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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가 누구냐고? 이건 아이들이 더 잘 안다. 토마스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기쁘고 슬프고 놀란 표정을 자유자재로 짓는 증기기관차다. 1940년대 영국의 목사 윌버트 오드리가 원작 동화를 지었고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책을 썼다. 1945년 첫책이 나왔으니 올해가 토마스 탄생 65주년인 셈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극장판2>는 <토마스와 마법 기차> <토마스와 친구들: 극장판>에 이은 세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토마스와 친구들: 극장판2>가 TV시리즈나 전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극장용으로 진화한 비주얼이다. 기존의 스톱모션 방식이 아닌 3D 컴퓨터그래픽으로 영화를 만든 덕에 평면적이던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변했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의 모습은 훨씬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속까지 바뀐 건 아니다. 재미와 교훈이라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핵심 요소는 변함없다. 영화는 기차와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신비의 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뻗는 의로운 마음 <토마스와 친구들: 극장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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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미션 임파서블 >의 IMF 요원들과 < A특공대 >의 네 남자는 무엇이 다른가. IMF 요원이 컴퓨터를 이용할 때, A특공대는 용접기를 사용한다. IMF가 국가간 첩보전쟁에 뛰어들 때, A특공대는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악당들을 처단한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그들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다. IMF 요원들은 정말 요원처럼 보이지만, 전직 군인이라는 A특공대는 전쟁놀이를 하고픈 밀리터리 마니아와 다를 게 없다. 드라마 < A특공대 >가 전시한 쾌감은 이 점에서 비롯된다. 파면된 군인이고 복직을 소망하지만, 정색하지 않는 군인인 그들의 활약은 신나는 총놀이에 가깝다. 영화 < A-특공대 > 역시 그들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니발과 B.A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자. 그들은 서로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확인한다. 군인으로서 갖는 동지애는 서로를 바라보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드러난다. 전쟁영화였다면 그들의 눈빛교환
최고의 해결사 A-특공대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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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편의 옴니버스 공포영화인 <귀>는 외로운 소녀 귀신 이야기다. <부르는 손>(조은경 연출)의 연극반 학생 란(김예리)과 친구들은 선배에게 폐허가 된 옛 학교건물에서 소품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을 느끼던 란은 함께 건물에 들어간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내 곁에 있어줘>(홍동명 연출)의 남희(김꽃비)와 소영(신지수)은 서로를 ‘달링’이라 부르는 절친이자, 전교 1, 2등을 다투는 경쟁자다. 어느 날 남희가 임신을 하면서, 둘의 우정이 흔들린다. 앞의 두편이 하이틴 호러영화의 결을 갖고 있다면 <귀(鬼)소년>(여명준 연출)은 퇴마액션극에 가깝다. 귀신을 볼 줄 아는 철민(이민호)은 어느 날 교실을 떠도는 소녀 귀신 서희(최혜경)를 발견한다.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된 서희는 자신과 함께 귀신이 된 살인범에게 쫓기는 신세. 철민은 서희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학교에 사는 귀신이 더이상
학교와 학생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드러나는 하이틴 호러영화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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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좀비의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은 실패작이었다. 문제는 시답잖은 정신분석학의 개입이다. 존 카펜터의 전설적인 오리지널 <할로윈> 살인마의 마음을 공허로 남겨놓았고, 덕분에 마이크 마이어스는 현대 호러영화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진정으로 무서운 악마다. 롭 좀비는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에서 그는 마이크 마이어스가 가족과 친구도 없이 방치된 채 동물을 학대하며 성장하다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된 희생자라고 구질구질하게 주장한다.
속편 < H2: 어느 살인마의 가족 이야기 >는 오리지널 <할로윈2>와 동일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죽은 줄 알았던 마이클 마이어스가 시체 이송 과정에서 부활해 전편에서 살아남은 로리를 찾아 병원으로 온다. 그런데 롭 좀비는 (그나마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 만한) 병원 시퀀스를 로리의 꿈으로 만들어버리고 1년 뒤로 건너뛴 뒤, 곧바로 프로이트적 정
살인마 ‘마이크 마이어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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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에 정체 모를 괴한에게 부모를 잃은 비비안(아그네스 브루크너). 그녀의 불행한 가족사에는 비밀스러운 전설이 숨겨져 있다. 루마니아에 내려오는 늑대인간에 관한 전설, 그들은 ‘루가루족’이라 불리는데 비비안과 그녀의 가족도 그들의 일원이다. 인간에 가까운 단출한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비안을 데리고 종족에게서 떨어져 나와 살아보려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끝내 인간들에게 사냥당하듯 죽었고, 비비안은 다시 루가루족의 무리로 돌아와 성장한다. 하지만 비비안은 무리 중 사나운 녀석들과 늘 불편한 관계에 놓이고, 루가루족의 전설에 관심을 가진 소설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제목이 솔직하게 일러주는 대로 <블러드&초콜렛>은 ‘피와 초콜릿’에 관한 장르영화다. 저예산 하위장르영화에 속해 보인다. 피와 초콜릿, 그러니까 환상과 사랑, 이 두 가지 소재를 영화는 정확하게 배분하여 작품 안에 넣는다. 피의 분위기는 판타지 장르 안에서 늑대와 인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배어나간다
늑대와 인간의 갈등을 중심 <블러드 앤 초콜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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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이 끝나고, 동명의 영화까지는 봐줄 만했다. 그런데 속편은 좀 걱정스러웠다. 결혼까지 한 마당에 네명의 여자들이 ‘섹스’와 ‘시티’를 더이상 어떤 방식으로 논할지 궁금했다. 결혼을 해 브루클린으로 둥지를 옮긴 미란다의 케이스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는 즐거움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속편은 제작됐다. 2편의 화두는 ‘결혼’이다. 2년차 주부 캐리의 고민은 더이상 짜릿한 데이트 따윈 안중에 없이 집에서 TV나 보는 남편 빅에 대한 걱정이다. 돌아보니 친구들도 만만치 않다. 사만다는 노화억제를 위한 알약을 먹느라 바쁘고, 샬롯은 아이들에 치여서 자기를 잃어버렸다 울상이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일하는 여성’ 미란다는 고충을 겪는다.
멕시코가 전편의 스트레스 해소지였다면, 속편에서 주부들의 고충을 환기시켜주는 곳은 아부다비다. 리조트에서 초호화 럭셔리 생활을 만끽하고, 아부다비 길거리에선 전 남친과 만나는 우연도 발생한다. 며칠간의
결혼이란 험난한 ‘생활’을 숙지하고 성장해나간다 <섹스 앤 더 시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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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이 설마하니 어른들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 같진 않으니, 어른이라면 일단 어린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갈 때는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레고의 추억에 젖는 것이 관람의 조건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즐기면 되고 어른들은 레고가 하나의 세상이라고 인정한 뒤 유년으로 돌아가 영화를 보는 게 필요하다.
영화는 레고 시티의 전설적인 모험왕 클러치 파워의 모험담으로 시작한다. 크리스털을 얻으러 들어간 동굴에서 괴물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나면 제목이 뜬다. 그리고 진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엑스포 행성 교도소를 탈출한 악명 높은 마법사 멀록을 물리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 클러치 파워에게는 세 명의 동료가 함께한다. 그들은 각자 주특기가 있고 앙증맞으며 때론 소소한 장난기도 곧잘 발동한다. 그들은 마법사가 노리는 황금검이 있는 애쉴라 왕국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하도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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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는 1984년작 <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의 리메이크다. ‘가라테’라는 일본 무술을 제목에 넣을 수 없어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80년대 한국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개봉시 굳이 <The Karate Kid>라는 원제를 지킨 이유는 조금 의아하다. 새로운 <베스트 키드>는 가라테가 아니라 ‘쿵후’를 배우는 베이징 거주 미국 소년의 이야기다. 베이징으로 이민 온 미국 소년 드레(제이든 스미스)는 현지인 급우들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아파트 관리인 미스터 한(성룡)에게 쿵후를 전수받고, 결국 청소년 쿵후경기대회에서 멋지게 우승한다. 제목을 다시 짓는다면 < The Kung Fu Kid >가 적절하겠다.
바뀐 건 무술의 종류와 배경만이 아니다. 제작자 윌 스미스 부부는 오리지널로부터 뼈대만 빌려온 뒤 (아들을 스타로 만들고자 작정한)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로 지어올렸다
‘쿵후’를 배우는 베이징 거주 미국 소년의 이야기 <베스트 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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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여기서 저기로 가서, 그리고 그 다음은… 할렐루야.” 실력도 장비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운명에 달려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모든 것이 현대화되지 못한 그 시절엔 더욱 그러했으리라. <노스페이스>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혹독한 아이거 북벽과 싸운 남자들의 얘기다. 1936년 독일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위 선양을 위한 죽음의 아이거 북벽 등반을 위해 전세계 산악인들을 자극한다. 군에서 산악병으로 복무 중이던 토니(벤노 퓨어만)와 앤디(플로리안 루카스)도 처음엔 너무 위험한 일이라 망설이지만, 아이거 북벽을 처음으로 오르고 싶다는 일념으로 등반을 결심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들과 관람객은 아이거 북벽 아래 호텔로 모여들고, 토니와 앤디의 고향 친구이자 토니의 옛 연인인 루이즈(요한나 보칼렉)도 취재차 아이거 북벽을 방문해 이들과 조우한다. 하지만 토니는 그녀 곁에 새로운 연인이 있음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아이거’ 혹은 ‘오우거’라는 이름은 도깨비
혹독한 아이거 북벽과 싸운 남자들 <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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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니라, 폭탄이군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작 <유령작가>는 시한폭탄을 쥔 어느 대필작가 이야기다. 영국의 전 총리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자서전을 쓰던 작가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또 다른 대필작가(이완 맥그리거)가 대신 일을 맡는다. (영화에서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그는 랭에게 “당신의 유령”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전임자의 초고를 다듬던 무렵, 언론은 랭이 재임 시절 테러리스트를 고문하려던 CIA를 도왔다는 사실을 밝힌다. 랭의 입지가 위기에 몰린 한편, 유령작가는 전임자가 남긴 자료를 통해 랭의 비밀을 알게 된다.
<유령작가>의 원작은 <당신들의 조국>과 <폼페이> 등을 쓴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이다. 폴란스키는 그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면서 방대하고 다소 무거운 원작의 세계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누볐다. 그럼에도 원작이 다루고 있던 정치·문화적 풍자를 건너뛰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령작가>는 블랙
시한폭탄을 쥔 어느 대필작가 이야기 <유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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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는 보는 이의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마땅한 분노, 곱절의 앙갚음이야말로 관객이 원하는 감정과 행위라고 여겨진다. 적이라고 인식하면 망설일 필요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처단하면 모든 불법이 용서된다. <테이큰>이 그렇고, <모범시민>이 그렇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토마스(멜 깁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보스턴에서 30년 가까이 경찰로 살아가는 토마스에게 딸 엠마(보자나 노바코빅)는 유일한 혈육이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딸과의 저녁식사 도중 토마스는 괴한의 총격을 받게 되고, 이 사고로 엠마는 목숨을 잃는다. 토마스는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이의 소행이라고 여기고 용의자를 뒤쫓지만, 얼마 뒤 적들의
표적이 군산복합체의 비밀을 외부에 노출하려 했던 엠마였음을 깨닫게 된다.
사적 복수극의 궤적을 벗어나지 않지만, 엄밀히 말해서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복수 그 자체에서 쾌감을 구하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 <엣지 오브 다크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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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의 첫 장면에 세책점(貰冊店)이 나온다.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부녀자들이 야밤에 총총걸음으로 찾는 곳이 바로 세책점이다. 19세기 후반 서울 세책점의 베스트셀러는 <남원고사>. <춘향전>을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 국문 필사본 소설이다. 욕설과 음담으로 넘쳐나는 <남원고사>에서 방자는 춘향에게 ‘몽룡이 사또의 자제’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천하의 오입쟁이’라고 전한다. 그리고는 춘향에게 “네가 항라 속곳의 가랑이를 싱숭생숭 빼내어 아주 똘똘 말아다가 왼쪽 볼기짝에 붙인다면” 남원이 다 네 차지라는 속 깊은 조언도 한다.
<음란서생>에 이은 김대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방자전>은 21세기판 <남원고사>다. 방자는 더이상 도련님 행차를 위해 나귀에 안장 얹는 신세가 아니다. 춘향을 보고 눈이 뒤집힌 방자에게 몽룡은 질시의 대상일 뿐이다. 욕정을 참다못한 방자는 춘향을 품는 극악무도 행
21세기판 남원고사 <방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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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의 최고 전성기는 언제일까? 전 지구인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이 아닐까. 포클랜드 전쟁의 앙숙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두골을 넣었는데, 그 골이 바로 유명한 신의 손 골(“Hand of God” goal)과 중앙선 부근부터 60m를 홀로 드리블해서 6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성공시킨 세기의 골(goal of century)이다.
그러나 <아빠는 출장중>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다큐멘터리 <축구의 신: 마라도나>에서 마라도나의 전성기는 지금인 것 같다. 마약 중독과 비만으로 심각한 건강 악화와 심장마비에 이은 혼수상태를 이겨내고, ‘STOP BUSH’ 티셔츠를 입고 남미 좌파정권의 수장들(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이 모여 미국과의 FTA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라도나를 ‘축구의 신’에서 혁명가의 풍모를 간직한 한 인간으로 비춘다. 영화가
마라도나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축구의 신: 마라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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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4발가락>을 연출한 계윤식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적 배경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공간적 배경은 모두에게 낯설다. 북한의 감시초소 1분대장(이성재)은 “축구공은 둥글다”, “축구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축구광이다. 어느 날 야간 수색을 하던 1분대원들은 멧돼지를 쫓다가 국군과 마주친다. 서로 총을 겨누던 북한군과 국군은 함께 멧돼지 바비큐를 즐기며 경계를 푼다. 이후 국군은 북한군이 월드컵 중계를 들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 1분대원들은 무전기를 조립해 월드컵 중계를 청취한다. 급기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과 국군이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기에 이른다. 군사분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군과 국군이 우정을 나누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상당히 닮았다. 단 &l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2002년 월드컵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