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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된 배우들이 모였다. 11월5일 개막하는 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테마단편전1: 소통&I’에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국내 단편영화계에서 화제가 된 작품들이 모였다. <초대>의 유지태 감독, <광태의 기초>의 류현경 감독, <유쾌한 도우미>의 구혜선 감독, <영웅은 없다>의 서승만 감독이 그 주인공들이다. 아직은 ‘감독’이란 이름을 낯설어하지만 이미 다수의 작업을 거친 베테랑 감독들이다. <가능한 변화들>로 2004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상을 수상했던 민병국 감독의 <매직 캔디>, 최근작 <파주> 주인공이기도 한 서우가 출연한 박상준 감독의 <우리학교 대표>도 같은 섹션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영화제 둘쨋날인 6일 씨네큐브 1관에서는 이들 6명의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시네마 토크’ 시간을 갖는다.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그들을 만나 작품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올해 아시아
제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화제작 6편을 연출한 여섯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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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언어 유희를 만끽하며 즐기는 다섯 단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개봉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 타란티노가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데 뚜껑을 열어보니 희한한 영화다. 타란티노는 작정을 하고 그 어두웠던 시기에 자기의 독한 농담을 던진다. 타란티노가 상상하는 2차대전 히틀러 암살 대작전은 어떤 영화인가. 그가 영화에 사용한 챕터별 방식대로 따라가보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영화적 포인트를 짚어봤다.
챕터1. 분탕질 우화: 타란티노식 기선제압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 프랑스…”라는 자막과 함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시작한다. 이것은 진지한 역사극이 아니므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극을 보는 것과 같이 봐달라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제안이며 기선제압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다섯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세 자매의 아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허풍선이 타란티노의 거대한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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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은 무척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마치 그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가장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너무 오랜만의 영화라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일단 반가웠다. <파주>는 그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또한 그동안의 복잡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어쨌건 더해진 세월의 무게만큼 영화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둔 얘기들을 하나둘 들춰봤다.
-뿌연 안개와 알 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의 서우 얼굴의 느낌이 좋았다. 도입부는 어땠나.
=<질투는 나의 힘>은 첫날 첫신 찍은 게 바로 그 타이틀 시퀀스였다. 잘 찍고 싶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 영화 때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크랭크인하고 나중에 찍었다.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의 첫 시작이라 제법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내러티브로부터도 자유롭다. 맨 처음 그려본 이미지는
[박찬옥] ‘영화 같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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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파주>는 질긴 인연의 멜로드라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았음은 물론 <할리우드 리포터>와 <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외신의 호의적인 평가도 끌어냈다. 함께 공개된 다른 한국영화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합치된 반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오래전 단편 <느린 여름>(1998)이 선재상을 수상하고 첫 번째 장편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이 뉴커런츠상을 받았으니 상복도 많다. 하지만 두 장편 사이에는 무려 6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그 사이 박찬옥 감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발견의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할 <파주>를 들여다보며 박찬옥 감독과의 긴 대화를 담는다.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한밤중인지 동틀녘인지 시간은 딱히 알 수 없다. 그런 무채색의 도시 파주로 택시가 들어선다. 그 택시 안에서 은모(서우)는 알 듯 모를 듯 묘하게 심드렁한 표정을 하
눈먼 자들의 도시,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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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 | ABC
신선도 10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40대 | 시청자 수 1037만명 (3회 평균)
틀에 박힌 가족시트콤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이번 시즌의 가장 주목받는 코미디, <모던 패밀리>는 가장 진화한 버전의 가족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주인공은 세 가족인데, 각자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는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우선 전형적인 여피로 보이는 필과 클레어의 가족. 식사하러 내려오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문자를 보내면 되지 왜 소리를 지르냐는 심드렁한 반응이고, 스스로를 ‘쿨’한 아빠로 생각하는 필은 부모 역할보다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에 바쁘다. 그 다음은 황혼의 백인 남자인 제이와 딸뻘의 라틴 미녀인 아내 글로리아. 부부가 부녀로 착각당하는 것은 일상이요, 글로리아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지나치게 감수성이 섬세한 아들 매니 또한 이 남다른 부부의 일상에 골치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미첼과
[2009 미드] 코미디/ 비루한 일상에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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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와이프> The Good Wife | CBS
신선도 9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40대 | 시청자 수 1370만
정말이지 착한 아내다. 비리와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남편의 기자회견장에서 당당한 척해야 하고, 매춘부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던 남편을 면회가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생업전선에도 나서야 하니 말이다. <굿 와이프>는 조지타운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가족에 충실하기 위해 전업주부로 살았던 알리샤라는 여성이 15년 만에 로펌에 들어가면서 겪는 일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다. 15년 동안 ‘솥뚜껑 운전’만 했던 알리샤에게 로펌은 낯설기 짝이 없다. 비싼 수임료를 챙기기 위해 안달하는 윗사람과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순진한 그녀는 잡아먹히기 쉬운 양일 뿐이다.
<굿 와이프>가 재미있는 대목은 여기다.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알리샤의 생존법
[2009 미드] 법정·수사물/ 순한 양, 법조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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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 리버스> Three Rivers | CBS
신선도 7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대 | 시청자 수 825만
더이상 수술실이나 응급실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번 시즌에 새로 시작한 메디컬 드라마들은 새로운 장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 모양새가 역력하다. <머시>가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트라우마>가 응급구조대를 다룬다면 <스리 리버스>는 장기이식 수술팀에 초점을 맞춘다. 장기이식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지만, 대개의 기증자들이 뇌사 상태에 이른 경우이고 기증받는 환자 또한 험난한 인생의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인지라 휴먼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살인범이었던 장기 기증자가 자신의 폐와 신장으로 두 생명을 살린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이다.
기증자의 가족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사랑하는 가족이 뇌사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장기를 적출한 뒤 신속하게 이식수술에 돌입
[2009 미드] 메디컬 드라마/ 생과 사의 기로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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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포워드> FlashFoward | ABC
신선도 8.5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5~40살 | 시청자 수 1140만
<로스트>나 <프린지>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무조건 이 드라마를 봐야 한다.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캐스팅, 촘촘한 미스터리 구조가 돋보이는 <플래시포워드>는 초자연 현상과 그 이면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로스트>와 닮았다. 하지만 LA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뻗어가는 거대한 배경무대와 FBI 수사관들의 역동적인 활약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은 <로스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한다.
<플래시포워드>는 어느 날 전세계 모든 인구가 동시에 의식을 잃고 137초 만에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세상이 혼란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엄청난 충돌사고를 일으켰고 하늘을 날던 비행기들은 모두 추락했다. 응급실과 수술실의 환자는 목숨을 잃었고 위험한 곳에서 일하던
[2009 미드] SF/ 또 하나의 거대한 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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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 Glee | FOX
신선도 7 (10점 만점) | 타깃 연령 12~17살 | 시청자 수 747만명
“<글리>는 엣지있고 진지하다.” 고등학교 합창단 이야기, 라는 줄거리 때문에 <하이스쿨 뮤지컬>과 비교당하는 <글리>에 대해 출연 중인 한 배우가 덧붙인 설명이다. 확실히 <글리>에는 꽃남 꽃녀도 없고, 달큰한 러브라인도 뒷전이다. 사실 드라마 <글리>의 합창단 ‘뉴디렉션’에 모인 학생들은 흑인, 게이, 아시안, 장애인, 왕따 등 재능은 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이다. 숨 죽이고 수그려야 하루가 무사할 아이들이 모였으니 매사 쉬울 리 없다. <글리>는 이 아이들이 고치에서 벗어나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 거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드라마다.
2009년 5월, <FOX>는 <글리>의 파일럿을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즌 파이널 방송 직후 내
[2009 미드] 십대·성장물/ 꽃보다 십대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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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거타운> Cougar Town | ABC
신선도 8 (10점 만점) | 타깃 연령 40대 | 시청자 수 945만명 (3회 평균)
“쿠거”(cougar)란? 사전적으로는 퓨마와 친척뻘인 고양잇과의 야생동물을 지칭하지만, 미국에서 속어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는 연하의 남자친구를 가진 중년 여성을 일컫는다. 발톱을 세우고 먹잇감을 휘어잡는 ‘능력 좋은 누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쿠거타운>에서 그녀의 사냥을 추동하는 것은 남다른 입맛이라기보다는, 궁지에 몰린 여자의 마지막 수에 가깝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주인공 줄스(커트니 콕스)의 나체인데, 여기서 카메라가 주목하는 것은 늘어진 살거죽과 주름, 지방덩어리다. 세월에 백기를 내준 패장으로서의 육체. 단도직입적인 오프닝의 선언처럼, <쿠거타운>은 40대 미국 싱글여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코미디다.
줄스는 철없고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10대의 아들을 키운다. 20대
[2009 미드] 드라마/ 골드미스와 노처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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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 되면 미국은 들썩인다. 메이저리그 야구 포스트 시즌이나 NFL 개막 같은 스포츠계의 빅 이벤트와 함께 공중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새 시즌을 시작하는 까닭이다. 최근 개막된 2009년 미국 드라마 가을 시즌은 일단 <NCIS> <CSI> <그레이 아나토미> <크리미널 마인드> <하우스> <위기의 주부들> 같은 전통의 강호들이 시청률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 시작한 시리즈들이 서서히 시청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NCIS>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NCIS LA>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 경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새 드라마들은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평가다. 새 미드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적지 않다. 특히 케이블 채널 tvN이 10월19일부터 미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한 <포가튼> <글리> <쿠거타운>을
[2009 미드] 안 보면 후회합니다, 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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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꿈을 경유하며 현실을 이야기하려 한다.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접하는 짜증스러운 세력 싸움 대신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할 때 대통령 개인의 행복도 따라온다는 소박한 믿음으로 충만하다. 장진 감독을 만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굿 프레지던트.’ 제목의 자막이 뜨는 첫 순간은 이러하다. 그리고 재빠르게 ‘굿’과 ‘프레지던트’ 사이에 ‘모닝’이 들어간다. 어찌 보면 타이틀 디자인만으로도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전체 얼개를 단숨에 눈치챌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다정한 웃음을 선사하는 멋진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감독은 “사실 이건 꿈이잖아. 이런 대통령 없다는 거 우리 모두 다 알잖아”라고 슬쩍 눙치면서, 대신 대통령들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며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보자는 권유를 덧붙이는 셈이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장진 감독이 오랜
키득거리며 훔쳐보는 선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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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9>을 만들며 특정 작품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SF광이었던 감독 본연의 취향은 영화 곳곳에서 명백한 레퍼런스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삐져나온다. 그 숨은그림찾기 또한 ‘보는 이들이 SF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즐거움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SF평론가이자 번역가 김상훈이 <디스트릭트9>에서 발견할 수 있는 SF소설과 영화의 레퍼런스들을 추적했다.
<디스트릭트9>은 SF의 전범을 충실히 답습하면서도 배경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문화·정치적 특수성을 액션영화의 틀에 무리없이 융합한 수작이다. 이 영화의 관객이 느끼는 ‘신기함’은 해당 장르에 대한 그 관객의 친숙도와 정확하게 반비례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모방적 성향이 강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종종 SF의 메타기법의 하나로 간주되곤 하는 환골탈태의 묘를 살려 클리셰의 함정에 빠지는 일 없이 SF의 현지화·토착화에
<에이리언>,<E.T>가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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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직후부터 미국 언론은 흥분으로 들끓었다. ‘놀라운 걸작’이거나 ‘SF의 미래를 보여준 작품’ 등의 호평이 경쟁하듯 쏟아져내렸다. <디스트릭트9>은 과연 SF영화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까? 일견 익숙한 플롯, 낯선 공간과 인물의 조합, SF의 진입장벽을 능란하게 조절하는 감독의 솜씨 등은 이 ‘인디 SF영화’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일까? SF작가 배명훈이 <디스트릭트9>을 꼼꼼하게 읽었다.
국내에 몇 되지도 않는 SF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자고로 SF는 참신해야 한다.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며 기발하고 기상천외해야 한다. 데뷔하자마자 나의 글에는 곧 그런 수식어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발칙한 상상력’, ‘도발적인 젊은 신인’. 젊고 새롭다는 것은 언제나 좋다.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데뷔한 지 햇수로 5년이 지났을 때, 나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디스트릭트9> 가슴 벅찬 원형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