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기애애 위풍당당 행복한 날에
화기애애 위풍당당 행복한 날에
-
신수원 감독은 요즘 장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여독이 겹쳐 칸에 도착하자마자 감기까지 걸렸다. 하지만 오길 잘했다. 비평가 주간 단편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순환선>이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했다. 카날플러스가 구매도 약속했고, 부상으로 차기작에 대한 장비 지원도 약속받았다. 초청작을 고르기 위해 한국에 왔던 비평가 주간 집행위원장이 98편의 단편영화를 본 다음에 <순환선>만 골라갔다는 말이 있더니 마침내 경사가 겹친 것이다. <순환선>은 실직한 가장이 만삭의 아내와 딸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고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매일매일을 보내는 이야기다. 신수원 감독답게 일상과 환상이 흥미롭게 교집합을 이루는 영화로 태어났다.
-단편을 만들었다. 계기는.
=원래는 장편 옴니버스 중 하나로 제작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아직 개봉을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칸 비평가 주간에 출품하게 됐다.
-실직한 가장을 다뤘다.
=원래 구상한
“지하철 2호선을 몇 바퀴씩 돌았던 경험으로부터”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린 호넷>의 권상우 출연 불발에 대해서 아쉬움이 컸다. 그사이 권상우는 해외 진출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었다. 권상우가 중국 진출의 가시적인 성과물인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 프로모션을 위해 성룡, 유준상과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는 <용형호제>의 3편 격인 영화이며 세계 각지에 흩어진 12지신상을 성룡의 팀이 찾아 나서는 액션 어드벤처다. 마제스틱호텔에서 권상우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룡의 전용기로 참석했다는 이벤트성 화제와 달리, “다음엔 한국영화로 칸을 찾겠다”는 그의 속내는 좀더 깊고 신중했다.
-언제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온 건가.
=러브콜이 온 건 2004~2005년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중국 진출은 먼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7년 전부터 성룡이 준비하던 영화였고 3년 전부터 구체화된 프로젝트다.
-성룡과는 원래 친분이 있
“다음엔 한국영화로 칸을 찾겠다”
-
올 칸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를 꼽자면 단연 칸클래식 섹션의 <우디 앨런 다큐멘터리>다. 숀 펜, 페넬로페 크루즈, 존 쿠색, 스칼렛 요한슨 같은 배우를 비롯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나 고든 윌리스, 빌모스 지그몬드 같은 유명 촬영감독이 모두 출연해, 입모아 우디 앨런을 말한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우디 앨런부터 50~60년대 그가 TV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시절을 거쳐, 작가와 감독이 되기까지. 그리고 거의 매년 한편씩 줄잡아 40편의 영화를 발표해온 우디 앨런에 대한 근접조우다. 지난해 미국 <PBS> TV 다큐멘터리 방영에 이어, 120분의 영화 버전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온 로버트 웨이드 감독을 칸에서 만났다.
-우디 앨런은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그를 설득했나.
=사전에 편지로 서로 놀리고, 욕도 하고, 비꼬기도 하면서 일치하는 포인트를 찾게 됐다. 덕분에 실상 인터뷰를 하려고 만
“우디 앨런과 서로 놀리고 욕도 하면서 영화 완성했지”
-
-
“독재정권 치하에서 겪는 혼란에 대해선 한국도 잘 알 거다.” 60대의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은 확신에 찬 투사 같은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2011년 2월11일, 이집트인들은 장기독재집권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피의 시위를 벌였다. <애프터 더 배틀>은 바로 이날의 기록을 토대로 한, 이집트 사회의 사회, 종교, 파벌, 계급의 관계를 그린다. 변화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이 혼재해 있지만, 영화는 투쟁의 중심에 한 순진한 마부와 NGO단체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로맨스를 대입시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매끄럽지 않은 연출과 엇나가는 리듬 같은 흠잡을 만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배우, 스탭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정치적 소신은 이 영화를 살아 있게 한다. 주로 이슬람근본주의자, 좌파, 망명의 문제를 다루는 나스랄라 감독은 이집트 감독 유세프 샤힌의 연출부 출신으로 최근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구속되자 그에 대항하는 투쟁을 벌이다 수감되기도 했다. <게이트 오브
“영화는 상영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
“날씨가 참 좋지 않나.” 다들 비오는 칸을 불평하는데 칼튼호텔에서 만난 유준상의 얼굴엔 햇살이 한가득이다. 그러고 보니 칸의 흐린 날씨가 <다른나라에서>의 배경인 모항의 잔뜩 찌푸린 날씨와 똑 닮아 있다. “우리 영화 상영 반응이 그래서 더 좋아진 것 같다”는 게 유준상의 평이다. 직접 <씨네21>과 단독 인터뷰를 잡았다며, 로비까지 마중을 나온 유준상에게는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를 향해 돌진하는 저돌적이고 무데뽀인 해양구조대원의 모습은 오간데없다. 마침 스타일리스트가 예쁘게 챙겨준 슈트까지 더해져 그의 모습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젠틀한 귀남을 더 닮아 있다. 연일 이어지는 파티와 약속으로 식사도 제대로 한다는 그. “파티를 쑥스러워하는 건 홍상수 감독과 다행히 같은 취향이라, 인사만 하고 살짝 빠져나온다”는 유준상은 확실히 조용한 인터뷰 자리를 훨씬 편해하는 듯 그간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스스럼없이 꺼내놓는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다른 인물 대본 보지 않고, 계산없는 리액션했다”
-
<다른나라에서>의 해변 모항에는 프랑스 여인 안느가 있지만 칸의 해변에는 위대한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있다. 영화제 내내 홍상수와 이자벨 위페르의 협연은 큰 화제가 됐고 그녀의 모험심은 칭송의 대상이었다. 우연과 계산의 조화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체질부터가 홍상수 배우다.
-출연 제안을 받은 자리에서 그 즉시 승낙했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신뢰는 이미 있었다. 그리고 그와는 그런 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촬영이 언제인지 어떻게 되는지 등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댄다면 이 작품을 같이 할 수 없을 거라는 것 말이다. 내가 혼자서 세 인물을 연기하게 될 거라는 것 정도를 알았고 몇 가지 의상을 준비해 갔다.
-촬영 전 준비를 하는 편인가.
=많이 하지 않는다. 연기란 준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의상은 준비할 수 있지만 연기는 그럴 수 없다. 요리를 만들기 위한 레시피가 될 수 없다. 촬영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홍 감독 영화 촬영의 간소함, 신속함, 능란함이 꿈만 같아”
-
<다른나라에서>의 현지 반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일단 영미권 주요 매체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호평’이다. <버라이어티>는 <다른나라에서>가 “<밤과낮>의 이면처럼 상연된다”며 홍상수 감독의 전작과 비교했고, <스크린 데일리>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메아리가 이 귀엽고 쾌활한 세개의 로맨틱 익살극을 통해 다시 울려퍼지고 있다”라며 누벨바그와 비교하면서 글을 열었다. <텔레그래프>는 “홍상수의 영화는 로맨스라는 변화무쌍한 자연을, 윤회의 썰물을, 삶의 흐름을 지녔으며, 그것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즐거운 혼란을 유발한다. 시각적으로 별나고, 당돌할 정도로 재미난 영화, 가장 좋은 종류의 이상함”이라고 호평했다.
본격적인 반응은 프랑스 현지 매체들에서 쏟아져 나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프랑스에서 호평 위주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나라에서>에 대한 지금 분위기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다. <르
매혹! “누벨바그의 메아리”
-
칸의 레드카펫은 정치적 의사 표출의 장? 캐나다 퀘벡 출신의 감독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자비에 돌란이 레드카펫에 빨간 천을 들고 올라가 화제다. 사정인즉슨, 지난 3개월 동안 퀘벡에서는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생 총파업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돌란은 학생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투쟁의 상징인 정사각형의 빨간 천을 옷에 꽂고 갔다. 전세계 미디어가 모이는 칸이야말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내년부터는 칸을 베를린으로 옮겨라!”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칸의 최고의 이슈는 날씨였다. 주요 상영관인 60주년 기념관의 경우, 텐트 지붕 일부가 무너져내렸고, 하루 동안 상영이 취소됐다. 해변에서의 야외상영도 비 때문에 여러 차례 불발됐다. 특히 비바람이 가장 거세게 몰아치던 5월20일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에서의 파티 대부분이 취소됐다.
대선 때문에 영화제 시작이 예년보다 늦게 시작된 칸. 올랑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칸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칸 감독
인터뷰하는데 돈을 내라고?
-
초반에는 실망스럽거나 평범한 영화들이 다수였고 이제 중반에 이르자 서서히 진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매년 칸영화제가 반복하고 있는 현상이다. 균형감에 지나치게 얽매인 라인업, 그러다보니 동반되는 얼마간의 수준 저하, 그리고 거장의 작품들은 여전히 훌륭한데 신진은 발견되지 않는 그 간극, 그런 점들 때문에 생기는 무료함 등이 티에리 프레모 시대의 칸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인다. 그러니 매해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훌륭하지도 않다는,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하여간에 작품에 관해서라면, 올해의 라인업을 두고 프랑스 문화지 <인록>이 한 가지 경향을 제시했다. “많은 영화(<트리 오브 라이프> <멜랑콜리아> 등)가 형이상학적 질문을 선택한 건 지난해의 경우일 뿐, 다른 해에는 늘 국제정치 이슈가 칸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다양한 형태의 인간의 시간과 어떻게 조응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주요 작품들
사랑과 인간과 영화는 시간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
제65회 칸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 대한 소식과 전반적인 경향 그리고 주요작들의 리뷰를 실었다.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다른나라에서>의 현지반응과 이자벨 위페르, 유준상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집트의 명장 유스리 나스랄라, 우디 앨런에 관한 재치있는 다큐를 만든 로버트 B. 웨이드, 그리고 권상우와 신수원의 인터뷰도 있다. 칸 현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화보도 함께. 65회 칸영화제로 당신을 초대한다!
다른나라에서 온 시네마 레터
-
‘아더매치’한 세상과의 불화를 기꺼이 즐기는 임상수 감독이 <돈의 맛>을 들고 찾아왔다. 금기의 성역을 호기심의 무대로 전환하는 데 능한 임상수 감독은 어떤 거대 담론에도 기대지 않는 자신만의 전투적 화법으로 아이러니의 연속인 삶의 폐부를 찌른다. 다만 제도를 꼬집고, 역사를 할퀴고, 무용담을 일축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변화다. <하녀>(2010)와 달리 <돈의 맛>에는 자본의 위계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을 보듬고, 어루만지려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깃들여 있다.
-아무래도 <하녀>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안 좋은 접근이다. (웃음)
-기자간담회 때 “<하녀>가 미진하다고 느껴 <돈의 맛>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녀>는 리메이크 제안을 받은 것이라 미진할 수밖에 없다. <돈의 맛>까지 오게 된 데 있어 김수현 작가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그분이 쓴 &
"우리 모두 불행한데, 왜 이렇게 사는지 질문해보고 싶었다"
-
좀 ‘모욕’적인 연구 결과부터 이야기해볼까 한다. 일본의 한 기업이 작업장 환풍기에 돈 냄새가 나는 바람을 흘려보냈고 그 결과, 직원들의 생산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신권을 갈아 넣은 향수가 나오기도 했으니, 화학약품과 특수 잉크가 버무려진 지폐 냄새야말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강력한 유도체라 할 만하다. 이 얇고 네모난 섬유 조각이 풍기는 비린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돈다발이 주는 희열이 매번 지독한 허기와 모멸감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말이다.
<돈의 맛>은 비서 주영작(김강우)이 윤 회장(백윤식)을 따라 들어간 비밀금고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먹어도 먹어도 입을 벌리는 검찰 수뇌부에게 뒷돈을 건네러 가는 길이다. 거대한 현금더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영작은 서둘러 가방에 돈을 담는다. 윤 회장이 현금을 따로 챙겨 ‘돈맛’을 봐둘 것을 권하지만, 영작에게는 아직 딴 주머니를 찰 의지나 배포가 없다. 그는 돈다발을 들어 슬쩍 냄새를 맡고는
돈으로부터 모욕감을 느끼는 하녀와 하남
-
<다른 나라에서>는 변함없이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감독을 포함해 두세명에 불과한 전원사 식구들의 품을 가장 많이 요구한 영화이기도 하다. 유명한 외국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데 따른 부수 업무들, 전체의 절반 가까운 영어대사를 처리해야 하는 후반작업, 칸 경쟁부문에 가는 데 따른 잡무 등. 그래도 그 인원이 여전히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부터 자막에 이르기까지 투덜거리면서도 모두 해치우는 걸 보면 거의 마술이다.
이 마술적 가내 수공업을 통해 한국의 시네필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영화가 매년 한편, 때로는 두편이 꼬박꼬박 태어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 그저 고마울 뿐인 마술이다. 칸행을 준비하느라 여전히 바쁜 홍상수 감독을 만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촬영 전에 무엇이 제일 먼저 정해졌나요. 이번에도 장소였습니까.
=그런 것 같아요. 가장 처음 정한 게 부안의 모항이란 장소였어요. 그다음 촬영날짜를 잡았고. 지난해 5월쯤엔가 이자벨 위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맑고 귀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