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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눈뜰 때 Hin Helgu Ve감독 흐라픈 군라프슨 출연 알다 사귀다도티, 스테인 마티에이슨 제작연도 1993년 출시사 SKC사랑이라는 로맨틱한 베일 뒤에 숨어 있는 은밀한 성적 유희는 어린이들에게는 괴이한 악마적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어쨌거나 이 7살짜리 남자아이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 표현법은 참으로 감미롭다. 그는 그녀의 그림을 그리고 그녀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야수의 변태적인 농간에서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바이킹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다만 그는 아이일 뿐이다. 그녀가 야수의 농간을 즐긴다는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분명히 사랑에 빠져 있지만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그의 사랑은 유아적인 것으로 홀대받는다. 주인공 게스터의 여자친구 콜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겨우 9살쯤 됐을까 싶은 이 아이의 오르가슴 패러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멕 라이언을 능가할 정도로 놀랍다. 그러나 그녀가 부끄러워하지
part3 손원평이 사랑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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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 이노센스 The Loss of Sexual Innocence감독 마이크 피기스 주연 줄리언 샌즈, 새프론 버로즈 제작연도 1999년 출시사 크림마이크 피기스의 영화를 볼 때엔, 조금쯤은 의혹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영화는 뭔가 실험적인 것 같기는 한데 어딘지 모르게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아마 이런 느낌이 가장 덜한 영화는 <브라우닝 버전>이었을 테지만 그건 또 지나치게 평범하고 점잖은 이야기였다.라틴어를 가르치는 노교사와 그의 어린 제자간의 따뜻한 우정. 짐작건대 스스로의 유년 시절에서 소재를 끌어온 것인 듯한 <섹슈얼 이노센스>는 아예 거의 스토리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이미지들의 흐름을 따라 자유로이 전개되는 영화다. 성적 모험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한편, 아담과 이브의 우화가 지극히 탐미적인 영상을 통해 재구성된다. 결국 신화의 인물들은 점점 현실적 공간으로 이동해오고 현실의 인물들은
part2 유운성이 건진 아까운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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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휘황한 개봉작에 열광할 때, 동네 비디오숍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나만의 영화를 발굴해내는 작은 기쁨은 진짜 영화광들만이 누리는 즐거움일 것이다. 여기 3인의 필자가 각자의 개성으로 고른 비디오 목록을 공개한다. B급영화가 건드리는 짜릿한 쾌락의 코드에 전율하며, 아깝게 잊혀진 명작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며, 삶의 질곡을 따라가는 드라마에 울고 웃으며 긴 겨울밤을 함께 하자. 편집자 part1 김봉석이 뽑은 B급영화싸구려, 즐겁고 정정당당한 소위 말하는 B급영화들을 제일 많이 봤던 때는, 80년대 후반이다. 딱히 좋아해서 본 건 아니다. 당시는 메이저 영화들이 별로 없었다. CIC나 워너에서 한달에 큰 영화를 기껏해야 3, 4편 정도 출시하던 시절이다. 그걸 다 보고 나면, 비디오가게 순례가 시작된다. 일단 한 가게에 들어가 가게 전체를 샅샅이 뒤지면서 제목을 보고, 재킷을 본다. 감독이나 배우 중에서 혹시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있다면 좀 쉽다. 낯익은 이름이 어디에도 없
뛰는 개봉작 나는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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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엄숙한 가짜가 너무 많아”뜻밖에도 그는, 영화와의 친연성을 부인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시나리오를 쓴 것도 이재한 감독이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모든 인간은 그가 읽은 책의 총체”라고 믿을 만큼 책을 좋아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동서, 고금, 장르를 망라한 수십개의 저서들을 입에 올렸다. <난중일기>에서 <발레이야기>까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유하까지. 그는 영락없는 인문주의자, 고전주의자였다. 미술도 현대미술보다 르네상스나 중세 화가들의 회화를 좋아했다. 예컨대 <나는 나를…>은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의 그림 <마라의 죽음>에서 시작해 들라크루아의 <사루나디팔의 죽음>으로 끝난다. 반면 그는 만화나 무협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무협학생운동>을 썼다. 역설의 연속. 우리가 특정인에 대해 피상적으로 갖는 이미지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확인하는
쾌락주의자 김영하와의 잡담, 농담, 진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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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당신의 나무>란 소설을 읽은 다음부터 필자는 자주 어둡고 흐린 하늘 아래, 거대한 나무와 뒤엉킨 채 서서히 퇴락해가는 앙코르와트의 사원을 상상했다. 그 소설에서 “거대한 석조 불상의 틈새에 뿌리를 밀어넣어 수백년간 서서히 바수어온 나무”를 본 다음이었다. 이 나무는 사원을 허물어뜨리는 동시에 지탱해왔다고 했다. 이 나무가 아니었다면 부서지기 쉬운 돌로 된 사원은 진작에 흙이 되었을 거라고, 나무와 사원은 이렇게 서로 얽혀 900년을 버티어왔다고도 했다. 그뒤 대체 어떤 극중인물이, 왜 그곳에 갔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나무만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비장한 이미지로 고정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글은 이미지로 남았다.이 나무의 주선으로 소설가 김영하(33)를 만났다. 흔히 얘기되듯 그는 확실히 우리 문학에 없는 이야기를 풀어냈고,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읽는 재미가 유별났다. 그리고 그는 올 초 <씨네21>에 ‘이창’이라는 이
쾌락주의자 김영하와의 잡담, 농담, 진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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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스터스 컷을 만들어보고 싶다”
지난 95년부터 <반지의 제왕>의 영화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감독 피터 잭슨이 이제 3부작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그 1부의 뚜껑을 열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개봉에 즈음해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유럽 미주지역 투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피터 잭슨과 서면으로나마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인터뷰는 <씨네21>과의 서면 인터뷰, <팡고리아>와의 인터뷰 기사를 종합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원래 <반지의 제왕>의 팬이었다고 하던데, 처음 책을 읽은 것은 언제였나. <반지의 제왕>이 처음 당신에게 주었던 느낌이나 감동은 무엇인가.
=18살에 처음 원작소설을 읽은 뒤로, 나는 그 책을 항상 내 방 가까이 간직해뒀다. 그건 현실인 동시에 환상이었고,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였다. 처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난 늘 흥분이 된다. 하지만 이걸
피터 잭슨의 영화세계 [3] - 피터 잭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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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키튼. 나의 영웅은 버스터 키튼이다. <데드 얼라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건 피범벅이 된 버스터 키튼이니까. 버스터 키튼의 영향은 <포가튼 실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코미디영화를 찍다가 실수로 수상에게 파이를 던지고, 경찰들에게 몰매를 맞는 코미디언의 원조는 버스터 키튼이다.
1933년의 <킹콩>. 어린 시절에 공룡, 거대한 뱀과 싸우는 킹콩을 본 적이 있다면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보더라도 도시를 누비는 킹콩의 모습은 경이적이다. 피터 잭슨의 <킹콩>이 나오지 않은 것은, 할리우드의 영화사에 남을 만한 실책이다.
레이 해리하우젠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모험> <신밧드의 대모험>. 레이 해리하우젠은 괴물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개봉한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몬스터들이 최고로 꼽는 ‘해리하우젠’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나
피터 잭슨의 영화세계 [2] - 피터 잭슨을 키운 영화,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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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영화불모지가 아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초의 유성영화와 컬러영화는 뉴질랜드에서 탄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이 95년 만든 다큐멘터리 <포가튼 실버>는 뉴질랜드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콜린 매켄지의 업적을 재평가하고 있다. <포가튼 실버>에서 밝혀지는 매켄지의 업적은 한둘이 아니다. 유성영화와 컬러영화의 시작은 물론 전성기의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거대한 세트장을 세웠고, 몰래카메라 기법을 발견했는가 하면, 매켄지의 친구는 라이트 형제보다도 빨리 비행기를 공중에 띄웠다고 한다. 그게 정말일까?
물론 사실이 아니다. <포가튼 실버>는 가짜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다. 가짜 밴드의 기록을 담은 것처럼 위장한 로브 라이너의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처럼, 콜린 매켄지라는 가상 인물의 업적을 희극적으로 조작한 영화다. 그러니까 <포가튼 실버>는 역사적 사실과는 아무런
피터 잭슨의 영화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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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금 이 순간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습관처럼 사무실 복도에서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고, 비워진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지다가 무심코 창가를 훑는 시야로 파고든 하얀 솜털눈의 군무에도 무감하게 망연자실할 뿐인 남우처럼. 눈 오는 거리를 이유없는 설렘으로 헤매던 기억이나 소설을 쓰고 싶었던 꿈 같은 건 가물가물,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는 감정의 진공상태로 식은 커피처럼 텁텁한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말이다. <마리이야기>는 그 무심한 시간의 창가를 조용히 두드리며 가슴의 진공관을 슬쩍 건드려오는 기억의 동화다.함박눈을 뿌리는 잿빛 하늘을 날아 한강변에 줄지어선 도심의 콘크리트 숲 사이로 사뿐히 내려앉는 오프닝 장면의 갈매기처럼, 난데없이 일상의 틈새로 파고들며 잊고 있던 꿈의 체온을 전하는. 이제는 성인이 된 남우는 사무실 창 밖 나뭇가지에 앉은 갈매기를 보던 날 옛 친구 준호를 만나고, 잊혀졌던 어린 날의 추억을 다시 만난다.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어촌의 일상과
미리 보는 <마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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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30) 감독은 커밍아웃한 게이다. 2년 전부터는 어머니의 성을 따서 부모 성을 함께 쓰고 있기도 하다. 사정 모르는 이들은 그래서, 이름이 ‘송희일’이냐고 묻는다. 한술 더 떠 자기 추측대로 ‘이송희’ 감독이라고 잘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본인은 그런 반응에 외려 무덤덤하다. 99년 한 방송사의 토론회에 나가 전국적인 ‘커밍아웃’을 하고서 고향인 익산의 전주 이씨 문중으로부터 ‘죽일 놈’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 정도가 무슨 대수랴. 당시 동성애자 인권연대 모임인 ‘친구사이’의 회장이었던 그는 그 사건으로 “서울가서 못된 짓만 배운 증손을 잡아들이기 위한” 체포결사대까지 조직됐었다고 웃는다.‘젊은영화’ 차리고, 접고, 낙향하고그는 독립영화계에선 몇 안 되는 스타 감독으로 꼽힌다. 이런 분류에는 그런 개인적인 이력이 작용하기도 했다. 또 최근 2년 동안 내놓은 <슈가 힐>과 <굿 로맨스>가 경쟁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지면에 오르내렸기 때문이기도 하
퀴어, 섹스, 그리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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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4년전, 김정구라는 사람은 여기서 모자관계를 가지고 발칙한 장난을 했었다. 아들은 엄마 앞에서, 엄마는 아들 앞에서 벗고 섹스하고 자해하는 이 영화는, 수면 아래에 있던 한 작가에게는 신데렐라 같은 데뷔를 안겨줬고, 독립영화계는 ‘드디어 뭔가가’하는 충격과 흥분에 휩싸였었다. 처음부터 그는 이 바닥에서 스타였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샴쌍둥이 남매간의 멜로(<샴·하드 로맨스>)라니. 김정구 감독은, 여전히 놀랍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영화와 살아가는 일에 대해, 그는 마치 “침대 밑에 시체가 있다”라고 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는 약간은 자폐적일 수도 있을 만큼 자기 자신 안의 소통에 익숙한 사람이다. 영화도 혼자 놀듯, “내가 만든 것을 내가 보고 싶다는 갈증”에서 시작했고, 창작을 위한 영감도 주로 그 자신의 예전 일기장에서 찾는다. 스스로 많은 것을 가진 사람, 스스로와의 대화에 능통한 사람, 그는
“독립영화계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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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키워드는 ‘테러’였던가. 허나, 한국독립영화의 키워드는 ‘로맨스’였다.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파상을 받은 김정구 감독의 <샴·하드 로맨스>, 그리고 얼마 전 폐막한 한국독립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송희일 감독의 <굿 로맨스>. 그야말로 ‘로맨스’의 물결이 이어졌다. ‘소프트’한 것에 대해서 ‘하드’하다고, ‘나쁘다’고 말해지는 것에 대해서 ‘좋다’고, 사회와 관계에 대한 관념에 이들은 작은 딴죽을 걸었다.가장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도, 어딘지 삐딱한 독립영화계의 이단아, 이송희일 감독과 김정구 감독. 이들이 앞으로 한국독립영화를 끌고 갈 ‘쌍두마차’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1997년과 99년에 한 차례 예고됐다. 97년, 지하창작집단 ‘파적’을 이끌고 나타난 김정구 감독은 그해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파격적인 설정의 단편영화로 지리멸렬해진 독립영화를 열렬히 자극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걸레질하는 엄마를 곁에 두고 천연덕스럽게
한국 독립영화계의 두 이단아 김정구, 이송희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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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우리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를 심어놓고 우리 가슴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제공한 영화들은 어떤 작품이었나? 우리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함께 울고 웃으며 애태우게 했던 스크린 속 남녀는 누구였던가?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50%에 육박한 올해 영화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한해를 마무리하며 <씨네21>은 우리 곁을 스쳐간 영화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여 본다. <씨네21> 기자들과 필진이 뽑은 올해의 영화는 <소름>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봄날은 간다> <파이란> <와이키키 브라더스> <수취인불명>이 순서대로 2위부터 5위를 차지했고 안타깝게 5위권 밖으로 밀린 작품으로 <나비> <친구> <라이방> 등이 있었다. 윤종찬, 정재은 두 신인감독의 데뷔작이 1,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01년 한국영화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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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소름>
2001년 한국영화 결산 [2] -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