펀트>(2003) 그리고 <라스트 데이즈>(2005)로 이어지며 영화 이미지를 끊임없이 혁신해나가는 구
쓸쓸했지만 소중한 기억의 이미지 <말라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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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이 죽었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도 희미한 권력의 향내는 어김없이 나게 마련이어서 비탈길 비포장도로를 자전거 타고 가다 미끄러져 죽은 전임 이장 대신 새 이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로 마을은 잠시 술렁인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없던 조춘삼(차승원)이 이장이 된다. 유망한 후보자들 그러니까 나이 지긋한 40, 50대 형님들 몇몇이서 머리를 맞대고 자기들 중 한명이 이장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숙덕거리던 그때 옆에 있던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이번에는 좀 젊은 놈을 뽑아”라고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그럴 만한 젊은 놈은 서른일곱 조춘삼뿐이다.
이장 노릇 중 하나가 선거철 벽보 붙이기다. 선거에 출마한 군수 후보들의 포스터를 붙이다가 조춘삼은 거기서 낯익은 얼굴 하나를 본다. 노대규(유해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생, 이라기보다는 어느 모로 보나 나보다 못할 것 같은 녀석. 이 녀석은 초등학교 내내 반장이던 내 밑에서 부반장이나 하던 놈이 아닌
농촌 훈남들의 우정에 관한 영화 <이장과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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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특히 문학은 더이상 읽지 않는다는 한국에서도 파올로 코엘류의 소설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다. 그의 작품은 기독교에 입각한 종교적 성찰을 현대인의 삶에 쏙쏙 대입할 수 있는 경구 같은 문체로 매력적인 고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멋진 그림과 함께 한 구절쯤 인용해 블로그에 올리기 좋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삶에 지친 영혼에 신경안정제 역할을 해주는 그의 98년작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일본 감독 호리에 게이에 의해 영화화됐다. 영화는 원작이 있던 곳으로부터 먼 거리를 이동했지만, 전 인류의 보편적인 관심사인 ‘자살’이라는 소재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적 배경인 유럽풍의 인테리어로 국적을 탈색시킨 정신병동 덕에 둘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원작에서 스물네살이었던 베로니카는 영화에서 스물여덟의 토와(마키 요코)가 된다.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으니까’라는 이유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그녀는 정신병동에서 깨
삶을 달래주는 달콤한 위안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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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스릴러도 좋지만 내공보다 욕심이 앞서면 곤란하다. <푸코의 진자> 중엔 디오탈레비와 아르덴티 대령이 수의 신비를 논하며 성당기사단에 관해 추론하는 장면이 있다. 성당기사단원 수인 36을 분해하고 더하고 곱하며 역사를 관장하는 신의 조화를 짜맞춰내는 이 대목에서 이들은 순수한 지적 쾌감을 넘어서는 신성한 황홀경에 빠진다. <푸코의 진자>의 기지는 기기묘묘한 숫자놀음을 절묘한 지적 감동으로 받아들일지 썰렁한 궤변으로 넘길지를 독자의 몫으로 남기지만, 짐 캐리의 심각한 스릴러 <넘버 23>은 줄곧 “이거 봐, 정말 교묘하지?”라는 믿음을 강요하다 썰렁하게 끝난다.
월터 스패로우(짐 캐리)의 평온한 일상은 부인 아가사(버지니아 매드슨)가 사온 한권의 책으로 무너진다. 저자도 출판사도 불확실한 극중 소설 <넘버 23>은 “숫자 23의 법칙이 만물에 들어 있다”는 기묘한 망상 이야기다. 월터는 주인공 핑거링에 대한 묘사에서 이상한 기시감을 느
수 논리의 융단폭격 <넘버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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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빼꼼’은 EBS와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TV시리즈 <빼꼼>으로 이미 스타덤에 오른 ‘코믹 배우’다. 2~3분 내외의 단편인 <빼꼼> 시리즈에서 주연한 이 백곰 캐릭터는 쇼핑몰 회전문에 끼거나 러닝머신 위에 올라 허둥대며 웃음을 자아낸다. 논버벌 애니메이션(non-verbal animation)이라 대사는 “웅? 웅? 우어어~”가 전부. 100% 국내 기술의 3D그래픽으로 창조된 백곰의 실수연발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빼꼼> 시리즈는 2002년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주목받은 단편 <아이 러브 피크닉>을 TV시리즈화한 작품으로, 이미 영국 <BBC>, 미국 카툰네트워크, 프랑스 M6 등 20개국에 수출 계약을 체결한 ‘성공한’ 상품이기도 하다.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임아론 감독의 R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TV 시리즈 공개 이전인 2002년부터 준비해온 장편 프로젝트다.
우연히 마법의 펜던트
착한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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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니스톤이 브래드 피트와 갈라서지 않았더라도 이 결별 스토리에 캐스팅됐을까, 제니퍼 애니스톤이 빈스 본과 달아오르지 않았다면 이 엇박자 애정극이 그렇게 화제가 됐을까, 하는 1차원적 눈초리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개인 누구에게나 사랑의 발견은 100만볼트짜리 아드레날린 주사이며, 이별의 확인은 전 우주의 죽음을 알리는 선고다. 무수히 변주를 반복하는 사건의 디테일이 문제일 뿐이다.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는 짜릿한 연애 발생사를 최대한 간략하게 처리한 채 애정의 데드맨 워킹을 길게 주시하는 남녀상통지사다. 물론 사도마조히즘 로맨스는 아니다. 바람나거나, 불치병에 걸리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별예방 참고서로 삼을 만한 드라마다.
게리(빈스 본)는 시카고 거리를 누비는 관광 가이드답게 지칠 줄 모르는 유쾌한 입담과 에너지의 소유자다. 브룩(제니퍼 애니스톤)이 게리의 당찬 작업 스타일에 반한 배경에는 청담동 스타일의 갤러리에서 성질죽이고 봉급쟁이 큐레이터
이별예방 참고서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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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태수는 마약조직의 보스 구양원(문성근)의 돈을 강탈해 용케 도망친다. 태수를 쫓던 조직은 그 대신 일란성 쌍둥이 동생 태진을 붙들어간다. 그렇게 동생과 헤어진 태수(지진희)는 19년이 흐른 뒤에야 태진의 행방을 알게 돼 만날 약속을 정한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태수는 누군가가 쏜 총에 의해 태진의 머리가 관통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어릴 적부터 싸움을 잘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수’라는 이름의 특급 해결사로 활약해온 태수는 태진의 신분으로 위장한 채 철저한 복수를 노린다.
신영우의 만화 <더블 캐스팅>을 바탕으로 한 최양일 감독의 영화 <수>는 쌍둥이 동생 행세를 하는 태수가 태진의 죽음 뒤에 가려진 비밀을 파헤치고 응징하는 과정을 담는다. 태수는 태진이 다니던 경찰서 강력팀에 들어가게 되고, 동료 형사인 미나(강성연)가 태진의 애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태수는 또한 ‘수’를 뒤쫓고 있는 강력팀 형사(이기영)의
복수심 그 자체의 잔인성과 무한성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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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갖지 못한 자의 집착, 그리고 살인.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코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한 남자의 굴곡 많은 일대기다.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프랑스의 한 시장 골목. 장 바티스트(벤 위쇼)는 생선이 토막째 잘려나가듯 탯줄이 잘려 버려진다. 하지만 지독한 생선 냄새는 바티스트의 예민한 후각을 자극하고, 바티스트는 ‘진드기’ 같은 생명력으로 자신의 출생을 알린다. 아기를 버리다 걸린 여인은 시장 사람들에 의해 사형대로 보내지고, 죽음을 맞는다.
향이 결핍된 남자의 발달된 후각, 어머니의 죽음을 뒤로한 채 이어간 목숨. <향수…>의 주인공 바티스트의 삶은 결핍에서 시작한다. 식성이 좋고 인간의 향이 없다며 구박받던 고아원 생활에서도 그가 세상 모든 물건의 향을 맡으며 소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꽃에서 나는 향, 죽은 쥐에서 나는 향, 나뭇조각과 돌맹이에서 나
소설 내용에 충실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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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PD인 석호(최원영)는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아는 동생인 채영(김푸른)에게 전화를 건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운을 뗀 뒤, 이내 사귀고 싶다는 본색을 드러낸 석호는 다음날 채영을 만나 합의에 성공한다. 물론 석호의 진짜 본색은 채영과의 섹스다.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해보지만 채영은 그저 “나중에”, “다음에”를 반복하거나 “내가 그렇게 쉽게 보여?”라며 화를 낼 뿐이다. 영화는 다시 석호의 통화장면으로 돌아가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채영은 사실 또 다른 남자친구 선수(이정우)와 이미 모텔을 드나드는 사이. 채영은 선수에게 석호가 ‘그냥 아는 오빠’라고 말하지만, 선수 또한 ‘그냥 아는 누나’들이 많은 이름 그대로의 선수다.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난 연상녀 지연(고다미)과 하룻밤을 보낸 선수는 채영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에도 지연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다.
애인 있는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는 아버지도 아니고, 군대고참도 아니고 그녀의 ‘그냥 아는 오빠’다.
섹스로 연결된 다각형의 남녀관계 <내 여자의 남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