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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이 중공군을 무참히 격파했던 전투를 지시하는 명칭의 호수 파로호. 이 근처 화천에서 도우(이중옥)는 물려받은 모텔을 운영하며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본다. 무력해 보이기만 하는 그에게 모텔에서 벌어진, 벌써 세 번째인 투숙객 자살 사건은 도우를 더욱 작아 보이게 한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 날 노모가 실종되고, 다른 여성 투숙객이 같은 날 살해된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잖아도 이름을 말하지 않는 젊은 청년, 당돌한 다방 여종업원, 루게릭병을 앓는 미용실 주인의 남편 등 평범하지 않은 주변 인물들과 접하면서 주의가 흐트러지던 차, 경찰이 호의적이었던 태도를 거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자 도우는 당황한다.
도우의 내면은 물로 이루어진 장소에서 느끼는 여러 정서 중 고요, 침체, 불안, 어둠, 공포 등의 정념과 상통한다. 작품은 호수의 심연을 닮은 도우에게 벌어진 사태를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그려낸다. 마음의 고통으로 인한 인식의 혼돈을 현실
[리뷰] 여유롭고 진중한 스릴,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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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쥘리(로르 칼라미)는 매일 숨 막히는 장거리 출근길에 오른다. 늘 이웃집에 읍소하듯 아이들을 맡기는 그는 파리 시내의 5성급 호텔에서 경력직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마침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 기회를 얻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끼어드는데, 바로 대중교통 파업이다. 시위의 여파로 도시에는 발이 묶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집까지 가는 차량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거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늘어난 쥘리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두발로 달린다. 그야말로 ‘쥘리 런’이다. 고대하던 면접날. 쥘리는 호텔 수습 직원에게 자신의 출입증을 찍어달라 부탁해 퇴근 시간을 속이고 면접을 치르러 가는데, 이 일을 알게 된 상사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쥘리를 압박해온다.
<풀타임>은 제목대로 시간을 꽉 채워야 겨우 삶을 보존할 수 있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타 미디어나 브
[리뷰] 시간을 따라가는 것과 시간을 담는 것의 머나먼 거리, '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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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를 평등하게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손민서씨 가족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첫째 아들인 은성호씨가 자폐인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첫째에게 음악이 생계 수단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엄마는 아들이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밀착하기를 택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치는 건 둘째 아들 은건기씨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가 형에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기씨지만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에도 형에게 집중하는 엄마가 그는 못내 섭섭하다.
<녹턴>은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성을 가진다. 헌신적인 어머니와 천재 아들의 익숙한 성공담일 줄 알았던 영화는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아들을 끄집어내 등장시킴으로써 기묘한 가족 드라마란 자아를 형성한다. 카메라 앞에 원망과 불편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건기씨는 엄마와 형이 맺은 내밀한 관계의 틈
[리뷰]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개성을 입는다, '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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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정현)은 과중한 업무에 한푼이 아쉬운 살림이지만 책상에 놓인 아들 사진만 보면 기운이 솟는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이다. 어느 날 그가 일하는 관할 내에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소은은 쇼크로 입원한 유괴된 여자아이의 엄마 연주(진서연)를 대신해 유괴범과의 전화 협상에 강제 투입된다. 첫 협상은 간신히 넘긴 듯했으나 유괴범으로부터 자신의 아들도 데려간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그는 대역이 진즉에 들통났음을 알게 된다. 아연실색한 소은에게 유괴범은 몸값 3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소은은 아들을 되찾기 위한 비밀 작전에 돌입한다.
목표가 뚜렷한 범죄 스릴러 <리미트>는 87분이란 간결한 러닝타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머니가 자식을 구출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모자의 행복했던 한때를 보여주거나 악당의 전사를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과감히 뿌리친 결과다. 영화의 생동감은 전적으로 이정현에게서 나온다. <헤어질 결심>의 정안처럼 귀여운 어른으로 시작해 점차
[리뷰] 윤곽만 존재하는 악당 캐릭터가 내달리는 영화에 제동을 건다, '리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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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상한 구름이 흑인 가문 ‘헤이우드’가 운영하는 말 목장에 드리운다. 이상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쏟아진다. 말 조련사인 OJ 헤이우드(대니얼 컬루야)는 낙마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사망한다. 아버지 눈에 박힌 동전 한닢과 말에 박힌 열쇠가 그날의 흔적이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OJ는 광고 현장에 투입된 말 ‘럭키’를 조련하지 못해 일을 망치고 말을 주피터 파크에 판다. 어느 밤 ‘고스트’란 말이 이유도 없이 밖에 나와 있고 모든 전자기기가 꺼진다. 그리고 구름 뒤에서 나타난 원반 형태의 비행접시.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키키 파머)는 오빠에게 이것을 찍어 돈을 벌어보자고 제안한다.
<놉>은 구름 뒤에 정체를 감춘 ‘그것’을 둘러싼 기묘한 현상을 그린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은 신작 <놉>에서 하늘이란 장소를 택
[리뷰] 부정할수록 긍정하게 되는 매혹적인 그것과 그것에 관한 기록 영화,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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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60대 중등 종교 교사 낸시 스토크(엠마 톰슨)는 모범적인 아내상과 어머니상은 물론 여성상까지 받을 만한 인물이다. 그녀의 일탈 없는 생활은 남편이 죽고 나서도 계속될 것으로 짐작됐으나 사별 2년 뒤 낸시는 일평생 느낀 척만 해왔던 성적 만족을 제대로 얻고자 섹스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러나 그녀의 모험심은 예약 당일, 서비스 제공자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를 만나기도 전에 사라진다. 다행히 능수능란한 청년 직업인이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고객을 경청과 성의 있는 답변으로 안심시킨다. 덕분에 첫 이용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낸시는 다음 약속을 잡고, 리오에 대한 선 넘는 호기심을 키운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가 주는 가장 큰 감흥은 뜻밖에도 안정감이다. 영화는 관습에 속박돼 자신의 결핍을 방치한 채로 살아온 낸시가 리오와의 대화에서 이완과 충만의 미덕을 배워가는 과정을 시간을 들여 담아냄으로써 심리 치료극의 성격을 띤다. 자기 몸에서 단점을
[리뷰] 뒤만 보게 했던 내 몸을 정면으로 돌려세우기까지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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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새 그곳에 가 있을 것이다. 마침 그곳을 자각하는 우리가 거기 있을 테니까.” 일종의 제사로 쓰인 이 두 문장은 영화의 제목 ‘모퉁이’가 어떤 장소를 지칭하는지 말해준다. 그곳은 모종의 운명이나 우연한 이끌림에 의해 다다르게 되는 곳이 아닌, 수없이 지나치는 동안에도 보이지 않다가 우리가 알아채는 순간에야 존재하는 곳이다. 바로 이 모퉁이에서 영화과 졸업생인 성원(이택근), 중순(하성국), 병수(박봉준)가 만난다. 세 사람, 특히 성원과 병수는 거의 10년 만에 만났음에도 서로에게 받은 상처를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영화를 만들지 못한 성원은 과거에 자신의 이야기를 훔쳐 영화로 만들었던 병수에게 적의를 숨기지 못한다. 그리고 중순이 이 사이에 끼어 있다.
세 사람이 마주친 길모퉁이를 돌아가면, 그들이 학생 때 자주 찾던 단골 가게가 있다. 이 가게와 근처 골목에서 세 사람은 함께, 또는 둘씩 짝을 지어 예전에 끝냈어야 할 말들을 한다. 따라서 이 영화의
[리뷰] 말들은 이미 그곳에 있고, 우리는 자꾸만 그곳을 지나쳐버린다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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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식의 파격. <카우>는 형식적으로 다큐멘터리지만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피쉬 탱크>(2009),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로 남다른 관점을 선보였던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은 편견 없는 카메라의 힘에 기대어 또 한번 자신의 독특한 시선의 위력을 증명했다. 내용은 별다를 것 없다. 영국 켄트의 한 낙농장에서 사육되는 젖소 루마와 갓 태어난 아기 젖소의 일생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게 전부다. 아무런 설명도 내레이션도 없이 관객의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화면은 얼핏 상황을 그대로 찍어낸 관찰 카메라나 CCTV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니멀한 화면, 단순한 구성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찍은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다. 서사의 토대가 되는 극적인 구성과도 다르다. 이것은 차라리 젖소가 직접 전하는 ‘홈비디오’에 가깝다.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은 서사적 관점이나 낭만적 시선들을 카메라로부터 철저히 배
[리뷰] 무형식의 파격.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다시 기록한 홈 비디오의 괴력. ‘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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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뱅크시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에 낙찰된다. 하지만 낙찰봉을 두드리자마자 액자틀에 숨겨져 있던 장치가 작동하면서 그림은 파쇄되고 만다. 뱅크시가 의도한 이 소동은 일종의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진다. 그림의 가격은 낙찰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뛴다. 뱅크시의 동료이자 영화의 인터뷰이 중 한명은 이 해프닝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진정한 가치’를 묻는다”고 말한다. 영화 <뱅크시>는 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뱅크시라는 한 예술가에 대한 탐색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고 믿는 듯 보인다. 이 탐색은 브리스틀, 뉴욕, 런던 등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들을 가로지르면서 그라피티와 거리 예술의 역사 안에서 뱅크시가 성장해온 흔적들을 찾으며 진행된다. 여기에 그와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을 비롯한 거리 예술가들과 전기 작가 윌 엘즈워스-존스의 인터뷰가 해설로 함께 곁들여진다.
이 영화에서도 뱅크시는 모습을
[리뷰] 불온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성공담과 실패담 사이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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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는 <인체에서 살아남기>와 <심해에서 살아남기>를 한데 묶어 1, 2부 구성을 취한다. 전체 주인공은 소년 영웅 지오(김현지)로, <인체에서 살아남기>에는 그가 친구 피피(여민정)와 함께 의대생 케이 형(남도형)을 만나러 간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생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곳에서 지오는 나노미터 크기로 줄어든 뒤 인간의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 치료하는 최첨단 의료 탐사선 히포크라테스호에 사로잡혀 겁도 없이 탑승한다. 지오를 말리려던 뇌 박사(황창영)가 동승한 찰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바람에 작아진 히포크라테스호는 쿠키 바구니에 떨어진다. 때마침 허기진 피피가 쿠키를 모조리 입안에 털어넣으면서 졸지에 소녀의 몸속을 탐험하게 된 지오와 뇌 박사는 우연히 피피의 병을 발견한다. <심해에서 살아남기>는 해양학자 공 박사(김현욱)가 이끄는 심해 탐사에 참여했다가 곤경에 처한 지오와 피피의
[리뷰] 모두 함께 살아남기를 고집하는 주인공에 코끝이 시큰 '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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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톤 행성으로부터 지구로 보내진 갓난아이와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이들은 커서 슈퍼맨(존 크러진스키)과 슈퍼독 크립토(드웨인 존슨)가 된다. 크립토는 슈퍼맨과 콤비를 이뤄 지구를 악의 무리로부터 수호하고, 빌런 렉스 루터(마크 마론)는 기존 <슈퍼맨> 시리즈들에서 행해왔던 수법을 활용해 지구를 정복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적당한 선악의 밸런스로 유지되던 이 세계의 평화에 금이 가게 되는 계기는 슈퍼맨이 로이스 레인(올리비아 와일드)과 결혼을 결심하면서다. 슈퍼맨이 자신에게 소홀한 것이 섭섭한 크립토는 슈퍼맨과 잠시 거리를 두는데, 그때 크립토나이트를 통해 슈퍼펫이 된 기니피그 룰루의 습격으로 슈퍼맨이 납치되고 크립토는 능력을 잃는다. 이에 크립토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유기동물 에이스(케빈 하트) 등과 힘을 합쳐 슈퍼맨 구출 작전에 나선다.
그동안 ‘슈퍼 파워’가 인간에게만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였는지도 모른다.
[리뷰]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펫들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 'DC 리그 오브 슈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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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이 상대의 사냥터에서 서로를 뒤쫓는다. <헌트>는 1980년대 신군부 정권의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를 배경으로 시대의 모순 한가운데 던져진 이들의 암투를 그린다. 미국 순방 중 대통령 암살 기도가 벌어지자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안기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어 일본에서 진행된 북측 고위 인사 망명 작전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내부 첩자가 있다고 확신한 윗선에선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 스파이 ‘동림’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는 목적을 숨긴 채 서로를 의심하며 뒤를 캐기 시작한다.
이정재가 기획과 공동 각본, 연출과 주연까지 맡은 <헌트>는 짜임새가 돋보이는 첩보 액션물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 따른 첩보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 세력은 국내 통제에도 정신이 없다. 1980년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핵심 정보기관에서 일어나는 암투와 음모를 그린
[리뷰] 첩보보다 액션. 직진 상승의 매력과 편의주의의 함정 사이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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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수감 중인 전직 야쿠자 미카미 마사오(야쿠쇼 고지)는 1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앞두고 있다. 갱생의 의지로 가득한 채 한층 들뜬 그지만 반성을 강요하는 교도관에게 자신의 판결이 부당했다고 반발하는 모습은 불안한 행보를 예고한다. 짐작대로 미카미가 출소 후 느끼는 격세지감은 수용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야쿠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향한 냉정한 시선의 감옥에서 미카미는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멀쩡히 사교하기도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타인과의 접촉면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그를 향한 사회의 냉대가 환대로 바뀌어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량배와 마주할 때 폭주하는 것과 같이 폭력적인 과거 영광의 시기에 심정적으로 가깝게 다가갈수록 생기를 되찾는 미카미에게 현실에 순응하는 일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보인다.
전작 <유레루> <아주 긴 변명>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모진 상황에 내몰린 인물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는 데 큰 관심을 둔다.
[리뷰] ‘개인 대 사회’ 구도에 관한 모호한 작법 '멋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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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 총괄 셰프 앤디(스티븐 그레이엄)는 오늘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아침부터 위생관리관의 급습으로 지난해보다 두 단계나 낮은 점수를 받게 되고, 직원간에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불만은 곧 터질 듯 아슬아슬하다. 하필이면 일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에 까다로운 미식 평론가가 찾아와 앤디를 당황하게 하더니 무례한 태도의 손님은 홀서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보일링 포인트>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원 테이크로 이루어져 있다. 바쁜 연휴를 보내는, 보통의 레스토랑 주방에서 벌어질 법한 평범한 풍경 속에서 역동성이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러닝타임 95분 동안 단 한번도 끊지 않고 레스토랑의 숨 가쁜 상황을 보여주면서 마치 관객이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셰프와 서버, 매니저와 손님 등 다양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나가며 관객의 시선이 따라가야 할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한정된 공간
[리뷰] 90분 동안 누구도 끊을 수 없는 끓는점 '보일링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