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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기화>에서 부자(父子)의 로드무비를 그렸던 문정윤 감독이 또 다른 길 위로 떠난다. 이번에는 길의 폭이 더욱 넓어져 삶과 죽음의 여정에 오른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이다. 큰스님을 모시는 행자의 부름을 듣고 흩어져 지내던 네 승려가 산속 암자를 찾는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스승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맏상좌인 혜진(김명곤)은 떠나보냈던 먼 기억들과 하나씩 마주친다.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구르는 수레바퀴>는 종교를 두고 진득한 농담을 건네는 와중에 수많은 불가의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인연과 삶의 길을 동시에 아우르는 어렵지 않은 설법 같은 이야기이다. 스승은 네 제자에게 공히 ‘혜’(慧)라는 이름을 붙였다. 깨달음(覺) 대신 지혜를 썼음은 답보다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까? 냉소가 도시의 신화가 된 시대에 산사를 감돌아 든 질문은 두텁기 그지없다. “너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멈추지 않고
'구르는 수레바퀴'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종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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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과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만길은 일이면 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거기다 다정함과 센스까지 갖춘 말 그대로 완벽한 남편이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도 잠시, 우연히 만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희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의 도움으로 만길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다름 아닌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었으며, 소희를 죽이려한다는 것이었다. 닥터 장을 필두로 소희의 고등학교 동창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까지 합심해 만길의 공격으로부터 소희를 지켜내고자 하는데, 예상치 않은 사건들이 자꾸만 터진다. 소희와 만길은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죽이려 하고, 도저히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2004년 <시실리 2km>로 데뷔하여 <차우>(2009), <점쟁이들>(2012)과 같은 특색 있는 코미디 호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코미디 호러 영화를 연출해온 신정원 감독의 8년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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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과 착한 성품을 지닌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팬과 동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스타다. 반면 이영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다이빙 선수인 수진(이유영)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시기,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은퇴를 마음먹은 수진을 막기 위해 이영은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팀 출전을 제안한다. 김 코치(이규형)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영은 오직 수진의 재기를 위해 개인 다이빙 연습 시간을 쪼개 수진과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을 연습한다. 수진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영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얼마 후 수진의 실력이 몰라볼 만큼 좋아져 모두가 놀라고,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나가 이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이영과 수진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잃었던 이영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날의 기억은 전부 사라졌고, 함께 사고를 당한 수진은 실종
'디바' 조슬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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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과 셜록 홈스, 괴도 루팡 이전에 ‘비독’이 있었다. 전설적인 대도인 비독은 무기수로 수감된 즉시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위협 속에서 수난을 겪는다. 목숨을 걸고 탈옥에 성공한 그는 신분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가려 하지만, 얼마 못 가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비독은 결국 경찰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에 이른다. 전설적 도둑이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과정은 <비독: 파리의 황제>가 비추는 19세기 초의 음울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피와 침이 난무하고, 폭력과 퇴폐에 관대한 이미지가 일견 흥미롭게 다가오나 집요한 미학적 성취보다는 장르 관습에 무게를 둔 모양새라 애매한 아쉬움을 남긴다. 퀴퀴한 뒷골목 세계의 아이콘으로서 배우 뱅상 카셀과 드니 라방이 안기는 강렬한 에너지만큼은 분명하다.
'비독: 파리의 황제' 배우 뱅상 카셀과 드니 라방이 안기는 강렬한 에너지가 담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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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가 궁궐로 돌아오던 길에 초능력을 가진 부원의 일원에게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생일날 엄마를 잃은 리아 공주(박지윤)는 바깥 외출을 금지당한다. 10년 후 17살이 된 리아 공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 안이 갑갑하다. 분장을 하고 남몰래 궁궐을 탈출해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한 리아는 비눗방울로 거대한 하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태오(남도형)를 만난다. 특정 부족을 차별하며 왕국에서 추방당한 스토리는 주류와 비주류를 은유하며, 이는 소년, 소녀의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에 장벽이 된다. 할리우드 수준의 예산과 기술은 불가능한 대신 보편적인 이야기와 음악으로 승부를 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영화진흥위원회 ‘2020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매지컬: 공주를 웃겨라'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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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강아지의 조합은 늘 반갑다. <지니어스 독>은 의욕 넘치는 과학소년 올리버(가브리엘 베이트먼)가 생각을 읽는 장치를 개발해 반려견 헨리와 소통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둘은 기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되고, 깊은 우정을 나눈다. 그렇게 두 친구는 서먹해진 부모를 다시 이어주려고 힘쓰는 한편 올리버의 발명품을 가로채려는 과학자이자 사업가 밀스(쿠널 나이어)와도 맞선다. 다만 영화의 중심에 아이와 동물이 놓이다보니 성인 캐릭터와 그들이 처한 문제는 가볍게만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개처럼 생각하라’는 원제의 메시지만큼은 귀엽고도 유쾌하게 전달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이프 온리>의 길 정거 감독이 자신의 반려견과 쌓은 유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지니어스 독' 길 정거 감독이 자신의 반려견과 쌓은 유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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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사이에 두고 존재하는 두개의 놀이공원. 그린렌드 형제가 운영하는 낡은 놀이공원과 달리 온통 민트색으로 뒤덮인 닌니(프리다 구스타브손)의 놀이공원은 2차 세계대전 중인 각박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닌니는 길 건너 형제 중 형인 욘(알빈 글렌홀름)과 조우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안 그래도 밥그릇 싸움 중인 두 집안은 자식 문제로 싸움을 벌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놀이공원으로 가져온 작품으로,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다소 산만한 구성이 아쉽다.
'어트랙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놀이공원으로 가져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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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그만두고 살인청부업자로 활동하던 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는, 조직의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으로 설정돼 사이먼(콜린 패럴)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한다. <에이바>는 킬러인 에이바의 서사와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킬러 영화와 차별화된 작품이다. 가령 에이바가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후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진 점, 항상 타깃에게 ‘무엇을 잘못했냐’고 질문하며 살인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점 등을 강조하며 관객이 에이바에게 더 깊이 몰입하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관망할 수 있도록 한다.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제시카 채스테인의 밀도 높은 액션도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나 능력 있는 요원을 성적 매력을 가진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에이바' 기존의 킬러 영화와 차별화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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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5년 만에 처음 떨어져본다는 감희(김민희)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에 지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영순(서영화)을 만나 고기를 구워 먹고, 수영(송선미)과 함께 식사를 한다. 두 차례 약속된 만남이 지난 후 감희는 영화관에서 우연히 우진(김새벽)을 마주한다. 세번의 만남과 오가는 대화 속에서, 수면 위에 비치는 알 수 있는 것들과 수면 아래 미지의 순간들이 교차한다. <도망친 여자>는 최소화의 서사와 담백한 구성이 도드라지는 작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여성들이 나누는 대화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겉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눈앞에 주어진 것들의 진실함이 한층 선명해진다. 수면 위와 수면 아래 파도처럼 넘실대는 장면의 리듬을 통해 끝내 영화에 대한 믿음과 신비를 회복시키는, 홍상수라는 세계.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 최소화의 서사와 담백한 구성이 도드라지는 작고 사랑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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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4년 만에 극장 개봉하는 <공포분자>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타이베이 3부작’ 중 <타이페이 스토리>(1985)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의 중간에 위치한 작품이다. 등장인물 4명이 릴레이하듯 서사를 끌고 가는 구조인데 형식주의자로서 그의 완벽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소년은 경찰 수사를 피해 달아나다가 다리를 다친 소녀를 우연히 카메라에 담고, 사진 속 그녀에게 점점 매료된다. 이립중(이립군)과 주울분(무건인)은 결혼 생활에 지쳐 권태기에 빠진 부부다. 의사인 이립중은 동료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까닭에 과장 승진 기회를 얻는다.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낀 주울분은 소설을 쓰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불량 학생과 어울리는게 못마땅한 소녀의 엄마는 소녀를 집에 가두고, 소녀는 무료한 생활이 지겨워 전화번호부를 뒤져 무작위로 장난 전화를 건다. 그때 소설을 쓰던 주울분이 소녀의 전화를 받는다.
줄거리만 보면 연관
'공포분자' 무려 34년 만에 극장 개봉하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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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가 마을을 덮치면서 혼자 살아남은 소녀 대니(블루 헌트)가 사건 당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멀버리 정신병원의 닥터 레예스(알리시 브라가)는 “트라우마가 가짜 기억을 만들 수 있다" 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토네이도가 마을을 집어삼킬 때 숨어있던 대니의 뺨으로 눈송이가 떨어져 녹아내리던 감각은 또렷하다. 하지만 토네이도가 불 때 눈이 내릴 수는 없는 법. 그때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대니가 기억하는 과거는 진짜일까, 닥터 레예스의 말대로 가짜 기억에 불과한 걸까.
어린 뮤턴트들을 수용하는 멀버리 병원에 가장 마지막으로 입원한 대니는 자신이 돌연변이인 ‘뮤턴트’라는 사실을 알지만, 정확히 어떤 초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먼저 입원한 레인(메이지 윌리엄스)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샘(찰리 히턴)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어디든 뚫고 지나간다. 입원 첫날부터 대니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일리야나(애니아 테일러조이)는 오른팔을 검푸른 검으로 만들어
'뉴 뮤턴트' 개성 강한 뮤턴트들의 서사시인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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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줄스 윌콕스)는 2차선 도로에서 느리게 운전하며 진로를 방해하는 앞차를 추월한다. 그 이후로 자꾸만 마주치는 차와 운전자.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스토킹하는 남자를 따돌리려고 애쓰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결국 제시카를 붙잡은 남자는 그녀의 약점을 파고들며 교묘하게 괴롭힌다.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끝없이 쫓기는 제시카의 긴박한 심리가 잘 묘사된다. 문제는 붙잡힌 이후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그 어떤 긴장감도, 신선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제시카를 폭행하는 장면의 묘사가 지나치게 디테일하고, 추격전을 펼치는 후반부는 공간 활용조차 어색해서 영화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스릴러영화로서의 서스펜스는 사라지고 제시카에 대한 폭력 신만 남은 작품이다.
'아무도 없다' 제시카의 긴박한 심리가 잘 묘사되었지만 폭력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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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막내인 샘(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은 모두가 떠나고 외롭게 혼자 남겨질 미래를 걱정한다. 결국 그는 외로움을 견디는 훈련을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 이 훈련에 누군가가 함께한다. 바로 휴가지에서 마주친 테스(조세핀 아렌센)다. 마냥 밝은 아이처럼 보이는 테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테스는 어머니의 메모를 보고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챈다. 아동문학가 안나 왈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테스와 보낸 여름>은 두 소년, 소녀의 성장을 밝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인물 뒤로 펼쳐지는 휴양지의 청량한 색감을 잘 담아낸 작품이며, 다소 거친 편집도 요동치는 두 사람의 감정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고민에 휩싸여 있다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곧바로 바다에 뛰어드는 두 사람의 순간들이 이 영화를 반짝이게 만든다.
'테스와 보낸 여름' 아동문학가 안나 왈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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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다이앤 키튼)는 암 투병 중이다. 그는 연고가 없는 터라 조용히 혼자 생을 마감할 생각으로 실버타운에 입주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활발한 동료 셰릴(재키 위버)의 격려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8명의 동료들과 함께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한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멤버가 다리를 다치고, 그로 인해 치어리딩 클럽의 도전에 제동이 걸린다. 다이앤 키튼 주연의 영화 <치어리딩 클럽>은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란 없음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할머니들의 어설픈 움직임도 사랑스럽게 보이게끔 하는 매력을 지녔다. 하이틴 무비 서사를 그대로 따르는 터라 지루한 감이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노년 여성을 세우는 설정만으로 얼마나 극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지 여실히 증명한다.
'치어리딩 클럽'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란 없음을 시사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