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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진호
“작은 이야기인데, 평가해줘서 고맙다.” 두 번째 영화 <봄날은 간다>를 통해 찰랑거리며 흘러가는 사랑의 오로라를 슬며시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은 <씨네21>이 뽑은 올해의 감독이 됐다는 소식에 평소처럼 나직한 반응만을 보였다. “삶을 차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인생내공이 더 무서운 감독”(심영섭), “두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지만 탄탄한 연출력, 감독의 뚜렷한 스타일 등을 <봄날은 간다>에서 보여준 점을 평가한다”(김의찬) 등의 칭찬에 대해서도 그는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나 때문에 많이들 고생했다. 지태는 많이 힘들었을 거다. 자신과 극중 상우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줬다. 영애씨의 경우 테이크마다 연기가 달라지고 내용이 계속 바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둘 다 감독을 신뢰해준 것 같아 고맙다.” 완결된 시나리오보다는 현장의 상황과 스탭, 배우의 의견에 따라 장면을 구성해나가는 그의 연출법도 배우가
2001년 한국영화 결산 [3] -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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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영화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뿐 아니라 일반관객이 뽑은 네티즌 설문까지 2001년 최고의 남자·여자배우 1순위를 평정한 최민식과 이영애.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최민식을 ‘날것의 비애를 체화하는 통곡의 연기’로 평하며 그의 이름을 첫 번째 줄에 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영화평론가 김의찬은 “이영애라는 배우는 신기하게도,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배우다. 그 빛이 <봄날은 간다>에서는 깊이까지 껴안게 되었다”며 자신도 그 빛의 수혜자였음을 기꺼이 드러냈다.
2001년 관객은 <파이란>의 강재가 방파제에 퍼질러 앉아 쏟아내던 회한의 눈물과 함께 봄날이 가고 있음을 알았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는 남자를 뒤로 하고 냉정히 돌아서던 <봄날은 간다>의 은수와 함께 겨울이 다가옴을 느꼈다. 이 두 배우가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차지했던 공간은 누군가 떠난 자리를 메움이 아니었고, 온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겸손하기도 한
2001년 올해의 배우 이영애, 최민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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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구나 했던 그날, 3월 태흥영화사
<파이란> 촬영 후반쯤, 임권택 감독님으로부터 <취화선>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앞뒤 잴 것 없이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 전에 함께 작품했던 감독들은 대부분 또래거나 후배였거든요. 형, 아우하면서 일하는 현장에서의 장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어떤 때는 시건방을 떨 때가 있었다고요. 그런 건 배우생활 하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거거든. 물론 지금이 개구리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야겠다, 거장 의사에게 종합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자세로 시작하니까 허, 그나름의 편안함이 있데요. 내 것을 다 비우고, 다 없애고 나니까 내 안에 있는 진짜가 나오더라고요. 버린다고 손해가 아니구나. 계산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다가선 순간들이었어요.
올해 가장 행복했던 그날, 6월 이종상 선생자택
<취화선> 촬영 들어가기 전, 서울대 동양화과
2001년 올해의 배우 이영애, 최민식 [2]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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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얻은 것과 잃은 것
얼마 전 <봄날은 간다>가 홍콩 개봉해서 홍콩에, 도쿄영화제에 출품되서 도쿄에 다녀온 것말고는 휴식시간이에요. 집에서 지내면서 자고, 먹고, TV보고. 얼마만의 휴식인지. 11월부터 쉬었나? 거의 3년 만에 쉬는 거예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선물> <봄날은 간다>, TV드라마 <불꽃> <초대> <파도> 등등. 작품 욕심이 많아서 그동안은 작품을 하는 것이 일이 아니라 쉬는 거라고 말해왔는데, 이젠 힘들다는 걸 느끼겠어요. 2001년에 얻은 것이라면 모든 걸 버리고 영화에 뿌리를 내리려 했던 소망을 어느 정도 이룬 것, 잃은 것은 체력이랄까.
2002년, 바라는 것은 단지…
탤런트나 연예인이라기보다 배우로서 <공동경비구역 JSA>가 시작이라면 올해는 제가 원하는 만큼 배우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2002년에는 새로운
2001년 올해의 배우 이영애, 최민식 [3] -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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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한국영화, 극장의 절반 관객점유율 50%시대 개막
정말 스크린쿼터가 필요없는 시대에 들어선 것일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타이타닉>의 기록을 깰지 두고 봐야겠지만 <두사부일체>와 <화산고>가 선전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50%에 육박할 것은 확실하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46%로 지난해 35.1%를 10% 이상 추월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이 예측한 12월까지 관객점유율은 49.5%.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전체 영화산업과 관련, 주목할 것은 관객 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영화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1500만명 이상 늘어난 8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럴 경우 1인당 평균 관람횟수는 1.4회에서 1.7회로 증가하게 된다. 한국영화가 급성장한 만큼 직배영화의 관객점유율은 떨어졌다. 지난해 36.3%에서 올해 30%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 11월까지 직배영화의 관객점
2001년 한국영화 10대 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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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친구> 흥행 신기록 전국 818만명 동원
“한국영화 모든 기록에 도전한다.” 개봉 첫 주말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말 이틀간 흥행기록을 뛰어넘자 <친구>의 신문광고 전면에 내걸린 카피였다. 당시엔 누구나 ‘과장이 아닐까’ 여겼지만 <친구>의 도전은 성공했다. 3월31일 개봉해 장장 9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134일간 상영된 <친구>가 불러모은 관객 수는 서울 266만6414, 전국 818만1377명. 종전 기록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전국 579만5820명이었다. 코리아픽처스가 전국 직배로 배급한 <친구>는 특히 지방관객의 호응이 대단했다. 이는 서울관객 수에서 <공동경비구역 JSA>가 250만9320명으로 <친구>와 15만명쯤 벌어지는 반면 전국관객에서 240만명가량 차이나는 데서 입증된다.
<친구>는 극장에서 배급사로 보낸 부금만 212억원.
2001년 한국영화 10대 사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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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_태흥영화 대표
“지금은 추락하지 않는 게 발전보다 중요하다”
1. 무엇보다 <친구>의 성공이다. 800만 관객이란 것은 경이적인 스코어다. 예전 한국영화 시장에선 상상도 못할 수치다. 한국영화인들에게 희망을 던져준 사건이라고 본다.
2. 역시 <친구>의 성공이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제도에 의해 금기시됐던 영화라는 점을 주목한다. 사람을 수십번이나 찔러죽이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 아닌가.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확대됐다고 본다. 사전심의에 대한 위헌판결 등이 영향을 줬으리라 본다. 우리 역시 앞으로 경우에 따라선 넓어진 표현의 자유를 활용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3. 남의 영화를 잘 안 봐서 뭐라고 말을 못한다. 하긴 그동안엔 남들 영화를 잘 안 봤는데, 요즘 들어서 <두사부일체>와 <화산고>를 봤다. 다 잘 만들었더라. 그리고 <친구>를 잘 봤다. 리얼하다고 해야 할까. 연기도 훌륭하다. 비판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5] - 이태원, 차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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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명_명필름 대표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1.특정 장르 영화의 놀라운 흥행. 서울 150만명 전국 3400만명 넘는 영화를 5편씩 배출하는 놀라운 관객 동원력은 제작 규모나 장르 등 가이드라인은 물론 유통, 배급까지 산업적으로도 불가피한 변화를 가져온다.
2.1번 답과 같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생존할 것인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명필름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마케팅 전략이나 작품 선택이 맞을 것인지 이런 흐름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지게 됐다.
3.윤종찬 감독의 <소름>.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가련함, 연민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처연함과 상처에 대한 통찰을 공포영화의 틀에 담아냈다. 극단적 롱숏에서 클로즈숏으로 가는 움직임 등 형식미에서 겉으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모든 컷, 숏, 조명, 음악, 미술이 하나같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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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4] - 심재명, 이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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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_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배급 접기 전, 영화인이 아니라 돈 구하는 사람같았다”
1. <친구>의 흥행이다. 영화 하는 사람에겐 희망을 주는 사건이었다. 스코어가 800만명이나 나올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쉬리> 때는 자랑스럽다는 느낌과 언제 또 이런 영화가 나오겠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친구> 이후로는, 영화를 잘 만들기만 하면 1000만명도 동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2. 배급을 포기한 것이 당연히 가장 큰일이었다. 또 <친구> 이후 한국영화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영화산업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95년 이후 품어왔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그 현상이 내 생각을 뛰어넘었다는 점에 고무받았다.
3. <봄날은 간다>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이로움이었다. 저렇게 정성들여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기까지 했다. 단 1초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3] - 김승범, 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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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_코리아픽처스 대표
“한국영화 잘하면 홍콩처럼 될 수 있다”
1. <친구>의 흥행결과다. <친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올해 최고 사건이다. <친구>로 인해 그동안 극장가서 표 끊는 걸 잊었던 30∼40대 관객이 영화를 소비하게 됐다. 올해 한국영화가 괄목할 성장을 보인 것도 <친구>의 영향이라고 본다. 지방관객의 비중이 서울의 2배가 넘는다는 것도 <친구>를 통해 보여졌다. <친구>가 없었다면 관객 8천만명 시대가 됐겠는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가 이뤄졌겠는가?
2. 개인적인 사건을 꼽으래도 역시 <친구>다. 2001년은 <친구>를 빼고 얘기할 수 없는 한해였다.
3. 역시 <친구>지만 <친구>를 빼고 얘기하라면 <봄날은 간다>를 꼽겠다. 유지태가 이영애를 찾아가 차를 긁는 장면에서 내 가슴에 탱크가 지나갔다.
4. 극장부율 문제다. 왜 한국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2] - 김동주, 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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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움직이는 제작, 투자자들은 올해 영화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가? 그들이 바라보는 2002년 영화계는 어떤 모습인가? 강우석, 강제규, 김동주, 김미희, 김승범, 신철, 심재명, 이강복, 이태원, 차승재 등 투자, 제작자 10인에게 아래 7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어보았다. 그들의 답변 속엔 언제나 제삼자일 수밖에 없는 언론과 달리 현장에서 발로 뛰며 흥행에 일희일비하는 업계의 시각이 투명하게 담겨 있다.
질문내용
1. 올해 한국영화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사건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2. 개인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이 있습니까. 발상의 전환을 유발시킨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는지.
3.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좋았던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4< 올해 한국영화계를 돌아볼 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안은 있습니까.
5.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올해 목표했던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1] - 강우석, 강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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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어떻게 변하니? 불변상의 스티븐 시걸"타잔 행색의 톰 행크스와 팬티스타킹 신은 멜 깁슨이 선두에 나섰던 2001년 외화 퍼레이드도 몬스터 설리의 파란 꼬리를 끝으로 어느새 모퉁이를 돌고 있다. 별이라도 따다줄 듯 성대했던 예고편의 약속을 배신한 대작도 있었고 우리를 끝까지 어리둥절하게 한 종잡을 수 없는 영화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도 적지 않다. 전례없이 철든 왕자와 공주도 만날 수 있었고, 폭격하고 질주하는 영화의 스릴에 멀미가 날 만하면 부에나비스타 사교클럽과 카바레 물랭루주에서 여독을 풀 수도 있었다. 소년 빌리와 비욕의 ‘팬시 댄스’에 발 구르고 10대 소녀 공주와 런던의 노처녀, 괴짜 감독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한해 동안 우리에게 감격어린 수다와 농담의 재료를 아낌없이 선사한 외화들의 꾸러미를 묶으며, <씨네21> 마음대로 끼적거린 2001년 외화 비망록을 펼친다.김혜리 vermeer@hani.co.kr, 디자인 김연선최고의
2001 BEST & WORST 외화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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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같은 주에 개봉되는 영화들은 아니지만 이 두 시리즈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된다. 둘 다 모두 경악스러울 정도로 성공적인 환상문학 작품이 원작이라는 것, 둘 다 시리즈물이며 앞으로 한동안 일년에 한편꼴로 개봉되어 계속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것, 둘 다 원작의 명성이 불러들인 참견꾼들로 가득하다는 것….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표면상의 유사점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와 레벨들을 모두 떼어낸다면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대체 환상물의 시리즈라는 이유만으로 이 두 작품을 직접 비교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둘 사이에 무언가 더 있는 것일까?<반지의 제왕>, 장르팬들의 집단의식적 이미지<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장르는 무엇일까? 가장 손쉬운 답변은
듀나의 비교론 반지의 제왕 vs 해리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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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지난날스크린에 오르기 전 제왕의 반세기J.R.R 톨킨의 장대한 판타지 <반지의 제왕>(1954)이 출간된 지도 벌써 47년이 흘렀다. 2001년이 되어서야 실사영화로 조우하게 된 이 매력적인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그 사이 3편의 애니메이션과 2편의 라디오드라마가 달래주었다.4시간 분량의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진 <호빗>(The hobbit, 1968년)은 원작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사적인 내용을 더한 작품. 배경음악을 르네상스 시대의 악기로 연주해 청취자들의 상상을 북돋웠다. 폴 다네만이 빌보 배긴스 역을, 헤론 카빅이 간달프 역을 맡은 성우들. 1977년작 <호빗>(The hobbit, 1977년)은 <반지의 제왕> 서주격인 동화를 90분 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전설적인 감독 존 휴스턴이 간달프 역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하다.<고양이 프리츠>를 만들었던 랠프 박시가 감독한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의 지난날, <해리 포터...>의 앞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