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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최첨단 로봇군단의 현란한 싸움 속, 작고 마른 소년 샤이어 라버프가 보인다. 별스러운 특기는 없다. 그저 열심히 달리고, 구르고, 점프하는 동안 그는 전세계 대중을 사로잡은 튼실한 영웅이 되었다. 영웅의 임무를 부여받는 순간 거대한 존재가 되는 기존 액션 영웅의 전형을 버리고 일관되게 평범함을 유지하는 영웅. 영웅이란 정의가 무색한 새로운 아이콘을 정립한 그를 두고, 사람들은 ‘스필버그의 페르소나’, ‘제2의 톰 행크스’라는 온갖 수식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 25살이 되기도 전, 블록버스터의 히로인이 된 그를 한정지을 수식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클 베이는 그날을 지금도 끔찍하게 회상한다. 2008년 7월27일, <트랜스포머>의 속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촬영 중 습관처럼 <CNN> 뉴스를 보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영화의 히로인 샤이어 라버프가 음주운전으로 구속된데
[샤이어 라버프] 소년, 세계를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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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들>은 ‘상태라는 남자에 관한 몇 가지 기억과 가설’이라고 부제를 붙일 수 있을 만한 영화다. 이 남자의 지나간 행적에 관해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그걸 영화가 보여준다. 당연히 어딘가 좀 불명료하고 불안해 보이는 사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신인배우 김태훈이 그 ‘상태’를 연기한다. 그런데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누군가가 문득 떠오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김태우를 떠올린다면 당신의 직관이 선명하다 믿어도 좋을 것 같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둘은 형제다. 이미 뛰어난 실력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형 김태우가 이제 막 연기라는 미로의 초입에 들어선 동생 김태훈의 영화를 본 인상은 어땠을까, 그 형제의 대화는 어떨까, 그래서 궁금했다. 아무리 형제라도 서로의 연기에 관해서는 늘 존중하는 마음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는 두 사람이 공손한 그리고 사려 깊은 대화를
[김태우, 김태훈] “우리 일희일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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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감독은 심란한 상태였다. <반두비>는 재심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반두비>를 향한 안티세력의 공격도 현재진행형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하겠지만, 그 때문에 작품이 묻힐 것 같아 걱정이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그에게 세 번째 장편영화 <반두비>에 대해 물었다.
- 재심의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났다.
= 많은 문제를 내포하는 사안 같다.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침해하는 거다. 가치관의 충돌도 있다고 본다. 나는 청소년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했지만, 영등위는 청소년들을 여전히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반두비>를 마지막으로 해서 등급 논란이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영등위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는데, 아무래도 앞으로 모든 삐딱한 영화들이 다 철퇴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건 문제가
[신동일] “삐딱한 영화들 다 철퇴맞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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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와 여고생의 만남을 그린 <반두비>는 지금 거품에 싸여 있다. 청소년을 위해 만들었다는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이주 노동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는 영화가 인종차별적인 안티세력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반두비>는 정말 논란이 촉발될 만한 영화일까. 오히려 <반두비>는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의 멜로영화다. 단, 누군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MB’의 기호가 불편한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주 노동자와 여고생이 눈을 맞추는 모습이 보기 싫을 뿐이다. 여기서 <반두비>는 다시 질문을 던진다. 왜 불편하고, 왜 보기 싫은가. 아마도 그 답은 지금의 한국을 설명할 것이다.
어쩌면 보고 또 본 이야기다. <반두비>가 꿈꾸는 방식은 <꽃보다 남자>가 상상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만약 재벌2세와 사랑에 빠진다면?’이란 가정에서 재벌2세를 이주 노동자로 치환시킨 게 <반두비>다. 다시 말해 금잔디
<반두비> 내가 여기 있어요, 우리 손을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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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0일 오전 10시 대치동 크링에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날 용산 CGV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마친 마이클 베이 감독과 샤이어 라버프, 메간 폭스가 참석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전날 지연된 행사로 인한 기자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듯 “파라마운트쪽에서 월드 프리미어 계획할 때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전편의 흥행성적이 매우 좋았고 나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 많기에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트랜스포머>는 유독 한국에서 흥행성적이 좋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마이클 베이/ 내가 먼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왜 이렇게 한국에서 흥행했을까? (웃음)
-속편에 대한 부담이 컸을 듯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나.
=마이클 베이/ 전작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봇들을 진짜 배우들처럼 움직이게 하고 감정을 싣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감정 실린 정교한 로봇에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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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이 공개됐다. 1편이 스펙터클 과잉이라고 좋아하던, 혹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관객이라면 단단히 준비하는 게 좋다. 돌아온 마이클 베이의 속편은 60대의 로봇들과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 미국과 프랑스와 이집트를 오가며 벌이는 CG 스펙터클 과다복용 아드레날린 펌프질 블록버스터다.
<트랜스포머>가 훌륭한 블록버스터였던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만 가지로 갈린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한국에서만 800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역사상 최고 관객을 동원한 외화로 기록됐다. 미국에서는 3억2천만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남겼다.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평가가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마이클 베이의 버릇은 여전했다. 그는 작정이라도 한 듯 카메라를 미친 듯이 흔들었고,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컷을 가장 빠른 속도로 셀룰로이드에 우겨넣는 재주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옵티머스 프라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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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로부터 감사 결과를 받으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감사 처분서는 ‘이론학과 축소, 전공 무관 교수 초빙, U-AT(Education For Consilience of Arts & Technology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 통섭 사업 중단과 연관 교수 중징계, 서사창작과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예종쪽에서는 이것이 대학의 자율적인 교수·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황지우 총장 중징계 및 실명 거론된 일부 교수들의 중징계 등의 사유가 원천적으로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한예종은 현재 문화부쪽에 이의제기공문을 제출했고 문화부쪽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씨네21>은 문화부 감사 처분에 항의하여 사퇴를 선언한 황지우 전 총장과 박찬욱 감독의 긴급 대담을 마련하여, 이번 한예종 사태로 불거진 문화예술계 전반의 심각한 상황과 그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계의
[황지우와 박찬욱의 만남] 관절없는 신체, 파시즘이 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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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년입니다. 주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영화 진흥정책이 형성-집행-평가되는 협치(거버넌스) 체제의 중요한 한축을 맡고 있는 영진위 출범 10년을 모른 체하기 어려워 몇 마디 보탭니다.
비전과 목표를 올바로 세우는 정책개발 능력, 세운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집행 능력, 결과를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초로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정책학습 능력, 흔히 이 세 가지를 국가 혹은 정책 수행기관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으로 꼽습니다.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지 않은 시기, ‘국민의 정부’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절실하다는 사실에 공감했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더 나은 영화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영화인 스스로의 주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영진위를 출범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공감이나 인정은 영화계의 자구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는 점에서, 표현
[영진위 10년을 말한다] 과거 폄하는 그만, 역량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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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조합
성장 단백질이자 고도비만의 주범
성장기에 꼭 필요했던 단백질, 혹은 고도비만을 일으킨 주범이다. 영진위가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해온 투자조합출자는 한국영화의 성장을 양적으로 평가할 때와 질적으로 평가할 때 각각 다른 얼굴을 한다. 투자조합출자는 영진위가 재원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자본의 유동성에 장기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안으로 고려된 간접지원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적자금 20억원을 종잣돈으로 영화계 외부의 돈 80억원을 추가로 모아 1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것이다. 영진위는 2006년까지 총 28개 조합을 운영해 총 245편의 영화에 약 2113억원을 투자했다. 시행준비단계에서는 “영화계의 몫을 왜 금융자본에 넘겨주느냐”는 식의 비난도 있었지만 영화산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자본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단계에서 일정 정도의 유인책이자 안전판으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양적 성장은 독과점의 심화, 수익성
[영진위 10년을 말한다] ‘구조조정’의 산을 어떻게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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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인가. 그걸 몰랐네.”
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직원은 무덤덤하게 되물었다. 올해 5월28일로 영진위는 창립 10돌을 맞았다. 이날 별다른 기념행사는 없었다. 해당 업무부서 관계자는 “그동안 영진위는 영화진흥공사(이하 영진공)가 만들어진 3월15일(1973년)에 맞춰 창립식을 치러왔다”면서 “예년처럼 이번에도 특별한 자리를 계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진위 직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뭘 했더라도 그게 10주년 기념은 아니었을 거다. 1주년 취임 기념이라면 몰라도. 강한섭 위원장에게 이전의 9년은 부정의 대상이니까.”
취임 1주년을 맞아 영진위 강한섭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씨네21>은 강 위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노조에 빼앗겼던 경영권을 부분적으로 회복했다”면서 “경영진 2명과 노조원 5명 등 7명으로 구성됐던 인사추천위원회를 경영진 3명과 노조위원장 1명 등 4명으로 구
[영진위 10년을 말한다] 소통의 구심점, 길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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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현 4기의 과제를 말한다
DJ가 영화인들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손잡았던 1997년,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일컫는 말이었다. 원로영화인들이 뿔나서 홍릉을 공격하던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계가 청산하지 못한 ‘갈등’의 다른 말로 여겨지기도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이 줄줄이 극장가에서 참패했던 2001년, 영화진흥위원회는 ‘다른’ 한국영화의 존재를 깨달았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불가능한 1천만명 관객 고지를 넘어섰던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당혹감을 느꼈다. 돈줄이 막혀 제작사들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던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태어난 지 10년이 됐다. 보수의 망령이 문화계를 옥죄는 2009년, 소통 대신 독단을 택한
10살 영진위, 잘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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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감독 샘 레이미 각본 샘 레이미, 이반 레이미 출연 앨리슨 로먼, 저스틴 롱, 로나 레이버, 제시카 루카스 수입·배급 (주)케이디미디어 제작연도 2009년 상영시간 9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6월11일 상영관 와이드 릴리즈
샘 레이미가 호러 장르로 복귀했다. 20여년 만이다. 물 만난 고기가 얼마나 헤엄을 잘 치는지 알고 싶다고? <드래그 미 투 헬>을 보면 된다. 여기서 샘 레이미는 고전적인 호러영화가 해낼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낸다. 아주 무시무시하다. 미친 듯이 웃긴다. 정신없이 구역질난다. 진짜 롤러코스터 호러영화란 이런 걸 말한다.
그 옛날 한국의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무섭다고 소문난 비디오가 몇개 있었다.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From Beyond)이나 미켈레 소아비의 <아쿠아리스>(Deliria),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Demoni) 같은 영화들 말이다.
[must see] <드래그 미 투 헬> 공포는 무시무시한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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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방금 이사 와서 아직 정리가 안된 건가요? 왜 바닥에서 저러고 자죠? 침대는 어딨어요?” (<살인의 추억> 중 박두만 형사 부부가 맨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것을 보고)
“옛 남자친구를 잊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꼭 옛 남자친구의 인정과 축복까지 받아야 새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고)
“취조하면서 정말 저렇게 때리나요?” (<추격자>에서 지영민이 경찰서에서 취조당하는 장면을 보고)
“경찰이 왜 총을 안 갖고 다니죠? 왜 그냥 쏴버리지 않죠?” (<살인의 추억>에서 김병순을 형사들이 쫓아 뛰는 것을 보고)
“그래서 한국인들은 귀신이 정말 있다고 믿나요?” (<혈의 누>에서 모든 게 김인규의 범행이었음을 알게 되고도 핏물로 내리는 빗줄기에 사람들이 광란하는 것을 보고)
“술을 저렇게 마시는 사람이 왜 마약은 안 하나요?” (<
미국 대학생들, 한국영화 이렇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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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11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선거운동이 진행돼 20분 정도밖에 할애받지 못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특유의 달변으로 개인적인 영화 취향과 표현의 자유문제 등에 관해 답변했다. 바쁜 일정을 감안해 스크린쿼터, 독립영화 같은 정책적인 사안에 관해서는 서면으로 문답을 진행했다. 다음은 당시 인터뷰 중 주요 부분을 요약한 내용이다.
“<라이언의 딸>에 깊은 공감”
-얼마 전 장애인들과 함께 <오아시스>를 보러 가셨던데요.
=눈 가리고 가려니까 정말로 눈앞이 깜깜하더구먼. (웃음) 단지 시각적으로 앞이 안 보인다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깜깜해져요. 영화를 볼 때는 귀를 막았는데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결국 그 체험은 성공을 못했습니다. 바깥에 마개 덮고, 안쪽 귀도 봉했는데 다 들리더라고.
-극장엔 자주 가시나요.
=어쩌다 한번이죠.
-오래전에 봤어도 꽤
200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만난 노무현 후보의 영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