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션스 일레븐>이 소더버그 감독과 당신의 세 번째 작업입니다. 어떤 점이 새로웠습니까?” “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인 줄 알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세트에 가서 제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기자를 일순 당혹시키는 돈 치들은, 내내 연기에 감탄하다가도 막상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면 이름을 확인하는 것을 깜박 잊기 일쑤인 배우 중 하나다.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Arts)에서 고전적으로 훈련받은 연기자인 돈 치들은 1985년 <무빙 바이올레이션>을 필두로 많은 영화와 TV시리즈에서 중량급 조연을 전담했다. 만약 치들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면 <덴버> <블루 데빌> <부기 나이트> <페일 세이프> <스워드피쉬>가 당신이 언젠가 보았을 법한 영화들이다.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조지 클루니의 표적>의 인상적인 소악당과 <트
스티븐 소더버그의 여섯 공범들 [7] - 돈 치들
-
<나쁜 남자>가 개봉한 뒤로 <씨네21>은 두 차례에 걸쳐서 네 평론가의 김기덕론을 실었다. 여기, 영화계 밖의 전문가 두 사람에게 <나쁜 남자> 관람평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평론가들의 비평만으로는 잘 짚어지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평단을 이만큼 격렬하게 갈라놓은 건 김기덕 영화의 형식적 자질에 대한 판단는 아니며, 오히려 그의 작품들이 드러내는 어떤 징후들과 정신성이다. 그리고 이건 좀더 넓고 복합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 정과리 선생은 예민한 독해력과 수려한 문장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문학평론가이며, 백상빈 선생은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닌 정신과 전문의로서 김기덕 감독의 <섬>에 관한 비평을 쓴 적도 있다. 영화계 밖에서 문학과 정신적 병리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해온 두 사람의 예리한 지적은 ‘김기덕적인 것’에 얽매여 있던 평단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씨네21 영화를 보시라고 저희가 급하게 독촉
국문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나쁜 남자>를 논하다 (1)
-
가해자가 된 피해자, 괴롭힘으로써 의존한다백 어제 동료 의사들과 술자리가 있어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신의학에서는 반복강박이라는 게 있어요. 성장기에 외상을 입은 사람이 불특정 대상을 향해 반복적으로 적개심을 표출하는 것이 그것인데요. 가령 폭압적인 남자한테서 고생을 하고 지낸 여자가 거기서 벗어나서 만난 다음 남자도 또 그런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시 그 사람을 재현해서 계속해서 그걸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는, 즉 마스터링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가학피학적 성향이 많은 것을 보면, 김기덕 감독도 그런 어떤 것을 해소하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작품을 통해 계속 그런 것을 연출하고 있거든요. 재밌는 측면은 그에게는 폭력성의 정반대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구원받고 싶은, 순수하게 외상을 해결받고 싶어하는 그런 욕구 말입니다. 마지막 찬송가 흐르는 장면은 그것을 전적으로 드러냅니다
국문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나쁜 남자>를 논하다 (2)
-
… 당한 女子의 반복되는 臨終, 병을 돌보던청춘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 했다(중략)욕이 나왔다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워도 될까파리가 잉잉거리는 하숙집의 아침에(이성복, ‘정든 유곽에서’)어찌됐건 영화감독 김기덕을 만났다. 나는 침묵을 서약한 그에게 마음놓고 시비를 걸었고(<씨네21> 335호), 그런데 갑자기 앞으로 아무와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그가 질문에 대답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갑자기 나는 당황하였다. 왜냐하면 그와의 만남은 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 멋대로 시간을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의 홈페이지를 뒤지는 일이었고(거기에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나의 평에 대한 악평도 실려 있다), 그 다음에는 인터뷰를 찾아보았다.내가 찾아낸 인터뷰는 21개였고, <나쁜 남자>에 대한 평을 37편 읽었다. 그러고 난 다음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 쓰인 지지자들과 반대진영의 글 184편을 프린트했다. 그걸
정성일, 인터뷰 거부선언했던 김기덕을 만나다 (1)
-
-
상투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기덕 영화는 대중적으로는 힘들었잖아요. 조재현씨가 나온 <피아노> 덕분인지, 아니면 드디어 김기덕 영화가 대중성을 얻은 것인지, 그건 좀더 기다려봐야겠지만, 관객의 호응에 대해서는 축하를 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세요?기분은, 별로 변화가 없어요. 지금까지 56만명이래요, 그저께까지.(이 인터뷰는 2002년 1월30일 오후에 진행되었다) 마무리되면 60만명은 될 거예요. 그중에서 40만명은 내 영화에 적응하지 않으려는 관객일 것이고, 그중의 삼분의 일, 20만명 정도는 앞으로도 내 영화에 적응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시장은 커졌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그 20만명을 얻기 위한 재료로 조재현이 물론 쓰이긴 했지만, 김기덕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웃거릴 만한 사람이 20만명은 생긴 거죠. 하지만 삼분의 이, 그러니까 40만명은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김기덕 영화에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돼버린지도 모르죠. 그래서 기분은 별 변화가 없어요
정성일, 인터뷰 거부선언했던 김기덕을 만나다 (2)
-
왜 키스를 하는 걸까요?거기 덧붙여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한기가 수많은 여대생 중에서 선화한테 키스를 한단 말이죠.수많은 여대생이겠죠.그런데 사실은 한기가 선화를 보고 한눈에 빠진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선화만 있었으면 안 그랬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근데 선화가 남자친구한테 기대고,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그 순간, 한기는 선화한테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선생님은 안 그러실 것 같으세요? (웃음)(웃음) 예를 들어 최수임 기자가 저를 경멸의 시선으로 본다고 해서…(최수임 기자는 이날 인터뷰 전체를 녹취하기 위해 옆에 있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서원씨보다 미인이었다!)어느날 나란히 바로크식 벤치에 앉았는데 여자쪽에서 나를 그렇게 봤다. 그러면 저는 그럴 것 같아요. 저는 이 사람하고 나를 동등하게 봤는데 그렇다면… 저는 이 사람을 이해시키고 싶을 것 같아요. 근데 방법이….…근데 수많은 방법 중에서 왜 키스를 하는 것일까요. 때릴 수도 있을 것이고 안을
정성일, 인터뷰 거부선언했던 김기덕을 만나다 (3)
-
<나쁜 남자>의 해병대 남자들이 ‘나쁜 남자’일 수 있다형제관계는 어떻게 되세요?2남2녀 중 차남이에요. 위에 형, 누나 있고 밑에 여동생 있고.저는 장남이거든요. 아버님이 한국전쟁 때 월남하신 분이고 그런 분들은 장남 이데올로기가 있어요. 이를테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저는 집에서 서울말을 쓰면 안 됐어요. 고향에 돌아갈 거니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리고 당신이 제일 싫어하는 말일 수 있지만, 김기덕 영화를 보면 끊임없이 자기 삶에 대한 반추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삶이 주인공의 삶으로 등장한 적은 없어요. 늘 주변부에 등장을 하죠. 예를 들어 <나쁜 남자>에서 한기가 키스를 하고 바로 해병대(해병대복을???) 입은 세명의 군인이 한기를 두들겨패는 장면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자신의 지나온 삶이 싫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지금 쓰고 있는 <해안선>이라는 게 해병대 이야기인데 자학적인 이야기죠. 해병대 출신이라면 ‘한번 해병은
정성일, 인터뷰 거부선언했던 김기덕을 만나다 (4)
-
사악함과 죄의식의 충돌사실 마지막에 트럭을 타고 떠돌면서 매춘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사악한 장면이잖아요. 근데 그 순간에 감독 자신이 복음성가를 구태여 들려주고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광경은 사악한데 들려주는 노래에는 죄의식이 있어요. 사악함과 죄의식의 충돌 속에서 당신이 바라는 건 구원인지 희생인지가 궁금해지는 거예요. 또는 그 두 가지가 한 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저는 이것이 다음 영화에 대한 하나의 출발점이고, 김기덕 감독 영화 전체에 대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저는 <악어>부터 종교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종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고, 지금도 힘들 때면 사도신경을 많이 외워요. 제가 갖고 있는 기독교관은 모호해요. 오히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했던 것 중에 두 가지가 기억나는데, 일제시대 유관순 누나가 믿었던 기독교와 지금의 기독교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신이 아니라 그 시대의 철학자, 선각자이고 운
정성일, 인터뷰 거부선언했던 김기덕을 만나다 (5)
-
처음, 수다는 장진 감독이 만든 작은 공연기획집단이었다. 이젠, 대학로의 ‘장진사단’이 아닌 어엿한 멀티프로덕션의 모양새를 갖춘 문화창작집단 ‘필름있수다’로 탈바꿈했다. 연극 <허탕>과 <박수칠 때 떠나라>부터 <다찌마와 리>로 대표되는 디지털영화 프로젝트, 장편영화 <킬러들의 수다>, 게다가 2002년 단편 프로젝트 <사방에적> <내 나이키> <간이역>까지, 별로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온갖 일에 끼어들어 제판인듯 떠들어대고 있다. 그런데 그게 사람들 넋을 빼놓고 있다. 문화유격대 수다가 풀어놓는 그 거침없는 ‘수다발’의 비밀을, 그들의 꿈을 살짝 들추어본다.
누군가 우리를 향해 “어쩜, 넌 그렇게 수다스럽니?” 말한다면 기분나빠 했을지 모른다. 국어사전에도 떡 하니 ‘수다’- [명사] 쓸데없는 말이 많음’ 이라고 나와 있듯 우리에게 ‘수다’라는 의미는 여자들이나 ‘떠는’ 가볍고, 경박스러운 규방문화
장진과 문화유격대 ‘수다’ [1]
-
유부녀는 키스에 미치고, 중학생은 나이키에 미치고
“배우 신하균, 유명 여배우 B양과 키스하다 들켜….” ‘필름있수다’홈페이지(www.filmitsuda.com)의 ‘수다뉴스’ 중에 올라와 있는 다소 도발적인 카피만 보자면 이건 웬만한 스포츠신문 일면을 장식할 만한 특종이다. 여기서 잠깐! B양은 누구인가. 다 아는 사실인데 뭘 그걸 새삼스럽게 물어보냐고?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 평소 신하균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 스탭들에게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는 좋은 평판을 얻고 있던 터, 이같은 소문이 흘러나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발빠르게 진위여부 확인에 나선 결과, 지난 연말 파주에서 촬영을 마친 단편영화 <사방에적>에서 키스에 미친 유부녀의 정부로 출연, B양과 장시간(밝히길 꺼려함) 키스한 것을 두고 퍼진 뜬소문. 화제의 여배우 B양은 극중 ‘키스에 미친 유부녀’ 역의 방(Bang)은진으로 밝혀졌다….”(중략)
한참 바쁜 신하균이 단편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장진과 문화유격대 ‘수다’ [2] - 2002 수다 단편 프로젝트
-
일본 B급영화의 전설 스즈키 세이준이 온다. 너무 치졸해서 차라리 통렬하고, 너무 망측해서 차라리 감동적인 이 이단아는 평론가들에겐 멸시당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작가였다. 싸구려 투성이에서 영화적 쾌감의 한 극단을 체험케 할 스즈키 세이준의 대표작 15편을 만난다. 2002 시네마테크 영화제의 멋진 스타트. 편집자1960년대에 일본의 영화를 일신한 뉴웨이브의 대표주자가 오시마 나기사라고 한다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스즈키 세이준을 그와의 비교로부터 설명하는 것은 과연 유효한 일일까? 대충 짐작해봐도 이 둘 사이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은데, 저명한 일본 영화 연구서 <먼 곳에 있는 관찰자에게>에서 노엘 버치 같은 학자는 스즈키의 <도쿄 방랑자>와 오시마의 <일본의 밤과 안개>가 동일한 명칭을 가질 만한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즉 두 영화 모두 연극적 기법을 활용한 ‘거리 두기’(distancing)의 효과를 산출해냈
일본 B급영화 미학의 극점,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
서울 아트선재센터ㅣ 문의 : 02-595-6002·600418일(월)19일(화)20일(수)21일(목)22일(금)23일(토)24일(일)25일(월)12:00탐정사무소23-죽어라악당들꽃과 성난 파도육체의 문겐카 엘레지문신일대위안부 이야기아지랑이좌도쿄 방랑자14:40야수의 청춘지고이네르바이젠유메지아리랑이좌가와치에서 온 카르멘피스톨 오페라가와치에서 온 카르멘살인의 낙인17:20간토 방랑자위안부 이야기살인의 낙인(Q&A)피스톨 오페라(Q&A)꽃과 성난 파도지고이네르바이젠유메지간토 방랑자20:00문신일대겐카 엘레지**야수의 청춘도쿄 방랑자탐정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육체의 문*Q&A는 상영 지구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작품 소개 및 관객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관람료 1회 5천원, 10회 관람권 4만원(현장 예매 가능)(문화학교 서울 회원 할인 혜택 1회 4천원, 10회 관람권 3만원. 회원증과 신분증 지참 요)*사정에 따라 시간표가 변경될 수 있으니 관람 전 홈페이지(www.cineph
스즈키 세이준 상영시간표 및 관람안내
-
탐정 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 探情事務所23-くたばれ惡黨ども 1963년, 컬러, 89분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연작 단편 <탐정사무소23>을 각색한 영화로 코믹한 뮤지컬 액션영화로 부름직한 영화다. 탐정사무소의 소장인 타지마가 암흑가에 잠입해 총격전을 벌이며 야쿠자 일당을 괴멸시키고 만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에이스 조’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뒤에 <살인의 낙인>에서 넘버3 킬러 역을 맡았던 시시도 조가 주연이다.야수의 청춘 野獸の靑春 1963년, 컬러, 92분스즈키 세이준판 <요짐보>라고 할 만한 작품으로 미즈노라는 형사가 두 라이벌 야쿠자 조직 사이의 대립을 이용해 양쪽 모두를 패퇴시킨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탐정사무소23>의 원작자인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스즈키 세이준식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다.간토 방랑자 關東無宿 1963년, 컬러, 93분스즈키 세이준 스스로 “가장 정직하게 만든 야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상영작 15편 미리 보기
-
결산이다, 전망이다, 일년간 쌓인 개봉작 자료와 영화감상 메모, 문서파일 더미를 헤치며 혼비백산 통과한 영화잡지의 연말연시. 책상에 풀썩이던 먼지가 겨우 가라앉고, 달의 캘린더로 새해가 다시 시작되는 지금에 와서야 궁금해졌습니다. 바깥 세상의 영화 구경꾼들은 2001년 12월31일 밤 묵은 영화수첩의 마지막 장을 어떤 기록으로 채웠을까? 어떤 영화를 기념하고 어떤 영화를 헐뜯었을까? 그래서 여기 <필름 코멘트> <뉴욕 타임스> <타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빌리지 보이스> <카이에 뒤 시네마>와 개인 평론가들이 ‘최선의 의도’로 선정한 2001년의 최고/최악의 기억들을 스크랩했습니다. 우리가 이미 접한 영화가 거론될 때는 견줘보는 재미로, 아직 우리 스크린에 오르지 않은 영화가 호명될 때는 기대의 즐거움으로.▶ 세계의 영화지와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 · 최악의 영화▶ <뉴욕타임즈> 평론가들 <카네마
세계의 영화지와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 · 최악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