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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옛날에…”로 시작하는 동화들의 공통점은, 비현실과 상징으로 가득 찬 세계가 배경이 된다는 점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교훈으로 끝맺는다는 점이다. 이야기에 늘 목이 마른 할리우드가, 마녀와 요정이 등장하고 왕자와 공주가 사랑하고 인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보고, 결말에 숨겨진 교훈보다는 환상적인 표면에 집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이 경향은 (동화가 원작은 아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푼젤> <마법사의 제자> 등 판타지 장르로 둔갑한 일련의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첫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신작 <레드 라이딩 후드>도 이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늑대를 늑대인간으로, 소녀를 로맨스가 가능한 성년의 여자로 변형시킨 이 영화는, <빨간 두건>이라는 잘 알려진 유럽의 전래 동화를 할리우드적 상상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결과물이다.
영
성숙한 빨간 두건의 핏빛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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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는 과연 오스카 작품상을 받을 만한 영화인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없지는 않으나, 오스카가 다시 제 정체성을 찾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영국의 왕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킹스 스피치>는 장애를 극복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두 남자의 신분을 넘어선 우정,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영웅의 이야기다. <킹스 스피치>의 작품상 수상이 못마땅한 이들도 영화가 전하는 감정의 깊이, 그리고 콜린 퍼스의 연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듯 보인다. 또한 오스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평가도 당연할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놀림을 당했던 왕자가, 가장 많은 존경을 받은 왕이 되기까지의 사연에는 웃음과 감동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자질에 관한 질문까지 포함돼 있다.
<킹스 스피치>의 문을 여는 건 한대의 라디오 마이크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그의 풍채는 보는 이들을 압도할 만한 크기로 비친다. 가글, 입안 소독, 발음
장애를 극복한 한 남자의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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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스마트폰영화 중에도 옥석은 있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웹사이트 또는 스마트폰영화제·단편영상제를 통해 소개된 수많은 작품들 중 8편의 ‘웰메이드’ 스마트폰영화를 엄선했다. 전문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은 촬영의 실험성이, 독립영화인 혹은 아마추어 영상 제작자가 만든 작품은 기존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있는 설정이 돋보였다. 기사를 읽다가 영화의 세부 내용이 궁금해진다면 olleh·롯데스마트폰영화제(www.ollehlottefilm.com)나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www.sesiff.org)를 방문하면 추천작 전편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앞으로 제작한 스마트폰영화를 출품할 수 있는 공모전 정보도 소개한다.
<맛있는 상상>
감독 봉만대(<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 상영작
식욕과 성욕은 맞닿아 있다고 했던가. <맛있는 상상>은 같은 테이블에
즐겨봐, 내 손안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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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을 모델로 한 어플 ‘almost DSLR’은 이미 너무 유명해졌다. <씨네21> 기자들 역시 이번에 이 어플로 단편영화를 찍었다. 그러나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시나리오부터 스토리보드,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전 공정에 필요한 어플들을 모았다. 또 <씨네21> 기자들이 만든 단편영화에 사용된 스마트폰용 DIY 촬영 장비도 함께 소개한다.
사용 장비
1. 핸드그립
아이폰4를 장착해 두손으로 가볍게 쥐고 촬영할 수 있는 그립 장비다. 클로즈업 촬영 때 주로 사용되고 손의 떨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KT가 일반인들을 위해 대여하고 있다. 대여료는 무료고, 장비가 고가인 까닭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장비를 반납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위치는 SBS 목동 옆 KT 올레미디어 스튜디오. 문의는 장비대여 김상신 과장 010-5190-3434).
2. 숄더그립
보통 카메라의 핸드헬드 그
스마트폰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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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씨네21> 기자들은 직접 아이폰4를 이용해 스마트폰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주어진 날은 2월28일 단 하루. 장비는 KT에서 대여했다. 주말에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시나리오의 제목은 <장기자의 미묘한 인터뷰>(감독·촬영·편집 김성훈, 보조촬영 최성열, 백종헌, 시나리오·조연 김도훈, 주연 장영엽, 투자 김혜리). 골치아픈 마초 남자배우와 인터뷰하는 초보기자의 애환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미학적 사용을 통해 처연하고도 슬프게 담아내겠다는 영화적 야망으로 시작한 계획… 이었으나, 시작부터 끝까지 난항은 계속됐다. 다섯 시간의 본촬영 끝에 완성된 영화는 현재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인 ‘ReelDirector’로 편집 중이다. 이것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이 언제가 될 지는 누구도 모른다.
1. 널리 활용되는 ‘올모스트 DSLR’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포커스, 노출, 색온도를 맞추고 있다. 유의할 점은 반드시 조명 세팅을 다 마친
우리도 했어, 이젠 당신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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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봉만대 감독은 한국 에로영화의 거장이었다. 그거야 오래전 이야기다. 이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동상이몽>(2004)을 거쳐 호러영화 <신데렐라>(2006)를 만든 그는 요즘 스마트폰영화에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 때문이다. 다른 12명의 감독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여한 그는 아이폰4로 단편 <맛있는 상상>을 만들었고, ‘제1회 olleh·롯데스마트폰영화제’에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지금 봉만대 감독은 장편영화 <청개천 카리스마Ⅱ>를 준비 중이다. 30% 정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영화다.
-<맛있는 상상>을 찍기 전에도 아이폰이 있었나.
=없었다. 영화를 찍으면 하나 준다기에. (웃음) 아이폰의 카메라 기능은 사실 휴대폰에 딸려 있는 액세서리 개념이잖나. 그런데 HD를 지원해서 화질과 색감도 좋고, 특히 접사 기능이 탁월하더라. 또 원색의 표현이 정말
낯설어 하는 배우들에게 명분을 설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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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우리 모두를 영화감독으로 만들 것인가? 잠깐. 이런 거창한 소리는 전에도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80년대 초에 소니가 가정용 캠코더를 상용화했을 때도 사람들은 저런 소리를 했다. 하지만 캠코더는 결혼식과 돌잔치 테이프만 잔뜩 만들어냈다. 1998년 칸영화제에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도그마영화 <셀레브레이션>이 상영되자 모두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소니 PC-7 디지털캠코더로 찍은 <셀레브레이션>은 재능은 있으나 주머니는 가벼운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 듯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순간부터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거라면 영화의 민주화는 마침내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성을 먼저 실행에 옮긴 건 재미있게도 스마트폰 기업들이다. KT는 지난해 10월에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을 통해 이준익, 정윤철, 봉
올레! 나도 영화감독, 찍는대로 콸콸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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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가슴속에나 영화 한편쯤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이다. 한 가지만 더 추가하자. 이젠 누구 손안에나 영화를 찍을 카메라 한대쯤은 있다. 스마트폰 말이다.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을 기점으로 한국의 스마트폰영화 제작 열풍에 불이 붙었다. 누구는 쉽고 저렴하고 가벼운 디지털 DIY영화의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고 말하고, 누구는 소니의 캠코더가 나왔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다며 의심한다. 그래서 <씨네21>은 모험을 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를 만든 뒤에야 우리는 감독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은 (과연/설마/혹시) 영화의 미래입니까?
"스"스럼 없이 찍고 "마"음대로 편집하는 길이 "트"였다! "폰"영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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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도시의 악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돈에 굶주렸고 관계를 기피한다.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은 바로 그 참담하고 황량한 우리 ‘타운’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2008년 장편 데뷔작 <모차르트 타운>을 시작으로 오는 3월10일 개봉예정인 <애니멀 타운>(2009)을 지나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진출한 <댄스 타운>(2010)에 이르기까지 전규환 감독은 놀랄 만한 작업속도로 3부작을 완성했다. 그 리듬 그대로 현재 그는 3부작 이후 전혀 다른 스타일의 네 번째 영화 <바라나시>의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그동안 고집스런 개인작업으로 현재에 이른,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영화제에서 먼저 반응을 얻어온 그를 만나 궁금증을 캐물었다.
<모차르트 타운> 이후 해마다 한편씩 장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전규환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작업속도만 보면 ‘이 사람도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인가?’ 하는 궁
‘타운’을 응시하는 사회파 감독의 직설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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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상상은 할리우드 SF영화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다. 외계인과 친구가 된 어린이는 자전거로 밤하늘을 날았고,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증언처럼 채집됐다.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지구에 숨어사는 악한 외계인을 사냥했고,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들이 약자가 되어 인간의 지배 아래 놓이는 전복적인 상상까지도 등장했다. “아마도, 2011년의 유일한 2D영화”라는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의 우스개에서 힌트를 얻자면 <월드 인베이젼>은 상상과 현실 중 후자에 무게를 실어 만든 SF영화다. 2011년 2월25일 베벌리힐스의 몽타주호텔에서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과 아론 에크하트, 미셸 로드리게즈 등 출연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UFO에 대한 생각과 리얼리티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과 판타지 등의 질문에 더해 개별적으로 오간 질문과 답변의 일부를 소개한다.
“생존에 대한 이야기”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
-<어둠의 저주> <텍사스
에일리언? 아니 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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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의 존 크래신스키와의) 결혼을 축하한다. 무척 좋아 보인다.
=고맙다. 결혼한 게 너무 좋고, 즐겁다.
-이 작품에서 댄서로 나오던데, 원래 춤을 췄나.
=아니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창피했다. 매일 못하는 춤을 추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심지어 주위에는 전문 댄서로 가득한데 말이다. 첫 8주 동안 계속 연습했고, 촬영 시작한 뒤에는 시간날 때마다 짬을 내서 계속 연습했다. 한달이 지나고 나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댄서는 운동선수다. 다들 매일 8~9시간씩 연습하지 않나. 나는 2~3시간 정도, 그리고 2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먹는 게 얼마나 그립던지. 매일 아몬드랑 당근만 먹어봐라.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신선한 로맨스라고 생각했다. 대화 내용이 살아 있고 현대사회를 잘 반영했다.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의 들러리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복잡하다. 물론 맷 데이먼이 나온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맷 데이먼과의 화학작용? 우린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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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영화를 선택했나.
=감독이 내 친구다. <오션스 트웰브>부터 여러 작품을 같이 했고 <컨트롤러> 집필 과정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작품들을 같이 할 때 많은 시간 동안 호텔에서 토론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보니 감독이 되더라도 중압감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용 면에서는 현대적인 러브스토리라 마음에 들었다. 특히 독특한 표현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컨트롤러>의 테마처럼 운명을 믿는가 아니면 자신이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아무도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인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살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잠깐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할 때가 있지 않나.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 노래 중에 “해답을 주지 않은 기도에 감사한다”(Thank God for unanswered prayers)는 가사가 떠오른다. 과거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었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빌 클린턴의 정치 컨설턴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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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인데, 걱정되는 것은 없었나.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빨리 진행됐기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고 그럴 경황이 없었다. 야외 촬영할 때 날씨와 장소가 중요했는데, 애초에 생각했던 장소보다 주인공이 연설하던 브루클린 다리처럼 더욱 상징적인 로케이션장에서 촬영할 수 있게 돼 좋았다.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작품 같다.
=다른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합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분은 로맨스이고, SF와 정치드라마도 섞여 있으니까. 필립 K. 딕의 원작 단편에서는 러브스토리가 전혀 없었다. 사실 꽤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맷 데이먼이 지지해주지 않았더라면 제작 자체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위해 리서치는 어떻게 했나.
=친구 중에 하원의원이 있어서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만든 뒤 그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주인공 데이빗은 관중 앞에 설 때 만족감을 느낀다는 잘못된 이유로 정치계에 들어와
SF,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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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자유의지의 대결. 로맨틱과 스릴러, 공상과학과 정치드라마가 뭉뚱그려진 <컨트롤러>는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하는 현대인에게 ‘과연 이 결정이 내 의지로 한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 또는 운명이 작용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일종의 성인 관객을 위한 스릴러라고 할 <컨트롤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당신이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 밝은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정치계에서 데이빗 노리스(맷 데이먼)는 거의 록스타다. 부유한 상류계층 가문과는 거리가 먼 브루클린의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장 어린 나이에 뉴욕 하원의원이 된 자수성가 정치인이다. 출중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품 때문에 그가 연설을 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데이빗은 가끔 욱하는 성격 때문에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는 주먹싸움을 벌이
밝은 미래인가 사랑인가,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