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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는 독약을 마시는 거나 다름없다. 차라리 셰익스피어라면 괜찮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MTV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에단 호크 주연의 <햄릿>도 우리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작가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텍스트인 덕이다. 그런데 그게 다른 작가의 고전을 각색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될까?
훌륭한 예외는 제인 오스틴이다. 오스틴의 현대화 열풍은 조 라이트의 <오만과 편견>으로 정점에 올랐다. 브론테 자매의 팬들이라면 질투에 불타올랐을 것이다.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 역시 수없이 영화화됐으나 오스틴처럼 훌륭하게 현대적으로 되살아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어쩔 도리 없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결혼 비용까지 꼼꼼하게 따질 만큼 현대적인 남녀상열지사를 다룬다면, 브론테 자매의 소설은 더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남녀파열지사를 다룬다. 이걸 어떻게 현대적으로 각색하냐고
성공적으로 각색된 '캐리 후쿠나가'의 당찬 소녀 <제인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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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거쳐오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한번쯤 들춰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상실의 시대>에 묘사되는 청춘의 혼란에는 어떤 보편성이 깔려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이 세계는 나와 어울리는가 그렇지 않은가. 1969년, 와타나베(마쓰야마 겐이치)는 자살한 옛 친구 기즈키의 애인 나오코(기쿠치 린코)와 재회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나오코는 기즈키를 잃은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 무렵 발랄한 동급생 미도리(미즈하라 키코)가 와타나베에게 호감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청춘들이 겪는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단적으로 육체적인 접촉으로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기즈키와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한번도 젖지 않았던”) 섹스가 와타나베와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사실에 나오코가 되풀이 절망하는 점,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요양소를 찾을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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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신을 바보라 칭하는 사람치고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고 전태일 열사, 고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고 김수환 추기경까지. 그들은 자신을 바보라 불렀다. <바보야>는 가톨릭 종교지도자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 2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추모 전기다큐멘터리다. 2009년 2월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은 유언에 따라 다른 사제들과 똑같은 절차로 진행되었다. 추기경은 소박한 장례식을 원했지만 끊이지 않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마지막 5일째 되던 날 뒤늦게 명동성당에 도착한 한 아주머니는 추모 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추기경을 뵙지 못했다. 그녀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눈물을 훔친다. <바보야>의 내레이션을 맡은 안성기는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왜 사람들은 추기경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을까.” <바보야>는 김수환 추기경의 일생을 돌아보며 이 물음에 답을 한다.
KBS <인간극장> 등 TV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강성옥 감독은
"왜 사람들은 추기경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을까."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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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겨울, MBC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방송됐다. 암선고로 죽음을 앞둔 나문희의 절절한 연기를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시청률 안 나오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가 당시 ‘제2의 김수현’이란 호칭으로 유명세를 탈 정도로 이 드라마가 가진 파장은 엄청났다. 노희경 작가의 녹록지 않은 삶의 대사들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아킬레스건과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가 연출된 결과였다.
민규동 감독은 노희경 작가가 주었던 감동의 파이를 스크린에 다시 불러오려 한다. 가족들 부양에 바쁜 평범한 중년의 주부 인희(배종옥)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김지영)와 늘 피곤을 달고 사는 월급쟁이 의사 남편(김갑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큰딸(박하선), 여자친구가 전부인 철없는 막내아들(류덕환)이 그녀가 건사해야 하는 못 말리는 식구들이다. 유일한 남동생 근식(유준상)도 도움이 못 되긴 마찬가지다. 도박에 빠진 근식은 매일 아
담담하게 죽음에 맞서는 엄마라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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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난다. 그는 20대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유명 브랜드를 설립했고 여성 의상에 대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발표해 주목을 모았으며 47살에는 당시 생존하는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회고전을 헌사받았고 49살에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이브 생 로랑은 단지 패션계의 스타였다기보다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예술가였다. 그의 이름은 20세기의 작가나 미술가의 이름 옆에 놓인다. 그의 사망 당시 프랑스의 대통령과 유명 디자이너들과 카트린 드뇌브와 같은 유명 배우들이 영면에 든 그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 이브 생 로랑의 사업 동료이고 친구이며 50년간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가장 깊은 애도를 표했다.
원래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의 제작 동기는 단지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집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둘의 각별한 관계, 그리고
피에르 베르제가 말하는 그의 세월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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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선택을 앞둔 마이클(콜린 오도노휴)은 장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신학교에 입학한다. 자신의 믿음에 심한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그만두려던 마이클은 스승의 추천으로 퇴마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간다. 신과 악마의 존재에 회의적이던 마이클은 그곳에서 루카스 신부(앤서니 홉킨스)를 만나고, 그와 함께 퇴마 의식을 진행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영화는 믿음이 약한 신부가 악마의 존재를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마이클의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를 계속 자극하고, 심리의 변화과정을 꿈과 환상을 통해 변주하며, 그러한 기억작업은 마이클의 내면에 있던 악마의 존재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는 악마의 문제를 호명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퇴마의 과정은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악마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것은 곧 악마가 “네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된 통제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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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엽문(두우항)은 이복형인 엽천사(번소황)와 함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춘권 고수로 이름난 진화순(홍금보)의 제자로 입문한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홍콩으로 유학을 떠난 양벽(엽준)이라는 노인에게 기존의 영춘권을 실전에 적합하도록 변형한 형태의 특별한 무술을 전수받게 된다.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엽문은 영춘권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전통 영춘권만을 인정하는 협회와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던 중 일본은 대륙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영춘권 협회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범인으로 그와 대립관계에 있던 엽문이 지목된다.
무엇보다 견자단을 떠올리지 말자. 바다를 건너며 <엽문3>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원제가 <엽문전전>으로 엽문의 청년 시절을 그린 기존 <엽문>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사실상 별개의 영화다. 무엇보다 견자단 대신 두우항이 엽문을 연기하는데, 그는 <엽문2>에서 견자단과 대립하던 홍금보의 제자로 나온
견자단을 능가하기엔 역부족하다 <엽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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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 3년간 충무로 상업영화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두편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나홍진의 <추격자>(2008)와 강형철의 <과속스캔들>(2008)이다. 누아르와 소시민 코미디, 그렇게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두편의 영화를 따라 수많은 영화들이 기획됐고 성공과 실패는 거듭됐다. <추격자> 이후 남성적 하드코어 무드의 이른바 ‘한국형 누아르’ 영화들은 나홍진이 <황해>(2010)를 통해 그 스스로 종결지은 느낌이라면, 그보다 너른 스펙트럼을 지닌 일련의 소시민 코미디영화들은 <과속스캔들>의 차태현이 출연한 <헬로우 고스트>(2010)를 비롯해 <사랑이 무서워>나 <위험한 상견례> 등 올해 초까지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수상한 고객들>에 이르기까지 이들 영화는 공교롭게도 똑같이 여섯 글자 제목이라는 공통점도 있으며, <헬로우 고스트>를 제외하면 김수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는' 류승범과 <수상한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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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의 주인공인 이 청년의 이름은 승철(박정범)이다. 순한 외모를 지녔고 착하고 성실한데 삶이 늘 힘들다. 아마도 그가 탈북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돈을 벌고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벽보와 플래카드를 붙이는 일이지만 그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장은 일을 똑바로 하라며 막말을 하고 동네의 건달들은 승철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자기 구역 운운하면서 이곳에 벽보를 붙이지 말라고 걷어차며 협박한다. 그러나 승철은 아직 남한식의 독기를 익힌 것 같지 않다. 그는 때리면 맞고 더 맞을 것 같으면 도망가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승철의 친구는 딱 둘뿐이다. 승철을 돌봐주는 같은 탈북자 출신의 경철(진용욱)과 승철이 끔찍하게 아끼는 강아지 백구. 그런 승철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숙영(강은진). 승철은 그녀가 다니는 교회도 다니고 그녀가 일하는 노래방에서 함께 일하며 가슴앓이를 하지만 선뜻 고백할 용기가 없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가. 아니, 그러기는커녕
탈북자의 삶, 무엇이 그를 무능하게 만들었는가 <무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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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시간까지는 다소 심드렁하게 보게 된다. 도시 여자와 시골 청년, 생각 많고 상처 많은 사람과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게 즐겁기만 한 사람 사이에서 과연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를 두고 내기하는 건 시시하다. 어지간해선 니노미야 도모코의 만화 <그린>을 뛰어넘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편견은 금물이다.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듯한 1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는 그야말로 ‘울트라 미라클’해진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청년 요진(마쓰야마 겐이치)은 아오모리의 시골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산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농사법에 따라 농사를 짓지만 수확은 늘 신통치 않다. 이 마을 유치원에 새로운 교사가 등장한다. 바람난 애인 카나메(아라타) 때문에 상심한 마치코(아소 구미코)가 도쿄를 떠나 아오모리까지 온 것이다. 요진은 마치코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 폭풍처럼 그녀에게 다가간다.
<울트라 미라클
"나는 마치코를 위해 죽어서도 살아 있어!"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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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못할 짓은 없다는 게 <나는 아빠다>의 전제다. 영화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또한 그 못할 짓의 수위다. 말하자면 부모는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 것인가.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딸을 둔 강력반 형사 종식(김승우)은 딸을 살리기 위해 범죄집단과 손을 잡는다. 돈의 대가는 단순히 기밀정보를 누설하는 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고, 증거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데에까지 이른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엄마를 잃은 딸 민지(김새론)에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을 하고픈 종식은 앞뒤 재지 않고 돌진한 끝에 드디어 딸의 수술비를 마련한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아빠가 등장한다. 종식에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 생활을 했던 상만(손병호)이다. 누명을 벗고 출소해보니 딸은 죽었고, 아내는 자살기도 뒤 식물인간이 됐다.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려 했던 상만은 종식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김새론이 출연하고, 그녀를 지키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는 점에서
난데없이 캐릭터가 모호해져버린 후반부가 아쉽다 <나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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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요정(놈, gnome) 석상이 살아 움직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제목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요정 버전 3D애니메이션이다. 파란 요정은 몬테규, 빨간 요정은 캐플릿 가문의 정원에 산다. 정원이 맞닿은 두 집은 베로나 거리에 있다. 파란 요정 노미오(제임스 맥어보이/이준)와 빨간 요정 줄리엣(에밀리 블런트/지연)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캐플릿가의 악당 티볼트(제이슨 스타뎀)가 잔디깎이 기계를 타고 다니며 몬테규가의 요정을 괴롭힌다. 이를 목격한 노미오는 티볼트와 얽히고 티볼트는 사고를 당해 산산조각나버린다. 이때부터 두 가문은 일대 정원 전쟁을 벌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이 승부를 거는 지점은 귀여운 요정 캐릭터다. 파란 모자와 빨간 모자를 쓴 3등신 캐릭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 만큼 귀엽다. 특히 영화는 석상이라는 재료의 특징을 잘 묘사한다. 요정들이 걸을 때는 쨍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죽을 땐 아예
이준, 지연, 정주리의 꽤 좋은 연기와 함께한 <노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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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시얼샤 로넌)는 열여섯살 살인무기 소녀다. 새로운가? 글쎄. 이미 우리는 뤽 베송의 <니키타>(1990)와 <킥애스: 영웅의 탄생>을 경험한 바 있다. 오히려 <한나>에서 주목해야 할 건 소녀 여전사라는 소재가 아니라 조 라이트라는 이름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서정적인 연출가가 어떻게 액션영화를 주조했을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열여섯살 소녀 한나는 전직 CIA 첩보원 아버지인 에릭 헬러(에릭 바나)와 함께 핀란드의 숲에서 살아왔다. 매일매일 고된 훈련을 통해 그녀는 외국어와 정보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알고 홀로 거대한 순록을 잡는 병기로 길러졌다. 그녀의 목표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을 쫓는 마리사 위글러(케이트 블란쳇)를 죽이는 것이다. 일부러 CIA에 잡힌 한나는 임무에 실패하고, 도망간 아버지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모로코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신인 세스 록헤드의 각본을 영국 첩보물 시리즈 <스
세상과 처음 마주한 소녀의 시선을 섬세하게 묘사하다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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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봉계신문’의 취재기자 종호(박원상)는 자신의 일에 별 애착이 없는 남자다. 그러던 중 특종 고발기사 하나로 겨우 체면치레를 한다. 학교 선생이자 그런 남편을 한심하게 여기는 아내 미라(전미선)는 학교에서 촌지사건에 얽히는데, 그 사건은 바로 고발기사의 피해자인 개장수 아내가 계획한 복수였다. 게다가 노처녀 편집장(황석정)은 기자들을 매일 달달 볶고, 종호의 후배 민기(윤희석)는 정체불명의 소녀 윤미(윤승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옆집 여자 혜경(윤세아)은 종호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봉계마을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조그만 봉계마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은 얽혀 있다. 미라의 친구이기도 한 편집장은 종호를 오래도록 흠모해왔으며, 민기는 미라의 동생이기도 하며, 혜경 또한 남편이 누구인지 나중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렇게 아옹다옹 옥신각신 한 다리 걸러 모두 얽혀 있는 이 협소한 관계가 웃음을 자아낸다. 비밀인 것도 없고 비밀이 아닌 것도 없는 마을이다. 한편,
바람 잘 날 없는 봉계마을의 소박한 일상 <수상한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