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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아온 축구공만큼 수아와 이경의 만남은 갑작스럽다. 선명한 갈색 눈동자가 눈에 띄는 이경은 어느 날 운동장 한복판에서 고교 축구선수 수이를 만나게 된다. “왜가리.” 이경은 강가에서 발견한 새 이름을 외는 수이의 발음을 한 음절씩 따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를 되새긴다. <그 여름>은 사랑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일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둘의 감정을 빌려 조심스레 고백한다. 청량한 하늘을 가르는 푸른 나뭇가지들, 그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햇살, 꼬리가 긴 저녁 그림자. 형형한 여름 풍경만큼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나갔고 함께 성장했다. 이경의 말마따나 이들은 서로가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다. 하지만 여름에도 끝은 있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로 한 수이, 갓 스물이 된 둘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서울 길에 오른다. 둘은 각자만의 생각과 세계를 키워가면서 어느덧 낯선 변화와 사소한 오해를 거듭해간다. 최은영 작가의 동명 단편
[리뷰] ‘그 여름’, 서로를 기대어 자라나는 여름날 담쟁이 넝쿨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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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밴드 자우림이 종일 남들이 노래하는 걸 듣고 있다. 가창 영상을 보낸 660명의 정체는 팬들이다. 자우림은 데뷔 25년을 맞아 떼창 오디션을 진행했고 합격자들은 새 앨범의 코러스 작업에 참여한다. 또 다른 기념 프로젝트는 단독 콘서트다. 멤버들의 하루는 두달 뒤 3일간 치러질 공연에서 쓸 음악을 편곡하고 자잘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서울 올림픽홀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 ‘HAPPY 25th JAURIM’이 열린다.
<자우림, 더 원더랜드>는 밴드 자우림의 25년 역사를 간추린 일종의 소책자 같은 다큐멘터리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거듭하면서 주축인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세월의 더께가 쌓일수록 이번 공연의 의미 역시 깊어진다. 보컬리스트 김윤아, 기타리스트 이선규, 베이시스트 김진만의 개별적 능력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다양한 영상 자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멤버들의 앳된 얼굴이 담긴 저화질의
[리뷰] ‘자우림, 더 원더랜드’, 밴드 자우림의 25년 역사를 간추린 일종의 소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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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공주 쿠툴룬(체렌돌고르 문흐바트)은 활쏘기보다 바느질을 잘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납득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원한 적 없는 타국 왕자와의 약혼식 날, 아버지가 가짜 사절단에 피습되고 제국을 보호하는 황금 경전을 도둑맞는다. 쿠툴룬의 마음은 복수와 조국애로 들끓지만 가족들은 그에게 예정대로 남편을 따라가거나 남아서 아버지 간호나 하라고 말한다. 이튿날 쿠툴룬은 아버지에게 고국을 섬기겠다고 맹세한 뒤 군대를 이끌고 적을 찾아나선다. 몽골영화 <쿠툴룬: 전쟁의 여신>은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CG로 매만진 부분이 거칠게 표나고 슬로모션과 플래시백 사용이 지나치며 내러티브에서는 허점이 발견된다. 그러나 심지 굳은 주인공 캐릭터가 결함의 대부분을 상쇄한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쿠툴룬을 어떠한 가부장적 발언에도 동요 없이 나아가는 전사로 묘사하는데, 그 인물의 위엄과 카리스마가 극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쿠툴룬을 맡은 체렌돌고르 문흐바트의 묵직한 연기도 한몫한다
[리뷰] ‘쿠툴룬: 전쟁의 여신’, 흰소리에 끄떡없는 전사 쿠툴룬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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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김강현)은 얼마 전 전역한 후배 선우(차선우)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등산길에 오르자고 제안한다. 선우는 몇 차례에 걸쳐 거절하지만, 강현의 고집에 결국 산행에 나선다. 수년 만에 만난 강현과 선우는 태풍이 불기 직전의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주된 화제는 연애사다.
선우는 자신을 짝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리며 그녀로부터 도망칠 궁리를 하면서 비겁하게 굴었던 일을 털어놓고, 강현은 <건축학개론>의 수지를 닮은 여자를 떠올리며 상대가 나를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곁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자기 위안했던 일을 되새겨본다. 두 사람이 과거의 연애담을 주고받으며 걷는 사이 산의 정상은 점차 가까워진다.
<안나푸르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연애나 사랑, 관계에 대해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등산하는 두 남성의 대화 가운데 강현과 선우의 에피소드를 플래시백으로 배치하는 식이다. 끊임없이 오가는 강현과 선우의 이야기
[리뷰] ‘안나푸르나’, 성급하고 성찰없는 과거의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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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대행사 주식회사 ‘질투는나의힘’의 사장 혜수(김재화)는 충청남도 가상의 지방자치단체 망진군청이 주최하는 정종문화제 준비에 한창이다. 참, 축제는 개최 하루를 앞두고 연산군문화제로 바뀌었다! 태조의 이름이 이성계인 것은 알아도 정종의 이름은 단박에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옛날 연산군이 망진군 근처까지 사냥하러 왔다는 설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에 군 홍보에 좋다는 것이다. 모두 군수 팽길탄(문희경)의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에 따른 조치다. 철저히 을의 입장이라 지역의 행사 사업 하나가 아쉬운 혜수로서는 속이 뒤집어져도 군수의 의향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군수는 행사 당일 지역 극단의 연극 내용을 수정하고, 극단은 불만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겨우 구한 아르바이트생 은채(장세림)는 정식 취업을 종용하느라 바쁘고, 연인이자 회사 이사인 상민(조민재)은 자신의 책 사인회에만 관심을 둔
[리뷰] ‘익스트림 페스티벌’, 엉망진창이지만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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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무게는 다를까. 어쩌면 남겨진 이들에게 지금 곁에 없는 사람이 부재한 원인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테다. 그보다 부재한 이가 남긴 빈자리를 어떻게 용해야 하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홀 서빙을 담당하는 마나(기시이 유키노)는 점장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을 듣는다. 점장은 평소 남다른 취향으로 실내 음악을 손수 틀어주던 성실함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과도할 만큼의 다정함도 보였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그의 죽음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치 별일 없었던 것처럼 그의 빈자리가 금방 채워진 일이다. 금세 새로운 점장이 부임하고, 직원들도 생각보다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이 일은 그가 지금껏 놓아주지 못한 친구 스미레(하마베 미나미)의 사정과 연결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근처를 홀로 여행하던 스미레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시간이 꽤 흘렀어도 마나는 좀체 그를 잊을 수가 없다. 오히려 스미레의
[리뷰] ‘이윽고 바다에 닿다’, 남겨진 이들이 저장해둔 각자의 그리움을 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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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벨라 손)에게 로이(벤자민 마스콜로)는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연인이다. 더 먼 미래를 함께 약속한 둘은 로이가 상속받은 오래된 저택을 정리하기 위해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향한다. 로이의 바쁜 일정으로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했던 비비안은 우연히 안나(알마 노체)를 만나게 된다. 바이크 사고로 다친 그를 고쳐주며 시칠리아의 이곳저곳을 함께 누비지만 로이의 반응이 심상찮다. 그를 경계하고 조심하라는 것. 찜찜한 마음을 애써 잊고 지내던 중 로이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비비안은 이내 안나의 비밀을 알게 된다. <타임 이즈 업2>는 여느 연인이 한번쯤 겪을 만한 보편적인 감정을 인물들이 직접 발화하고 표현하도록 만든다. 직설적인 언쟁과 부딪힘을 통해 진솔한 감정을 고백하도록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서로를 향한 오해와 의심, 관계가 감춘 비밀과 진실 등 다양한 요소를 대화의 주제로 꺼내 들고, 날이 바짝 선 말 속에 은밀
[리뷰] ‘타임 이즈 업2’,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칠리아 앞에 거칠게 모난 욕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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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마동석)가 다시금 범죄 집단을 소탕한다. 시점은 전편으로부터 7년이 흐른 2015년이다. 그간 마석도는 서울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 날 젊은 여성이 신종 마약 ‘하이퍼’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마석도와 동료들은 서울 일대 클럽에 유통되는 하이퍼의 근원지를 좇기 시작한다. 수사망을 좁혀나가자 일본 야쿠자 세력이 하이퍼 수입과 관련돼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일본 야쿠자와 결탁하여 하이퍼의 유통을 돕고 있는 주성철(이준혁) 일당은 마석도의 행적을 견제하기에 이른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로 거듭난 <범죄도시> 시리즈의 신작이다.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왔다. 마석도의 주먹을 필두로 한 시원한 액션, 그리고 마동석 배우의 기질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 코미디가 작품의 두 기둥이다. 호방한 액션을 뒷받침하는 <범죄도시> 특유의 과장된 사운드 디자인까지 결합하여 프랜차이즈물의 연속성을 이어간다. 다만 단점도 그대로다. 꾸준히 제기되어
[리뷰] ‘범죄도시3’, 주먹은 무겁게 정의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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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에리얼(핼리 베일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해 있다.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딸인 에리얼은 공주라는 신분과 인어라는 종족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다. 아빠는 인간의 위험성을 말하며 에리얼의 눈을 가려보려 하지만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문명의 불빛까지는 막을 수 없다. 에리얼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빛을 좇고, 그곳엔 늘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인간이 있다. 왕자 에릭(조나 하워킹)이다. 다른 왕족들과 달리 선원들과 함께 배 타는 것을 마다지 않는 에릭은 어느 날 폭풍을 만나 바다에 빠지게 되고, 에리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두 종족간의 뿌리 깊은 불신보다 먼저 이겨내야 하는 것은 앙심을 품은 마녀 우르술라(멜리사 매카시)의 저주다.
<인어공주>는 1989년에 공개되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어공주>의 실사 뮤지
[리뷰] ‘인어공주’, 미지였을 때 더 아름다웠을 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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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홍콩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스턴트맨 루오(성룡)의 곁에는 레드 헤어만이 남아 있다. 친구에게 받은 말 레드 헤어와 루오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가족이다. 8년 전 큰 규모로 스턴트 회사를 운영했지만, 부상을 입으며 파산한 루오. 이후 그는 레드 헤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루오와 레드 헤어의 소소한 일상은 금세 위기를 맞는다. 레드 헤어를 증여한 친구의 회사가 부도나면서 회사의 소유로 여겨진 레드 헤어가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루오는 법을 공부하는 딸 바오(류하오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하고, 6년간 떨어져 지낸 부녀는 점차 관계를 회복해간다. 한편 루오가 레드 헤어를 빼앗아가려는 일당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SNS에 퍼져나가며 다시 한번 스턴트 배우로 활약할 기회를 얻는다.
<라이드 온>은 부녀의 화해, 루오와 레드 헤어의 우정, 영화계의 세대교체라는 세 층위의 서사를 동시에 풀어낸다.
[리뷰] ‘라이드 온’, 성긴 드라마를 유쾌한 액션으로, 성룡이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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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사랑이었던 리즈(도미니크 레이몽)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제르맹(프랑수아 베를레앙)의 일상은 변한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손녀는 제르맹을 돌보기 위해 시간표를 세우고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온다. 식사는 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묻는 목소리에 제르맹은 얼버무리며 답할 뿐이다. 자신을 병든 늙은이 취급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유쾌하지만은 않아서다. 제르맹은 걱정 가득한 가족 몰래 비밀스러운 작업에 착수하기로 한다. 리즈와 주고받은 약속, 남은 이가 먼저 떠난 상대의 끝맺지 못한 일을 대신 완수해주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리즈가 생전에 현대무용 공연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기억한 제르맹은 리즈가 몸담았던 무용단을 찾아가 사연을 설명하며 무용단에 합류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당연히 거절하리라는 제르맹의 예측과 달리 무용단은 그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한발 나아가 제르맹을 주인공으로 세운 공연까지 선보이려 한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실의에 빠진 한 남성의
[리뷰] ‘사랑하는 당신에게’, 몸의 언어로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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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의 남편은 업무 중 사고로 둘 다 목숨을 잃었다. 진상 규명을 목표로 농성을 벌였지만 해결되는 것 없이 지지부진하자 혜정은 합의금을 받고 한 걸음 물러난다. 반면 수인은 여전히 천막 안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시위를 이어간다. 합의금으로 ‘드림팰리스’ 아파트를 분양받은 혜정은 새 공간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할 꿈에 부푼다. 하지만 녹물로 인해 제대로 씻을 수도, 요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담당자에게 항변해보지만 이는 시공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선 아파트 전체 분양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한편 혜정은 수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그에게 드림팰리스 입주를 권한다.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할인 분양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존 입주민과 신규 입주민간에 분란이 생긴다.
가성문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드림팰리스>에서 부동산, 산업재해, 산재보상 등 동시대의 사회 이슈를 엮는다. 주목할 것은 원인 제공자, 즉 갑은 등장하지 않
[리뷰] ‘드림팰리스’, ‘갑’ 없는 ‘을’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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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트(캐서린 클린치)는 말수가 적다. 원체 소심하거니와 또래보다 글 읽는 실력이 뒤처지는 탓도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선 별종 취급받고 아버지에겐 ‘겉도는 아이’라고 명명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에의 부적응이 코오트의 잘못은 아니다. 강압적인 아버지는 가정을 홀대하고 자식들에게 모질기만 하다. 가정의 억압이 어린 소녀의 자유와 성장을 억누르는 형국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 코오트는 어머니쪽의 먼 친척인 에이블린(캐리 크로울리), 션(앤드루 베넷) 부부에게 맡겨진다. 동생을 임신한 어머니가 코오트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겠단 이유다. 그리고 이곳에서 코오트는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만끽한다.
에이블린 부부는 코오트가 평생 겪지 못했던 따스한 말, 정성스러운 목욕, 다정한 잠자리와 새 옷을 아낌없이 안겨준다. 그러나 여름은 속절없이 지나간다. 코오트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우리는 할 말이 너무 없을 때 침묵한다. 한편으론 할 말이 너무 많을 때도 침묵한다. 이른바 말문이 막히는
[리뷰] ‘말없는 소녀’, 침묵으로 말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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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오르 제국과 아카파 왕국은 합병한 뒤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적어도 아카파를 침략한 츠오르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반면 아카파의 수뇌부는 오래전 츠오르 군대에 치명타를 입힌 질병을 불러와 츠오르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이른바 ‘아카파의 저주’로 칭해진 전염병 미차르(흑랑열)를 의도적으로 퍼뜨려 아카파의 위상을 되찾으려 한 것이다. 한편 성스러운 의사 홋사르(다케우치 료마)는 역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분투하다 미차르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츠오르 소금 광산에서 노역하던 반(쓰쓰미 신이치)이 그 주인공. 홋사르는 미차르의 치료법을 품은 반을 찾아나서고, 부모를 잃은 소녀 유나와 함께 광산에서 도망친 후 작은 마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반과 조우한다. <사슴의 왕>은 우에하시 나오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쿠로코의 농구> <하이큐!!>의 제작사인 프로덕션 I.G가 제작을 맡고
[리뷰] ‘사슴의 왕’, 낯익은 볼거리에 정확한 메시지, 사랑 앞에서는 운명도 거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