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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절의 항목을 근거로 재배열의 행위를 자극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 무엇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인식하기 위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도록 하고, 변환하게 하는 것은 인식을 구성하는 우리의 에피스테메, 즉 인식가능성의 조건이다. 관행적인 되풀이를 불안정하게 하고, 틈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배열 집합들과는 전혀 다른 인식의 조건을 내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꽃섬>에서 달라 보이는 것은 언제나 다른 것이 아니다. 남편과 두식이 닮아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달라 보이는 것이 꽃섬의 질서에 의해서 같은 장력 위에 동일한 것이 될 수도 있음을 표상한다. 말하자면, 여기에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동일자로부터 타자를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에 찬 질문이 들어 있다.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에 있어서 혜나 어머니의 친구, 박희진에 대한 오해는 정확히 그 반대의 경우에 있다. 다른 것이 같을 수 있다면, 맞다고 생각했던 것은 틀릴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7] - 이론비평요지_<꽃섬>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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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2Men in Black2 감독 베리 소넨필드 주연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 개봉 7월12일 Synopsis외계인의 지구 출입을 관리하는 MIB의 요원 제이는 동료 요원 중 일부가 외계테러 집단과 손을 잡은 사실을 알게 된다. 사악한 외계인 셀리나의 위협으로 지구가 위험에 처하자, 제이는 은퇴한 선배 케이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베테랑 요원이던 케이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케이의 지난 기억을 복원하는 일부터 만만치가 않다.Note두 남자의 레이 밴 선글라스까지 유행시킨 1997년 최고의 화제작 <맨 인 블랙>의 속편 제작에는 걸림돌이 없었다. 주연배우들과 스탭들이 기꺼이 다시 뭉쳤으니까. 전편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갤럭시 퀘스트> <킹 핀>의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토미 리 존스와 야릇한 힘겨루기를 하게 될 외계인 셀리나 역으로 라라 플린 보일이, 윌 스미스와 연애 전선을 형성하는 여인으로 로사리오 도슨이 캐스팅
[외국영화]맨 인 블랙2,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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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예정 7월 중Synopsis새 집을 향해 가던 치히로와 부모는 음산한 터널에 다다른다. 터널 저편 이상한 마을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부모는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부모를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Note일본 최대 흥행기록을 경신했고,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금곰상을 수상한 작품. 치히로가 신비로운 공간에서 귀여운 괴물들과 더불어 펼치는 모험을 담은 이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떤 전작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어드벤처와 기막힌 반전이 숨막히게 이어지는 영화.Key Man _ 미야자키 하야오이 아름답고 신기한 세계를 주재하는 신은 언제나 그랬듯, 미야자키 하야오다.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해 오밀조밀하고 촘촘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특유의 능력을 발휘한다.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윌리 위긴스, 에단 호크, 줄리
[외국영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웨이킹 라이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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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 & 스티치Lilo & Stitch 감독 크리스 샌더스 개봉예정 7월19일Synopsis릴로는 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 버림받은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밝게 지낸다. 반면 파란 아기 판다를 닮은 다리가 여섯인 스티치는 은하계를 주름잡은 범죄자. 재판정에서 탈출한 스티치는 지구에 불시착한다. 스티치는 자신이 개와 비슷하게 생긴 것을 알고는 다리 두 개를 털 속에 숨겨서 개로 위장한다. 하지만 주인없는 개로 오인받아 동물보호소에 끌려가게 되고, 스티치를 본 릴로는 자신이 키우겠다며 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릴로와 스티치, 그리고 외계경찰 사이에 좌충우돌 추격전이 벌어진다.Note이전과 다른 느낌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름답고 천사 같은 마음씨의 디즈니 주인공들에게 싫증난 관객이라면 릴로의 오동통한 허리가 보여주는 훌라춤과 먹다 만 음식을 뱉는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스티치의 매력에 저항하기 힘들 것 같다.Key Man _ 크리스 샌더스“&%#@!!”하는 스티치의
[외국영화]릴로 & 스티치, 아이스 에이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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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크루즈, 콜린 패럴, 사만다 모튼 개봉예정 7월26일Synopsis서기 2080년 워싱턴. 인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한다. 아직 죄를 범하지도 않은 사람을 사전에 체포해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 이러한 시스템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그 일부로 살아가던 수사관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자신이 희생물이 되자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달아난다.Note스티븐 스필버그는 신장 수술을 받은 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가장 먼저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암울한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게이샤의 추억>과 ‘린드버그 프로젝트’ 등 줄줄이 늘어선 프로젝트를 제치고 가장 먼저 카메라를 돌리게 됐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등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단편에 기초를 둔 작품.
[외국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튜어트 리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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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Panic Room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조디 포스터, 포레스트 휘태커 수입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개봉예정 6월21일 Synopsis메그와 사라 모녀가 맨해튼의 4층집에 이사를 오던 날, 3인조 강도가 들어온다. 이 집에는 침입자들을 물리치고 집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의 방 ‘패닉 룸’이 존재한다. 집주인 모녀는 패닉 룸에 숨어 강도들이 물러가길 기다리고, 강도들은 패닉 룸에 숨겨진 거액의 돈을 노리며, 팽팽히 대치한다.Note<스터 오브 에코>의 감독이자 <미션 임파서블> <쥬라기 공원>의 작가인 데이비드 코엡이 쓴 시나리오는 데이비드 핀처와 그의 오랜 파트너인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그리고 이지적인 배우 조디 포스터를 매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간의 투시능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공간을 카메라가 빠르고 섬세하게 훑고 지나가길 바랐던 데이비드 핀처가 한 장면에 무려 107번이나 NG를 부르는 통에, 다리우스 콘지가 중도하차하는 등의
[외국영화]패닉 룸, 퀸 오브 뱀파이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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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섬니아Insomnia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개봉 7월중 SynopsisLA 시경의 베테랑 형사가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십대 소녀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다.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총기오발 사고로 동료 형사를 죽이고, 본의 아니게 억지 알리바이를 만들지만, 죄책감과 사건 해결에 대한 부담감으로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Note1997년 노르웨이영화 <인섬니아>에 깊이 매료된 크리스토퍼 놀란은 본편의 제작자와 워너브러더스의 간부들에게 자신의 전작 <메멘토>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리메이크의 권한을 따냈다. 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총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힐러리 스왱크가 합류하면서, <인섬니아>는 가히 최강이라 할 만한 ‘맨파워’를 자랑하게 됐다.Key Man _ 크리스토퍼 놀란. 시간과 기억에 관한 지적인 스릴러 <메멘토>로 세간의 이목을
[외국영화]인섬니아, 윈드토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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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역시 등골이 오싹한 호러영화가 제격 아닌가. 인기 게임을 영화로 옮긴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와의 끝없는 전투를 담고 있다. 밀라 요보비치가 이끄는 코만도팀은 인류 모두를 좀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좀비 군단을 짓밟고 나가야 한다. <모탈 컴뱃>으로 게임을 영화화한 바 있는 폴 앤더슨 감독의 작품. <소울 서바이버>는 남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뒤 이상한 일을 겪는 한 여성의 이야기. 죽음의 세계에서 다가오는 갖가지 공포가 그녀를 조인다. <더 풀>은 수영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담은 독일영화. 12명의 젊은 학생들 중 범인이 끼어 있다는 점은 <스크림>과 유사하다. 섬뜩한 분위기와 치밀한 플롯을 담고 있는 스릴러영화 또한 땀을 식혀줄 수 있다. 바벳 슈로더 감독의 <머더 바이 넘버>(출연 샌드라 불럭, 벤 채플린)는 완전범죄를 꿈꾸는 두명의 고등학생과 물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그리고도 이 만큼이나 남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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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투 킬-인디 프로듀서는 문제적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장벽을 돌파해왔는가’. 자신의 영화 여정을 담은 책의 제목처럼, 크리스틴 바숑은 미국영화계에 풍부한 논쟁을 제공해온 독립영화의 프로듀서다. 토드 헤인즈의 91년작 <독약>을 필두로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저예산의 열악한 제작여건 속에서 분투해왔고, 동성애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도발적인 진술로 이성애 중심 사회의 편견에 문제를 제기했다. 96년 영화사 킬러 필름즈를 설립하고 더욱 다양한 독립영화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바숑을 전주에서 만났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마련된 회고전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바숑은 미국 독립영화의 대모란 수식어가 어울리게 넉넉한 인상이었다. 그녀 자신도 레즈비언으로 여자친구와 입양한 딸과 함께 대안가족을 이뤄서 살고 있다.제작자로 처음 이름을 올린 <독약>은 90년대 초반 뉴퀴어시네마라 불리는 흐름의 시작이라 할 만하고, <키즈> <소년은 울지 않는다> 등등
미국독립영화계의 대모 크리스틴 바숑, 7문7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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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생인 크리스틴 바숑은 70년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시즈, 피터 보그다노비치, 로버트 알트먼 등이 미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던 ‘전설적인 시절’에 열성적인 관객이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그는 뉴아메리칸시네마와 유럽 예술영화를 찾아 극장을 드나들며 10대를 보냈다. 브라운대에서 기호학을 전공한 뒤 파리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 크리스티앙 메츠 등과 영화에 대한 토론을 나누며 1년을 보냈다. 뉴욕으로 돌아오자마자 영화현장에 뛰어들었다. 뉴라인시네마의 공포영화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에서 제작부 조수로 커피를 나르는 잔심부름부터 프로덕션 로케이션 매니저, 프로덕션 매니저를 거치면서 제작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바숑은 80년대 중반 대학 동창인 토드 헤인즈와 어패러투스 프로덕션을 만들었고, 3년간 약 15편의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경영 연습’을 치렀다. 91년 첫 장편영화 <독약>으로 프로듀서에 입봉한 뒤, <졸도> <고 피쉬> <키
크리스틴 바숑과 킬러필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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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는 남미영화의 변화를 가장 주목할 경향으로 내세웠다. 군부의 몰락과 경제적 불안 속에서도 그들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삶을 관찰하거나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영화를 완성시켰다. 쫓기듯 떠난 땅에 다시 돌아와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이도 있다. 올해 전주를 찾은 남미 감독은 <삼인조 택시강도>의 올란도 루버트와 <자유>의 리산드로 알론소, <끽연구역>의 베로니카 첸 세명. 이중 망명지에서 칠레로 돌아온 루버트와 과거 제3영화를 알지 못하는 26살의 젊은 아르헨티나 감독 알론소를, 전주영화제 서동진 프로그래머가 만났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 두 감독은 과거의 영화에 대해선 반대의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재의 영화에 관해서는 서로 깊은 교류를 나눴다.“이전 세대로부터의 영향 거의 없다”서동진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남미영화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아시아 지역을 처음 찾았다. 먼저 올란도 루버트 감독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루
서동진 vs 남미영화의 기수들 올란도 루버트와 리산드로 알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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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루버트와 <삼인조 택시강도>올란도 루버트는 아옌데가 집권하던 시절 칠레에서 본격적인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아옌데 정권은 세계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수립된, 시대의 희망이 집결됐던 정권.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영화인뿐 아니라 모든 예술인이 아옌데에게 열광했다”고 말하는 루버트는, 아옌데가 군부에 살해된 뒤 작업중이던 노동운동 다큐멘터리를 들고 망명길에 올랐다. 이번 전주영화제를 찾은 <삼인조 택시강도>는 루버트가 오랜 객지생활을 청산하고 칠레로 돌아와 만든 첫 장편이자 그의 세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삼인조 택시강도>는 말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강도행각을 벌이며 돌아다니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택시기사 율리시스는 성실하게 살면서 할부금을 갚고 싶지만 협박에 못 이겨 강도질에 동참한다. 그러나 차츰 액수가 커지면서, 율리시스는 한꺼번에 할부금을 갚고 편안히 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역설적인 것은 나머지 두
<삼인조 택시강도>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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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극장, 비디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관의 3분의 1도 채 안 되는 대여료에 섹스이건 잔혹한 폭력이건 상관없이 나만의 영화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 ‘비디오 오리지널’, 즉 극장에서 개봉을 하지 않는 비디오 전문영화인 일본의 V시네마는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났다. 주로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을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본의 V시네마는 89년 <크라임 헌터>로 시작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비디오의 황혼이 찾아온 지금도 여전히 1년에 100여편이 제작되고, V시네마에서 출발한 미이케 다카시라는 거장도 낳았다. 스타와 장르라는 두 가지 안전판 사이에서 철저하게 상업적이고, 또 그만큼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했던 V시네마는 그러나 이제 전환점에 서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이미 전성기가 지난 일본 V시네마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부족한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찾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일본 V시네마
B급영화광 김봉석, 일본 V시네마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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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시네마의 특징은 폭력과 섹스다. 주요 타깃이 젊은 남성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의 양식보다는 순간적인 쾌락과 즐거움이다. V시네마의 대표적인 장르들 역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액션물과 이른바 H물(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에로물)이다.V시네마의 선두주자인 도에이비디오의 주력부대는 야쿠자물이다. 과거 극장용 영화에서도 <의리없는 전쟁> 등 히트 시리즈를 내며 야쿠자영화의 본산이었던 도에이의 전통은 V시네마에서도 이어진다. <수라가 간다>와 <헤이세이잔협전> 시리즈를 필두로 <오사카 야쿠자전쟁> <인의> <극도전국사> <수령에의 길> 등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야쿠자물은 야쿠자 조직의 암투와 항쟁, 살인과 패싸움 등을 그리고 있다. 야쿠자물과 흡사하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거리의 싸움을 그린 액션물도 있다. 등장인물은 주로 학교의 불량학생들이나 폭주족 또는 야쿠자가 되기를 원하는 양아치들이다. 만화를 원작
V시네마 대표 장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