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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지>는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데스노트>의 주연배우 후지와라 다쓰야가 출연하고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일본의 명배우 가가와 데루유키도 조역으로 출연한다. 편의점 직원으로 일하며 젊은 날을 허송세월하던 주인공 카이지(후지와라 다쓰야). 그에게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진다. 친구의 빚보증을 서준 게 잘못되었으니 대신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협박. 돈이 다급해진 카이지는 사채업자의 이상한 제안에 끌려 도박선에 올라타고 거기서 절체절명의 도박판에 휩쓸리게 된다. 카이지처럼 돈이 필요한 사람들 수십명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거대한 지하도시를 건설하려는 야욕을 지닌 정체불명의 대기업이 이 게임을 벌였으며 여기에서 진 사람들은 지하도시 건설의 인부로 끌려간다. 카이지도 패배하여 인부로 끌려가지만 그는 다시 필사적으로 지상에의 복귀를 꿈꾼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개의 게임이 어떤 인간성의 면모와 연관되어 있다는 건 재미있다. 특히 첫 번째 게임의 연출 장면이 가
나태한 인간이 영웅적 초인으로 변모하는 이야기 <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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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수정과 함께 지구에 떨어진 슈퍼맨처럼 <마법천자문: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이하 <마법천자문>)의 손오공은 ‘마법천자패’와 함께 화과산 자락에 불시착한다. 세월이 지나 손오공이 이 산의 두목이 된 어느 날, 혼세마왕이 나타나 마법천자문의 조각을 찾는다며 마을을 뒤집어놓는다. 조각들을 모아 마법천자문의 비석을 완성해야 비석에 봉인된 대마왕을 부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한 오공은 화과산을 지키기 위해 한자마법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보리선원을 찾아간다. 이곳에는 한자마법의 1인자가 되기를 원하는 삼장과 마법보다는 먹는 것에 심취한 돈돈이 있다. 마법천자패의 도움으로 한자마법을 단기완성한 손오공은 혼세마왕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만화 <마법 천자문>은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 마법을 부렸다. 이것만 읽으면 ‘한자’가 외워진다! ‘한자습득’의 기능적인 면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은 원작을 읽은 아이들을 위한 복습용 교재다. 원
오공이 한자마법을 공부하는 과정 <마법천자문: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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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우주비행사인 코멧(정재헌)은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우주기지 건설을 위한 침팬지들의 2차 탐사에 자신이 참가할 것이라고 코멧은 확신한다. 우주영웅 대접을 받는 선배 침팬지들의 뒷수발을 들면서도 코멧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말고르 행성의 외계생명체 킬로와트(이용신)와 교신하며 곧 현실이 될 판타스틱 우주비행을 꿈꾼다. 그런데 웬걸. 예산문제로 최종 선발 명단에서 코멧이 쑥 빠졌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코멧은 조종간이라도 한번 만져보자고 아무도 모르게 로켓에 탑승하는데, 그가 탄 로켓이 오작동으로 발사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한편 전편에서 침팬지들에게 포획되어 지구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말고르 행성의 폭군 자톡이 깨어나 혼란에 빠진 우주항공국을 공격한다.
3D로도 상영되는 속편에선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제트팩, 아름다운 말고르 행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외계 가오리 플루비안, 코멧과 킬로와트가 흠뻑 빠져드는 놀이기구 캥거루 버섯 등이 등장한다. 전편 <스페이스
전편보다 업그레이드 된 볼거리 <스페이스 침스: 자톡의 역습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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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우디타’(Venezuela Saudita). 1970년대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석유 부국을 꿈꿨다. 마라카이보 호(湖)에서 솟아난 석유는 분명한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다. 1975년 사관학교를 졸업하면서 페레스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지휘도를 수여받은 우고 차베스 역시 조국의 번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16년 뒤 페레스 대통령과 미국과 초국적 기업을 향해 칼을 빼들 반역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누구나 장밋빛 미래를 말하던 시기, 불가능한 혁명을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에 베네수엘라는 탐욕스러운 제국들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그들의 귀에 민중의 신음과 통탄은 그치지 않았다. 1975년 엘 시스테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린 예술로 싸웁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음악이라는 기치 아래 하나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거죠.” 엘 시스테마가 택한 건 총 대신 음악이었다.
엘 시스테마의 공식 명칭
엘 시스테마의 열정적인 합주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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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의 결말은 완벽했다. 닐 마셜은 살아서 동굴을 빠져나온 사라와 동굴 속에서 눈을 뜨는 사라의 이중 결말을 마지막에 배치했다. 그건 마치 반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관객에게 두 가지 여운을 동시에 주겠다는 시도이기도 했다. <디센트>의 결말은 쓸데없는 속편의 가능성을 애초에 막아세웠다는 점에서도 훌륭했다. 슬프게도, 돈의 논리 앞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속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디센트>의 편집자 출신 존 해리스가 메가폰을 쥔 <디센트: PART2>는 기어이 사라를 바깥세상으로 끄집어낸 뒤 다시 동굴 속으로 처박아넣는다. <디센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홀로 지옥에서 빠져나온 사라(쇼나 맥도날드)는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신세다. 현지 보안관은 상원의원의 딸인 주노(내털리 잭슨 멘도자)의 생사를 확인하겠다는 욕심으로 사라를 다시 병원에서 빼내 조사단과 함께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로 깊숙이
관객의 목을 조아대는 호러영화 <디센트: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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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하나 밝히고 넘어가자.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T2’라는 홍보 문구는 일종의 사기다. <파라노말 포제션>은 영국 저예산 호러영화이며 <파라노말 액티비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국 수입사에서는 <Paranormal Possession>이라는 영어 제목을 홍보자료에 이용하고 있는데 진짜 원제는 <The Possession of David O’Reilly>다. 오리지널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미국에서 10월22일에야 개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파라노말 포제션>은 어떤 영화인가. 시작부에 주인공이 자신들의 집을 촬영할 수 있는 캠코더를 잠시 실험해보긴 하지만 캠코더는 영화 속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파라노말 포제션>은 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가 발견해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척하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가 아니라 ‘귀신 들린 집’ 장르에 해당하는
‘귀신 들린 집’ 장르에 해당하는 보통의 극영화 <파라노말 포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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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요약 불가능한 스토리의 세계다. 영화의 주축은 킬러, 아니 킬러임으로 추측되는 ‘고독한 사나이’(이삭 드 반콜)다. 임무를 부여받은 남자는 차례로 사람들을 접선한다. 서로가 건네는 낡은 성냥갑 안에는 임무가 적힌 쪽지가 있지만, 관객은 그 임무가 무엇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전달자들 역시 임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각자 슈베르트, 영화, 분자, 보헤미안의 삶, 환각적 상태의 자유로움 등 자신의 관심사를 사나이에게 실컷 떠들고 홀연히 사라진다.
수수께끼 같은 만남과 기승전결 없는 진행, 철학적인 대사의 반복.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감독의 전작 <데드맨>과 닮아 있다. 모티브는 서부극이지만 주술의 영역을 건드렸던 전작처럼, 짐 자무시는 범죄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범죄가 아닌 초현실의 영역을 건드린다. 이 영화를 들어 “액션 없는 액션영화”라는 짐 자무시의 설명은 그런 의미에서 절묘하다. 사나이의 행적을 좇으며
액션 없는 액션영화 <리미츠 오브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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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의 <그랑 블루>가 부활한 것 같은 스토리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사랑했던 베테랑 스쿠버 다이버 망텔로 형제는, 그러나 <그랑 블루>의 주인공 자크와 달리 자신들이 보아온 심해 속 풍광을 관객과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20년 동안 망텔로 형제는 <바다의 신비 3D> <상어의 세계 3D> <돌고래와 고래의 세계 3D> 등을 발표할 때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3D 해양다큐멘터리의 신기원을 창조했다.
<오션월드 3D>는 망텔로 형제가 직접 개조한 75kg 3D 카메라로 7년 동안 1500여 시간을 들여 완성한 대작이다. 출산을 위해 5천 마일을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다거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시선을 따라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한 심해 생물들의 내밀한 삶이 드러난다.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리는 혹등고래의 노래, 동화 속 요정이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풀잎 해룡, 근사한 싱크로
심해 생물들의 내밀한 삶 <오션월드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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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안즈(오시다 유코)는 친구 카나가 자살하기 전에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비슷한 시기 도쿄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여고생들이 <나의 꽃>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살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잡지 <마사카>의 기자 리쿠(마쓰다 류헤이)와 타이치(이세야 유스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한다.
<주온>이나 <링> 같은 일본 특유의 끈적한 호러물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쥬바쿠> <이누가미> <망량의 상자>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하라다 마사토는 드라마 안에 당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녹여넣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전염가>에서도 귀신이나 초현실적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거의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가벼운 터치로만 스쳐간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쪽은 온갖 불길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과 휴대폰 등 신매체들의 부정적 측면, 자살 비즈니스라는 끔찍한 풍조, 가정 폭력과 이지메와 원
공포의 외피를 뒤집어쓴 사회드라마 <전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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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에로영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성 감독인 이구치 나미의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는 지난해 <씨네21>이 개봉 촉구한 영화 중 한편이다(당시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그만큼 일본 개봉 당시 작품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말이다. 3년 만의 한국 개봉이라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영화다.
‘우연’이 반복되면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도 ‘운명’의 상대가 된다. 미대생 미루메(마쓰야마 겐이치)는 새벽에 우연히 자신의 트럭에 태운 유리(나가사쿠 히로미)를 다음날 학교 벤치에서 다시 만난다. 알고 보니 유리는 미대의 석판화 강사였다. 39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인 외모, 자유분방한 행동 등은 19살 미루메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미루메는 판화 작업의 조수, 누드 모델 등 유리의 작업을 돕다가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된다. 섹스
고민 많은 청춘의 마음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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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의 2001년작인 <엑스페리먼트>는 영화 자체가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영화의 소재가 된 감옥 실험은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됐다. 사람들을 죄수와 간수로 구분한 뒤,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관찰한 이 실험은 몇몇 피실험자의 극단적인 돌출행동으로 종료됐다. 히르쉬비겔 감독은 이 실험을 독일로 가져왔고, 그의 <엑스페리먼트>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독일인 스스로 나치시대의 본성과 대면하는 실험으로 평가받았다. 순서상 2001년작의 리메이크인 2010년의 <엑스페리먼트>는 원작과 달리 사회적 함의를 욕심내지 않는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출한 폴 셰어링 감독은 실험의 원래 목적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영화는 지구상의 모든 종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자료영상의 몽타주로 시작한다. 이어 피실험자들의 참가 목적이 소개된다. 트래비스(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연인과의 여행 경비를 구하기
피실험자들의 허무한 표정 <엑스페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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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와 코털, 뻐드렁니에 주먹코. 에마 톰슨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린 정교한 유모 분장은 재활용되어야 마땅했다. 훈육대장, 내니 맥피(에마 톰슨)가 5년 만에 시리즈로 돌아왔다. 전편에서 맥피의 훈육으로 개선된 아이들을 다시 방문할 일은 없다. 도움이 필요한 말썽쟁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널려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감독 역시 교체됐지만, 전편의 일등공신인 에마 톰슨은 그대로다. 다시 각본을 썼고, 다시 분장을 했다.
전편은 아홉 아이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아빠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었다. 속편에서 내니 맥피가 떠안은 과제는 위기에 처한 주부 미세스 그린(메기 질렌홀)이다. 말 안 듣는 세 남매와 런던에서 온 조카 남매를 돌봐야 하는데다, 호시탐탐 농장을 노리는 시동생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녀를 괴롭힌다. 게다가 전쟁터에 나간 남편(이완 맥그리거)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내니 맥피는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이 아비규환의 농가에 평화를 불러온다. 소동을 진정시키는
5년 만에 돌아온 훈육대장 <내니 맥피 2-유모와 마법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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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원제는 ‘Blackout’이다. 정전으로 멈춰 선 엘리베이터 속에서의 사투를 보여주는 스릴러영화라는 소리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인공 중 한명을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설정해놓았다. 재난영화와 스릴러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아내를 잃은 내과의사 칼(에이단 길렌)은 딸이 올 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클라우디아(앰버 탐블린)는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할머니가 부탁한 할아버지의 사진을 찾기 위해 급히 집에 가던 중 엘리베이터를 탄다. 또 한명의 남자 톰(아미에 해머)은 부친에게 학대받는 여자친구와 황급히 도망을 치기 위해 짐을 챙기러 집에 오는 길이다. 세 사람은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수리 중인 아파트에는 세 사람 외 거주자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정전이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데, 세명 중 한 사람의 살인마적 본능이 서서히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극도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엘리베이터 속에서의 사투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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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대륙과 대륙을 넘어 전파되는 J-호러 바이러스의 종착역에 도달했다. 그간 일본 호러영화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전염되었고, 할리우드에서 변종을 낳았으며, 마침내 유럽 대륙에 상륙했다(물론 애초에 일본과 한국 호러영화가 유럽의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걸 언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호러영화 <투 아이즈>는 노골적으로 J-호러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영화다. 네덜란드어 원제마저 < Zwart Water >다. 무슨 뜻이냐고? ‘검은 물’이라는 뜻이다.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밑에서>에서 제목을 차용한 게 틀림없는 이 영화는 새로 이사한 집에 출몰하는 소녀의 유령과 모성을 테마로 삼은 것도 똑 닮았다.
네덜란드 소녀인 리사(이자벨 스토켈)는 아빠 폴(바리 아츠마), 엄마 크리스틴(헤드윅 미니스)과 함께 외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겨준 벨기에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리사는 맞벌이로 바쁜 아빠와 엄마 때문에 외로운 날
전형적인 J-호러영화 형식 차용 <투 아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