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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의 일본은 낯설었다. 필리핀, 한국인, 이란인이 뒤엉켜 살아가는 1990년대 초반의 일본은 모든 노동력을 자체적으로 공급하던 한국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은 20년 전 일본처럼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노동력을 수입하는 다민족 국가가 됐다. 많은 독립 다큐멘타리들을 제외하자면, 본격적으로 영화계가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건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2009)부터다. 육상효 감독은 <방가?방가!>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아예 충무로 코미디의 소재로 빌려온다. 어딘가 아슬아슬한 시도다.
주인공 방태식(김인권)은 공장, 막노동, 커피숍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살아온 백수다. 고향에서 함께 상경해 노래방을 운영하는 친구 용철(김정태)의 조언에 따라 태식은 평소 동남아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중앙아시아 부탄 출신 노동자 ‘
말랑말랑한 감상주의로 포장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방가? 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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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제목이 이 영화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한다.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정말 차례대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한다. 어느 날 문득 인생에 대한 심한 회의감에 시달리자, 리즈는 모든 생활을 접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실력있는 저널리스트의 자리도, 모자람없는 결혼 8년차의 생활도 모두 뒤로하고 혈혈단신으로 결심을 실행한다. 그녀가 첫 번째 가는 곳은 이탈리아의 로마다. 여기서 리즈는 잘 먹는 법을 배운다. 촌각을 다투며 돌아가는 뉴욕에서 온 이 뉴요커는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의 지혜인 ‘아름다운 게으름’을 배우고 나서야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스파게티를 음미할 줄 알게 된다. 리즈가 여기서 배운 건 음식의 맛이 아니라 음식을 음미하는 여유다. 그녀의 변화를 위한 일단의 감각이 열린 것이다. 그녀가 두 번째 가는 곳은 인도의 한 아쉬람(힌두교 수행원)이다. 리즈는 여기서 기도함으로써 나를 세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배운다. 과거의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
여행 독려 장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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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는 중년 남자 장필(유순웅)은 신림동 고시촌의 한 허름한 방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포스터 붙이기, 폐품 수집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정성껏 목각인형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어느 날, 같은 고시원에 사는 청년(김재록)에게 돈을 빌려주지만 도박에 빠져 있는 그에게 돈을 받아내기란 힘들다. 게다가 그에게 고시원 총무 자리마저 뺏긴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장필은 우연히 만난 동네 여자에게 불과 몇 만원의 사기까지 당하면서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 여자가 누군가 내다버린 모니터를 마치 중고 상품인 양 속여서 장필에게 되팔았던 것이다.
시작부터 <빗자루, 금붕어 되다>라는 제목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사실상 이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나 소품이라기보다 영화를 다 보고났을 때 그저 해석의 단초 중 하나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빗자루라는 무생물이 금붕어 같은 생명을 얻는다고 해봐야 어항 속에 갇혀 살아갈 뿐이다. 주인공은 살인을 저
지루한 삶과 사회에 대한 초상화 <빗자루,금붕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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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의 홈무비가 기적처럼 대중을 만나는 사건이 드물게 일어나곤 한다. 2010년의 기적은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며 극소수의 컬트팬을 만든 뒤 마침내 개봉하는 초저예산 SF영화 <불청객>이다. 만년 고시생 진식(김진식)과 두 백수인 응일(이응일), 강영(원강영)이 사는 신림동 고시촌 자취방에 갑자기 택배 상자가 떨어진다. 세 사람이 상자를 열자마자 온몸이 시커먼 외계인 포인트맨(이응일)이 나타난다. 그는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과 세 백수의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말한다. 포인트맨은 주인공들 같은 루저들의 생명을 적립해 늙은 거부들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불한당이다. 주인공들이 계약을 거부하자 포인트맨은 그들의 자취방을 통째로 우주로 날려보낸다. 이제 세명의 백수는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불청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88만원 세대에게 바치는 SF 어드벤처’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세 고시 백수들은 자신
88만원 세대에게 바치는 SF 어드벤처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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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시골 마을 여중생 살인사건에서 시작하여 1998년 동두천 미군부대 윤락녀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숨막히는 공적 순간들이 거주자들의 사적 삶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떤 식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는지를 진중하게 관찰한다. 1985년, 같은 학교 여학생 명희를 짝사랑했던 두 소년 승호(이다윗)와 동식(정세인)은 비밀스런 내기를 벌인다. 그날 밤 명희는 강가 갈대밭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고, 동식의 형 경식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충격받은 동식은 자퇴하고 마을을 떠난다. 1991년 법대생 승호(김다현)는 학생운동으로 쫓겨다니던 중 구로공단 술집에서 동식의 누나 진희(황인영)와, 수감된 감옥에서는 경식과 마주친다. 원양어선을 타고 떠돌던 동식(신성록)은 점차 승호에게 의혹을 품게 된다.
시대별로 뚝뚝 끊어지는 에피소드의 연결이라는 전체 구성상, 내러티브 진행은 다소 불친절하거나 혹은 우연에 지나치게 기대어 연속성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편이다. 특히 영화의
한국 현대사의 숨막히는 순간들 <살인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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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롬 어스>는 ‘불사’(不死)에 관한 흥미진진한 SF영화다. 지난 10년간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서 고고학자로 일하던 존 올드맨 교수(데이비드 리 스미스)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사를 가려고 한다. 고고학자, 신학자, 생물학자 등 다양한 친구들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올드맨의 집에 모인다. 친구들은 올드맨 교수가 왜 갑자기 모든 것을 뒤로 남기고 떠나려는지 이유를 캐묻는다. 그러자 올드맨은 갑자기 환송회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은 그가 1만4천년 전부터 살아온 인간이었으며, 10년마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여기던 친구들이 게임처럼 그의 과거를 캐묻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올드맨의 이야기는 지나칠 정도로 논리정연하다.
<맨 프롬 어스>는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로 어울릴 만한, 20만달러 제작비의 소품이다. 영화는 오로지 올드맨의 작은
‘불사’(不死)에 관한 흥미진진한 SF영화 <맨 프럼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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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기 전에>로 주목을 모았던 성지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유명 화랑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초원의 한 마리 들짐승을 꿈꾸는 나머지 술에 취하면 냅다 뛰기도 잘하는, 엉뚱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 종훈(김영호)이 주인공이다. 그가 여자들의 주위를 맴돈다. 부산에 일 때문에 내려가서는 오랜만에 후배 은주(윤주희)에게 연락을 한다. 간호사로 일하는 은주와 종훈은 곧장 사랑에 빠진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좀 불편한 관계에 접어든 옛 연인 선영(황인영)에게 “나 여자 생겼다”고 말하고 완전한 이별을 선언한다. 한편으로는 화랑에서 만난 신인 화가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결혼은 예정대로 은주와 한다. 파국의 징조는 이미 여럿이다. 결혼 전 내내 갈등하는 것 같더니 종훈과 은주는 신혼여행 때부터 삐걱거린다. 둘이 얼마나 다른 ‘종’(種)인지 다소 코믹한 내레이션으로 잘 설명된다. 종훈은 광활한 초원과 계곡 사이를 날뛰며 활보하고 싶어 하지만 은주는 평온함이 깃든 바다의 저
주인공 종훈의 감정의 변화 <여덟번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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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정보국 요원인 키티 갤로어(베트 미들러)는 작전 중 경비견에게 쫓기다 탈모제통에 빠지는 바람에 온몸의 털이 녹아내린다. 말 그대로 ‘캣 우먼’의 환생인 그녀는 인간 가족마저도 흉측해진 자신을 외면하자 세상을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멍멍이 정보국장 루(닐 패트릭 해리스)와 부치(닉 놀테)는 말썽쟁이 경찰견 딕스(제임스 마스던)와 고양이 요원 캐서린(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비둘기 세이무스와 함께 키티의 음모를 분쇄하고자 한다.
2001년 흥행작 <캣츠 앤 독스>를 본 사람이라면 전편 주인공들의 변화를 눈여겨보는 즐거움이 클 것이다. 전편의 주인공 루(비글 종)는 멍멍이 정보국장으로 수직상승하여 터틀넥이라든가 와이셔츠, 날렵한 뿔테 안경 등으로 멋을 부렸고, 충직한 현장요원 부치(아나톨리안 셰퍼드 종)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뛰어야 하나”라며 불평을 늘어놓고, 악당 고양이 팅클스(페르시안 친칠라 종)는 <양들의 침묵>에서 클라리스와 첫 대면하는 순
전편 주인공들의 변화를 눈여겨보는 즐거움 <캣츠 앤 독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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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세 무리의 사람들이 숲에 모였다. 보스의 명령으로 시체를 유기하러 온 조직폭력배 창욱(정경호)과 중래(박인수). 시체만 묻고 나오면 될 일인데 지나가던 여고생에게 현장을 들킨다. 두명의 남자친구와 함께 본드를 하러 숲에 온 여고생은 친구들의 성희롱을 피해 달아나던 중이었다. 창욱과 중래의 신경이 여고생에게 집중되는 사이 시체는 온데간데없어진다. 여기에 카섹스하러 왔다가 남자친구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한 여자(지서윤)까지 가세하면서 사건은 어지럽게 얽힌다. 그러면서 이들은 숲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르웨이의 숲>의 배경인 숲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단순히 사건을 여닫는 역할을 해서가 아니다. 특유의 폐쇄적인 성격 덕분에 일면식도 없는 처지인 사람들을 한 공간에 묶어둔다. 인물들의 목표가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긴장감도, 정체 모를 어떤 존재에 대한 공포심도 공간이 숲이라 발생 가능하다. 감독은 “숲이라는 한
숲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인물들의 욕망 <노르웨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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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의 벌판에서 담배를 피운다. 전형적인 코리안-아메리칸의 모습을 한 그 남자의 이름은 브렌트다. 남자가 사라지며 이번엔 한 중년 여성(노명자)이 등장한다. 비슷한 벌판, 비슷한 노을을 배경으로 홀로 서 있는 그녀는 그러나 한국, 청주에 있다. 두 사람은 닮았다. 그들은 모자지간이나 30여년간 서로 생사를 알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여자의 가족이 그녀의 아들을 입양보냈고, 여자는 아이가 ‘한국의 부잣집으로 보내졌다’고 생각한 채 정작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은 ‘버려졌다’고 생각한 채 영겁 같은 세월을 보냈다.
<나를 닮은 얼굴>은 노명자씨와 그녀의 아들 브렌트를 통해 입양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영화가 중요하게 다루는 건 마침내 재회한 혈연의 눈물나는 소회가 아니다. 대부분의 입양 관련 다큐멘터리가 택하는 그런 주제는 이 영화에서 모자의 내레이션과 그들이 실제 출연한 <아름다운 용서>의 자료 화면으로 재
입양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나를 닮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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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영화>의 씨앗은 박동훈 감독의 단편 <전쟁영화>(2005)였다. <전쟁영화>를 편집하면서 박동훈 감독은 1965년이라는 시간에만 카메라가 머무르는 것이 아쉬웠다. 한국전쟁 중에 간신히 살아남은 이야기를 데이트 화제로 삼던 두 남녀만으로는 ‘그땐 그랬지’류의 웃음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전쟁영화>의 마지막 장면. ‘시체 이야기’로 여자의 마음을 얻은 뒤 신나게 계란을 까먹던 남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대청마루 아래로 숨어들어가 눈을 질끈 감고 진저리를 친다. 공습훈련에 극렬히 무조건반사하는 남자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걸핏하면 공포를 집어먹는 남자의 무조건반사는 행복한 가정을 꾸린 뒤 없어졌을까. <전쟁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박동훈 감독의 의문은 3년 뒤 제작에 착수한 장편 <계몽영화>로 이어진다.
먼저 1965년의 서울. 친일파였던 아버지 ‘빽’으로 잘나가는 나일론 회사에 다니는 정
독립영화로서 쉽지 않은 장르인 시대극 <계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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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는 네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각 장에서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은 각각 (남)진구, (정)옥희, 송 교수(감독)로 반복 출연한다. 일단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스크린에 새파란 화면이 가득하다고 해서 영사실을 돌아보지 말자. <옥희의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주문을 외울 날’에서는 영화감독이자 시간강사인 남진구의 하루를 보여준다. 남진구는 송 교수에 대한 어떤 소문을 접하지만 자기도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키스왕’에서 영화과 학생 진구는 끈질긴 구애로 옥희의 마음을 얻어 서로 사귀게 된다. 그런데 옥희는 과거에 송 교수와도 사귀었던 것 같고 아직 잊지 못한 것 같다. ‘폭설 후’에서는 감독이자 시간강사인 송 교수의 수업 시간 풍경이다. 폭설 때문에 학생 중 진구와 옥희만 왔고 그들과 송 교수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에 배치된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만든 영화다. 송
네개의 장으로 구성 된 <옥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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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누군가에게 도둑맞는다. ‘얼음땡 건’으로 사람들을 일시 냉동시키거나 지나가던 아이의 풍선을 터뜨리는 등 소심한 범죄만 일삼던 그루(스티브 카렐)는 이 사건에 자극받아 달을 훔치겠다고 나선다. 그는 달을 손톱만 한 크기로 축소해주는 ‘축소광선 무기’를 손에 넣지만, 이마저도 피라미드 절도 사건의 범인인 벡터에게 빼앗기고 만다. 자존심이 상한 그루는 우연히 만난 고아 세 자매 마고, 에디트, 아그네스를 이용해 벡터에게서 축소광선 무기를 되찾아오려 한다.
<슈퍼 배드>의 타깃은 성인보다 악당에 흥미로워하는 어린이들이 틀림없다. 이 3D애니메이션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기발한 무기와 악당들의 범죄행각으로 눈을 호사롭게 한다. ‘쿠키 로봇’, ‘피라냐&오징어 건’ 등 위협적이지 않지만 상상력이 흥미로운 무기와 눈앞으로 미사일이 날아드는, 명백히 3D 효과를 겨냥한 설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하이스트 무비, 혹은 스파이물의 공식을
악당에 흥미로워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슈퍼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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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생물에 깃들어요.” 죽음을 앞둔 분미가 사후에는 어디로 가게 되느냐고 묻자, 아내의 유령은 답한다. 그건 자연의 거대한 유기체 구조로 편입된다는 뜻일 것이며, 결국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살던 그곳에 그대로 맴돌게 되는 영혼의 여정은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극 중 분미는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전생의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한다(심지어 자신이 언젠가 태어났던 동굴마저 기억해낸다). 삶과 죽음, 혹은 이전의 삶 사이의 경계는 우리가 의식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무너져내린다.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자 거의 즉시 죽은 아내의 유령과 털북숭이 유인원의 모습을 한 죽은 아들이 분미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분미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두 인물 젠과 통이 영화의 말미에 경험하는 (마치 분미에게 감염되듯) 어떤 특별한 사건은, 우리 주변에 떠돌고 있는 신비로운 힘이 불현듯 물질화되어 드러나는 순간의
친절하고 내러티브가 뚜렷한 작품 <엉클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