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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어둠의 아이들> 개봉에 맞춰 방한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인터뷰어를 자청했다. <멍텅구리: 상처입은 천사>(1998), <의리없는 전쟁>(2000) 등 일본에서는 최양일 감독과 더불어 선 굵은 남성적 터치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사카모토 준지는 봉준호 감독이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산세바스티안영화제를 찾았을 때 만나 지금까지 ‘형님’으로 모시는 감독이다. 서로의 영화가 촬영 중이거나 개봉할 때, 서울 혹은 도쿄에서 만나 술잔을 비우며 우정을 쌓아온 게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됐다. <어둠의 아이들>을 보면서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힘이 놀라웠다’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은 어린 배우들의 연기, 실화의 영화화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해줬다. 오랜 우정만큼 무거움과 유쾌함이 자연스레 오간 그들의 대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마더> 때 후지야마 나오미 얘기가 많이 생각났다
봉준호: 10년 전 산세바스티안영
10년지기 봉준호, 사카모토 준지 감독을 만나 그의 신작 <어둠의 아이들>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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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
월트 디즈니는 스튜디오를 차리는 그 순간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애니메이션 버전을 무척 만들고 싶어 했다. 문제는 각본이었다. 무려 열명이 넘는 각본가의 손을 거치며(심지어 올더스 헉슬리도 포함된다) 최선을 다해 ‘가족 애니메이션’을 지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여쁜 악몽의 비전은 여전히 섬뜩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욕심 많은 바다표범이 어린 굴을 꼬드겨 포식하는 장면은, 그리고 어린 앨리스가 형형색색 꽃들에게 구박당하고 쫓겨나는 장면은 그 시대 어린이들에게 큰 충격이었으리라. 디즈니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흥행에 실패했다. 지금에 와서는 ‘가장 매혹적인 실패작’이라고 불리며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뭐?>(1972)
로만 폴란스키가 이런 괴작을 만들었던 흑역사도 존재한다. 여기서 앨리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히치하이커 낸시로 바뀐다. 미친 모자장수는 전직
디즈니 애니메이션부터 하드코어 포르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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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니면 누구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든다면 대답은 딱 하나다. 팀 버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나치게 어울리는 소재와 감독이 만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오랜 할리우드의 교훈을 말이다. 어쨌거나 팀 버튼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프로덕션디자인과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시키는 할리우드 판타지의 관습을 양손에 들고서 루이스 캐럴의 고전을 업데이트했다. 그래서, 그게 성공적이냐고?
인류 역사상 가장 괴상한 아동소설의 고전이라면 당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연작이다. 아동용 개정판으로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꺼내든 어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험을 했을 거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은 기묘하고 기이하고 기괴한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세계다. 수수께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숙한 앨리스가 팀 버튼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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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인가, 란 질문을 던졌을 때 <어바웃 어 보이>의 윌 프리먼은 당연히 “모든 인간은 섬”이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 <인 디 에어>의 주인공도 그와 비슷한 대답을 내놓을 법한 남자다. “우리는 떼를 지어 사는 백조가 아닙니다. (혼자 살아가는) 상어죠.” 그에게는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도, 징징거리는 아이도, 다달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집도 없다. 가벼운 인생을 찬양하는 그는 남들에게도 인생의 무게를 덜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이란 배낭에 넣고 다니는 짐 같은 겁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무거운 짐이죠. 짐을 다 버리고 나면 정말 상쾌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배낭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그의 이름은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사는 곳은 ‘공중’(up in the air)이다.
이 주인공, 마냥 좋아해도 되나
<인 디 에어>는 자유롭게 부유하던 이 남자가 어느 날 이상기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빙햄의 직업은 ‘
[must see] <인 디 에어> 이 사람입니까? 이 인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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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를 향한 영화계 안팎의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자 영진위는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진화를 시도했지만 궁금증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공모 심사 결과가 일부 드러나면서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이사장 장원재),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로 선정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사장 최공재) 등에 대한 특혜 시비는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조작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월4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번에 걸쳐 이뤄진 영진위의 사업 공모 과정은 오점투성이다. 시민영상문화기구는 1차 공모 평가 결과 ‘꼴찌’였던 문화미래포럼의 사업계획서를 고스란히 넘겨받아 2차 공모에 응했고 1등이 됐다. 시민영상문화기구는 문화미래포럼의 사업계획서에 4페이지짜리 ‘중기 계획안’만을 추가했을 따름이다. 1차 공모에서 4개 단체
누구를 위한 영진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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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인터뷰 장소로 성큼성큼 들어온 그는 피곤해 보였다. 성룡의 전용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영화제에서 19일 아침 막 돌아왔다고 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세번이나 울음을 삼켰다는 유승준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었다. 영화에 관한, 또는 성룡에 관한 질문에는 차분하게 대답하던 그는 한국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면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목소리가 얇아졌다.
-한국 언론과 오랜만의 만남이다.
=솔직히 지면 인터뷰는 나름대로 많이 했다. TV가 많이 민감했지. 처음엔 내가 언론에 마음을 열면 한국이 나를 용서해줄까 싶었지만 늘 결과가 가슴아팠다. 처음엔 사정해서 인터뷰하자고 하고, 그래서 했더니 나만 두번 죽고. 그 이후로는 마음을 많이 비운다. 영화 인터뷰를 하는 거라 생각하고 배우로서 진솔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한다.
-첫 영화로 베를린영화제에 갔다. 기분은 어떤가.
=좋았다. 형님(성룡을 지칭) 전용 비행기도 타고, 출세했지 뭐. (웃음)
-현지에 가
[유승준] “어떻게든 성룡 형님과 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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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최대의 명절이라는 춘제 연휴의 막바지, 2월19일의 홍콩은 흐리고 차가웠다. 날씨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호들갑스러운 행사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피로와 여운이 행인들의 표정 속에 짙게 배어 있었다.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콩의 밤거리는 불야성이었다. 그곳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 쇼핑몰의 위용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은 또 다른 축제를 예고하는 듯 이방인의 가슴을 뒤흔들어놓았다.
실제로 이곳에는 작은 축제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맥스 영화관 입점으로 침사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쇼핑몰 아이스퀘어에서 성룡과 왕리홍(<색, 계>)이 주연을 맡은 코믹액션사극 <대병소장>의 홍콩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린 것이다. 이 영화는 주로 할리우드와 홍콩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성룡이 중국에서 제작, 기획, 무술에 출연까지 맡은 첫 번째 작품이다. 무려 20여년 전 이미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나 영화화에 적합한 분량의 시나리오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웃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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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지만 상징적 정치인을 소재로 한 세편의 영화가 몇주 간격으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로버트 F. 케네디를 역사의 기념비로 상정하고 당대의 미국을 그 아래 모이게 한 <바비>가 먼저 왔고, 하비 밀크라는 정치적 개척자의 개척사를 보여주다 아름다운 꿈이 끝나는 것처럼 그의 생도 함께 멈추는 영화 <밀크>가 다음에 왔다.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가 지금 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앞선 두 영화의 주인공이 모두 암살당하고 현실이 잠재적 가능성과 함께 그 다음 세대에 넘겨진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믿지 못할 만큼 고전적 태도로 당대의 희망과 승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인권운동가로 27년간 수감되었다가 석방되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인류의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넬슨 만델라에 관한 전기로 알려져왔는데, 그러니까 그건 잘못 알려진 것 같다. 무엇보다 전기물이 아니다. 한
[must see] <…인빅터스> 지금 사랑하는 지도자와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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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말들이 많습니다. 오스카 후보 선정은 예년처럼 이변의 연속이었고, 작품상 후보가 10편으로 늘어나는 등 변화도 많았습니다. 2010년 오스카를 기다리며 살펴보는 오스카 5문5답.
Q. 올해는 오스카 작품상 후보가 10편이라던데요. 대체 왜 그런 거죠.
A.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오스카가 내세우는 이유는 심사에 좀더 공정성을 기하고 싶어서랍니다. 지난해 비평가협회상을 휩쓸었던 <다크 나이트>와 <월·E>가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되자 오스카의 선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일시에 폭발했었죠. 하지만 작품상 후보를 10편으로 늘린 진정한 이유가 과연 공정성 때문일까요? 원래 오스카는 공정성 따위에 그리 신경쓰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시청률입니다. 오스카 시상식의 시청률은 특히 지난 몇년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크래쉬>처럼 대중에게 크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이 주요 후보에 오르고 상을 쓸어간
작품상 후보가 늘어났으니 더 공정해진다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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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주인공 제니에게 반하는 건 시간문제다. 마찬가지로 젊은 영국 여배우 캐리 멀리건에게 반하는 것도 시간문제다(그녀와 데이트 중인 샤이어 라버프도 그랬을 거다). 멀리건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일찍 깨달았기 때문일까.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10대 땐 뮤지컬 극단에 들어갈 생각만 했죠. 2년 동안 ‘레 미제라블’ 티셔츠만 입고 돌아다녔을 정도라니까요.”
<교육>의 열여섯 제니에게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도 멀리건의 연기다. 제니는 띠동갑도 넘는 아저씨 데이비드(피터 사스가드)와 사랑에 빠진다. 둘의 첫 만남을 그린 장면이 압권인데, 첼로 가방을 들고 비를 맞으며 걷는 제니에게 값비싼 자동차 브리스톨을 몰고 가던 데이비드가 작업을 건다. 1960년대 영국 중산층 집안의 딸이면서,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고,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인 영민한 소녀의 심리가 이 한 장면에 압축된다. 이후
[캐리 멀리건] 단숨에 사로잡힌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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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켄드릭은 <인 디 에어>에서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후배인 나탈리 키너를 연기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출장 대신 화상통화로 해고를 통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파견생활을 사랑하는 라이언에게 악몽을 안겨준다. 라이언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안나 켄드릭의 연기는 마치 키를 늘였다 줄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신만만한 미소로 제안을 설명하는 첫 등장에서 실제 155cm의 키를 가진 그녀는 180cm가 넘는 조지 클루니를 압도한다. 하지만 나탈리가 약혼남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며 라이언의 품에 안겨 울 때, 그녀는 꼭 징징거리는 막내 여동생처럼 보인다.
안나 켄드릭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벨라의 친구인 제시카를 연기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트와일라잇>의 스타들 가운데 처음으로 레드 카펫을 밟게 되리라는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영화예매 사이트인 ‘판당고’는 “<트와일라잇&g
[안나 켄드릭] 작은 거인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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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라이트먼의 트위터에 직접 물어봤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기분이 어떤가. 놀랍게도 그는 약 20시간 뒤 답변을 달아줬다. “<주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을 때, 아버지가 오스카 부스에 전시될 내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번에는 사진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옆에 서 있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고스트 버스터즈> <유치원에 간 사나이> 등을 연출한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이다. 그리고 <인 디 에어>는 이들이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영화다. 덕분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부자의 이름이 함께 올랐다. 말하자면 제이슨 라이트먼의 <인 디 에어>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일종의 효도선물이다. 만약 <인 디 에어>가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이들은 소감을 함께 말한 첫 번째 부자로 아카데미 트리비아에 기록될 것이다.
혹자는 그를 부모 잘 만난 운 좋은 아들로 볼 것이다(엄마인 주느비에브 로베르 역시 영화감독이었다). 본인도 아버지의 도
[제이슨 라이트먼] 코미디로 세상의 빛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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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배우의 귀환이다. 제프 브리지스의 <크레이지 하트>는 지난해 미키 루크의 <더 레슬러>와 많이 닮아 있는 영화로 점점 사라져가는 미국의 컨트리음악에 대한 향수와 늙어가는 뮤지션의 모습을 담은 독립영화이다. 컨트리뮤직텔레비전에서 제작했지만 한동안 극장 배급 자체가 불확실해 보이던 <크레이지 하트>는 지난해 가을 극적으로 폭스 서치라이트를 통해 배급망을 확보한 뒤,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에 대한 찬사를 바탕으로 소리소문없이 제작비 700만달러를 회수했다. 그리고 3월 오스카 수상식을 앞둔 지금 한창 달아오른 <크레이지 하트>에 대한 관심은 제프 브리지스의 첫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제프 브리지스는 배우 로이드 브리지스의 아들이자 보 브리지스의 동생으로 그야말로 할리우드 배우 집안에서 자라났다. 71년 데뷔작 <라스트 픽처쇼>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74년작 <대도적&g
[제프 브리지스] 유쾌한 완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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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불럭과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를 말하라면 그건 바로 ‘엄마’다. 그녀의 올해 나이 45살. 이미 엄마가 되었어도 한참 전에 되었을 나이지만, 여전히 불럭은 잘 짜여진 가족의 일원이기보다 이제 막 둘이 되려는 독신녀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도시 여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세련된 얼굴과 차분한 목소리, 오피스룩을 위해 태어난 듯한 몸매가 이러한 이미지 조성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어찌됐든 ‘제대로 교육받고 곱게 자라난 중산층 전문직 여성’이 바로 샌드라 불럭에게 관객이 기대하는 모습이며, 그녀 역시 이러한 이미지를 반복·변주함으로써 로맨틱코미디 장르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이른바 ‘오피스 로맨스의 여왕’이라고나 할까. 사회의식 투철한 환경전문변호사 역을 맡아 철없는 부동산 재벌(휴 그랜트)과 사랑에 빠지는 <투 윅스 노티스>, 워커홀릭에 한 성격 하는 노처녀로 등장해 연하남 부하직원(라이언 레이놀스)에게 길들여지는 <프로포즈>가
[샌드라 불럭] 로맨틱코미디의 갑옷을 벗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