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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렇다. 영화나 CF 같은 데에서 한 별 볼일 없는 남자가 무료한 표정으로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커피숍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때 느닷없이 문이 열리면서 강렬한 빛을 후광으로 한 팔등신의 눈부신 미녀가 남자 앞으로 걸어들어온다. 일시에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그녀는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휘날리면서 고혹적이며 관능적인 자태로 미끄러지듯 별볼일 없는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모두들 숨을 죽이는 가운데 그 남자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꼴깍 삼킨다. 후끈, 그녀의 단내가 남자의 코끝에 확 내뿜어질 때쯤, 대개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거나 뚱뚱한 마누라의 꼬집힘을 당하면서 장면은 바뀐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도저히 현실에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자 꿈이라는 걸 끊임없이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그런데 커피숍에서 김혜수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코끝에 단내만 안 났지 앞에 묘사한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꿈같은 일이 벌어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3] - 김지운이 본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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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자극이 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처음 김지운 감독과의 대면이 생각난다. <조용한 가족> 시나리오를 본 뒤 처음으로 그를 대면했을 때 글에서 느꼈던 익숙하지 않은 유머나 낯선 캐릭터에서 전해졌던 느낌들로 나도 모르게 누굴까 한껏 기대를 품게 했던 이 신선한 발상의 소유자는 내 예상과 달리 참 말이 없었다. 첫 만남 뒤로는 목소리를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의 첫 영화 <조용한 가족>은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영화 <반칙왕>은 그의 입지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로 <커밍아웃>을 만들어내는가 싶더니 드디어 네 번째 작품 <쓰리-메모리스>로 함께 작업하게 되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사물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 그와 함께하는 작업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2] - 김혜수가 본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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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여배우 김혜수, 수줍은 감독 김지운을 인터뷰하다
“감독님, <토미> 보러 갈 거죠?” “<토미>? 괜찮죠.” 높고 경쾌한 음색의 김혜수와 나지막한 목소리의 김지운 감독. 늦잠을 떨치고 왔다는 두 사람은 늘 보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말문을 연다. 지난 11월 촬영을 마친 단편 미스터리영화 <메모리즈>가 만들어준 인연이다. <메모리즈>는 <조용한 가족>에서 <반칙왕>으로, 다시 인터넷 단편영화 <커밍아웃>으로, 재기 넘치는 코미디 변주곡을 거쳐온 김지운 감독의 새 단편영화. 3년 만에 <신라의 달밤>에서 웃음기어린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의 신작이기도 하다. 웃음에 적을 두고 관객과 만나온 이들은, 뜻밖에 코미디를 털어버린 미스터리스릴러에 의기투합했다. ‘아시아의 공포’를 공통 주제로 삼아 홍콩의 진가신, 타이의 논지 니미부트르와 함께 3국 옴니버스로 제작하는 <Thr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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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화들이 개봉되고, 속속 영화사들이 생겨나고, 영화제마다 사람들이 붐비고, 채널마다 영화정보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요즘, 영화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것과 비례하여 영상관련학과의 문전도 뜨겁다. 수험생들도 늘어날뿐더러, 그들이 두드릴 수 있는 문 또한 많아지고 있다. 영화스탭이 되는 길이 다양하듯 영상관련학과의 범위 또한 매우 넓다. 예컨대 모든 문예창작과는 시나리오창작의 기본을 배우므로 영상관련학과일 수 있고, 모든 미술과는 영화미술에, 모든 음악과는 영화음악에, 모든 사진과는 영화스틸에 기초를 제공한다. 따라서 영상관련학과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임의적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으로 영화와 관련을 맺고 있는 학과들을 어렵사리 일반학과들 속에서 구분해낼 수는 있었다. 영화연출, 제작, 연기, 극작, 애니메이션과 만화, 영상음악, 컴퓨터그래픽 및 영상디자인, 음향 등이 그 테두리 안에 들어온 전공분야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모든’ 영상관련학과는 아님
전국 영상관련학과 올해 입시정보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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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망록>이라는 전설 속의 책을 얻기만 하면 무림의 최고수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내려오는 가공의 학교 화산고.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스틱액션영화 <화산고>에서 장혁은 핵심인물이다. 그가 학교에 등장하면서 학교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며 비정과 배신, 그리고 우정과 사랑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화산고를 장악하려는 장량, 교감, 수학교사 등의 음모에 분연히 맞서 진흙탕에 처박힌 정의를 구해내는 것도 모두 그의 몫이다. 영화 경력이라곤 ‘세상물정 잘 모르던 시절’ <짱>에 출연했던 것이 고작인 장혁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배우가 뭔지, 연기가 뭔지, 영화가 뭔지를 깨달았다. 2000년 8월31일 시작, 2001년 7월13일까지 무려 11개월 가까이 진행된 촬영과정에서 그는 자신만의 캐치프레이즈 ‘열정과 패기와 젊음’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고, 다른 사람과의 작업이 얼마나 힘겹고 감동적인지를 알게 됐다. 이
`열정소년` 장혁이 쓴 15개월의 <화산고> 고군분투 촬영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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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1회(11:40)2회(14:00)3회(16:20)4회(18:30)5회(20:50)12월7일(금)신나는 일요일이웃집 여인아델 H의 이야기400번의 구타훔친 키스12월8일(토)사랑의 도피아메리카의 밤부드러운 살결훔친 키스피아니스트를 쏴라12월9일(일)상복입은 신부여자를 좋아했던 남자쥴과 짐피아니스트를 쏴라400번의 구타12월10일(월)400번의 구타훔친 키스개구쟁이들신나는 일요일이웃집 여인12월11일(화)훔친 키스피아니스트를 쏴라아델 H의 이야기사랑의 도피아메리카의 밤12월12일(수)피아니스트를 쏴라400번의 구타부드러운 살결상복입은 신부여자를 좋아했던 남자12월13일(목)쥴과 짐신나는 일요일이웃집 여인400번의 구타훔친 키스12월14일(금)아델 H의 이야기사랑의 도피아메리카의 밤훔친 키스피아니스트를 쏴라12월15일(토)피아니스트를 쏴라400번의 구타상복입은 신부부드러운 살결여자를 좋아했던 남자12월16일(일)쥴과 짐개구쟁이들신나는 일요일400번의 구타훔친 키스12월17일(월)이웃집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제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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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버스운전석 옆자리에서 불어오던 상쾌한 바람, 그녀의 가방에서 들려오던 청아한 방울소리, 디즈니랜드에서 먹던 맛난 핫케이크, 비행하던 순간 눈부시게 빛나던 구름, 그리고 무릎에 뉘고 귀를 파주던 엄마의 살냄새. 죽음 이후, 일생을 통틀어 행복했던 하나의 기억만을 간직하고 갈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 98년에 만들어져 4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원더풀 라이프>는 무심코 스쳐지나간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삶이 뒤흔들려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를 명상적인 화면에 담아냈던 데뷔작 <환상의 빛>으로 1995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을 받으며 데뷔한 고레에다 히로카즈(39)는 99년작 <원더풀 라이프>를 거쳐 2001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세 번째 작품 <디스턴스>로 명실공히 필름으로 말하는 젊은 철학자의 풍모를 갖추었다. 목 주위로 빨간색이 덧대어진 남색니트,
고레에다 히로카즈vs김봉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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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개인적으로 <원더풀 라이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죽은 사람이 스스로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서 영원으로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강한 확신과 함께 심판이나 처벌이 기다리는 사후가 아니라, ‘행복한 사후’라는 독특한 인식이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었습니까.고레에다 내가 만들어서 이야기하기 뭐하지만,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 속 이세야란 청년의 “나쁜 일 해도 지옥에도 안 가고 처벌도 없나요?”라는 대사를 특히 좋아하지요. (일동 웃음) 타자에 의한 심판이 아니라 자기책임하에서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음에 들어요.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겠군요. 어릴 적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에 걸려서 고생을 하셨어요. 당시에는 치매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었는데 그저 ‘할아버지가 왜 아
고레에다 히로카즈vs김봉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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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님의 영화는 뚜렷한 기승전결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사건은 이미 영화 이전에 시작되었고 영화가 끝나고도 해결되지 않는 식입니다. 현실적인 해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아니면 <원더풀 라이프>처럼 그저 판타지로서 가능한 일일까요?고레에다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는지 몰라도, 답은 영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직접 그걸 찾아야 합니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고 중요한 일이니까요.김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의문입니다. <환상의 빛>에서 이쿠오는 왜 자살한 것일까요?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었고, 가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세상엔 불가해한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감독님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왜 자살했다고 생각하는지.고레에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살이란
고레에다 히로카즈vs김봉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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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금까지 몇몇 일본감독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인데,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일본이라는 사회에 문제가 많지만 그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영화라는 것이 가지는 힘이 무엇일까요? 영화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고레에다 제가 요즘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영화가 변화를 위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하는 겁니다. 물론 여전히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한 구상도 열정도 많지만 과연 영화를 만드는 동안 사회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6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도 고베대지진이 있었고,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법제화되었고, 도청법이 성립되었고, 역사교과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나왔고, 심지어 테러사건을 계기로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파병이 되는 일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나고 사회는 점점 악화돼가는데 내가 영화를 찍는다는 핑계로 사회에 무관심해도 되는 건지, 막
고레에다 히로카즈vs김봉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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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더풀 라이프>에서 이세야라는 청년은 과거의 기억을 선택하기보다 “미래의 꿈을 찍으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데 이것이야말로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욕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이 영화를 찍는 것도 보고 싶어하는 무엇인가, 이를테면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기억을 영화에 담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고레에다 좋은 질문이에요. 실제로 이 영화 속의 사람들이 과거를 복원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복원이기 때문에 기록이라기보다 픽션이 가미된 기억이죠. 이세야 역을 연기한 청년이 오디션에서 “나는 과거를 고르지 않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던 이 친구는 참으로 감독다운 답변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그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을 했고 그래서 영화에서도 ‘네가 한 말을 그대로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김 <환상의 빛>에서 <디스턴스>까지 감독님의 영화에서 공통되는 질문은 죽음과 기억인 듯합니다. 바깥
고레에다 히로카즈vs김봉석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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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들 Les Mistons 1958년 23분 흑백5명의 악동들은 베르나데트와 제라르라는 두 연인의 주위를 맴돌며 그들을 관찰하고 때론 훼방을 놓기도 한다. 연애담을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연애를 지켜보는 자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광 트뤼포의 자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동시에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에서 를 예견케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짧은 영화지만 이 영화에는 이후 트뤼포의 영화를 특징짓는 요소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에 대한 매혹, 장르영화의 창의적인 인용 등이 특히 눈에 띈다. 팬과 트래킹숏 및 고속/저속 촬영의 자유분방한 결합을 통해 놀랄 만큼의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현란한 스타일의 영화이기도 하다.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 1959년 94분 흑백트뤼포의 장편 데뷔작.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못된 짓을 일삼지만 발자크에 나름의 경의를 표할 줄도 아는 수줍은 악동 앙트완 드와넬이 주인공이다. 드와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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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은 날의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만든다”고 말했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큰 물결이지만 다가가서 바라보면 수많은 개성의 소용돌이였던 프랑스 누벨바그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감독이다. 작가적 소우주와 장르의 바다에서 번갈아 유영했던 그의 영화는 누벨바그와 대중 사이에 놓인 다리이기도 했다. 하이퍼텍 나다가 12월7일부터 25일까지 마련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주간(주최 동숭아트센터 후원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올 겨울 서울지역 관객에게 배달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몇해 전 개봉됐던 <쥴 앤 짐>과 몇몇 비디오 출시작을 제외하면 접하기 힘들었던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한 꾸러미를 필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교과서들을 통해 익숙한 <피아니스트를 쏴라>와 같은 명성 높은 영화부터, 몇해 전 개봉을 시도했다 좌절됐던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멜로드라마 <아델 H의 이야기>, 히치콕풍 스릴러 <상복입은 신부>, 영화에 관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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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 주 극 장 (12월7일 ~ 10일)12월7일8일9일10일11시리빙 하바나뱀파이어 헌터 D이 투 마마 탐 비엔2시30분큐비스트H스토리*피아니스트의 전설6시개막식이 투 마마 탐 비엔집으로 돌아가련다권태8시30분개막작 상영(7시30분) 시간의 사용피의 기억알게 되리라집으로 돌아가련다▶광 주 극 장 (12월11일 ~ 13일)11일12일13일11시큐비스트씨받이장군의 아들2시30분리빙 하바나세일링 홈서편제6시세일링 홈*고양이를 부탁해*안양의 고아*8시30분피아니스트의 전설늦은 결혼*나쁜 남자*▶씨 네 씨 티 (12월8일 ~ 11일)12월8일9일10일11일11시일본곤충기양귀비돼지와 군함기온바야시1시30분산쇼다유적선지대일본곤충기치카마츠 이야기4시가야코를 위하여*죽음의 가시*오빠산쇼다유6시30분(8, 9일은 7시)진흙강*잠자는 남자*가야코를 위하여죽음의 가시9시(8, 9일은 10시)기온바야시치카마츠 이야기붉은 살의오빠▶씨 네 씨 티 (12월12일 ~ 14일)12일13일14일11시적선지대아제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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