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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동시에 대중영화의 단련된 장인인 마이클 만이 매력적인 갱스터영화 <퍼블릭 에너미>를 만들었다. 마이클 만이 대공황 시대의 갱단을 주인공으로 갱스터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쏟을 만하다. 그의 영화세계 안에서 <퍼블릭 에너미>는 과연 어떤 자리에 놓인 것일까. 그가 역점을 둔 건 무엇일까. <퍼블릭 에너미>의 매력을 탐구해본다. 더불어 오랜만에 찾아온 갱스터영화를 계기로 1930년대를 풍미한 실제 대도적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갱스터영화의 지칠 줄 모르는 매혹의 계보를 정리해본다. 잊을 수 없는 두 갱스터 스타 제임스 캐그니와 에드워드 G. 로빈슨의 배우론까지 읽는다면 당신은 이미 갱스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W. S. 반다이크가 연출하고 클라크 게이블이 출연한 1934년작 갱스터영화 <맨해튼 멜로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블래키(클라크 게이블)가 사형대로 향하며 주지사인 그의 동생(윌
<퍼블릭 에너미> 대도적이 죽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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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가장 강렬하고 무서운 공포영화였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내 자신이 이 영화에 대해서 만족스럽다거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건 터무니없고 바보 같은 짓이니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단지 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진실되고 거짓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부천영화제에서 많은 관객과 이 영화로 소통을 하게 되어서 뜻깊은 자리였다. 관객의 질문이 많았는데, 그 점이 대단히 기쁘다.
-<마터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영화 제작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적은 예산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왔다. 나는 그들이 평소 개방적인 사람들임을 알았기 때문에,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판단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진행하기보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의 파스칼 로지에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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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자자했다. 지난 10여년간 만들어진 호러영화 중 가장 괴로운, 두려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그러나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했다. 파스칼 로지에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이야기다. 부천에서 먼저 공개된 이 영화는 오는 8월6일 국내 개봉한다. 보기 전에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이건 끔찍한 육체적 고어영화가 아니다. 눈알도 내장도 나오지 않는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정서적 충격을 안겨주는 형이상학적 고문극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브누아 레스탕이 죽었다. 자살이었다. 그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늑대의 혈족> <잠수종과 나비> <아르센 뤼팽>에 참여한 프랑스의 베테랑 특수분장가로, 파스칼 로지에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이 칸영화제 마켓에서 공개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억측이
프랑스 호러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왜 논란이 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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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늙은이와 아시아계 소년, 말하는 개와 초콜릿을 좋아하는 열대 새, 게다가 풍선을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집이라니.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라따뚜이>), 연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청소로봇(<월·E>) 등 상업영화엔 독약일 법한 소재들만 골라 상상조차 못했던 꿈의 세계를 선사하던 픽사의 청개구리 심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업>의 주인공은 제2의 청춘이라는 60살마저 훌쩍 넘긴 78살 노인 칼 프레드릭슨(에드워드 애스너). 입술을 일자로 다문 이 무뚝뚝한 노인네의 남아메리카 탐험 여행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도리어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디즈니보다 창조적이고, 드림웍스보다 유려한 영화들을 보란 듯이 내놓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아닌가. 천개의 풍선들이 저택을 끌어당기며 힘차게 솟구치면 우리의 마음 역시 픽사의 마법에 빠진 채 도리없이 하늘로 솟구친다. 애니메이션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
[must see] <업>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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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시종일관 격렬한 감정을 대단히 정교한 합으로 연기해야 한다.
김무열: 원작에선 상황이나 묘사가 더 치밀한데, 뮤지컬 대본은 그 내용을 음악과 안무로 표현하다 보니 더 함축적이고 타이트하다. 사실 그 짜인 틀 안에 적응하면, 어느 정도는 안정되고 보기에 문제없는 공간이 나올 거란 생각을 했다. 이제 와선 그게 가장 큰 함정인 것 같다. 꽉 짜인 틀에 기댈 것이 아니라, 그걸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기량에 다다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매일밤 감수성을 건드릴 만한 음악이나 영화를 보고 듣다가 잠이 든다. 어떨 땐 되게 끔찍한 것도 보고, <해롤드와 쿠마>처럼 말도 안되게 웃긴 것도 보고.
-현재 시점에서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조정석: 처음엔 모리츠의 감성적인 부분들을 좀 비우려고 했는데, 이제 와선 어떻게 더 채워넣을지 고민 중이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느껴지기 때문에 하다못해 매
<스프링 어웨이크닝> “저지른 뒤 아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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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한국 10대들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있었다면, 2000년대 10대들에겐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있다. 전교조 사태가 처음 터지고 수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날 때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책상 위에 올라서는 것조차 엄청난 저항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와, 일상에 넘쳐흐르는 섹스와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진 시대의 간극은 이렇게 크다. 혹은 <하이스쿨 뮤지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역겨움을 느꼈고 <가십걸>의 셀러브리티 흉내에 짜증이 났다면, 독하고 낯선 <스프링 어웨이크닝>로부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는 사랑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난 7월4일부터 시작, 내년 1월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국내 초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1세기에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제도에의 반항·자살·자유로운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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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어웨이크닝> 10대여 잠자는 폭풍을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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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운대>가 그 뚜껑을 열었다. 올해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의 영화, 한반도에 쓰나미가 들이닥친다는 과감한 상상력, 그리고 할리우드 기술과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해운대>는 올여름 가장 뜨거운 한국영화다. 윤제균 감독으로서는 주변의 각종 우려와 더불어 스스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재난영화를 준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수년간의 준비기간 자체가 고스란히 고뇌의 시간이었고,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의 구상과 CG작업에 관한 정성스러운 제작일지를 보내왔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나는 해운대에 있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부산 동래 충렬사 부근 낙민동에서 살았고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그땐 어머니가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사실 때라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다가 동남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리고 ‘만약 매년
<해운대> 시각적 충격,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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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8일, LA 샌타모니카의 카사 델 마 호텔에서 <아이스 에이지3>의 감독과 출연진과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을 비롯해 오랜 기간 시리즈를 함께해온 사람들인 만큼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전히 ‘목소리 연기는 힘들다’는 공통된 의견과 함께.
-이번 시리즈에서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존 레기자모: 3편이 가장 힘들었다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애 셋 딸린 싱글맘이었다. (웃음) 특히 혼자 녹음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밋밋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썼다.
=레이 로마노: (연체동물처럼 움직이는 시드의 동작을 장난스레 흉내내며) 나도 질문이 있다. 시드는 영화 속에서 늘 이렇게 움직이는데 당신이 혼자서 목소리 연기를 할 때도 그렇게 흐느적거리며 더빙을 하는지 궁금하다. (웃음)
=존 레기자모: 그게 참 어렵다.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 달리는 장면도 다 똑같이 하면서 녹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녹음의 질이 완벽해야 하니까 그냥 가만히 있
<아이스 에이지3> “다음편엔 시알리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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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친구들이 돌아왔다. 지난 6월6일 미국 LA에서는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각각 2002년, 2006년 개봉한 전편들의 세계적인 흥행 성공에 힘입어 3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은 야심적인 3D CG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시작은 좋다. 지난 북미지역 박스오피스에서 독립기념일 연휴(7월3~5일)에 절대 강자로 인식되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과 더불어 공동 1위를 기록했기 때문. 과연 한국에도 서늘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기자회견에는 레이 로마노, 퀸 라티파, 존 레기자모 등 변함없는 목소리 연기자들 외에 공동감독인 카를로스 살다나와 마이클 서마이어가 참석했다.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이하 <아이스 에이지3>)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왜냐하면 빙하기와 더불어 사라졌다고 생각한 공룡들을 등장시키기 때문. 그러니까 <아이스 에이지3>는 <아이스 에이지>와 <
<아이스 에이지3> 빙하기에 공룡이라니! 맘모스에 공룡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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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독립영화제
8월7∼9일 정동진 정동초등학교 www.jiff.co.kr
독립영화를 블록버스터 대접하는 기기묘묘 영화제. 올해도 운동장에 설치된 18m 초대형 에어스크린을 통해 따끈따끈한 ‘독립’ 신작들을 만난다. 상영작은 김종관 감독의 <올 가을의 트렌드>, 장형윤 감독의 <고라니>, 박성국 감독의 <야설작가 영범씨의 글짓기 지도법>, 남궁선 감독의 <최악의 친구들> 등 모두 23편. 개막일에는 인디밴드 ‘오! 부라더스’의 시끌벅적 축하공연도 예정됐다. 영화상영이 없는 대낮에는 선글라스 끼고 맥주를 마시며 백사장에서 공을 차는 독립영화인들의 ‘노가다’ 몸매를 훔쳐보면 된다. 교실을 게스트 숙소로 제공하는 야생 버라이어티 영화제인 동시에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울리는 부비부비 축제. 11번째 행사를 준비하는 강릉시네마테크 박광수 사무국장(웃고 싶으면 이 사람을 찾으면 된다)은 “이번엔 일부 관객에게 초특급 로열석을 내줄 계획”이라고
이주노동자에서 공포까지, 아기자기한 8개 영화제의 팔색조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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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의 시작과 동시에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 부천을 찾아 시원한 극장에서 온갖 장르영화를 즐겨보자. 무서운 것도 있다. 웃긴 것도 있다. 심지어 야한 것도 있다. <씨네21>이 뽑은 강추작 10편을 소개한다.
비스트 스토커> The Beast Stalker
단테람 | 홍콩 | 2008년 | 109분 | 부천 초이스 장편
‘냉혈한’으로 불리는 형사 통은 용의자와의 추격전 도중 검사 앤의 큰딸을 죽인다. 통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앤은 검사로서 통이 잡으려던 용의자의 죄를 물으려 한다. 이때 용의자 조직은 앤의 둘째딸을 납치한다. 유죄를 확정지을 결정적인 증거를 없애는 게 조건이다. 한편, 사주를 받아 앤의 딸을 납치한 남자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보살핀다. 통은 속죄를 위해, 앤은 딸을 지키기 위해, 납치범은 병든 아내를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비스트 스토커>는 촉각을 다투는 범죄극이지만,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추격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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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총에는 캐릭터가 있다" _퍼버스 역의 크리스천 베일 인터뷰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나.
=세 캐릭터에 끌렸다. 하나는 존 딜린저, 내가 맡은 멜빈 퍼버스, 그리고 마이클 만. 마이클 만은 배우와의 의사소통에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탁월한 감독이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헤치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배우와 함께한다. 그는 뭐랄까, 누구보다도 뛰어난 탐정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많은 영화에서 총을 다루는 장면을 연기했다.
=서부극을 한 경험이 있어 익숙한 편이다. 옛날 총에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오늘날의 무기는 그 가공할 만한 위력만큼이나 총과 총 쏘는 사람 사이가 단절된 반면에 이 당시에는 좀더 그 현실적인 무게, 그 냄새가 느껴진다고 할까.
-퍼버스는 딜린저에 집착한다. 왜였을 것 같나.
=글쎄. 퍼버스가 집착한 존재는 후버였다고 생각한다. 그 후버가 딜린저에 집착했고. 퍼버스가 개인적으로 원한을 가졌던 상대는 친한 동료
<퍼블릭 에너미> 크리스천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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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1933년으로! _감독 마이클 만 인터뷰
-대공황 시기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성기였다. 특별히 참고로 한 사진이나 회화 스타일이 있는가.
=영화 전반에 일괄되게 적용하려고 했던 스타일은 따로 없다. 굳이 들자면,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 정도. 그가 빈 공간을 화면에 배치하는 방식은 시적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장면들을 구상할 때 호퍼의 구성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 우연히도 우리가 시카고에 있을 때, 호퍼 전시회가 열려서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몇 시간씩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총이 자주 등장한다. <퍼블릭 에너미>에서 총은 무엇을 의미하나.
=먼저 총은 당대의 가장 앞서가는 기술을 상징한다. 가장 좋은 무기를 가졌던 사람들은 존 딜린저 같은 범법자들이다. 경찰들에 제대로 된 무기나 심지어는 자동차도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완전 무장한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머신건이
<퍼블릭 에너미> 마이클 만 감독, 조니 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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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는 브라이언 버로의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것이다. 1930년대 초 대공황기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조니 뎁)와 그를 쫓는 FBI 요원 멜빈 퍼버스(크리스천 베일)의 추격전을 다룬 갱스터 스릴러물이다. 야심만만한 FBI 국장인 에드거 후버(빌리 크루덥)에 의해 ‘퍼블릭 에너미 No.1’이 되어 쫓기게 된 존 딜린저는 1934년 7월22일 클라크 게이블의 <맨하탄 멜로드라마>를 보고 나온 시카고의 바이오그래프 극장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질 때까지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당시 정부와 은행에 불만이 가득했던 대중에 현대판 로빈 후드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사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이 2천여명이었다는 데서 그 유명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을 털지만, 인질로 잡아둔 여성에게 ‘추우면 안되지’라며 자신의 코트를 걸쳐준 일화나 체포된 상태에서도 지방 검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
<퍼블릭 에너미> 낭만적 은행강도를 향한 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