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nopsis
영국 <BBC>는 굴지의 다국적 기업 다우가 20년 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대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120억달러 규모의 보상금을 약속하는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보도했다. 믿기지 않은 소식은 바로 해프닝이 됐다. 사실 인터뷰에 응한 대변인은 다우의 진짜 대변인이 아니라, 국제적 악동으로 이름을 얻은 ‘예스맨’ 앤디와 마이크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허를 찌르는 이들의 거짓말은 정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느닷없이 출몰한다.
유력한 조직 혹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대변인을 사칭해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 그들이 하지 않을 일을 대신 발표하고 다니는 이들. 말도 안되지만, 시민단체 ‘예스맨’은 실제 존재하는 단체다. 1993년 바비 인형의 성차별 해방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다우사의 인도 보팔 참사 120억달러 보상 약속을 했으며, 군수산업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는 할리버튼사를 위해 최첨단 구호 장비를 개발해 발표하고, 화석연료 남용에 지대한 공
홍길동을 자처하고 나선 두 남자 <예스맨 프로젝트>
-
synopsis
인터내셔널 카드사 상담원인 프리야(슈리야)는 우연히 전화상담을 하던 중 뉴욕의 광고 디렉터인 고객 그랜저(제시 멧칼피)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 프리야는 그랜저의 사진을 검색하고, 업무를 핑계삼아 잦은 전화를 걸게 된다. 그랜저 역시 상냥하고 자상한 프리야가 맘에 드는 눈치. 둘은 급기야 만남을 약속하게 되고, 프리야는 일생일대의 로맨스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사랑은 불쑥 찾아와야 제맛이다. 당연한 스토리라면 애초 영화로까지 보면서 살떨려할 이유도 없다. 운명의 상대를 찾겠다고 나선 <세렌디피티>의 어림없는 시도가 괜히 로맨틱영화의 스테디셀러가 된 게 아니다. 그러니 멜로드라마는 언제 어디서나 이 기막힌 우연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1990년대 초반이라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처럼 라디오가 매개체가 되었을 테고, 후반으로 넘어와 인터넷이 활성화됐다면 <유브 갓 메일>처럼 이메일로 핑퐁놀이를
달달한 사랑 전파 <콜링 인 러브>
-
synopsis
외로운 소녀 데유(지자 야닌)는 어느 날 의문의 조직에 납치당할 위험에 처한다. 낯선 남자 사님(카주 패트릭 탕즈)이 그녀를 구해주고 이후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뀐다. 데유를 납치하려 했던 거대 인신매매조직에 맞서 싸우는 사님과 친구들을 알게 된 것. 그들 모두 사랑하는 연인을 이 조직에 납치당해 참혹하게 잃은 경험이 있다. 데유도 그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고된 수련 과정을 시작한다. 데유는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청하고, 다시 한번 납치되기를 기다린다.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지자 야닌의 출연작 <초콜릿>이 ‘여자 <옹박>’으로 불렸던 것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 <옹박: 두번째 미션>의 연출자 프라차야 핀카엡이 제작을, <옹박: 더 레전드>의 각본가 판나 리티크라이가 무술감독을 맡았으며 지자 야닌이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담당한 <레이징
‘소녀 버전 <옹박>’ <레이징 피닉스>
-
synopsis
병열(최요한)은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보람(김미희)을 짝사랑한다. 용기를 내 보람에게 고백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하늘이 병열의 기도를 들은 것인지 둘은 뜨겁게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병열은 여전히 취업준비생이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도 빠졌다. 직장인 보람은 대머리 남자친구를 직장 동료들에게 떳떳이 밝히지 못한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져만 간다.
홍보자료에 따르자면 <불타는 내마음>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하는 ‘코믹난장멜로’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둘의 연애사가 질서도 논리도 없이 난장판처럼 진행된다는 이야기다. 내러티브의 무질서와 무논리가 이 영화의 결함은 아니다. <불타는 내마음>은 3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한 한 남자가 3년 뒤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고 또 3년 뒤 권태기를 맞이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점프하며 보여
난장판처럼 진행되는 연애사 <불타는 내마음>
-
-
synopsis
1966년 러시아의 한 마을. 정체불명의 트럭이 급하게 달려와 멈춘다. 트럭에는 엄마와 쌍둥이 아기가 타고 있었다. 엄마는 죽어 있었고, 두 아기는 살아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미국으로 입양된 쌍둥이 중 한명인 메리(아나스타샤 힐)는 죽은 어머니가 남긴 저택을 물려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쌍둥이인 오빠 니콜라이(카렐 로덴)를 만난다. 그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당한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저주받은 집’이라 불리는 저택에 남게 된 두 사람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어밴던드>에 등장하는 공간은 낯설다. 메리가 러시아 공항에 도착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첫 번째 단서다. 입·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항의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항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하고, 메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활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어 등장하는 시내 광장, 메리가 물려받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어밴던드>
-
synopsis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남자, 상수(윤제문). 30대 후반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여자 생각뿐이다. 리조트 개발 공사만 들어갈 수 있다면 용역깡패 고용도 불사한다. 이 불도저 같은 대책없음은 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건드리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서태화)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순간 그는 자본주의와 속물근성에 찌들 대로 찌든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바로 인생의 법칙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상수의 독백대로라면 그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많다. 일일이 열거하는 게 힘들 정도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그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남자, 마냥 밉지만은 않다.
삶에 찌든 한 중년 남성의 삶 <이웃집 남자>
-
synopsis
남자(이강생)는 빚에 쪼들리고 있다. 외롭고 힘들고 지쳐 있다. 삶의 희망이라곤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밖에는 없다. 담배 가게에 아가씨(인신)가 새로 온다. 남자가 담배를 사며 쓸모없는 옛날 동전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서로 말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남자의 방황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담배 가게 아가씨는 남자를 떠나, 도시를 떠나 어디론가 가버린다.
<도와줘, 에로스>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산다. 가장 외로운 건 빚을 지고 아무 희망없이 집 안의 가재도구를 하나씩 내다팔며 삶을 연명하고 하루 종일 마리화나나 피워대는 주인공 남자다. 그는 담배 가게 아가씨와 친해져서 사랑함의 관계 그 어디까지 근접하지만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또 다른 인물도 등장한다. 주인공 남자와 온라인 채팅을 주고받는 여자는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게이인 남편은 집 안에 그의 연인을 두고 산다. 여자는 그냥 남편이 해주는 밥을 묵묵히 먹고 점
절실한 조난신호 <도와줘, 에로스>
-
synopsis
2003년 9월, 송두율 교수가 귀국했다. 그에게는 37년 만에 찾은 고향 땅이었다. 송두율 교수는 한국이 경계인인 자신을 받아줄 정도로 성숙했을 거라 기대했지만 한국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귀국 뒤 그는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이란 공격을 당했다. 북한 내 권력서열 23위인 김철수냐 아니냐는 논란도 불을 지폈다. 송두율의 귀국을 추진한 진보진영도 그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결국 송두율 교수는 ‘경계인’으로서의 자리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그의 추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계도시2>는 홍형숙 감독의 2002년작 <경계도시>의 연작이다. 전편은 2000년 7월부터 송두율 교수와 아내 정정희 여사가 경계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과 귀국을 추진하는 과정, 그리고 노동당 입당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그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 작품에서 송두율 교수는 꽤 많이 웃는다. 사람들과 전화를 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도
레드 콤플렉스의 아비규환에 빠진 한국사회 <경계도시2>
-
synopsis
강력계 형사인 오정수(감우성)는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용의자를 마주하고 치를 떤다. 그의 분노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지현(이승민)에 대한 연민으로 변하고, 얼마 뒤 오정수는 지현과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정수와 지현의 달콤한 신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현은 살인마가 감옥에서 정수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 뒤 잊었던 과거의 고통에 시달리고, 결국 정수 곁을 떠난다. 몇년이 흐른 뒤, 오정수는 애타게 찾던 아내와 딸의 주검을 마주하고 복수를 결심한다.
김성종이 쓴 <일곱개의 장미송이>라는 추리소설이 있다. 성폭행당한 아내가 자살하자, 소심하고 유약한 남편이 용의자를 찾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이다. 추리소설의 범주에 속해 있으나 <일곱개의 장미송이>는 복수극의 쾌감이 더 크다. 미대 출신인 아내가 그려놓은 몽타주를 바탕으로 범인들을 뒤쫓는 남편은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잔인
테러리스트로 변한 경찰 <무법자>
-
synopsis
보스턴 근교의 섬 셔터 아일랜드의 탈출불가 정신병동에서 환자가 사라진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셔터 아일랜드로 향한다. 증거는 없다. 자식 셋을 물에 빠뜨려 죽인 여환자는 뜻이 모호한 쪽지만 남기고 완벽하게 사라졌다. 테디는 수사를 위해 병원 관계자들을 탐문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테디는 이 모든 것이 정부 주도의 인체실험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으로 섬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첫 장면이 나오는 순간 고전 영화광들은 나직이 신음을 흘릴 거다. <셔터 아일랜드>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영화적 경험이다. 테크니컬러의 향취를 간직한 색감은 히치콕의 스릴러를 연상시키고, 몇몇 장면의 배경은 심지어 매트 페인팅 앞에서 찍어낸 것 같다. 마틴 스코시즈가 <셔터 아일랜드>를 위해 참고한 영화의 목록을 보시라. 발 류튼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마크 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영화적 경험 <셔터 아일랜드>
-
synopsis
아가(범일신)는 록밴드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우체부로 일하지만 우편물들을 그저 집에 쌓아두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아가는 일본 유명 가수와의 공연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만든 아마추어 밴드에 참여하게 되고, 행사를 돕는 일본 여성 토모코(다나카 치에)와 티격태격하다 어느덧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아가의 방 안 우편물 더미 속에는 일본에서 온, 이젠 존재하지 않은 옛 주소로 보내는 오래된 편지가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60여년 전에 쓰여진 7통의 러브레터다.
지난 2008년 <제7봉>이라는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하오자이 7번지>는 당시 대만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다. <비정성시>(1989)의 흥행 1위 이후 거의 기적처럼 10년도 더 지나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자국영화다. 위덕성 감독이 곧장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싸이더커바라이>에 착수했으니 <하오자이 7번지&g
가슴 따뜻한 휴먼코미디 <하이자오 7번지>
-
synopsis
정자(나문희), 영희(김수미), 신자(김혜옥)는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이다.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은 얼마 뒤면 이 지긋지긋한 서울을 떠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와이키키 관광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8년 동안 이 악물고 뛰었던 그들은, 그러나 디데이(D-day)를 앞두고 봉변을 당한다. 하와이 여행 경비를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 은행강도 준석(임창정) 일당한테 돈을 모두 빼앗긴 것이다. 경찰도 은행도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세 친구는 급기야 자신들의 돈을 되찾기 위해 원대한(?) 계획을 꾸민다. 동료에게 뒤통수 맞고 낙동강 오리알이 된 준석에게서 특훈을 받은 세 노인은 은행을 털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까.
‘걸스카우트’가 또 나타났다. <육혈포 강도단>은 <걸스카우트>의 업그레이드판이다. 곗돈 되찾기 위해 머리 풀어헤치고 고군분투하던 아줌마들은 칠순잔치가 내일모레인 할멈들로 바뀌었다. 살날 얼마 안
도시를 휘젓는 할멈들의 소동 <육혈포 강도단>
-
synopsis
서기 2019년. 대부분의 인류는 전염병으로 뱀파이어가 된 상태다. 뱀파이어들은 인간 문명과 비슷한 사회를 만들고 살아가지만 혈액 공급을 위해 사육하는 인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인간 사육회사 블러드 뱅크의 연구원 에드워드 달튼(에단 호크)은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할 수 있도록 혈액 대체재를 개발하려던 중 뱀파이어들의 사냥을 피해 숨어사는 라이오넬(윌렘 데포) 일행을 만난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를 인간으로 돌릴 수 있는 치료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지능적인 뱀파이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딱 <데이브레이커스>와 같은 세상이 올 법도 하다. 1950년대 스타일의 검은 슈트로 쫙 빼입고 다니는 뱀파이어들은 직장도 다니고 교육도 받는다. 그럼 낮엔 대체 뭘 하느냐고? 고도로 발전한 문명의 뱀파이어들이 집에서 잠이나 잘 리 있겠는가. 도시는 지하보도로 연결되어 있고, 자동차에는 낮에도 운전할 수 있도록 자외선 차단막과 원격 조종 시스템
미래 뱀파이어 사회 <데이브레이커스>
-
synopsis
각국 제후간의 전쟁이 치열하던 춘추전국시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양나라의 늙은 병사(성룡)가 있다. 그는 가슴에 가짜 화살촉을 붙이고 죽은 시늉을 해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여느 때처럼 죽은 척하여 살아남은 어느 날, 그는 병사들의 시체 가운데서 부상당한 위나라의 장군(왕리홍)을 발견하고 그를 포로삼아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형을 죽이고 위나라의 황권을 차지하려는 장군의 동생 문공자(유승준)가 병사와 장군 일행을 추격한다.
큰 병사와 작은 장군. ‘대병소장’(大兵小將)이란 제목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쟁터가 배경이지만 <대병소장>의 관심은 장군 대신 병사, 비극보다 희극, 벌판 대신 오솔길에 있다. ‘떼신’으로 대변되는 중국 역사극 블록버스터와 달리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대병소장>으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제작, 기획, 무술에 출연까지 맡은 성룡은 중국인에게 친숙한 전쟁사극과 자신의 개인기를
전쟁사극과 로드무비의 결합 <대병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