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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뺑소니 사건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7살 보미(이진주)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아빠 두원(이희준)은 분노한다. 현장엔 보미의 할머니 문희(나문희)가 유일한 목격자로 함께 있었는데, 문희는 몇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라 사건 해결과 관련한 단서를 기억하지 못한다. 두원은 사태의 책임을 문희에게 돌리는 한편 동네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강 형사(최원영)의 도움을 받으며 범인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문희가 아무 의미 없이 말하는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사건 당일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걸 깨달은 두원은 문희와 함께 범인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오! 문희>는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믹 수사극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완성도 있는 기획영화로 평가 받을 수 있겠지만, 세부적인 지점에서 이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예상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치매 노인에 대한 전
'오! 문희' 정세교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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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왜 마스크 안 썼어? 아침에 네 얼굴 보면 불편하다고 했지.”톱스타 미리가 몸집이 큰 메이크업 아티스트 예지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예지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미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외모를 언급하고 지적하면서 온갖 멸시의 눈빛을 보낸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거나, 아파트 입구에서 넘어지는 등 예지의 사소한 행동은 모두 살과 외모로 연결되는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그런 예지 앞으로 어느 날 몇통의 샴푸와 USB 하나가 담긴 택배 꾸러미가 배달된다. USB의 동영상을 통해 예지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샴푸통에 담긴 액체, 일명 ‘성형수’에 20분간 얼굴을 담그면 살이 찰흙처럼 말랑해져서 불필요한 살은 떼어내고 셀프 성형할 수 있다는 것. 주저하는 예지에게 영상 속 여성은 속삭인다. “20분이 너무 길다고요? 지금까지 당신이 외모로 고통받은 시간에 비하면 찰나입니다.” 과연 예지가 성형수의 마력을 거부할 수 있을까.
성형수에 얼굴
'기기괴괴 성형수' 외모에 집착하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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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가는 길>은 어머니와의 여행을 기록한 전작 <무스탕 가는 길>에 이은 정형민 감독의 두 번째 여행기다. 두 사람의 여정은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서 고비 사막으로, 그리고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으로 이어진다. 오지에서, 그리고 이동하는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감독의 시선은 지극히 따뜻하면서도 평온하다. 매 순간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기도를 잊지 않는 어머니와 그 뒤로 고요하게 펼쳐지는 광활한 풍경들. 84살의 어머니와 아들이 떠난 길고 추운 순례의 여정이 마냥 고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중간중간 삽입된 어머니의 일기는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는 데 제 몫을 한다. 씩씩하게 걷는 할머니의 엔딩 신만으로도 이들의 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카일라스 가는 길' 어머니와의 여행을 기록한 전작에 이은 정형민 감독의 두 번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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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던 현수(김희찬)는 영화 동아리방에서 우연히 만난 미주(정이서)에게 자신이 만드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제안한다. 남자주인공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탓에, 현수는 직접 미주의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미주는 오랜 시간 시나리오 작업만 붙들고 있는 현수가 답답해지고, “뭐라도 하고 있는 거야?”라는 미주의 질문에 현수는 역정을 내며 돌아선다. <7월7일>이 묘사한 청춘의 현실은, 어설픈 영화의 만듦새 속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현수처럼 꿈을 좇아도, 미주처럼 현실과 타협해도 하루하루가 녹록지 않은 이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여기에 김희찬, 정이서 두 배우의 연기는 극에 현실감을 더한다. 다툼 끝에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찰나, 두 사람에게 닥친 위기는 다소 뜬금없이 등장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7월7일' 청춘의 현실을 어설프지만 현실적으로 그러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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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경쾌한 하이스트 무비. 해리 제임스 바버(트래비스 피멜)는 여자친구 몰리 머피(레이첼 테일러)에게 8년 전 캘리포니아에 있는 은행을 턴 이후 FBI의 추격을 받고 있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블랙머니를 훔치는 계획에 합류한 해리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은행 강탈 작전을 주도하는 해리의 삼촌 엔조 로텔라(윌리엄 피츠너)를 비롯한 이들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동원되는 온갖 더러운 비자금을 훔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 잡>은 날카로운 정치 풍자보다는 70년대 컨트리음악과 배우 스티브 매퀸의 <블리트>(1968)를 비롯한 고전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는데 더 집중한다. 60~70년대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다.
'아메리칸 잡'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경쾌한 하이스트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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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미리 소개된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는 80년대 후반, 90년대생으로 이뤄진 일본 여성감독 15인의 옴니버스 단편 모음집이다. 이 영화에 열네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 <뿔뿔이 흩어진 꽃에게>를 연출한 야마토 유키 감독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8분 내외의 픽션 14편과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한편이 117분을 가득 채우며,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하시모토 아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이시바시 시즈카, <아사코>의 가라타 에리카 등 최근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여성배우들의 다른 면면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15편 중 <소녀가 소녀에게>(2017)로 장편 데뷔를 한 에다 유카 감독의 <사랑의 증발>, 히가시 가나에 감독의 <아웃 오브 패션> 정도가 인상적이다. <사랑의 증발>은 연애에 대한 환상을
'이십일세기 소녀' 80년대 후반, 90년대생으로 이뤄진 일본 여성감독 15인의 옴니버스 단편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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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주도로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를 두고 ‘동반 자살’이라 할 수 있을까. 자녀가 미성년일 경우 특히 부모의 결정에 의해 생명권이 박탈된다고 보고 이를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불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보고 있으면 이처럼 계발된 사회윤리적 의식이 잠시 무색하게 느껴진다. 정연경 감독의 영화는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가 누구에 의해 죽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라는 제목 뒤에는 영화가 숨겨놓은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이 영화는 주인공 선유(조서연)가 그 대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12살 선유를 휘청이게 하는 최초의 트라우마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빚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날의 기억, 소녀는 그곳에 붙잡혀 있다. 들것에 실린 아빠와 울부짖는 엄마를 지켜보던
'나를 구하지 마세요' 충무로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연경 감독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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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해진(고윤)은 카카오톡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연인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던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인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에 도착한 해진은 아예 1년 동안 그곳에 정착해 ‘이별식당’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연다. 요리를 통해 이별을 앞둔 연인들을 위로하던 어느 날, 그리스의 톱 가수였지만 정치인과의 스캔들로 고향으로 돌아온 소녀 일레나(에이프릴안)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며 함께 지내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차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각자 다른 아픔을 경험했기에 선뜻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다. <이별식당>은 그리스의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뮤지컬이다. <맘마미아!>의 촬영지인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에서 올로케이션을 진행,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광고 속 이미지처럼 화사한 장면들은 현실의 아픔보다는 낯선 곳이 주는 신선함과 여행의 여유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음
'이별식당' 그리스의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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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볼 수 없는 뱀파이어 왕 마가 칸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마법 다이아몬드를 마침내 손에 넣고, 보름달이 뜬 후 다이아몬드가 효력을 발휘할 때만을 기다린다. 굶주림에 지친 소년 팀은 마가 칸 왕이 백성들에게 제대로 음식을 나눠주지 않자 홧김에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난다. 한편 최고의 해적 선장 세이버투스는 꼬마 해적 핑키가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핑키가 가리키는 대로 마가 칸 왕의 섬으로 향한다. 핑키를 구하기 위해 남자 분장을 하고 배에 오른 베로니카는 해적 단원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핑키를 빼낼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팀의 소원을 통해 우리가 좇아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영화는 권선징악 서사의 흐름대로 평온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캐릭터의 완성도. 인물별 개성도 확실하고 섬세한 CG로 영화를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의상과 같은 작은 요소에도 디테
'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절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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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갈등 없는 밴드는 없다. ‘하루레오’도 영원할 것 같았지만 해체하기로 했다. 하루(가도와키 무기)와 레오(고마쓰 나나)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만나 친구가 됐고, 매니저 시마(나리타 료)로부터 제안을 받아 밴드까지 결성하게 됐다. 그들은 메이저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의기투합했지만, 현실은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와 그로 인해 생긴 시기 등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키면서 제 갈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발표한 음악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때쯤, 세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전국 투어 콘서트를 떠난다.
<굿바이, 입술>은 청춘 남녀 세 사람이 이별하는 과정을 그려낸 음악영화이자 성장담이다. 전국 투어 콘서트를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과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과거를 교차로 오가면서 펼쳐낸다. 서로에게 처음 친밀감을 느꼈던 순간, 깊어진 우정, 서로의 재능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로 인해 생긴 갈등과 권태기 등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세심하게
'굿바이, 입술' 청춘 남녀 세 사람이 이별하는 과정을 그려낸 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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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호러, 스릴러, SF 등을 과감하게 뒤섞어 혼종 장르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고스트 오브 워>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보았을 때 비로소 맨얼굴을 드러내는 영화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은 1944년의 프랑스. 나치에 점령당했던 어느 외딴 저택에 미군 5명이 교대병으로 도착한다. 안온함도 잠시, 버려진 일기장을 통해 나치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주인 가족의 이야기가 드러나고, 미군들은 곧 초자연적 현상으로 고통받는다.
자욱한 안개 속 곳곳에 거미줄이 쳐진 저택, 저주가 깃든 가족사진과 강령술의 흔적 등 전통적인 오컬트 장르의 무대 위로 밀리터리물이 결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중반까지의 호러 서사는 <고스트 오브 워>의 프롤로그일 뿐이다. 유령과의 사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선 어느새 오컬트 장르를 패러디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수위가 감지되고, 스토리의 앞뒤가 교묘하게 뒤틀리거나 인물의 시점이 뒤섞이는 등 내러티브
'고스트 오브 워' <나비효과>를 만든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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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데미 무어)은 남편 마크(딜런 맥더모트)가 가족 계좌를 사용해 부당한 사업적 이익을 취하는 바람에 범죄에 연루된다. 그는 얼떨결에 마크를 교도소에 보내고, 사회봉사 100시간을 선고받는다. 이를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센터를 찾은 수잔에게 배정된 파트너는 소설가이자 교수인빌(알렉 볼드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좋아하는 책과 학생들의과제를 소리 내어 읽어줄 봉사자를 필요로 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티격태격하며 오해를 쌓던 빌과 수잔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고, 각자의 상처를 터놓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현실을 감내하면서 포기해버린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일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 이후 20여 년 만에 재회한 영화 <사랑이 눈뜰 때>는 예상 가능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가 뼈대인데, 영화가 이들의 감정이 왜 깊어지는지
'사랑이 눈뜰 때'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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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부부인 수연(이지연)과 세혁(김영재). 둘 사이엔 많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오랫동안 2세를 가지는 데 성공하지 못한 둘에겐, 이제 관계의 변화를 가져다줄 선택지마저도 고갈된 상태다. 부상으로 무용수의 꿈을 접게 된 수연은 세혁의 직장 때문에 따라 내려온 부산에도 크게 정을 붙이지 못한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장애인 교육센터에서 무용 치료 봉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준희(하준)를 만난다. 준희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수연은 준희와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그러던 어느 날 센터로부터 자선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준희와의 공연을 준비한다.
김민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리메인>은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무언가 하나씩 마비된 상태의 사람들인데, 영화는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보다는 새 삶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한다. 멜로드라마처럼 진행되지만, 인
'리메인'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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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문(윤제문)은 엉뚱한 손님 소담(박소담)의 제안을 받고 소담과 함께 즉흥적으로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다. 후쿠오카는 제문과 친한 대학 동아리 선배였으나 삼각관계에 놓여 연락을 끊고 지낸 해효(권해효)가 작은술집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도시다. 제문과 소담, 여행자 두 사람은 해효의 술집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고, 제문과 해효는 28년간 쌓아둔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어느 새 세 사람은 동행이 되어 후쿠오카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그동안의 세월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후쿠오카>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남녀간의 일화를 다룬 영화다. 애초에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소담이지만, 이동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는 고전적 의미에서 여행이란 행위의 주인공은 절교한 선배를 찾아가는 제문이다. 제문과 해효는 28년 전 갑자기 사라진 대학 동아리 친구이자 두 사람의 연애 상대였던 순희에 대한 기억을 두고
'후쿠오카'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의 열두 번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