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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김범)은 액션영화의 엑스트라와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배우가 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수경(김별)을 만나 첫사랑을 경험한다.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수경에게 끌리지만 수경은 시범을 밀어낸다. 사고를 당한 수경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돈을 훔치다 호스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시범은 한때 호스트계의 전설이었던 호수(배수빈)를 만난다. 시범과 호수는 재기를 꿈꾸지만 2인자 영호(김진우)가 그들의 앞길을 막는다.
<비상>은 겉은 화려하고 쿨하지만 속은 촌스럽고 뜨거운 영화다. ‘청담동 No.1 그들만의 세상’이란 홍보 문구는 현재 강남의 호스트 세계를 낱낱이 보여줄 것처럼 자극적이지만 포장을 풀어보면 화려한 호스트의 세계는 한낱 신기루이거나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환상에 발을 들이는 시범은 첫사랑을 가슴에 품은 소년에서 첫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로 변해간다. 영화는 ‘남자의 첫사랑’을 위해 질주한다. 재밌
남자의 첫사랑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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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서른아홉 동갑내기 백이(이규회)와 절벽(전용택), 혁이와 이노끼, 진한(유오성)은 고교 동창이다. 그중 백이와 진한은 주먹계의 양대산맥이었는데, 지역을 주름잡는 조폭 보스로 발돋움한 진한과 달리 백이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난 뒤 깜깜무소식이다. 가장 입담이 센 절벽은 화가의 꿈을 버린 대가로 술독에 빠져 살고, 이노끼는 이민을 계획하는 엄마에게 반발하며, 혁이는 가출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삭이기 위해 낚시질을 한다. 어느 날 종적을 감췄던 백이가 돌아오고, 그와 절벽, 혁이, 이노끼 무리와 진한 사이에 갈등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친구>의 사내들이 항구도시 부산이 아니라 영월에서 자랐다면, 또 고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백이, 절벽, 혁이와 이노끼는 억눌린 중년이요, 일종의 실패자들이다.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이는 고교 시절의 수치스러운 기억 탓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백이 패거리는 졸업을 앞
강원도 사나이들의 이야기 <감자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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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소년 비랄(피랫 아이베르디)은 영국에 정착해 새 삶을 살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 영국엔 그보다 먼저 정착해 사는 여자친구 미나가 있다. 힘겹게 프랑스에 도착해 영국행 컨테이너에 몸을 싣지만 밀항은 실패한다. 프랑스에서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비랄은 바다를 헤엄쳐 영국에 갈 계획을 세운다. 아내와 별거 중인 채 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수영 강사 시몬(뱅상 랭던)은 의도치 않게 비랄의 밀항을 돕게 되면서 프랑스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2005년 프랑스의 가을은 ‘불타는 파리’로 기억된다. 모슬렘 이민자들과 프랑스 사회는 대치했고, 해답을 찾지 못한 프랑스와 유럽사회는 한동안 불길에 휩싸인 채 이민자 문제로 불안에 떨었다. 불행히도 유럽사회의 불법이민, 불법체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웰컴>은 영국으로의 성공적 밀항을 꿈꾸는 불법체류 소년 비랄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중견 감독 필립 리오레는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비랄의 현실을 마치
성공적 밀항을 꿈꾸는 불법체류 소년 비랄의 이야기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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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군인 행크(토미 리 존스)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아들 마이크(조너선 터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명예로운 군인은커녕 탈영 위기에 처한 아들이 걱정되어 아내 조안(수잔 서랜던)도 떼어놓은 채 직접 군부대로 향한다. 단순한 마약 관련 사건으로 마이크의 실종을 처리하려는 군수사대를 의심한 행크는 지역 관할 형사 에밀리(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마이크의 실종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이크와 함께했던 전우를 만나면서 참전 중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마침내 행크는 자신의 신념 전체가 무너지는 위기를 겪는다.
이라크전이 빚어낸 공적인 비극과 사적인 비극을 애도하는 영화, 그러나 <엘라의 계곡>은 그 애도의 과정 도중 감정을 놀랄 만큼 절제한다. 하다못해 “왜 우리를 그곳으로 보낸 거야?”라는 반문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저지른 죗값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군인들의 텅 빈 눈빛을 ‘보여줄’ 뿐이다. 그 앞에서 무
이라크전이 빚어낸 비극 애도 <엘라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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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크리스마스이브. 패션지 <보그>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여섯명의 여배우가 한자리에 모인다. 스튜디오 등장에서부터 각자 입을 의상 하나까지 여배우들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한 신경전을 펼친다. 그러던 중 예정된 소품이 늦게 등장하면서 그들의 화보 촬영에 차질이 생긴다. 게다가 고현정과 최지우의 기싸움은 급기야 큰소리로 번지게 된다. 팽팽한 긴장을 추스르고 여배우들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소품을 기다리자는 합의를 본다.
<여배우들>의 초반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현정의 대사다. <보그>의 에디터에게 대뜸 “<무릎팍도사> 녹화 끝내고 왔잖아”라면서 피곤함을 토로하는 화면 속 고현정을 지켜보는 건 꽤 신선한 엿보기다. 배우 고현정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건 웬만한 사람 다 아는 사실. 그러니 이 천진한 대사가 스크린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 <무릎팍도사>
톱 여배우들을 지켜보는 리얼리티쇼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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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도 B급도 아닌 C+탐정 아탐(곽부성)의 사무실로, 혜심이라는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며 황(성규안)이 찾아온다. 좀 모자란 남자가 하는 얘기라 대충 끝낼 요량으로 수사를 시작하는데, 그녀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변인물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사진 한장을 발견하는데, 아탐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시선도 느끼면서 사진 속 유일한 생존자를 쫓는다.
언제 적 곽부성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유덕화나 임달화처럼 가장 멋지게 나이를 먹고 있는 홍콩 남자 배우 중 하나다. 두기봉의 <유도용호방>(2004), 진목승의 <삼차구>(2005), 담가명의 <아버지와 아들>(2006), 그리고 최근 <살인범>(2009)에 이르기까지 중견 연기파 배우로서 거듭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과 직면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상
중견 연기파 배우로서 거듭난 곽부성 < C+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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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김성열(차승원)은 어느 날 살인사건 현장에서 아내 지연(송윤아)의 물품을 발견한다. 죽은 자는 잔인하기로 유명한 깡패 조직 재칼(류승룡)의 동생. 재칼은 동생을 죽인 자를 처단하겠다고 손수 나선다. 김성열은 자신의 증언으로 2년간 정직당했던 최 형사(박원상)와 한팀이 되어 이 사건을 맡는다. 약에 전 한 남자(오정세)가 증인이고 또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김인권)가 있다.
당신의 직업이 형사라고 하자. 어느 날 사건 현장에서 당신은 세 가지 물품을 줍게 된다. 핑크 바이올렛이라는 립스틱이 묻은 유리잔, 고급 의상에 달린 황금색 단추, 그리고 흔하지 않은 귀걸이. 모두 당신의 아내가 그날 밤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짓고 집을 나갔을 때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던 것이다. 당신이 사건 현장에서 이 세 가지를 본 다음, 아내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 자리에서 직감할 여지는 얼마나 될까. 쓰러져 있는 사내는 험악한 얼굴에 칼자국이 있고 그는 칼에 찔려 죽
게임의 룰에 능숙한 스릴러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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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가 실험 도중 폭발하고, 파일럿 마리는 일본으로 잠입한다. 이와 별개로 에바 2호기와 함께 일본에 도착한 아스카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신지를 놓고 아스카가 레이와 은밀한 신경전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에서 도착한 에바 3호기는 이들의 운명 위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에반게리온: 파(破)>는 <에반게리온>의 신극장판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극장으로 발길을 옮기기 전 두 가지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첫째, 신극장판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둘째, 신극장판이 클래식의 가치를 지녔는가.’ 극장을 나서면서 내린 결론은 ‘그렇다’이다. <에반게리온: 서(序)>가 시리즈의 외형에 손질을 가하기 시작했다면 <에반게리온: 파(破)>는 인물과 이야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 <에반게리온: 서(序)>는 짧게 스쳐지나가는 첫 숏을 통해 신극장판의 출발지점을 밝힌 바 있다. 붉은 바다와 찰랑
변화를 넘은 새로운 꿈 <에반게리온: 파(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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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세실리오는 에네껜 농장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결혼한 뒤에도 다른 여자와 종종 로맨스에 빠졌다는 그의 애창곡은 <나쁜 남자>다. 알리시아는 여성을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쿠바의 유명한 화가다. 그는 자신의 평생 주제가 어머니에게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디아날리스는 발레학교 강사다. 키가 작아 국립발레단 정식 단원이 되진 못했지만 여전히 발레를 사랑한다. 쿠바 토속 종교 사제이기도 한 디모테오는 매일 인류를 위해 기도한다.
‘승리할 때까지’. 1965년, 체 게바라는 쿠바를 떠났다. 혁명을 위해 볼리비아로 향하면서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신념을 말했다. 그 신념은 유언이 됐다. 떠나간 자보다 앞서 떠나온 이들이 있었다. 1905년 “4년 동안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천여명의 한인이 멕시코행 일포드호를 탔다. 이중 300여명은 가혹한 노예의 삶을 이기지 못해 가축 수송용 배를 타고 쿠바로 왔지만 그들을 반기는 건
달콤한 낭만과 지독한 그리움 <시간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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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상하이. 라디오 DJ인 만리(판빙빙)는 애인 준추(여명)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그녀의 죽음을 곁에서 목격한 준추는 만리를 잊지 못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그녀의 물건만 어루만지며 산다. 어머니의 강요로 산산(유약영)과 결혼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만리만 있다. 그러던 중 산산은 준추의 애인 만리가 귀신으로 남아 집 안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준추를 두고 산 자인 산산과 죽은 자인 만리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사랑에서 영혼으로>는 처음에는 로맨틱멜로드라마가 될 것처럼 시작한다. 1930년대 상하이라는 혼란스럽지만 모던한 공간은 라디오 DJ인 만리의 의복이나 헤어스타일 등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녀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뜨고 나면 영화는 장르를 바꾼다. 으스스하지만 어딘가 처연한 요괴의 멜로드라마로 바뀐다. 원래 장르에 상관없이 장면마다 코미디가 되었다가 호러물이 되었다가 하는 것이
좀 심심한 전설의 고향 <사랑에서 영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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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실바니아의 귀족 엘리자베스 바토리(줄리 델피)는 어머니의 강압에 못 이겨 헝가리의 나다스키 백작과 결혼한다. 20년 뒤 전쟁 영웅이었던 남편이 죽자 그녀의 위세는 외려 더 높아지고, 그녀의 미모와 재력을 탐내는 남자들이 줄줄이 청혼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모두 거절한다. 얼마 뒤 그녀는 무도회장에서 젊은 남자 이스트반(다니엘 브뤼)을 만난다. 그에게 반한 그녀는 사랑을 약속하지만 이스트반은 얼마 뒤 떠난다. 이스트반의 배신 이후 늙음을 한탄하던 그녀는 갖가지 피의 기행을 벌인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612명의 처녀를 살해한 뒤 그 피로 목욕했다는 중세의 괴물. 허영심과 폭력에 전염된 이 광기의 실존 인물은 유럽에선 단골 소재였다. 1970년대 <네크로폴리스> 이후 1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자신의 영지에서 과일을 훔친 소녀의 몸에 꿀을 발라 벌에 쏘여 죽게 하는” 등 이 무시무시한 백작 부인의 고문 기술은 쾌락을 위한 악
악녀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만행 재현 <카운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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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교수 메리 플로레스쿠(소피 워드)는 죽은 자들과 세상의 통로라고 믿어지는 한 저택의 신비를 조사하는 중이다. 메리는 죽은 자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이먼 맥닐(조나스 암스트롱)이라는 학생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는 사이먼과 함께 저택에 가서 초자연 현상을 분석하기로 한다. 젊고 잘생긴 사이먼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메리는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는 와중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북 오브 블러드>는 영국 호러 작가 클라이브 바커가 만들어낸 신화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피의 책>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피의 책들> 단편집 6권 중 1권의 첫 번째 단편소설이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의 무시무시한 세계를 여는 첫 번째 관문일 뿐 아니라 그의 <피의 책들> 시리즈의 근간을 이루는 서
‘피의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북 오브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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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스티븐(잭슨 라스본)은 강의 중 퀘이드(숀 에반스)를 만나 친구가 된다. 퀘이드의 제안으로 학기말 과제로 ‘두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정한 두 사람은 또 한명의 친구 셰릴(핸느 스틴)과 함께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자신이 겪은 가장 두려운 일’을 인터뷰하는 동안, 퀘이드는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이상행동을 시작한다.
<드레드>는 사건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이 아닌, 각 사건을 통해 ‘공포란 무엇인가’를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다. 공포의 근원은 간단하게도 자신이 가진 상처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의되던 공포는 개개인의 끔찍한 경험과 결합되는 순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맞춤형’ 공포로 다가온다. 고기를 혐오하는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만이 주어진다거나, 감추고 싶은 외모의 약점을 이용하여 수치심을 극대화한다거나, 끔찍한 차사고를 당했던
‘맞춤형’ 공포 <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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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영화주간이다. 금주의 개봉작 중 열혈 마니아들이 열렬히 기다렸던 <뉴문>과 <에반게리온: 파(破)>의 개봉이 눈에 띈다. <시크릿>은 <세븐데이즈>의 각본을 쓰며 주목받았던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으로 언제나 감초 이상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류승룡을 눈여겨볼 만하다. <시간의 춤>은 <깃> <마법사들>의 송일곤이라는 반가운 이름과 쿠바의 정경이 한데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북 오브 블러드>와 <드레드>는 낯익은 배우들은 없지만 계절과 무관한 공포영화가 나란히 개봉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두 작품 각각 클라이브 바커가 제작을 맡거나, 원작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카운테스>는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줄리 델피의 존재가 눈에 띄지만 그 이상의 놀라움은 없으며, 19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한 <사랑에서 영혼으로>의 여명은 <매란방>에서의 모습과
[금주의 개봉영화] 풍성한 영화주간 <뉴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