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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
감독 한혜진, 안재훈 / 6월16일 개봉 / 제작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은 담백하고 아련한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은 70년대 혹은 80년대로 TV에서는 프로레슬링이 중계되고 학생들은 극장에서 <러브 스토리>를 단체 관람한다. 입고 있는 옷에서 작은 소품들까지 진한 향수가 묻어나온다. 푸른 하늘과 구름, 청량한 교복과 마을의 정경 등 파스텔톤의 색감은 더없이 아름답다. 음악다방과 제과점 데이트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초청작인 <소중한 날의 꿈>은 총 작화 수 10만장의 사실감 넘치는 비주얼로 완성됐으며, 기획부터 제작, 완성까지 무려 10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성공사례가 드문 형편에서 <소중한 날의 꿈>은 뚜렷한 장르적 지향점 이전에 감성적인 성장드라마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육상 선수인 이랑(박신혜)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방
아릿한 우리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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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리코 언덕에서>(가제) コクリコ坂から
감독 미야자키 고로 / 9월 초 개봉예정 / 수입 (주)대원미디어
도대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는 누가 이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면>의 곤도 요시후미를 지목했다. 슬프게도 곤도 요시후미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타자는 이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였다. 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감독하던 중 (소문에 따르면) 지브리의 권력 다툼에 밀려 감독직을 넘기고 나가버렸다. 마지막 주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다. 그렇다. 지브리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영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이하 <게드전기>)의 감독 말이다.
지브리의 신작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감독은 미야자키 고로다. <게드전기>를 떠올리며 벌써부터 한숨지을 필요는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강력하게 감독직
지브리 소녀가 그려 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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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오성윤 / 7월 개봉예정 / 제작 명필름
6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친 <마당을 나온 암탉>이 드디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중국 전역 1천여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아이유가 부르는 엔딩 주제가 <바람의 멜로디>에 더 관심이 갈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5월29일 초판 발행 이후 10년간 스테디셀러를 차지, 2011년에는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 수록, 누적판매 100만부를 기록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작의 탄탄한 힘이 제작진이 지난 6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아동문학 수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원작은, 기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들의 가장 중요한 실패 요인이 취약한 시나리오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선택이었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 잎싹(문소리)은 마당으로
국내산 닭의 6년만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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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 / 7월28일 개봉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리우로 가자!” 옛날 서부영화를 보면 조연들은 꼭 저 소리를 하고 죽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꼭 죽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 도시의 사진을 한장 내밀리라. 세계 3대 미항. 삼바와 카니발의 도시.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의 도시. 폭스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리오에서 온 사나이>(1964) 이후 오랫동안 영화의 무대로부터 비껴서 있던 리오를 다시 스크린에 데려온다.
<리오>에서 리우로 향하는 건 앵무새다. 희귀종 앵무새 ‘블루’가 미네소타주의 새장을 탈출해 브라질로 향한다.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짝 ‘주엘’을 만나기 위해서다. 문제는 애완용으로 키워져 날지 못하는 블루가 야생에서 살아온 주엘과 도무지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희귀 앵무새 밀매범들에게 붙잡혀 팔릴 운명이 되면서 둘은 뭉치기 시작하고, 블루 역
날개 찾은 앵무새의 오색찬란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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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집중 포격이 재개된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트랜스포머3> <미션 임파서블4>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물론, 동급최강의 블록버스터들이 줄을 이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일수록 타깃을 잘못 맞히거나 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가장 은근하고 쫀쫀한 타격감을 지닌 건 역시 지난 10여년간 전성기를 구가해온 CG애니메이션이다. 2011년 여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이 모조리 컴백한다. 픽사는 <카2>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리오>로, 드림웍스는 <쿵푸팬더2>로 돌아오고, 디즈니는 <곰돌이 푸>로 오랜 전통을 되새긴다. 벨기에 만화가 페욜의 유산을 CG로 되살리는 <개구쟁이 스머프>는 또 어떤가. 여기에 지브리까지 <코쿠리코 언덕에서>(가제)로 가세한다. 그런데 올여름은 충무로
블록버스터급 그림의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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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이 다가왔다. 31번째 5·18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지 못했던, 30주년 행사의 참담한 풍경이 맨 먼저 떠오른다. 폭도가 투사가 되면서 도청을 뺏겼고, 투사가 국가유공자가 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뺏겼다. 5월12일 개봉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는 껍데기만 남은 5·18이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하고 방치했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31번째 5·18을 앞두고 김태일 감독, 그리고 주로미 조감독과 함께 광주를 찾았다. 그들은 다시 찾은 광주에서 오월애(愛)를 느꼈을까, 오월애(哀)를 느꼈을까.
“어디부터 갈까요?”
“그러게요. 어디부터 갈까요?”
서로 물었다. 조금 이상한 취재였다. 조금 특별한 여행이기도 했다. 행선지가 광주라는 것 말고 아무것도 몰랐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림잡았지만, 누구부터 만나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애당초 김태일 감독과 주로미 조감독 뒤를 졸졸 따라다닐 참이었다. 부부이자 동료인 두 사람
오월이 가고, 다시 오고…삶은 이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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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타운>
연출 황의경, 김진원 | 각본 서숙향 | 출연 성유리, 정겨운, 김민준, 민효린 | 5월11일부터 수·목요일 밤 9시55분 | KBS
‘식모’가 돌아왔다. <로맨스타운>은 도박꾼인 아버지 때문에 상위 1%의 사람들이 산다는 1번가의 재벌집에서 3대째 식모살이를 하게 된 20대 여성 노순금(성유리)의 이야기다. 몸에 감겨드는 메이드복에 하이힐을 신은 순금의 스틸컷을 보면 영락없이 <하녀>의 은이가, ‘가정부와 주인집 아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드라마의 줄거리를 보면 자연스럽게 <지붕뚫고 하이킥!>의 세경이 생각난다. 그러나 <로맨스타운>이 조명할 가정부 이야기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첨예한 계급 갈등이나 못 가진 자의 서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제작진의 기획 의도를 들어보자. “5년 전에 모 방송사에서 일하던 40대 청소부 아주머니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돼 100억원이라는 초유의 상금을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1번가 식모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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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
연출 최이섭 | 각본 김선영 | 출연 김승우, 이다해, 박유천, 강혜정 | 5월30일부터 월·화요일 밤 9시55분 | MBC
방탕한 부잣집 아들 주위를 맴돌며 그를 모방하던 가난한 청년(리플리)은, 자신이 곧 부잣집 아들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주꾼 리플리>의 줄거리다. 하이스미스가 만들어낸 이 섬뜩한 캐릭터가 어디선가 언급된다면, 그건 분명 욕망과 거짓된 환상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장치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짝패>의 후속작으로 알려진 <미스 리플리>는 제목에서 연상 가능하듯 욕망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일삼으며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아로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20대 여성이 학력을 위조해 출세하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는 거짓말을 반복하게 되면서 파멸의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쯤에서 선명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2007년 학력 위조와 변양균 전
The Talented Miss 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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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의 드라마 ‘육첩반상’이 대중적이고 밋밋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분명 있을 것이다. 원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란 게 가장 보통의 시청자를 위한 작품 아니겠는가. 지상파의 ‘빅 네임’에 안주하지 못하는 시청자라면 KBS2에서 심야시간대에 방영하는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와 케이블 채널이 제시하는 새로운 메뉴들에 주목해보자.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는 2010년 5월부터 11월까지 KBS2가 매주 토요일 밤 11시15분에 방영했던 단막극을 연작 형식으로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락 rock 樂> <특별수사대 MSS>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백년의 꿈> <헤어쇼> 등의 작품이 4부작·8부작 등의 형식으로 각각 한달씩 방영됐다. 여섯 번째 연작 시리즈인 <완벽한 스파이>(5월8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15분)는 총 4부작으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며 역시 KBS2에서 방영
황금시간 미니시리즈가 2% 부족한 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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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감독 진혁 | 각본 황은경, 최수진 | 출연 이민호, 박민영, 구하라, 이준혁, 김상중 | 5월25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밤 9시55분 | SBS
1980년대, 영화계에 <영웅본색>이 있었다면 만화계엔 쓰카사 호조의 <시티헌터>가 있었다. 돈 밝히고 여자 좋아하는 속물이지만 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도시 정의’를 바로세우는 ‘해결사’ 사에바 료의 호탕한 매력은 남성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시티헌터>가 드라마로 제작된다. 일본 YTV에서 제작한 동명의 애니메이션(1987)이나 성룡, 왕조현이 출연하고 왕정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동명의 홍콩영화(1992)가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시티헌터>를 드라마로 제작하는 건 한국이 최초다.
‘도시의 해결사’를 주인공으로 삼는 기본 구조는 같지만 드라마 <시티헌터>는 원작 만화보다 큰 스케일의 작품이 될 듯하다. 만화 <시티헌터>
화려한 도시의 영웅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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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미녀>
연출 이진서, 이소연 | 각본 오선형, 정도윤 | 출연 장나라, 최다니엘, 류진, 김민서 | 월·화요일 밤 9시55분 현재 방영 중 | KBS2
명랑 ‘소녀’도 이제 나이먹었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젊은 캔디에게도 타계책이 필요했다. 극약처방은 바로 ‘동안’이다. 이름하여 이 시대 최고의 가치가 있으니 그건 바로 탱탱한 피부의 ‘동안’이다. 그리하여 <동안미녀>는 장나라를 앞세워 서른네살 노처녀의 ‘명랑 동안 성공기’를 고안해냈다. 전반부는 철저히 역경모드다. 고졸에 신용불량자인 소영은 7살이나 나이를 속이고 패션회사에 취직한다. 하는 일, 되는 일 하나없는 그녀의 고행은 마치 패션회사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상케 할 정도. 꿋꿋한 캔디를 위한 테리우스는 비록 어수룩해 보이지만 족발집 계승도 마다하고 패션계에 입문, 결국 소영에게까지 투신하는 소신남 진욱이다. 학력차별, 88세대의 고충, 외모에 대한 편견 등등의 온갖 사회적 메시지를 한꺼
캔디의 나이를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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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연출 박홍균, 이동윤 | 각본 홍정은, 홍미란 | 출연 차승원, 공효진, 윤계상, 유인나 | 매주 수·목요일 밤 9시55분 현재 방영중 | MBC
<최고의 사랑>은 본격 ‘연예’ 드라마다. 톱스타와 한물간 스타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드라마는 지금 방송가의 캐스팅, 스캔들, 권력관계 등 모든 걸 훑는다. 톱스타와 작가, PD라는 재료는 이미 익숙하다. 김은숙 작가의 <온에어>나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모두 이들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으며, 여기에 필연적으로 ‘사랑’을 결부해왔다. <온에어>가 알싸한 맛의 ‘매운 홍합’ 같은 맛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 국물이 진한 ‘설렁탕’ 같은 맛으로 방송가의 현재와 사랑을 매칭했다면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로 ‘잘난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사는지 이미 너무 잘 아는 홍 작가는 역시 달콤새콤하여 먹는 재미를
연예하는 사람들의 달콤살콤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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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거짓말을 해봐>
연출 김수룡, 권혁찬 | 각본 김예리 | 출연 윤은혜, 강지환, 성준, 조윤희, 박지윤 | 5월9일부터 월·화요일 밤 9시55분 |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씨네21>이 엄선한 신작 드라마 중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이다. 이유를 알고 싶다면 줄거리부터 들어보자. 첫사랑에게 차인 5급 공무원 공아정(윤은혜)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우연히 알게 된 일류호텔 대표이사 현기준(강지환)과 결혼했다며 주변에 말해버린다. 이를 알게 된 기준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가짜 결혼 소식을 자기 편한 대로 이용하려 한다. 두 남녀의 거짓말이 커지고 주변 인물들이 이 결혼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정석 공식- 엉뚱하지만 정감가는 여주인공과 완벽하지만 까칠한 남주인공의 티격태격- 을 충실히 따르려 한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 작품명 또한 20세기
그 여자의 뻥과 그 남자의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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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좀 장중했다. 드라마 말이다. 브라운관에 <로열 패밀리>와 <마이더스> 같은 재벌가의 아귀다툼이나 <짝패>처럼 운명이 뒤바뀐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봄날을 맞아 겨울코트 정리하듯, 드라마도 무게를 툭툭 털어냈다. 이미 방송을 시작한 <동안미녀> <최고의 사랑>을 비롯해 <내게 거짓말을 해봐> <로맨스타운>처럼 단연 로맨틱코미디가 대세. 액션물 <시티헌터>, 스릴러 구조를 띤 <리플리>도 주목할 만하다. 6편의 봄 드라마를 정리했다.
신작 드라마에 채널이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