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 앤더슨이 로알드 달의 <멋진 여우씨>를 원작으로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만들었다. 독창적인 두 예술가가 왜 이제야 만났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다. 이 기묘하게 우아하고 기겁하게 웃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은 지금껏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로알드 달 원작 영화인 동시에, <러쉬모어>에서 <다즐링 주식회사>까지 이어져온 전형적인 웨스 앤더슨표 영화다.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10 영화 중 한편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12월24일 개봉한다. 대체 웨스 앤더슨이 어떤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버린 것인지 프로덕션의 뒷이야기들을 캐내봤다.
로알드 달의 아동용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왜 로알드 달의 책들이 아동용 코너에만 놓여 있는 거지? 생각해보라. 로알드 달의 몇몇 소설은
웨스 앤더슨의 끝내주는 인형놀이
-
최동훈 감독이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전우치> 촬영 에피소드
12월23일 개봉하는 <전우치>는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을 지향하는 대중영화다. 어깨에 힘을 뺀 채 시종 경쾌한 리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양새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 같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을 닮았고, 하늘을 붕붕 날며 펼치는 봉술이나 하얀 연기와 함께 변신이 이뤄지는 둔갑술은 판타지의 한국적 양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8개월 넘도록 진행된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전우치 역을 맡은 강동원이 “기술시사를 보는데 매 장면 고생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가슴 한구석이 찌릿찌릿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우치>의 현장 사진을 보며 최동훈 감독이 들려준 뒷이야기는 결국 관객에게 즐거움과 쾌감을 선사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전우치>의 배우, 스탭들의 땀과 눈물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전우치>
강동원이 120층을 걸어올라갔다?
-
1995년
제임스 카메론이 고교 시절부터 구상한 <아바타>의 아이디어를 마침내 80페이지짜리 트리트먼트로 완성하다.
1996년
<타이타닉>의 촬영을 끝낸 카메론이 모든 배우를 디지털 액터로 대신하는 1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차기작으로 만들 거라 공표하다.
1997년
카메론은 자신의 특수효과회사 디지털 도메인과 함께 97년 말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다. 그해 12월 <타이타닉>이 개봉해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다.
1998년
<타이타닉>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11개 부문을 휩쓸다. 카메론,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거만한 수상소감으로 세상의 미움을 사다.
2001년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다. 피터 잭슨이 모션 캡처 기술의 집약체인 골룸을 카메론보다 앞서 탄생시키다.
2003년
카메론은 3D 기술을 시험할 겸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심해
신세계는 이렇게 창조됐다
-
제임스 카메론의 12년 만의 신작 <아바타>가 12월17일 개봉한다. 아직 영화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자시사회도 12월11일로 느지막이 예정됐다. 올겨울 전세계 영화계의 가장 거대한 이벤트가 될 <아바타>의 개봉을 기다리며 제작과정의 비밀들을 한번 들춰봤다. 무시무시한 기술적 진보와 더 무시무시한 인간적 집념. 그게 바로 키워드다.
<아바타>는 대체 어떤 영화인가. 주연배우 샘 워딩턴이 답한다. “<아바타>가 어떤 영화냐고? X나 기겁할 만한 괴물이다. 사람들 궁둥이를 뻥 하고 걷어찰.” 이 호주 배우답게 입 걸기로 유명한 남자의 말을 한없이 믿고 싶긴 하지만. 글쎄. 샘 워딩턴은 제임스 카메론이 발굴하다시피 한 배우다. <터미네이터4>의 주인공으로 샘 워딩턴을 추천한 것도 카메론이었다. 그러니 이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바타> 찬양은 신에 대한 찬양이나 마찬가지다. 일종의 종교랄까. 심지어 샘 워딩턴은 지난
그 진보, 그 집념, 무시무시하구나
-
-
서울독립영화제2009 12월11일부터… 경향을 알 수 있는 추천작 15편을 소개함
서울독립영화제2009가 12월11일부터 18일까지 9일 동안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다. ‘치고 달리기’(Hit & Run)라는 야구용어를 슬로건 삼은 이번 영화제 출품작은 모두 722편. 지난해보다 100편 이상 많아졌다. 이중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를 비롯한 45편의 작품이 예심을 거쳐 경쟁부문에서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은 지난해 ‘인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선정된 민용근, 이유림, 장훈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원 나잇 스탠드>. 제목처럼 하룻밤의 섹스가 공통 주제다. 국내 초청부문에선 이지상 감독의 <몽실언니>, 애니메이션 <산책가> 등 24편이 상영된다. 장률 감독 특별전과 라야 마틴의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 등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도 해외초청 부문에 마련됐다. 올해 독립영화의 경향을 한눈
명랑하다 재미난다 독립영화탐구생활
-
올해 칸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스타는 안젤리나 졸리도 브래드 피트도 아니었다. <뉴문>과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을 홍보하러 온 로버트 패틴슨이었다(<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지난 10월 CGV 무비꼴라쥬 상영작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젊은 영국 배우를 향한 팬과 미디어의 열광은 지중해를 통째로 끓일 지경이었는데, 올해 칸영화제의 날씨가 예년보다 더웠다는 보도도 있긴 하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물론 없다. 10여분 남짓 주어진 단독 인터뷰를 위해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영화사 사무실로 갔더니 로버트 패틴슨이 불쑥 들어왔다. 이틀만 거닐어도 절로 선탠이 되는 지중해 해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얼굴을 보는 순간, 녹음기 대신 목을 들이밀 뻔했다.
-나 말고도 인터뷰할 기자들이 산처럼 모여서 기다리던데 정말 정신이 없겠다.
=엊그제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을 끝내고 날아온 거다. 이제 곧 다시
[로버트 패틴슨] “이별장면이 잘못 나오면 끝장”
-
바야흐로 소녀들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11월20일 북미에서 개봉한 <트와일라잇>의 속편 <뉴문>이 무서운 기세로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폭발적인 개봉 첫날 미드나잇 상영을 토대로 난공불락이라 여겼던 <다크 나이트>의 1일 최고 수익 기록을 탈환하더니, 역대 개봉 첫주 수익 1위까지 동시에 거머쥐기에 이르렀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녀들의 환호에 안 그래도 예민한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기이한 소동극은 뭘 의미하는가. 캐서린 하드윅에게 메가폰을 물려받은 크리스 웨이츠, 아니 작가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이토록 많은 여성 팬이 열광적으로 소설을 암기하고, 팬 카페를 만들고, 촬영장을 급습하고, 포크스를 성지순례하고, 영화적 완성도를 의심하는 일부 관객과 스크롤바를 내리다 지칠 만큼 끈질기게 논쟁하는 까닭은 대체 뭘까. 스테파니 메이어의 베스트셀러 ‘트와일라잇 사가’의 두 번째 편을 원작으로 한
<뉴문> 소녀시대 순정을 거머쥐다
-
예술가란 평생 늘 비슷비슷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스트라빈스키나 피카소처럼 영역이 은근히 넓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예술가는 둘 중 하나다. 그냥 편안하게 자기 영역에 안주해 자기 반복을 계속하거나, 어색하게 영역 주변을 맴돌다가 결국 자기 영역으로 돌아오거나. <순풍산부인과> 이후 김병욱은 늘 후자였다. 그는 늘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소방서를 무대로 한 직장 드라마가 되고 싶었다. <똑바로 살아라>는 노무현 캐릭터를 이용해 연예계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는 장르 패러디를 의도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위기의 주부들>식의 추리물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대부분 호랑이 가부장을 둔 대가족 코미디의 익숙한 형식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지 못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장르나 새로운 시청 환경에 대한 어떤 준비도
<지붕 뚫고 하이킥!> 신대륙 발견? 영토의 반대편!
-
“힘이 부쳐 일일시트콤은 더이상 못하겠다”는 김병욱 PD의 토로를 처음 들은 것은 <순풍산부인과> 때였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09년 가을에도 그는 여전히 일일시트콤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다. 수면 부족과 자학에 시달리는 초췌한 얼굴도, 쑥스러워하면서도 능수능란한 연출의 손길도 그대로다. 다만 김 PD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당연히 어느 전작보다 마음에 든다고 담담히 확언한다. 40회까지는 초기 구상대로 달려왔지만 촬영 스케줄이 점점 목을 죄어오면서 “권투로 치면 클린치와 홀딩을 하며 허덕이고 있다”고 자평하는 김병욱 PD. 눈을 질끈 감고 그의 귀한 시간을 약탈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을 끝내고 나서 영화판 제작과 미니시리즈 기획이 있었던 걸로 안다.
=2007년 7월 <하이킥>을 끝내고 9월부터 30억원 예산의 영화를 준비했다. <하이킥>
[김병욱] “<지붕킥>은 1980년대적인 이야기”
-
*등장인물 (배우명)
이순재 (이순재)
떡볶이 가게에서 출발해 벌떡 일어선 F&B 회사 사장. 급식 납품하는 풍파고 김자옥 교감과 연인 사이다. 열정을 감당 못하는 체력 때문에 병치레와 부상이 잦다. 중증 방구쟁이로, 비서가 악취를 참다 못해 퇴사했다. 애인을 기쁘게 하는 말이라면 일단 뱉고 보는 통에 뒷수습이 힘들다. 일례로 1만 마리 종이학을 보름 만에 접느라 졸지에 109명의 고용을 창출, 개성공단 일손까지 동원했다.
김자옥 (김자옥) 풍파고 교감. 한옥 집주인으로 정음, 줄리엔, 광수, 인나에게 세를 주고 있다. 학생 젖꼭지를 꼬집는 버릇으로 ‘변태’로 불리지만 셀프 이미지는 “이슬만 먹고 사는 소녀” 혹은 “걸어 다니는 네잎 클로버”다. 이미지를 깨는 일을 극도로 혐오해 엉덩이로 이름 쓰는 벌칙, 딱밤 맞기 등을 당하면 깊은 원한을 품는다. 잘 때는 갈래머리, 여행시 대형 곰인형을 동반한다. 내숭이라면 질색인 순재의 딸 현경과 천적지간.
정보석 (정보석)
<지붕 뚫고 하이킥!> 주요 캐릭터 사전
-
하루는 배를 잡고 웃다 눈물을 찔끔거리고, 하루는 애처로워 눈시울을 붉힌다. 꼬박꼬박 회당 두개의 시추에이션을 완결시키면서도 인물들의 운명에 연연하도록 관심을 붙들어놓는다. 오후 7시45분대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극본 이영철·이소정·조성희, 연출 김병욱·김영기·조찬주)이 우리를 정신 사납게 만들고 있다. 인기도 김병욱 PD의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 못지않다. 일일시청률 (11월5일 TNS미디어 집계)이 20% 고지에 올랐고 광고 판매율도 100%를 웃돈다는 소문이다. 120회로 예정된 시리즈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이즈음 <씨네21>이 일산 드림센터 제5스튜디오의 ‘지붕 없는’ 순재네 집을 방문했다. 김병욱 시트콤을 꾸준히 지켜보아온 듀나의 글과 PD의 중간소감도 듣는다.
“시트콤이라며~!” “다섯살짜리 딸이 시트콤 보다가 울었어요.” “상식적인 선에서의 시트콤을 원합니다.” “왜 시트콤을 보면서 걱정을 해야 할까요?
<지붕 뚫고 하이킥!> 울다가 웃다가… 정신 사나워 죽겠어!
-
드라마 <백야행>과 영화 <백야행>을 비교해보니
<백야행> 소설과 (일본판) 드라마, 그리고 (한국판) 영화 중 가장 나은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가 ‘더 나쁜’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은 확실하다. 재미있게도 <백야행> 드라마와 영화의 딜레마는 여타 소설을 극화한 경우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할 때는 글로 설명 가능했던 잔가지를 쳐내고 영상으로 효과적인 방식의 구성이 되도록 이야기를 뒤집어엎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화를 결심하게 만들었던 촘촘한 이야기는 넝마가 되곤 한다. <백야행>은 그 반대의 경우. 소설에 없는 것을 드라마와 영화가 채워넣고자 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 가장 결정적인 어떤 것을. 그들의 범죄행각은 행동을 그리기만 해서 이해될 수준의 것이 아니다. 원하는 대상이면 ‘누구라도’ 강간하고 살해하고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유령처럼 존재하는 일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한평
<백야행>을 보는 네 가지 시선 [4] 이다혜
-
징징거리는 신세 한탄으로 가득찬 신파… 범죄묘사도 최악
박신우의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각색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관객이 무엇을 원작으로 보고 영화관에 들어오는지 알아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인가, 아니면 그 원작 소설을 각색한 일본 드라마인가. 그리고 내가 여기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원작 소설 독자의 입장이다.
우선 <백야행>의 소설이 어떤 작품인지 간단히 정리하겠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10여년에 걸친 두 범죄자의 긴 범죄행각과 그를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추리소설이다. 단지 여기서 작가는 하나의 형식적 실험을 하는데, 그것은 범죄자나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신 챕터마다 그들과 엮이게 되는 피해자나 부수적인 인물들을 한명씩 선정한 뒤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거의 끝나는 후반부에야 표면에 떠오른다.
글쓰는 사람에겐 분명 매력적인 아이디어지만 <
<백야행>을 보는 네 가지 시선 [3] 듀나
-
소설 속 사회적 배경을 전부 삭제했다는 걸 감안해서 봐야
소설의 영화화는 대체로 욕을 먹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을 ‘디폴트’라 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 대한 혹평은 좀 놀라울 정도로 가혹해 보인다. 몇몇 리뷰를 읽어본 결과, 반대 의견은 대체로 두 가지로 수렴된다. 20여년에 걸친 시간을 오가며 일본사회의 변화상을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관시키는 방대한 원작의 힘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 주인공의 처연한 삶에서 치밀한 미스터리와 하드보일적 감각을 삭제한 채 ‘신파’ 멜로드라마로 바꿔버렸다는 것. 역설적으로 나는 영화 <백야행>의 그런 선택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보는 쪽이다. 아마도 똑같은 사실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건 결국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체적인 작품 세계와 감수성에 대한 호불호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수많은 일본 작가 중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는 단연 ‘남성팬’이 다
<백야행>을 보는 네 가지 시선 [2] 김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