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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진해, IMF 금융 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웬만해선 잘 풀리지 않는 파마가 유행하던 시기, 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시헌(진선규)은 고등학교에서 ‘미친 개’라 조롱당하는 선생님이 됐다. 사실 그에겐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상대 선수를 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자국민에게도 비판받았던 불명예스러운 과거가 있다. 은퇴 후 별다른 의욕 없이 교사 일을 하며 살던 시헌은 우연히 얼굴마담으로 참석한 복싱대회에서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만난다. 윤우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운동을 포기하려던 상황. 시헌은 자신의 학교로 전학 온 윤우를 중심으로 복싱 아니면 퇴학을 당하겠다고 우기는 환주(장동주), 학폭 피해자라서 자신의 몸을 보호할 무기가 필요한 복안(김민호) 등을 설득해 교내 복싱부를 만들고 ‘진짜 금메달’을 받겠다는 일념하에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심지어 아내 일선(오나라)에게도 숨겼던 연금 통장
[리뷰] ‘카운트’, 스포츠 윤리의 문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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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 시대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구가 속한 우주와 다른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곳에 이곳의 슈퍼히어로와 유사한 정체성을 지닌 누군가가 있다면? 당연히 악당도 여럿 존재할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5를 열어젖히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목적은 분명하다. 타노스와의 싸움 이후 휴지기를 갖고 있던 앤트맨을 끌어들여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알린다. 그리고 배경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양자 영역의 세계다.
스캇 랭(폴 러드)은 딸 캐시(캐스린 뉴턴)가 개발 중이던 양자 기술의 오류로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 재닛(미셸 파이퍼)과 함께 양자 영역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정복자라 불리는, 멀티버스 전체를 위협하는 최악의 빌런 캉(조너선 메이저스)이 모종의 이유로 갇혀 있다. 스캇은 캉의 협박 위기 속에서 캐시를 구해야 하는 동시에 양자 영역을 벗어나려는 캉의 음모도 저지해야 한다.
전편과
[리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펙터클한 배경 스케일은 커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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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살 두더지 두다(이영아)의 고민은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만 엄마 이야기를 하지 못해 시무룩하게 있던 어느 날, 두다에게 후후섬이라는 곳에 엄마가 있을 거란 소식이 전해진다. 문제는 그곳에 가기 위해선 신비의 꽃, 빛나는 크리스털, 향기나는 돌멩이를 모아야만 한다는 것. 다행히 돌멩이를 이미 가졌던 두다는 단짝들과 나머지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신비의 꽃을 먼저 손에 넣으며 순항하던 원정대는 전용차 핑카의 열쇠를 훔친 아기 토끼를 쫓다가 눈토끼 마을로 경로를 이탈한다. 용에게 아기 토끼들이 제물로 바쳐진다는 그곳에서 토끼와 생김새가 비슷한 두다가 제물 신세가 되고 친구들은 갇히면서 이들의 여정에 차질이 생긴다.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은 2013년부터 방영된 EBS의 대표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두다다쿵>의 첫 번째 극장판이다. 어드벤처 장르물로서 이 영화의 묘미는 영리한 공간 활용에 있다. 원정대의 탈것을 날아다니는
[리뷰]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 한눈팔아 확장되는 모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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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프래쳇의 판타지 소설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을 원작으로 한 <어메이징 모리스>는 말하는 고양이 모리스(휴 로리)와 피리 부는 소년 키이스(히메시 파텔), 이들과 한통속인 쥐들의 소동을 그려나간다. 쥐를 함께 사는 생명체가 아닌 전염병의 근원으로만 여기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 모리스와 키이스는 쥐를 잡는 시늉을 벌이고, 쥐들은 소탕되는 연기를 펼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하에 꾸려진 계략이다. 열심히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리스가 쥐들은 물론 키이스까지 꾀어 사기극을 도모한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순진한 쥐들은 언젠가 올 행복한 나날을 기다리며 모략에 공조한다. 쥐들의 바람은 단 하나. 동화 <미스터 번지의 모험>처럼 건강한 텃밭을 꾸리고, 쥐약과 쥐덫이 없는 세상에서 다른 동물들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모리스의 말마따나 돈을 모으기만 하면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 굳건히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리뷰] ‘어메이징 모리스’, 창의적인 시작, 보편적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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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독일의 쾰른, 옛 애인 프란츠와 헤어지고 상심에 빠져 있는 영화감독 피터(드니 메노셰)의 아파트로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가 찾아온다. 3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관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헤어지기 직전, 시도니는 해외에서 만났다는 23살 청년 아미르(칼릴 벤 가르비아)를 피터에게 소개한다. 아미르에게 첫눈에 반한 피터, 그는 어시스턴트인 칼(스테판 크레퐁)이 바라보는 앞에서 아미르와 동거를 시작한다. 매력적이고 야심에 찬 아미르는 주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이용하고, 불과 9개월 만에 둘의 관계는 완전히 전복되고 만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알려진 영화 <피터 본 칸트>가 국내 개봉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21번째 장편영화이자 ‘영화에 대한 영화’인 이번 작품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1971년에 쓴 희곡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리뷰] ‘피터 본 칸트’, 스스로의 천재적 ‘무게’에 짓눌린 주인공을 바라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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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정은채)은 한때 전업 화가의 꿈을 키웠으나 현재는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다. 함께 미술을 전공한 남자 친구 준호(이동휘)가 사업에 실패한 뒤 준비 중인 공무원 시험에 전념할 수 있길 바라서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지만 준호는 그런 아영의 눈을 피해 몰래 게임을 하고 동네 청소년들에게 시비를 걸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뿐이다. 보다못한 아영은 자신의 집에 얹혀살던 준호와의 연애를 마무리짓고 준호와 반대 성향의 경일(강길우)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형슬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연인의 행복한 한때에 대한 묘사 없이 관계의 끝자락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감정이 잦아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영, 준호의 이별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연출 덕일 것이다. 코믹한 신들을 펼치는 감독의 솜씨가 특출난 데다 이동휘의 헐렁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가 더해져 극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정은채 또한 아영의 고민을 매끄럽게 그
[리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오직 그들만이 이해할 미련이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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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윤시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리는 와중에도 남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는 ‘참 괜찮은 청년’이지만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했다. 같은 시간에 버스 안에서 마주치는 아라(설인아)를 짝사랑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도움을 청하는 수상한 남자를 돕고 ‘인생이 달라질 기회’라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향수를 선물받는다. 다음날 향수를 뿌리고 출근길에 나선 창수는 완전히 달라진 일상을 경험한다. 그가 지나가는 길마다 향기에 홀린 여자들이 창수의 뒤를 쫓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창수의 향기를 맡은 아라의 가슴도 뛰기 시작한다.
향기만으로도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지만 단조로운 에피소드와 희화화된 조연 캐릭터의 남발로 로맨스도 코미디도 밋밋해졌다. 창수가 뿌린 마법의 향수를 맡은 여자들은 창수에게서 자신의 첫사랑 얼굴을 보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흡사 피 냄새를 맡은 좀비 떼마냥 창수를 쫓는데 웃겨야 하는 몇몇 장면들이 우스꽝스럽게
[리뷰]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배우들의 열연에도 극복하지 못한 익숙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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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메리(필리스 로건)가 세상을 떠난 얼마 뒤 톰(티머시 스폴)은 자신의 고향이자 메리와의 추억이 깃든 곳으로 향한다. 현재 그가 사는 곳은 영국 최북단에 위치한 존오그로츠. 남서쪽 끝인 랜즈엔드까지 오로지 버스로만 이동할 계획이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만이 끝에서 끝을 연결하는 이 여정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폐암, 간암, 신장암 등 그의 신체를 독식한 질병이 시간을 재촉하고, 노인 탑승자를 위협하는 행인이나 더이상 무료가 아닌 탑승권은 메리와의 약속 이행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SNS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알리면서 어느덧 #버스영웅이 된 그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국토종단을 마치게 된다.
영화가 조명하는 영국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은 톰의 로드무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시시각각 변하는 매서운 날씨 속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잔잔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어느 기점부터 무조건적인 행
[리뷰] ‘라스트 버스’, 어떤 슬픔은 잊히는 법을 모른다는 듯 우리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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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나라타주>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퀴어영화다. 한평생 큰 굴곡이나 트러블 없이 평탄한 삶의 패턴을 반복해온 쿄이치(오쿠라 다다요시)는 일상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 몰래 외도를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7년 만에 재회한 대학교 후배 이마가세(나리타 료)로부터 자신의 아내가 흥신소에 그의 외도 여부를 감시하는 일을 맡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밀을 감추려는 쿄이치와 비밀을 무기 삼은 이마가세 사이의 긴장감은 팽팽해지고, 오래전부터 쿄이치를 좋아해온 이마가세의 제안과 회유에 따라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더하며 두 사람의 감정적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내려 하지만, 다소 뭉툭하고 불친절한 개연성으로 정서적 맥락을 따라가기 어렵다. 또한 불륜과 이혼, 오픈 릴레이션십 등 의도가 불분명한 요소가 혼재하면서 두 사람의 화학작용에 온전히 집중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특히 섹슈얼리즘이 기반
[리뷰]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갸냘픈 개연성, 맥락 없는 정사에 조금씩 난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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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 지 2년이 되어가는 미유(후쿠모토 리코)와 슈야(마쓰다 겐타)의 관계는 삐걱대는 중이다. 매월 1일마다 영화를 보러 가는 정기적 데이트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약속이다. 하지만 11월1일, 슈야의 사정으로 둘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다투게 된다. 슈야를 등지고 돌아선 미유를 향해 트럭이 돌진하자 슈야는 몸을 던져 대신 트럭에 치이고 만다. 절망 속에서 다시 11월1일 아침에 눈을 뜬 미유는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미유는 슈야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미유는 슈야의 숨겨진 진심을 깨닫고 일상을 대하는 자신의 소홀한 태도를 되돌아본다.
영화는 주인공이 루프를 알아차린 뒤 당혹감에서 능숙함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전형적인 루프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시간 판타지의 정교한 세공보다 방점이 찍히는 것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표상하는 얄팍한 이미지다. 루프물은 언제나 주인공의 성장을
[리뷰]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 외피만 남은 판타지와 소모적인 시간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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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테리사 파머)과 앤서니(스티븐 크리) 부부에게 더는 두개의 아이 침대는 필요치 않게 됐다. 쌍둥이 아들 중 첫째 네이트를 교통사고로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복을 위해 둘째 엘리엇(트리스탄 루게리)과 함께 앤서니의 고향인 핀란드의 외딴 마을로 이사한다. 이웃과 꺼림칙한 환영 파티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레이첼은 엘리엇으로부터 자신이 실은 네이트라는 말을 듣는다.
귀신 들린 아이를 모티브로 한 <트윈>은 악마와 저주, 집단의식 같은 오컬트 무비의 기본 재료를 깔끔한 연출로 담아낸 세련된 영화다. 주요 공간인 낡은 저택의 실내 곳곳을 뱀처럼 기어 다니는 카메라워크와 살을 에는 추위가 스며든 상징적인 풍경 숏들이 으스스한 느낌을 작품 전반에 부여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음산한 대지와 가족과 이웃의 무표정한 얼굴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긴 숏이 긴장감을 준다. 중반에 조력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마을과 아이에 관한 핵심적인 미스터리가 쉽게 풀려 일찌감치 맥이 빠
[리뷰] ‘트윈’, 독창적인 발상은 없지만 기본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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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성지인 마슈하드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대다수의 연쇄살인이 그렇듯 이 살인에도 규칙이 있다. 피해자는 모두 순례지 주변을 서성이는 성매매 여성들이며, 이들은 스카프에 목이 졸린 뒤 검은 차도르에 감싼 모습으로 발견된다. 범인 사이드 아지미(메흐디 바제스타니)는 대범하게도 기자에게 시신의 위치까지 알려주면서 사회를 정화하는 사명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영화의 프로타고니스트는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다. 허술한 수사와 정부의 수상한 대처, 도처에 깔린 위협과 여성에 대한 적대감 속에서 라히미는 사이드를 붙잡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살해 장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보다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것은 사이드가 체포된 이후 그의 범죄를 둘러싼 여론의 풍경이다. 사이드가 지극히 온당한 처형을 한 것이라며 그를 순교자이자 영웅으로 칭송하는 추종자들의 반응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꺼림칙한 것은 범
[리뷰] ‘성스러운 거미’, 수없이 목 졸라도 질식시킬 수 없는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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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김시은)는 숨이 턱 막힐 때까지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 친구의 먹방에 기꺼이 함께하고,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이상으로 욕을 퍼부어줄 수 있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임을 강조하는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간다. 콜센터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오히려 더 한 부당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 및 성과급을 불공정하게 책정한다. 그럼에도 생애 첫 직장에서 열심히 적응해보려고 했던 안간힘마저 처참히 무너진 소희는 추운 겨울 슬리퍼만 신은 발로 호수에 걸어 들어간다. 한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소희와 춤 연습실에서 스치듯 마주쳤던 여자가 있다.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배두나)은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정작 콜센터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대기업 통신회사의
[리뷰] ‘다음 소희’, 노동 착취 문제를 디테일한 취재로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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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아무도 흔쾌히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때, 엘렌(비키 크립스)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절감한다.
그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몸의 고통이 아니라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그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극도로 꺼리고 회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견디는 일, 그들이 마침내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임신 소식 같은 것을 공유할 때의 비참함 같은 것. 다행히도 엘렌 곁엔 오랜된 연인 마티유(가스파르 울리엘)가 있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보호자를 자처하는 마티유는 바로 그렇기에 엘렌의 비관에 가장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희망의 조도를 타협하는 데 실패한 연인은 엘렌의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잠시 멀어진다. 시한부 블로거 ‘미스터’(비에른 플로베르그)에게 남몰래 동질감을 느끼던 엘렌이 미지의 온라인 친구를 찾아 그가 사는 노르웨이로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하면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엘렌은 자기 앞의 생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티유는 그것을 어떻게 놓아주어야만 할까.
[리뷰] ‘안녕, 소중한 사람’, 살아 있음에 대한 치열하게 초연한 감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