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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2012년 10월까지 진행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영국 아레나 투어 공연 실황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1969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는 유다의 시선에서 예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파격적인 내용을 가진 싱글 앨범 <<슈퍼스타>>를 작곡, 작사해 발표하고 1971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40년 넘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서사는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행적을 중심으로 예수와 유다,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빌라도의 고뇌와 갈등이 중심을 이루지만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설정하고 헤롯이 쇼 프로그램의 유쾌한 MC로 등장하는 등 서사를 재구성하며 공연 내내 귀를 지배하는 록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무대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영화라기보다는 공연 실황을 그대로 담아낸 영상물에 가까우며,
생생한 현장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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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 가족의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엽덕한)가 갑작스런 중풍으로 쓰러진다. 가족은 이미 해외로 이민을 갔고 로저 역시 수시로 중국으로 출장을 가 거의 집을 비운 거나 마찬가지다. 아타오는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아타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적응하려 하고, 로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병원을 찾아 아타오의 말벗이 된다. 로저의 어머니 역시 병원을 찾아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타오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된다.
부제가 ‘여인칠십’ 정도 될 것 같은 <심플 라이프>는 허안화가 <객도추한>(1990), <여인사십>(1995), <이모의 포스트모던 라이프>(2006), <천수위의 낮과 밤>(2008) 등을 통해 줄곧 다뤄왔던 여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직접적으로는 <객도추한>의 이방인의 정서, <여인사
가족적인 단란함과 생경함 <심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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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디 록페스티벌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2011년 한국의 인디밴드들을 미국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서울소닉’ 프로젝트로 SXSW에 참가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한국 밴드들과의 합동공연과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이에 그들은 자비를 들여 3주간 무려 19회의 공연을 계획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공연은 만만치 않다. 첫 공연의 관객 수는 3명. 공연 중이지만 관객은 로데오를 타는 데 열중하기도 한다. 그들의 무대도 화려하지 않다. 피자집 지하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콧수염 파티나 비치발리볼장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공연한 대가로 피자를 무제한으로 먹기도 하고 금목걸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피자집 공연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른 밴드의 젊은 음악을 만나기도 하고 평생을 록을 하며 음악여
잠자고 있는 삶의 에너지 <반드시 크게 들을 것2: WILD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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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하 <유신의 추억>)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비추는 몽타주로 시작한다. 도시는 발전했고, 그 속의 사람들은 바쁘다. 스크린 밖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이제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었던 올해 개봉한 다큐멘터리들처럼 <유신의 추억>도 그들이 잊고 있던 사실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두 개의 문>은 용산의 그날을 목격하게 했고, <MB의 추억>은 5년 전 이맘때의 이야기를 통해 우스운 선택을 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유신의 추억>은 그보다 먼 과거에 관한 이야기다.
1972년 10월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했다. 선언과 함께 국회가 해산됐고,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으며 다음달에는 유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약 90%에 달하는 투표율에 역
과거라는 미래의 거울 <유신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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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낡은 자동차 한대가 작은 마을을 누빈다. 운전석엔 ‘상근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상근(김무열)이 앉아 있고, 보조석엔 그의 왼팔인 충모(진선규)가 자리를 지킨다. 이윽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터미널 부근에 있는 ‘옥상의 아지트’다. 그곳에는 영화의 주요 멤버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중에 호기로워 보이는 자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간혹 폭력적인 청탁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개 그들의 일상은 시시껄렁한 소일거리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도시 특유의 한가로움도 ‘과거의 1인자’ 세일(서동갑)이 등장하면서 사라진다. 문제는 2년 전 그를 쫓아냈던 것이 상근이 아니라 그저 힘센 동네의 치킨집 주인이라는 데 있다. 다시 나타난 세일이 당연한 듯 상근을 발아래에 두려고 한다. 상근은 이 상황이 싫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힘없는 자들의 본새 나쁜 악전고투가 이렇게 시작된다.
포스터나 제목의 인상과는 달리 <개들의 전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품은 영
소소한 악행 <개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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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서영주)는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주인을 밀치고 황급히 도망친다. 지구는 특수강도 상해죄로 학교 앞에서 체포되고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소년원 생활이 1년이 다 되어가던 무렵, 엄마 효승(이정현)이 지구를 면회하러 온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뒤 소식 한번 없던 엄마다. 임시출소한 지구는 엄마를 따라나서지만 효승은 아들과 함께 살 변변한 거처조차 없다. 한편 지구는 여자친구 새롬(전예진)이 집에서 가출한 뒤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고 있음을 전해 듣는다. 자신 때문에 미혼모가 된 새롬을 찾아간 지구는 용서를 구하지만, 새롬은 지구를 아는 척도 안 한다.
‘범죄소년’이라는 제목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 형사책임을 지는 자”라는 뜻으로 실제 쓰이는 법률용어다. 5개월 동안 소년원, 경찰서, 청소년 쉼터 등을 돌며 시나리오를 쓴 강이관 감독은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소년범죄를 소재로 끌어오는 대신
범죄자라는 DNA <범죄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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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은퇴식을 마친 학교 수위 하네스(테오도르 줄리어슨)는 괴팍한 성미의 노인이다. 그는 걸핏하면 아내 안나(마그렛 헬가 요한스토디어)에게 화를 내고, 장성한 아들과 딸에게 생트집을 잡는다. 자식들은 어머니를 연민하고, 아버지를 원망한다. 이들에게 하네스는 그저 실패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네스가 바로 자신들 때문에 귀향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들은 은퇴식이 끝난 뒤 하네스가 자살 시도를 했던 것도, 안나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변기에 앉아 아이처럼 울었던 것도 알지 못한다. 전신불수가 된 안나를 하네스가 직접 돌보겠다고 고집하자, 자식들은 아버지를 몰아세우며 반발한다. 그리고 곧 체념하고는 이내 심드렁해진다. 이제 이들은 어머니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아주 가끔씩 부모 집을 드나들 것이다. 죽어가는 아내 곁에서 연로한 남편이 경험하는 심연에 비한다면, 어쩌면 자식들의 연민과 원망이란 호들갑스럽고 얄팍한 감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신예 루나 루나슨
세상의 모든 아버지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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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극작가 ‘앙트완 당탁’의 부고를 들은 열세명의 인물들이 몽블랑 고지대에 위치한 대저택에 모여든다. 그들은 모두 과거에 앙트완의 희곡 <유리디스>를 연기한 적이 있는 배우들이다. 집사는 이들에게 저택의 내력에 대해 설명하는데, 앙트완이 지난해 스물다섯살 연하의 애인과 헤어지면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게 됐단 이야기이다. 이후 모두가 스크린이 설치된 거실에 모이고, 본격적인 유언집행이 시작된다. 이때 영화에는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 속 구절, “그들이 일단 다리를 건너자, 그때 유령들이 다가왔다”가 떠오르는데, 이는 모든 인물들이 앞으로 맞게 될 상황에 대한 암시를 준다. 유령들, 그러니까 이미지의 환영이 재연될 것이고 이들은 곧 현실과 괴리될 것이다. 실제로 영화가 진행되자 배우들의 현실은 당연한 듯 지워지는데, 인물의 나이나 배경 등이 모두 삭제되지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 이 문구 덕이다.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세 커플이 반복 혹은
형식에 바치는 영화적 연가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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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오다 노부나가도 가고, 패왕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갔다. 이제 무대는 일본 전국시대의 종언을 고한 세키가하라 전투로 옮겨간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부하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란을 수습하기 위해 군주들의 마음을 모으러 다니고 독안룡 다데 마사무네와 열혈무장 사나다 유키무라도 여기에 뜻을 함께한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또 다른 심복 이시다 미쓰나리는 주군의 복수를 위해 흉검을 휘두르며 악의 세력을 구축하고 두 세력은 세키가하라에서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유명 무장들의 활약을 그린 열혈 경파 시대활극인 <전국 바사라> 시리즈의 최종판이다. ‘라스트 파티’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국시대를 마감한 세키가하라 전투를 무대로 이제까지 활약한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한판 사투를 벌인다. 독안룡으로 불리던 마사무네와 창의 명수 유키무라의 라이벌 관계를 중심으로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 마에다 게이지 등 전국시대 무장들의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과장하여
개성만점 캐릭터 백화점 <전국 바사라 극장판: 라스트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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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녀의 엇갈린 러브스토리는 TV드라마가 빈번하게 내세우는 설정이다. 올여름 MBN에서 방영한 동명의 2부작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수목장> 역시 두쌍의 남녀와 두개의 삼각관계로 얼개를 짰다. 나무치료사인 청아(이영아)는 한 고등학교의 병든 수목을 조사하던 중 죽은 자의 혼령과 맞닥뜨린다. 환영은 계속되고, 청아의 현실로까지 파고든다. 피처럼 붉은 수액을 흘리고 악취까지 내뿜는 나무들이 수목장(樹木葬,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을 치른 나무들이었음이 드러날 무렵 청아에겐 발신인 불명의 소포가 배달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었던 그녀는 소포 안에 든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들춰보면서 되살아나는 끔찍한 과거에 붙들린다.
초반부에 청아의 약혼자인 정훈(온주완)이 청아 앞에 등장할 때 원한의 구도를 이미 짐작할 수 있다. 전반부가 끝나기 전에 청아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한기(연제욱)의 정체가 드러나면 두 남녀의 사랑 곁에 또 다른 두
비극의 러브스토리 <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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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에단 호크)은 몇년 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faction)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소설가다. 그러나 그 뒤로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던 중 일가족이 뒤뜰 나무에 목매달려 죽은 사건을 발견하고 새로운 소설의 구상에 들어간다. 영화는 그가 가족을 이끌고 그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되는데, 첫날 밤, 아니나 다를까 다락방에서 수상한 슈퍼에이트 필름 자료들이 발견된다. 그 필름 꾸러미 속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줄줄이 딸려나온다. 그리고 그 기록들 속에는 흡사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를 연상시키는 괴이한 인상의 사내가 살아 있다.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 살인 소설 집필기는 애초부터 과학수사물과는 거리가 멀다. 앨리슨 가족에게 필름과 관련하여 기이한 사건들이 하나둘 전개될 때 영화는 과학이 아닌 전설을 통해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 지점에서 팩션이 심령호러로 방향전환을 한다.
서스펜스는 대부분 영화 속 영화가 담당
영화 속 영화 <살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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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들 중 일부가 살해된다. 같은 시각,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던 달든 상원의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FBI와 CIA가 공조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톰(마틴 신)은 20년 전 사라진 냉전시대 소련의 최고 암살자 카시우스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은퇴한 요원 폴(리처드 기어)을 불러들인다. 자료를 검토한 폴은 범인이 카시우스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FBI의 카시우스 전문가인 신참 요원 벤(토퍼 그레이스)은 그의 소행이 틀림없다며 그와 공동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자신이 죽였다고 알고 있던 카시우스 일당 중 한명인 부르투스가 살아서 복역 중임을 알게 되고 벤과 함께 교도소를 찾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자넨 뭐하고 있었나?” “TV로 보고 있었죠.” 이처럼 <더블>은 과거의 베테랑 요원이 신참 요원을 ‘샌님’으로 여기며 함께 수사를 벌여나가는 버디무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거기에는 세
첩보원들의 버디무비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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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마지막 신화’라는 홍보문구처럼 <브레이킹 던 part2>는 2008년에 시작된 3편의 <트와일라잇> 시리즈(<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그리고 <브레이킹 던 part1>(2010)까지의 긴 장정을 마무리짓는 영화이다. 이야기는 1편 격인 <트와일라잇>에서부터 이어지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 3편이 ‘연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두편으로 나뉜 <브레이킹 던>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그 외형을 달리한다. 잠시 환기.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다. 꿈같은 신혼여행 끝에 벨라는 임신하고, 영화는 갑자기 이 ‘낯선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진다. 뱀파이어와 결혼했지만 아직 인간이길 포기하지 못했던 벨라는 죽음을 무릅쓰고 르
새롭게 태어난 존재 <브레이킹 던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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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최현(김재중)은 스폰서인 안젤라(김성령)를 만나기 위해 밀회 장소인 인근 호텔로 향한다. 그가 호텔에 당도할 무렵, 동물탈을 쓰고 스프레이를 무기로 사용하는 초보 킬러 봉민정(송지효)이 나타나 그를 납치한다. 이윽고 최현의 신원 확인을 둘러싼 우여곡절이 일어나고 이들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한편 전설의 킬러 자칼을 잡기 위해 FBI 출신의 특수요원 신 팀장(한상진)과 시골 형사 마 반장(오달수) 일행이 옆방에 작전실을 꾸미고, 여기에 호텔 스탭과 최현의 스토커가 가세하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신 팀장과 마 반장, 이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호텔 사장, 안젤라의 외도를 눈치챈 그녀의 남편, 그리고 최현의 매니저 등 납치 사건을 떠받치고 있는 갈등의 축이 상당히 많다. 이들 각각의 에피소드를 다 아우르려다 보니, 초중반부는 좀 산만하면서도 루스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등의 장르적 요소들
스릴러와 로맨스 사이 <자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