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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읽기 권장 지수 ★
패러독스 지수 ★★★★
고다르의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지수 ★★★★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일상에 휩싸이던 어느 찰나, 문득 우리 속 심연이 말을 걸어온다. 네가 처음에 가고자 했던 곳은 어디냐? 지금 당신의 모습이 정말 처음에 원한 것과 같아? 그제야 떠오르는 <극장전>의 마지막 대사. “생각을 해야한다. 끝까지 생각하면 뭐든 고칠 수 있다. 생각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이제 이 질문을 영화한테로 돌린다. 영화를 생각하다 혼란에 빠질 경우 보아야 하는 지평,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고다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영화는, 그렇게나 고다르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데이비드 스테릿이 엮은 <고다르X고다르>는 고다르의 장편 데뷔작인 <네 멋대로 해라>가 나온 2년 뒤, 그러니까 <비브르 사 비>가 개봉된 1962년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1996년 <필름 코멘트>
장 뤽 고다르의 34년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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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시네필 지수 ★★★★★
정성스런 번역지수 ★★★★
읽고나서 일본영화 지식 증폭지수 ★★★★
<일본영화의 래디컬한 의지>의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는 이미 1993년에 “동아시아에서 활약하는 28명의 감독들을 열전의 형태로 다루어, <전영풍운>이라는 책을 상재한 적이 있다”. 한국, 중국, 타이완, 홍콩, 필리핀,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에 대한 감독론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영화사의 전반적인 개설과 북한의 영화 상황에 대한 논문을 덧붙였”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다음 요모타 이누히코는 외국의 친구들에게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왜 당신은 동세대의 일본 감독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는가? <일본영화의 래디컬한 의지>가 실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월간지 <세카이>에 1997년 7월호부터 1998년 12월호에 걸쳐 <전영풍운, 일본 영화의 신예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이고 이후 대폭 수정 보완을 통해 19
80년 이후 일본을 이끄는 전영풍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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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봄 펴냄
스타 등장 지수 ★★★
시각 자극 지수 ★★
다독 요구 지수 ★★★★
빨리 구입하라고 권할 만한 사진집은 아니다. 그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빔 벤더스의 카메라는 시신경을 자극할 요소들을 찾아내고 추출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시간과 공간과 인물을 ‘극적으로’ 포착하려고 안달하지도 않는다. 더 다가갈 수 있는데도, 더 물러설 수 있는데도, 빔 벤더스의 ‘눈’은 언제나 모호한 위치에서 서성인다.
하지만 이러한 망설임은 대상을 대하는 그의 확고한 태도다. 늙은 텍사스 카우보이(280∼284쪽)를 보라. 빔 벤더스는 카우보이에게 다가가서 그의 육체에 새겨진 굵은 주름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나에게 사진은 보는 것보다 듣는 행위에 더 가깝다.” 언젠가 빔 벤더스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한번은,>에 담긴 수백장의 이미지들 역시 주목보다 경청을 요한다. 구부정한 허리와 느린 걸음걸이의 카
풍경의 이야기를 들어봐 ·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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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극장 단성사 1907-1939> 이순진 지음 / 한국영상자료원 펴냄
학술적 가치 지수 ★★★★★
자료 활용도 지수 ★★★★
간편한 휴대성 지수 ★★★
영화 <접속>이 인상적으로 포착했듯 종로라는 공간은 개인의 영화 경험을 환기시키는 정서 공간이자, 그 경험을 공유하는 대중의 무의식이 자리잡은 대중지성적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진의 <조선인 극장 단성사 1907-1939>는 식민지 시대 조선인 영화체험의 중심 공간이던 단성사의 위상을 복합문화생산의 맥락으로 풀어낸 알찬 학술서적이자 영화사적 증언이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 조선인 대상 활동사진 상설관으로 출발했던 단성사의 등장, 번영, 몰락을 다루고 있다. 1907년 구극 공연장으로 설립된 단성사는 1918년 흥행의 귀재 박승필에 의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활동사진관으로 재편되었다. 키네오드라마, 키노드라마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동사진의 일부로 도입하며 변사와 악사
오래된 극장에서 조선영화의 힘을 보다 · 불꽃처럼 살다간 30년대 중국의 국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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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등 도판 수록 지수 ★★
한 분야 깊이 파기 지수 ★★★
필자의 준비성과 박식함 지수 ★★★★
“나는 많은 것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사람이다. (…) 나는 타이완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요즘 독립을 강력히 원하는 타이완 토박이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중국으로 되돌아간다면, 그곳에서는 타이완인이다. 현재 나는 미국에 살고 있고 어디를 가든 이방인 같은 존재다. 진정한 정체성을 찾기 힘든 것이다.” _1993년 리안의 말
리안은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중국 문화권의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영국의 고전과 미국 역사, 대중문화를 자신의 영화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리안 영화가 다루고 있는 쿵후, 제인 오스틴, 남북전쟁, 헐크, 우드스톡 사이의 공통점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광범위한 스펙트럼이 리안의 영화세계에서는 하나로 묶인다. 정체성과 아이러니, 이것은 리안을 관통하는 단어다. 이 두 단어조차 사실은 아이러니한 정체성이라고 묶을 수 있다. 타이완 스신대
경계를 허무는 이방인,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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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 잭 C. 엘리스, 베시 멕레인 지음, 허욱, 김영란, 이장욱, 김계중, 노경태 옮김 / 비즈앤비즈 펴냄
이해 안되는 오탈자 출현 지수 ★★★☆
좋은 도판이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 지수 ★★★★
이 책 읽고 다큐멘터리에 관심 가질 지수 ★★★★
두명의 저자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잭 C. 엘리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이름이다. 국내에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도 없고, 데이비드 보드웰이 쓴 <세계 영화사1, 2, 3>도 없던 때다. 그때에 믿을 만한 영화사 번역서로 꼽히던 것이 잭 C. 엘리스가 버지니아 라이트 웩스만과 함께 써냈던 <세계 영화사>(이론과 실천 펴냄, 1990)였다. 감독 이름과 영화 제목을 열심히 외우던 시기라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를 마주하고 보니 이 사람이 영화사를 기술하는 방식에는 이야기꾼의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 · 영화와 문학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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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골라이틀리와 캐리 브래드쇼의 도플갱어 지수 ★★★★
오드리 헵번의 쌩얼 지수 ★★★★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티파니에서 아침을> 관람자극 지수 ★★★★★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64년의 인생을 카메라 앞에서 살았고, 한 여자는 스크린 위에서 2시간을 살았다. 그 여자들의 이름은 오드리 헵번과 홀리 골라이틀리다. 순수의 상징이자 “미국 딸들의 롤모델” 그리고 마침내 고결하게 삶을 마감한 헵번과 달리 50달러에 웃음을 팔고 책임감보다는 욕망과 본능에 의해 몸을 움직이는 골라 이틀리는 일견 극과 극의 캐릭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우 헵번은 골라이틀리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관습적인 기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영화 속 골라이틀리는 배우 헵번을 만나면서 그저 천박한 속물이 아닌 자신의 삶을 즐기는 싱글걸, 시대를 앞서는 여성 캐릭터로 사랑받을 수 있었다. 빌리 와일더가 말한 대로 “혼자 힘으로 풍만과 육감의 시대를 바꾸어버린” 셈이다. 그렇게 한 시
그리고 60년대의 여성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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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서점을 찾았습니다. 영화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중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정성스럽게 골랐습니다. 리안의 영화세계를 탐구하는 이론서도, 중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롼링위의 삶을 그리는 평전도, 일본 영화감독들에 관한 꼼꼼한 감독론도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즐겁게 이 책들을 찾아 읽으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럼에도 좀 모자란 생각이 들어, 영화평론가 13인에게서 추천의 도서 목록을 받았습니다. 이 또한 여러분의 관심을 자극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안목을 넓혀드릴 영화책을 소개합니다.
그윽하다, 영화 읽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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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 로봇과 경기하라고? OK!
복싱 컨설턴트 슈거 레이 레너드
-어떻게 <리얼 스틸>의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하게 됐나.
=제작자 스테이시 스나이더가 내 의중을 물었을 때, 내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 뒤에야 영화를 이해했다. 내 역할은 휴 잭맨을 복서처럼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의 복싱장면들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책임이 컸다. 주먹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포함됐다. 그리고 찰리와 아톰의 관계에서는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다음 전략을 알리고 알아차릴 수 있는 코치와 복서의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로봇 복싱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20~30년 뒤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복싱에 대한 인기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지금 이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MMA나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면 사람들이 링 위에
Interview: 슈거 레이 레너드 · 휴 잭맨 · 숀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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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기다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제작한 <리얼 스틸>은 그가 직접 챙겨온 몇 안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빛나는 소년 배우가 합류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한 영화는 마침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고, 공개된 예고편은 로봇 복싱 액션의 쾌감으로 가득하다. 감독 숀 레비, 주연배우 휴 잭맨,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한 전설의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의 LA 현지 인터뷰를 전한다.
할리우드 스포츠영화의 공식 첫 번째, 주인공의 승리하는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그의 인생이 나락까지 떨어질 필요가 있다. 공식 두 번째, 보통은 짐이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힘이 되는 가족이 곁에 있어야 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시리즈의 감독 숀 레비가 메가폰을 잡고, <슈퍼 에이트> <카우보이 & 에이리언> <트랜스포머3> 등 2011년 한해 동안 왕성한 제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제작한 영화 <리얼 스틸>은 스
볼트와 너트가 튀는 로봇 복싱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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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암살
올리버 스톤의 <J. F. K>(1991, 사진)는 음모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그만큼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리 하비 오스왈드가 실제로 케네디를 암살했으나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린드 B. 존슨은 국내 여론과 외국의 의심을 무마하기 위해 급히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지었고, 그 사건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이는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센다이에서 반미 성향을 지닌 젊은 신임 총리의 취임 퍼레이드가 벌어지던 중 소형 원격조종헬기를 이용한 총리 암살사건이 벌어진다.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만나고 있었다. 아오야기를 그 현장으로 끌어들인 모리타는 말한다. “이제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넌 오스왈드가 된 거야. 당장
영화 속 음모론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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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부터 <아폴로 18>까지
아폴로 음모론은 얼마 전 개봉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에서도 ‘귀엽게’ 드러난 적이 있다. <트랜스포머3>는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그날, 비행사들이 외계생명체 트랜스포머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와 비교하자면 <아폴로 18> 역시 달에 도착한 비행사들이 달 탐사를 하던 중 정체불명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음모론에 입각해 있지만 ‘밝혀져서는 곤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맥상통한다. <아폴로 18>에서 존, 네이트, 벤 세명의 우주인은 미 정부의 극비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아폴로 18호에 탑승한다. 임무수행 도중 소련 우주비행사의 잔해를 발견한 뒤 연이어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그들은 혼란에 빠지고, 네이트는 탐사를 마친 뒤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아폴로 프로젝트를 둘러싼 음모론의 압권은 아
불신지옥이 낳은 현대의 자화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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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는 계속된다. 1967년 아폴로 1호가 발사된 이후 1972년 인류 역사상 마지막 달 탐사선으로 기록된 아폴로 17호가 75시간의 달 표면 임무수행을 끝낸 뒤, 아폴로 프로젝트는 더이상 계속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이상 달로부터 얻어낼 정보의 가치가 사라졌단 말인가. 이후 아폴로 18호가 예산상의 이유로 발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그 진실 여부에 대한 논란과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그전부터 있어왔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조작 논란까지 더하면 그 음모론의 두께는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아는 그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음모론은 그렇게 아폴로 11호나 18호는 물론 9·11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X파일>부터 하물며 <UV신드롬>에 이르기까지 극영화나 다큐멘터리로 끊임없이 재가공돼왔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과연 당신은 어디까지 믿고 싶은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로
불신지옥이 낳은 현대의 자화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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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괴물의 귀환
<괴물: 오리지널> The Thing
마티스 반 하이닌겐 주니어 |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조엘 에드거튼 | 2012년 1월 개봉예정
2011년은 프리퀄의 해다. 2012년에는 프리퀄 열풍이 잠시 사그라질 것인가. 물론 아니다. 내년 역시 온갖 종류의 프리퀄(이라는 이름의 리메이크)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시작은 존 카펜터의 <괴물>(1982)을 다시 만드는 <괴물: 오리지널>이다. 그렇다고 이걸 염치없는 리메이크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존 카펜터의 <괴물> 역시 존 W. 캠벨 주니어의 단편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하워드 혹스의 <괴물>(1951)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으니까 말이다.
<괴물: 오리지널>은 존 카펜터의 <괴물>로부터 3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물학자인 케이트 로이드(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노르웨이 남극탐사팀에 합류했다가 남극 빙하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외계인의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