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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 앨리스(브리타니 머피)는 창작을 위해 프로듀서가 빌려준 집에 들어가 얼마간 머물기로 한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간 얼마 뒤부터 앨리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마치 누군가가 집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 궁금증에 집 안을 뒤지던 앨리스는 루시(도라 버치)와 데이빗(마크 블루카스) 부부가 여기 살았던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비밀도 함께.
<데드라인>은 공포영화다. 공포영화에서 시나리오작가 한 사람이, 그것도 과거의 잊지 못할 상처를 지닌 누군가가 오래된 기운이 스며 있는 집에 들어가 머문다. 그렇다면 이제 방향은 좀더 분명해진다. 그 집은 어떤 집일까. 대개 ‘유령 들린 집’이다. 공포영화의 오래된 불문율이기도 하며 <데드라인> 역시 그렇다. 주인공 앨리스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뭔가 스산한 기운을 느낀다. 전에 이 집에 살았으나 비운의 운명을 맞은 루시와 데이빗 부부의 사건이 유령 들린 집의 원인이다
‘도플갱어’ 법칙을 반복하는 사연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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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영심(김규리)이 편지 한통 써놓고 집을 나갔다. 남편 성희(지진희)는 후배 동민(양익준)을 데리고 아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온 건지 아내를 찾으러온 건지 이 둘은 좀 시시껄렁하다. 아내의 오래된 전화기에서 전화번호부를 추린 다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아내의 비밀들. 별안간 유곽(이문식)이라는 아내의 오빠까지 알게 된다. 셋은 이제 일행이 된다.
<집 나온 남자들>은 이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첫 번째 장편영화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집 나온 남자들>은 현실세계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무언가 미끄러지듯 기묘한 캐릭터와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을 전작과 공유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전작이 냉소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시종일관 명랑해 보인다는 데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재미있다. 음악 칼럼니스트인 성희는 영화 초반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할 때 딱 한번 그윽한 목소리를 내
이상한 남자들의 이상한 여행의 기록 <집 나온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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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 베스(크리스틴 벨)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간다. 48시간 동안 로마에 머물게 된 베스는 결혼식장에서 한때 풋볼 선수였던 스포츠신문 기자 닉(조시 더하멜)을 만난다. 닉과 관계를 진전시키려던 베스는 우연히 닉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식장에서 나와 사랑의 분수에 뛰어든 베스는 분수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들을 홧김에 줍고, 이후 동전의 주인공들은 베스에게 열렬한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로마에 가면 사랑의 분수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볼 일이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사람들이 사랑의 분수를 향해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은 휘발되지 않고 동전에 고스란히 담기며, 동전 주인의 사랑은 분수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의 운명과 함께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동전을 줍는 사람은 동전 주인의 구애를 받게 된다. 허술한 듯 보이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동전의 주인공들인 소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이 즐거운 로맨틱코미디 <로마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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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코디네이터 애나(에이미 애덤스)는 안정된 직장에 고급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골드미스다. 그녀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4년째 연애 중인 의사 남자친구가 청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애나는 ‘아일랜드에선 2월29일이 되면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는 풍습이 있다’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듣고 애인의 출장지인 더블린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는 폭풍우로 인해 아일랜드 시골에 홀로 남게 되고, 그곳의 토박이 데클랜(매튜 구드)과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다.
최근 로맨틱코미디의 경향 중 하나가 바로 ‘농촌 로맨스’다. 지난해 <프로포즈>부터 올해 초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까지, 시골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코미디가 종종 눈에 띈다. <프로포즈 데이>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도시의 새침한 처녀가 털털하고도 퉁명스러운 시골 총각을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정이 들고,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이야기상으로 새로울 건
‘농촌 로맨스’ 로맨틱코미디 <프로포즈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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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더이상 신을 섬기지 않기로 했다. 분노한 제우스(리암 니슨)는 인간들에게 공포를 보여주려 하고, 지옥의 신 하데스(레이프 파인즈)가 해저괴물 크라켄을 앞세워 제우스의 뜻을 받들어 모신다. 한편,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신의 아들이란 이유로 이 난관을 타개할 전사로 추앙받는다. 마침 신의 분노로 지상의 가족을 잃은 그는 복수를 다짐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선다.
페르세우스 신화는 수많은 영웅담의 원형이다.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는 제우스의 섹스 편력으로 잉태된 페르세우스는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버려졌다. 이후 평범한 인간으로 자란 그는 우여곡절 끝에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고 영웅이 된다. 레이 해리하우젠이 1981년에 만든 <크래시 오브 타이탄>은 이 신화에서 몇 가지 설정을 바꾸긴 했지만, 영웅신화의 형태를 충실히 따른 작품이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그가 고난의 행군을 거쳐 결국 아버지의 인정을 받게
2010년 블록버스터 시즌의 신호탄 <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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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루이스 가렐)과 줄리(뤼도빈 사니에르)는 거의 10년 가까이 사귀어온 오랜 연인이다.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린 탓에 다른 친구인 알리스(클로틸드 에스메)를 끌어들여 ‘스리섬’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다 줄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뜨게 되고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줄리의 가족은 이스마엘을 구속하려 들고, 그런 가운데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난다.
지난 200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사랑의 찬가>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던 <러브 송>은 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영화다. 인물들은 노래와 춤을 추겠다는 특별한 준비없이 거리를 걷다 껴안고 키스하고 사랑을 노래한다. 그래서 어쩌면 정형화된 뮤지컬이라기보다 그저 색다른 연기방식의 차용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대나 주변의 환경이 뮤지컬의 무대로 바뀌는 게 아니라 오직 주인공들만 그렇게 자유분방한 몸짓으로 ‘내 소중한 천사’ ‘너의 향기’ ‘할렐루야’ ‘죽음의 노래가
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영화 <러브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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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방도시 오카야마에는 정신과 의사 야마모토 마사토모가 설립한 코랄 오카야마 병원이 있다. 야마모토 박사와 자원 봉사자, 재택 도우미들이 운영하는 병원에는 정신적인 문제와 재정적인 문제를 껴안고 사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누구는 거식증, 누구는 대인공포증, 누구는 조울증, 또 누구는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그들은 우유를 배달하는 ‘파스텔 우유배급소’와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공급하는 ‘미니 코랄’식당에서 일하며 조금씩 사회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연습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정신병에 관대하지 못하다. 정신과 상담 이력만으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이 불쑥 찾아온 카메라를 반길 이유는 전혀 없다. <멘탈>의 무대가 일반적인 정신병동이 아닌 코랄 오카야마 정신 건강 상담소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코랄 아카야마 병원은 대안적인 병원이다. 진료의 야마모토 마사토모 박사는 일본 정신학계에서는 꽤 이름난
정신병에 대한 담담한 다큐멘터리 <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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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소도시. 사람들이 미쳐간다. 평범한 노인이 야구장에 총기를 들고 난입했다가 보안관 데이빗(티모시 올리펀트)에게 사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이 광인으로 변해 무차별적 살인을 저지른다. 알고 보니 마을 어귀에 추락한 군수송기에서 치명적인 광기 바이러스가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군부대를 투입해 도시를 폐쇄하고 모든 생존자를 수색해서 처단하기 시작한다. 데이빗과 임신한 아내(라다 미첼) 일행은 미치광이들과 군대의 광기를 피해 탈출을 꾀한다.
<크레이지>는 좀비 장르의 거장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분노의 대결투>(The Crazies, 1973)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런데 <분노의 대결투>가 로메로의 가장 좋은 영화였던가? 글쎄. 컬트팬이 꽤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로메로의 대표작으로 거론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요즘 리메이크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영화다. 비밀스런 공권력, 치명적인 바이러스, 새롭게 업
원전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크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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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복역 중인 수인(김남길)은 AIDS 감염자라는 이유로 다들 멀리하는 상병(정윤민)에게 접근한다. 수차례의 탈옥 전력이 있는 수인은 AIDS에 감염되면 곧 출소한다고 믿고 있다. 수인은 상병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자, 그의 피를 몰래 수혈한다. AIDS에 감염됐다고 해서 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수인은 입원 치료 도중 결국 탈옥한다. 세상에 나왔지만 제대로 된 복수를 하지도 못하고 쫓겨다니던 수인은 결국 상병이 소식을 궁금해했던 여인 미아(황우슬혜)의 카페에 찾아든다.
<피터팬의 공식>의 한수는 억울하다. 엄마가 ‘허무하다’며 살충제를 마시고 병상에 누워버린 뒤로 한수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만둔 수영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수는 그저 고통스런 자신의 열아홉을 감내해야 한다. <폭풍전야>의 수인은 한수가 가진 사정보다 더하다. 수인은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기형을
세상과 화해하는 법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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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 국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과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는다. 마랭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말끝마다 대꾸하기를 즐겨하는 아랍계 여자아이,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중국인 남자아이,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온 흑인 남자아이 등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학생들로 인해 여기저기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랭과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마음을 열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흑인아이 술레이만이 마랭에게 반항하기 시작하면서 교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클래스>의 배경인 교실은 그 어느 곳보다 생생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딴짓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시로 긴장감이 형성된다. 그때마다 교사 프랑수아 마랭은 아이들을 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아이들을 통해 보여지는 사회의 단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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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소학교. 완력을 휘두르며 급우들을 수하 부리듯 했던 형석이 갑자기 사라진다. 교실은 잠시 온기를 되찾지만, 이내 형석에게 눌려 살았던 도진(육동일)과 민구(이승민)는 패를 규합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 한편, 뭍에서 전학 온 동일(김두진)은 도진에게 접근해 신임을 얻은 뒤, 서연(한이빈)의 마음을 얻으려면 급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민구를 완전히 짓밟아야 한다고 이간질한다. 도진과 민구의 싸움은, 동일이 끼어들면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난 확실해. 너 때문에 싸우는 거야.’ <꽃비>의 포스터에는 다소곳하게 책을 읽고 있는 소녀, 그리고 소녀를 동시에 바라보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어떤 정보도 없다면, <친구> 혹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꽃비>의 까까머리 청춘들은 순정을 증명하기 위해 까만 교복을 풀어헤치고, 주먹을 날리기를 마다하지 않
제주 ‘4·3 항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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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 크리스티아노(알바로 칼카)는 실업자 아버지 리노(필리포 티미)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보는 정신병자 콰트로(엘리오 제르마노)다. 콰트로는 늘 TV 속 포르노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크리스티아노의 친구 파비아나(안젤리카 레오)를 본 뒤 그녀가 TV 속 포르노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파비아나에게 다가가려던 콰트로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죽이고, 이를 목격한 리노는 충격에 뇌출혈을 일으킨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티아노는 아버지가 파비아나를 죽인 것으로 오해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성장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본 이라면, 그가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데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살바토레는 아이들의 순결한 내면이 외부적 요소에 의해 어떤 갈등을 겪는지 지켜보길 즐기며, 애당초 순수함이 존재하기는 하냐고 질문하는 감독이다. 살바토레의 성장영화가 여느 감독들의 그것
살바토레의 두 번째 성장영화 <애즈 갓 커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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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린 지 두달 만에 진우(유지태)는 식물인간이 된다. 병상에 누워 간신히 숨만 쉬는 남편 진우를 깨워보려고 연이(윤진서)는 갖은 애를 쓰지만 별 소용이 없다. 결혼식 비디오를 보며 한숨 쉬는 연이 앞에 진우의 동생 진호(유지태)가 나타난다. 진호는 진우와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진호는 연이의 삶에 조금씩 개입하려 들고, 진호의 손길을 차갑게 거부하던 연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한 여자를 사랑한 형제의 비극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중독>(2002)에서 대진(이병헌)은 형수인 은수(이미연)를 사랑한다. 형제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먼저 깨어난 대진은 형의 영혼이 빙의됐다고 주장하면서 은수에게 다가선다. <비밀애>에서 <중독>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외려 자연스럽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형을 대신해 진호는 형수인 연이의 육체를 탐
한 여자를 사랑한 형제의 비극 <비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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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주재 니혼신문기자 난부(에구치 요스케)는 일본 아이가 조만간 타이에서 불법 장기이식수술을 받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취재를 시작한다. 충격적인 것은 심장 제공자가 살아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아이를 살해한 다음 그 심장을 일본 아이에게 이식한다는 뜻이다. 한편 방콕 사회복지센터에 자원봉사자로 찾아온 케이코(미야자키 아오이) 역시 타이 아이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 앞에서 고민한다. 난부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요다(쓰마부키 사토시)를 끌어들여 끔찍한 장기매매의 현장을 포착하려 한다.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의 소설을 읽어온(혹은 그의 작품이 영화화된 <피와 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본) 관객이라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작가가 들여다보는 현대 일본의 텅 빈 공동이 얼마나 끔찍하고 가차없는지. 그는 전후 일본을 뒤덮은 광기가 어떻게 시스템화되는지, 그것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시공간을 넘어 어떻게 연쇄적으로 대
끔찍한 장기매매의 현장 <어둠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