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2세인 박수남 감독은 일본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가 배제한 존재를 영상과 글로 기록해온 작가, 다큐멘터리스트다. 조선인 사형수 이진우와의 옥중서신을 엮은 책 <죄와 죽음과 사랑과>(1963), 1세대 재일조선인 피폭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또 하나의 히로시마-아리랑의 노래>(1988), 오키나와에 연행된 조선인 군속과 종군위안부의 한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아리랑의 노래-오키나와의 증언>(1991)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박수남 감독에겐 아직 작품화되지 못해 열화 중인 10만피트 분량의 16mm 필름이 남아 있다. 그의 딸이자 오랫동안 박수남 감독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박마의 감독이 어머니의 새로운 눈이 되어 필름 푸티지를 디지털로 복원한다. 이 과정에서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또 다른 증언의 음성을 소환한다. 바로 박수남 감독이 직접 구술해 펼치는 개인의 미시사다. 박수남 감독은 성장 과정에서 조선학교 폐교령, 고마쓰가와 사건 등을 두눈으로 직시하고 조총련에서 기자로 활동하기까지 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이 겪은 역사의 만행을 전하며 전범국의 끝나지 않는 침략이 개인의 역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또렷하게 증언한다. “기억해내는 것보다 듣는 게 더 힘들다”고 고백하는 다큐멘터리스트가 지배자의 역사를 거부한 채 끈질기게 기술해온 역사의 보고는 관객을 압도하고 숙연하게 한다. 요컨대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소생하는 목소리는 둘이다. 필름캔과 디지털 메모리, 20세기와 21세기, 일본과 대한민국, 어머니와 딸로부터 부활한 두 목소리가 서로를 넘나들며 148분간 근사한 이중창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