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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오르간이 나지막이 울고 체리빛 촛농 같은 걸쭉한 피가 스크린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 가느다란 피의 시내는 고기 가는 기계 틈으로 비어져 나와 지하의 하수로까지, 도중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며 스멀스멀 나아간다. 흑백영화로 착각할 만큼 무채색으로 도배된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화면에서, 피는 눈을 찌르는 유일한 홍조(紅潮)이기도 하다. 임박한 과다출혈을 예고하듯, 곧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의 낯빛은 희다 못해 푸르다. 퀭한 눈과 얼굴을 집어삼킨 다크 서클, 악몽으로 버둥대다 방금 일어난 머리매무새. 팀 버튼의 전작 <유령신부>의 인형들이 흑마술을 빌려 시한부 생명을 얻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리라. 하긴 복수를 위해 지옥행을 잠시 보류한 주인공 스위니 토드(조니 뎁)는 우리가 그를 처음 만나기 전에 이미 ‘살아 있는 시체’가 된 인간이다.
1979년 초연된 스티븐 손드하임의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스위니 토드…>는 ‘뮤지컬
염세적 슬래셔 오페라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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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번이면 그러려니 한다. 내가 알아낸 맛집마다 유명세를 타게 되고, 나를 거친 애인마다 인생이 잘 풀리게 된다면? ‘응? 혹시 나 때문에?’라는 질문이 들 법하다. <굿 럭 척>은 그렇게 남들에게‘만’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가 자기 행운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핸섬한 치과의사 찰리(데인 쿡)에게 있는 징크스는 이런 것이다. 여자들이 그를 거치기만 하면(또는 섹스하기만 하면) 바로 다음에 운명의 짝을 찾게 된다는 것. 바로 그런 경우가 된 옛 여자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찰리는 캠(제시카 알바)이라는 여자를 만나 반한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캠과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바로 그 징크스가 그의 벨트를 붙든다. 찰리는 캠이 다른 운명의 짝을 찾게 될까봐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한다.
영화 각본에 크레딧을 올린 스티브 글렌이란 인물은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 제공자다. 제작 뒷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전 애인들 중 무려 다섯명이 그와 헤어진 뒤 3개월 안에
남들에게‘만’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 <굿 럭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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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스프레소>는 찌질한 남자들의 성장담이다. 언뜻 보기에 <아메리칸 파이>처럼 섹스를 욕망하는 남성들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섹스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가장 큰 결핍은 자신이 얼마나 찌질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연당한 페드로(알레조 사우라스)는 사라진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그게 얼마나 허무한 짓인지 모르고,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기는 자이브(에시어 엑센디아)는 자신이 꽤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줄 안다.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휴고(디에고 파리스)는 볼품없는 외모와 하찮은 직업에 절망하다 못해 체념해버린다. 영화는 남자들의 연대와 새로운 사랑을 찾는 자잘한 소동을 통해 이들을 성장시킨다. 2년 동안 데이트를 못한 친구를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아 여자에게 집적대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인연을 위헤 가상극을 꾸미는 등 이들의 연대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어도 귀엽다. 하지만 <러브 에스프레소>는 이성을 통
찌질한 남자들의 성장담 <러브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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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야동’이라고 미리 넘겨짚지 말자. <일본남녀상열지사>는 일본의 성의 역사를 아울러 보여주겠다는 꽤 야심찬 프로젝트다. 중세 사무라이와 창녀의 사랑을 엿보게 된 어리숙한 편지배달부의 질투와 순정을 그린 <거리의 여인>, 20세기 초 다이쇼 시대에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귀족의 딸과 인력거꾼의 이야기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 2차 세계대전 뒤 몸을 팔아야 하는 여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묘사한 <붉은 장미여인>, 직장을 잃은 뒤 로또와 파친코에 정신을 팔고 사는 남편을 둔 여자의 일상을 전달하는 <로토섹스> 등 4편의 성인물을 담은 <일본남녀상열지사>는 눈요기 전시에만 집착하지 않고 꽤 설득력있는 설정과 캐릭터를 선보인다. 특히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음에도 여전히 봉건적인 가치에 발목잡힌 변태 백작과 대대손손 내려온 가보의 쓰임새를 알아차리는 호기심 많은 딸이 등장하는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
일본의 성의 역사 <일본남녀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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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탁재훈)은 폴리아티스트다. 영화의 사운드를 몸으로 만들어내는 게 그의 몫. 소리를 빚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 그는 휴일도 반납하고 일에만 매달린다. 여름휴가를 미룰 수 없다며 아들 은규와 함께 집을 떠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충분히 쉴 수 있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여긴다.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아내와 아들, 그러나 두 사람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죄책감 앞에서 종철의 삶도 끝없이 허물어져내린다. 매일 술에 절어사는 종철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진 영웅(강수한)을 구하다 유괴범으로 몰리는데, 관상용 철갑상어를 끼고 사는 이 엉뚱한 소년과의 인연이 그의 망가진 삶에 온기를 조금씩 불어넣는다.
‘부모 되기’ 과정을 그린 휴먼드라마는 흔히 별볼일 없는 인생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까불대는 조폭이거나 가망없는 사형수거나 심드렁한 양아치 백수거나 개차반 막장 인생이 대부분이다. 그래야만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
탁재훈의 ‘아버지 되기’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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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존재는 아름답고, 그것은 발견하기 나름이다.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는 그러한 사진미학을 구축해 20세기 미국 사진예술의 역사를 뒤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완성되고 안정적인 육체가 아니라 부서지고 정상의 범주를 일탈한 육체들- 기인, 기형아, 성전환자- 을 따라다닌 그의 사진은 미/추의 경계를 무시하고 모든 존재를 직시했다.
어떻게 이런 예술가가 탄생했을까. 영화 <퍼>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디앤 아버스에 관한 친절하고 교육효과 높은 전기물이 아니다. 남편의 사진작업을 도우며 두 아이를 기르던 평범한 주부가 도발적인 예술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바꾸게 된 어떤 결정적 순간을, 픽션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디앤(니콜 키드먼)은 뉴욕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가발제작자 라이오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가까워진다. 디앤은 온몸이 털에 뒤덮인 다모증 환자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깊이 사랑하게 된다.
상상과 사실의 비율이 어떻게
여류작가의 탄생기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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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스물일곱, 열여섯. 권칠인 감독의 전작인 <싱글즈>가 20대 후반의 과도기를 묘사한 것처럼 서로 다른 나이대의 그들 역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그들의 고민은 아마도 여성으로서의 일생동안 겪을 수 있는 모든 갈등일 것이다. 미영(이미숙)은 부를 축적한 세트디자이너인데다가 연하의 남자들과도 쿨한 연애를 즐기지만, 마흔이란 나이는 그녀에게 폐경을 선고한다. 스물일곱살의 시나리오작가 아미(김민희)는 “엔딩만 1년째 고치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없는 남자친구의 바람기에 상처받는다. 물론 좋은 조건에 진심까지 품은 승원(김성수)이 등장해 그녀를 위로하지만, 눈앞의 고속엘리베이터는 아미에게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아미의 조카이자 미영의 딸인 강애(안소희)의 고민은 나이에 맞게 더욱 원초적이다. 3년이나 사귄 남자친구와의 야릇한 스킨십을 꿈꾸던 강애는 상담 역인 친구와의 충동적인 키스 때문에 성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만화가 강모림
가족으로 환생한 싱글들 <뜨거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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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vs. 프레데터2>는 전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불길한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전편에서 영웅적 활약을 보인 프레데터 몸속에 기생하고 있던 에일리언 유충이 마침내 성충이 돼 가슴팍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기생하는 동물의 특성을 물려받는 에일리언답게 이 ‘프레델리언’(Prealien: Predator+Alien)의 파워는 막강하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고향으로 향하던 프레데터의 우주선이 강력한 프레델리언의 난동으로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소도시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곳곳을 누비며 인간을 도륙하는 에일리언떼로 조용하던 일상은 깨지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프레데터까지 급파되면서 도시는 카오스로 바뀐다.
전형적인 SF괴수영화의 내러티브를 좇던 전작과 달리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는 호러영화, 그중에서도 최근 양산되고 있는 도시 배경의 좀비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닥치는 대로 증식하는 에일리언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족족 살육한
종합격투경기 2라운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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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은 아기자기한 맛과 절박한 아름다움을 한데 지닌 스포츠다. 세 사람이 달리며 공과 시선을 주고받는 패스는 살갑고, 공과 함께 육체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다이빙 슛의 몸짓은 가히 처절하다. 골의 기쁨을 음미할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숨찬 공수 교대는 또 어떠한가. 치워도 치워도 매일 아침 정량의 무게로 다시 쌓이는 인생의 리듬처럼 가차없다. 덧붙이자면 핸드볼은 본디 여자들의 종목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7년 만에 장편영화 ‘코트’에 복귀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28분의 명승부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고 오열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2004년의 그날을 선수들이 공유한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명명한 영화는 어째서 그 순간이 가장 눈부신지 거슬러 올라가 연유를 들려준다.
영화의 시작은 괴상한 승리의 풍경이다. ‘2004 핸드볼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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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소매치기 원정을 떠났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온 백장미(손예진)는 삼성파를 조직하고 세를 규합한다. 뒷골목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계, 바람, 안테나를 모두 손에 넣은 백장미는 동대문과 명동 일대의 소매치기 세력들을 단숨에 제압하며 야심을 키운다. 서울을 모두 장악하려는 백장미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설적인 소매치기 강만옥(김해숙)까지 끌어들이려고 시도하지만, 강만옥은 새 삶을 살겠다며 백장미의 제안을 거부한다. 한편 광역수사대에서 조직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형사 조대영(김명민)은 상대파에 목숨을 위협받던 백장미를 구하게 되고, 얼마 뒤 연쇄 소매치기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면서 백장미에게 빠져든다.
<무방비도시>는 “숨소리마저 거짓말”이라는 소매치기범들과 이들을 뒤쫓는 형사들의 대결 구도를 골조로 삼은 영화다. 조직폭력을 다룬 형사물은 지금까지 많이 쏟아져 나왔으나 소매치기를 다룬 영화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각종 은어들과 3차례의 액션으로 버무린 전반부는 꽤
부모와 자식간의 혈육지정 <무방비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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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다가 백마 탄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덴)을 만나 결혼을 앞둔 지젤(에이미 애덤스)에게,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불가능한 세계로 향하는 것보다 가혹한 저주가 있을까. 계모의 구박도, 왕비의 시샘도,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문도 이보단 나았다. 영화의 도입부 10여분 동안 지속됐던 디즈니 셀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뒤로하고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 동화 속 공주에게, 혹은 그녀를 따라 뉴욕행을 감행한 에드워드 왕자에게 가장 큰 적은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 그들은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소생불가 판정을 받았던 2D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능청스럽게 이어붙인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에는 디즈니의 첫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이래 70년 동안 무한반복되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디즈니 월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미국 박스오피스의 승자로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매
70년을 이어온 디즈니의 마법 <마법에 걸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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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다 살아난 잭 스탁스(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홀로 캐나다로 떠나는 길목에서 술 취한 여성과 어린 딸의 자동차를 고쳐준 뒤 한 남자의 차를 얻어탄 잭은 우연한 사고에 휘말리고, 실신한 뒤 기억을 잃는다. 깨어난 그는 경찰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정신이상으로 판명돼 한 정신병원에 호송된다. 압박 재킷을 입힌 뒤 시체 보관함에 환자를 가두는 기이하고 폭력적인 치료법에 고통스러워하던 스탁스는 동료 환자 매켄지(대니얼 크레이그)를 통해 시체 보관함 속에서 시간여행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2007년으로 건너가 웨이트리스 재키(키라 나이틀리)와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가 과거에 자신이 도와주었던 소녀라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발견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더 재킷>의 각본은 <일급살인>(1995)의 각본과 연출을 겸임했던 마크 로코가 10여년의 공백을 깨고 완성한 것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탄력을 잃어버린 시간여행 <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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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영화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천만에. 배경 하나만 바꿔보시라. 이를테면 겨울이면 한달간 해가 뜨지 않는 북극의 도시는 어떤가. 식료품(인간)도 풍족하고 위험요소(햇빛)도 없으니 뱀파이어들에게는 이만한 식도락 천국이 어디 있겠나. 스티브 나일스와 벤 템플스미스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는 그처럼 간결한 아이디어 하나로 오래된 장르의 컨벤션을 완벽하게 업데이트하는 영화다. 극야(極夜)를 맞이한 알래스카의 소도시 배로우. 아내 스탤라(멜리사 조지)와 불화를 겪고 있는 보안관 에벤(조시 하트넷)의 의무는 아이들과 중·장년층만 남은 암흑의 도시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가 않다. 마을의 전기설비가 모조리 부서지고 헬리콥터는 망가진 채 발견되며 썰매 끄는 개들은 학살당한다. 범인은 다운증후군 환자의 얼굴에 곰치의 이빨을 번득이는 뱀파이어들로, 해가 진 알래스카주 마을들을 하나하나 휩쓸며 식도락 여행을
장르적 업데이트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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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없으니까 영화 그만두라는 후배 지훈(심재원)의 말에 상호(김상석)는 술잔만 채운다. 우연히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프로듀서를 맡으며 영화를 좋아하게 된 그는 무작정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후배의 듣기 싫은 충고가 계속 이어지자 마지못해 한마디 뱉는다. “좋은데 어짜노, 그냥 해야지.” 김삼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스라이>는 대구에서 영화 만드는 초짜 감독의 이야기다. 자신의 경험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묻어났을 것 같은 에피소드들이 눈에 보이고,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의 애로사항, 좋아하는 영화를 어디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현실이 흑백영화의 침울한 톤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재능의 여부, 현실의 어려움을 모두 초월한 열정. 하늘에 닿지도 못하면서 매일 점프를 연습하는 개구리의 예를 빌려 상호의 점프를 응원한다. 그러나 <아스라이>는 독립영화인의 고뇌를 드라마에 자연스레 담아내지 못한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감독을
초짜 감독의 이야기 <아스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