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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은 자신의 두 번째 소설을, 펠릭스(랭스턴 위벨)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펠릭스의 별장으로 향한다. 그곳엔 또 다른 손님 나디아(파울라 베어)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머문 흔적이나 벽 너머의 소음 외에 실재하는 나디아가 등장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글에만 몰두하던 레온에게 바다를 즐기는 펠릭스, 애인과 시끄럽게 사랑을 나누는 나디아의 행동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출판사 사장이 레오의 글보다 펠릭스의 사진 작업을 마음에 들어 하고, 식사 자리에서 나디아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레오의 관념은 완전히 뒤바뀐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는 레온과 펠릭스, 나디아 등 별장에 머무르던 인물들이 산불에 휩싸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역사 3부작’으로 일컬어진 에 이어 페촐트 감독은 로 시작된 ‘원소 3부작’을 를 통해 확장하는 모양새다. 레온과 나디아는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디아와 달리 레온은 본인의 글에 갇혀
[리뷰] ‘어파이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재난의 상황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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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바이크 동아리 SANGAJA는 치악산의 한 별장으로 MT를 떠난다. 그곳은 동아리 회장 민준(윤균상)의 사촌 동생인 현지(김예원)의 별장이자 현지 아버지(배유람)가 의문의 실종을 당한 곳이다. 별장에 도착한 수아(배그린)는 주변 모든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 만사에 과민하게 행동하고, 양배(연제욱)는 바이크 라이딩보다 자신의 유튜브 영상 촬영에 더 관심이 많다. 한편 독실한 개신교 신자 이삭(이태환)은 여행길 내내 토막살인이 벌어졌다는 치악산 괴담에 열중한다. 현지는 별장에 도착한 후 끊임없이 이상행동을 보이고 네 동아리 부원들 또한 초자연적 공포를 경험한다.
<치악산>은 공포영화의 여러 관습을 서사 내부로 들여온다. 청년들이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공포를 마주한다는 작품의 큰 줄기는 미국 공포영화의 흔한 설정을 빼닮았고, 양배의 영상 촬영은 <블레어 윗치> 연작을 비롯한 수많은 파운드 푸티지 호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치악산>은 공포영화의
[리뷰] ‘치악산’, 공포를 추동하지 못하는 공포영화의 관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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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히어르스(타커 니콜라이)는 촉망받는 23살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제니퍼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 진출에 성공해 대회 참가 전 뮤직 샤펠로 향한다. 뮤직 샤펠은 외딴 고성으로, 11명의 콩쿠르 본선 진출자들은 이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합숙하며 1주일간의 연습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뮤직 샤펠에 도착한 제니퍼는 서로 어울리며 지내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합숙 내내 스스로를 과시하기 바쁜 나자렌코(재커리 샤드린)는 제니퍼에겐 눈엣가시다. 그렇다고 연습에만 열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니퍼는 격리 기간 내내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와 싸운다. 제니퍼를 괴롭히는 두 가지 기억은 모두 그의 원가정으로부터 연유한다. 일찍이 제니퍼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루스 베쿠아르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제니퍼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정서적으로 억압했고, 제니퍼의 성공 이후에도 딸에게 집착한다. 그런 아
[리뷰] ‘뮤직 샤펠’, 신경쇠약과 강박의 장엄한 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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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종이의 색과 질감, 삽화와 폰트, 가름끈과 띠지의 조화 등 본연의 디자인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영화가 개봉한다. 50여년간 1만5천여권의 책 표지를 디자인해온 일본의 ‘명장’ 북 디자이너 기쿠치 노부요시의 작업 현장과 일상을 근거리에서 포착하는 다큐멘터리 <책 종이 가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연출작으로, 기쿠치 노부요시의 디자인처럼 군더더기 없는 담백하고 깔끔한 연출이 돋보인다.
종이책의 소멸이 당연하게 예고되는 디지털 시대에 기쿠치 노부요시는 (영화의 제목에서 예상 가능하듯) 종이를 가위로 오려서 풀로 붙이는, 다소 번거로운 ‘수작업’을 고수한다. 이것만으로도 가히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대표할 만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단지 아날로그적 도구의 사용만이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그의 작품 세계를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타이포그래피의 1mm
[리뷰] ‘책 종이 가위’,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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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녹색 액체가 뉴욕의 깊은 하수구 아래로 방류된다. 그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네 마리의 거북이는 그렇게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돌연변이 거북이가 된다. 그 순간 곁에 있던 한 마리의 쥐 스플린터(성룡) 역시 같은 과정을 겪어 돌연변이가 되는데, 그날부터 스플린터는 어린 레오나르도(니컬러스 칸투)와 미켈란젤로(샤몬 브라운 주니어), 라파엘(브래디 눈)과 도나텔로(미카 애비)를 거두어 닌자 기술을 가르치며 나름의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은 거북이 4형제의 청소년 시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북이들은 그동안 스승이자 아버지 격이었던 스플린터의 강력한 경고로 인해 하수구 밖 인간 세계에 발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사춘기 거북이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호기심은, 결국 자신들의 존재를 인간 에이프릴(아요 에데비리)에게 드러내게 만든다. 마침 학생 기자 일을 하고 있던 에이프릴은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거북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리뷰]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너무 순하게 리부트 된 식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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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가을 대구. 어린 동준(홍사빈)과 강현(신주협)은 길을 걸으며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강현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대구를 탈출하는 것이 꿈이고, 동준은 ‘다른 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강현은 동준의 수학 과외 선생이자 유일한 친구인 동네 형이다. 그는 동준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의 뛰어난 두뇌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음악적, 문학적 취향은 동준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현의 엄마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다. 이에 화가 난 강현은 아버지의 차를 부수기 시작한다. 자신의 영웅이 추락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준도 충격에 휩싸인다. 시간이 흐른 2020년의 가을, 대구. 어른이 된 동준(심희섭)은 학교 선생이 됐다. 그는 게이바 앞에서 제자를 마주치고 당황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동준은 고향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점차 망가지고 있었다.
<안녕, 내일 또 만나>
[리뷰] ‘안녕, 내일 또 만나’, 세 개의 시공간 속에서 그들은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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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낙원 생츄어리 시티에 사는 주머니쥐 케리(박시윤)는 야생의 삶을 동경한다. 특히 케리가 꿈꾸는 것은 생츄어리 시티에 없는 겨울이다. 언니 페트라(최정현)의 눈엔 이런 케리가 철없기만 하다. 한편 생츄어리 시티의 어린 동물들은 목도리도마뱀 야라의 주재하에 매년 마법의 소원 나무에 소원을 빌 수 있다. 소원 성취가 절실한 나머지 케리는 이날의 금기를 어기고, 생츄어리 시티엔 영원한 겨울이 닥친다. 마법의 소원 나무마저 동사 위기에 처하자 케리는 야라, 페트라와 함께 생츄어리 시티를 되살리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멸종 위기 야생 동물 보호구역 생츄어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이국의 동물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교재가 될 법하다.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낯선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들이 대거 등장해 그들의 생물적 특징이 서사를 이끌기 때문이다. 또한 종이나 서식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분리해 배격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름을 받아들
[리뷰] ‘생츄어리: 마법의 소원나무’, 어린이들이 반길 오스트레일리아 야생동물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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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남학생 미야노(사이토 소우마)는 한겨울에 밖에 있어도 춥지 않다. 연인 사사키(시라이 유스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한 학년 위 동성 선배였던 사사키를 동경하던 시절과 사사키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자주 만나지만 둘에게 관계의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걸 잘 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있는 사사키가 곧 졸업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 신경이 쏠린 10대 소년의 감정이 얼마나 시시각각 요동치는지를 은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보고 싶었다는 선배의 말 한마디, 앞머리를 넘겨주는 선배의 손동작 하나에도 반응하는 미야노의 표정 작화가 돋보인다. 많은 양의 꽃과 도형이 화면을 떠다니는 효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멋쩍은 상황에 순정 만화 그림체의 주인공들을 앙증맞은 캐릭터로 변모시켜 귀여운 악센트를 준다. 둘만의 완전한 러브 스토리일 줄만 알았던 영화는 미야노의 존재를 알고 충격받는 사사키의 누나를 등장시켜 예
[리뷰] ‘극장판 사사키와 미야노-졸업편’,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손동작 하나도 큰 의미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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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자고 있던 재수생 쉬유수(린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사건을 겪는다. 새로 온 여학생 린샹즈(조금맥)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일단 친해지는 작전을 서툴게 펼치는 쉬유수를 보고 그의 단짝인 송샤오난(심월)과 장우(왕가휘)가 합세하지만 린샹즈는 꿈쩍하지 않는다. 사고 뒤 친구를 일주일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는 린샹즈의 말을 듣고도 쉬유수는 그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일주일간 친구>는 동명의 유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로 청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주목받은 작품이다. 4명의 남녀 학생이 가까스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전반부는 내내 창창한 날씨와 경쾌한 배경음악에서 알 수 있듯 발랄한 톤으로 그려진다. 교실, 아지트, 옥상, 수영장 등 교내 곳곳을 누비며 우정과 사랑이 싹트는 순간을 포착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반전을 심어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한다. 린샹즈로 무게중심을 옮겨 그의 과거를 펼쳐 보인 뒤 다시 시
[리뷰] ‘일주일간 친구’, 발랄하게 시작해 한층 깊고 짙은 우정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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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한때 독립영화 안에서 어떤 흐름을 이루기도 했던 ‘잉여’의 자리에 ‘덕질’의 요소가 가미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이기도 한 권하정, 김아현과 함께 구은하까지, 세 사람은 대학 졸업 후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아직 무명이었던 가수 이승윤의 음악을 알게 된다.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은 세 사람은 이승윤에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우선 그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으로 만든, 조악하지만 정성을 들인 작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함께 전달한 그들의 제안을 이승윤은 받아들이고, 세 사람은 그의 미발표 신곡인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돌입한다. 뮤직비디오는 처음이라는 그들에게 얼마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덕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대하여, 그것이 너무도 개인적이고 내밀한 어떤 것을 가리킨다면, 당연히 누구도 쉽게 말을 얹을 수는 없다. 다만 ‘잉여’와
[리뷰]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과시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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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라켈 레노라 플뢰툼)의 가족이 주택단지로 이사를 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을 앞둔 부모의 관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알바 브륀스모 람스타드)에게 대부분 향해 있고, 어린 이다에게는 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마저 얼마간 주어진다.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한산하다 못해 인적마저 드물어 보이는 주택단지 주변을 이다는 혼자 서성인다. 그리고 이때 같은 또래인 베니아민(샘 아쉬라프)과 아이샤(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샤임)를 만난다.
두 사람과 함께 이다는 소망의 실현을 목격하며, 동시에 그것에 수반되는 공포의 세계로 접어든다. 베니아민과 아이샤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히 안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아이샤를 통해 이다는 언어를 잃은 안나와 불완전하게나마 소통을 하게 된다. 반면에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선 베니아민의 능력은, 그가 가진 잔인한 기질이 더해져 이다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을 위협하기에
[리뷰] ‘이노센트’, 잔혹하고 위태로운 아이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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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신혼생활 중이다. 아직 단역 배우인 현수는 임신한 몸으로 직장에 다니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수진이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부부의 유일한 걱정은 현수가 어느 날부터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두 사람은 수면 클리닉을 다니며 치료에 전념해보지만 차도가 없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현수의 몽유병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진의 불안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점차 속도를 더해간다. 극도로 예민해진 수진은 평소 믿지 않았던 무당까지 불러보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집과 잠, 가장 편안해야 할 순간이 무너진다. <잠>은 몽유병을 소재로 기이하고 불안한 상황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영화다. 3부 구성으로 이뤄진 영화는 각 파트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깔로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잠꼬대로 시작되는 영화는 전형적인 호러 스릴러의 길을 갈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방향을 튼다. 수면 장애로 곤란을 겪는 초
[리뷰] ‘잠’, 심리 드라마, 컬트 스릴러, 밀실 공포물 속에서 피어나는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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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레아 세두)는 8살 난 딸 린(카미유 르방 마르탱)과 함께 파리에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여성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거나,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는 인상 뒤에는 산드라의 매일에 뒤엉켜 있는 애환이 펼쳐진다. 희귀성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집을 찾아온 산드라에게 문조차 열어주기가 쉽지 않다.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과 산드라는 사랑을 시작하지만, 확신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관계에서 클레망과의 사이를 알고 있는 딸이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아버지의 저서가 익숙한 대학원생들이 그녀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울음을 삼켜야 하는 일 또한 산드라가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병환이 점점 깊어져 돌보기 힘들게 되자 오래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니콜 가르시아)는 딸들과 함께 아버지를 어느 요양원에 보내야 할지 등을 의논한다.
이야기에는 있지만 인생에는 없는 것
[리뷰] ‘어느 멋진 아침’,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존재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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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의 얼굴에 빼곡히 주문을 써내려가는 사이비 종교의 집단의식에 잠입한 기자 시경(김채은)은 사람들이 교주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무언가를 차례차례 바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신체모음.zip>은 ‘악취’ , ‘전에 살던 사람’, ‘귀신 보는 아이’, ‘엑소시즘.넷’, ‘끈’ 그리고 다섯편을 하나로 묶어주는 ‘토막’으로 구성된 여섯명의 감독이 연출한 단편 공포영화 묶음이다. 눈, 코, 혀, 귀, 피, 머리, 몸의 각기 다른 신체 부위는 여섯개의 이야기와 얽혀 다양한 장르의 공포영화를 선보인다. 집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 공포, 눈 떠보니 이웃과 시작된 데스 게임, 엑소시즘, 사이비 종교 등과 같이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들은 단편영화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내어진다. 피부를 긁어내고 신체를 훼손하는 고어에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는 구마 의식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개성이 골고루 분포되어 다양한 취향에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어떤 단편
[리뷰] ‘신체모음.zip’, 다양하게 묶인 공포영화 모음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