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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호러의 계절이다. 맙소사. 이렇게 구태의연한 표현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여름이야말로 호러영화가 가장 쫄깃하게 가슴에 다가오는 계절인 건 틀림없다. 오죽하면 선조들이 납량(納凉)이라는 말을 만들었겠는가. 불러들일 납(納), 서늘할 량(凉). 서늘한 기운을 불러들여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다. 고래 적부터 여름은 호러의 계절이었던 것이다. 올여름 호러영화는 가히 ‘한국 호러의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한국 호러영화는 올해 모두 네편을 쏟아낸다. <령>과 <므이>를 연출한 김태경의 <미확인 동영상>, 변승욱의 <고양이>, 고석진의 <기생령>, 그리고 인디영화계의 기묘한 재능 김곡, 김선의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다들 지난 한국 호러영화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거기 대항하는 할리우드의 비밀병기는 10년 만에 돌아온 <스크림 4G>와 오컬트
Do you like horror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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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레전드’와의 만남. 지난 5월16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내한공연 <시네마 오케스트라>를 가진 엔니오 모리코네가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최근 한국영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그가 방한하기 오래전부터 이러한 만남을 청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게다가 거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절친이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의 영화음악을 함께한 조영욱 음악감독도 함께해 더 의미가 컸다. 이 만남은 박찬욱, 조영욱 감독이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꺼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 블루레이 타이틀과 <파란만장> DVD, 조영욱 음악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O.S.T를 준비해왔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갱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물론 <언터처블> <미션>
그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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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의 진실2> Hoodwinked Too! Hood vs Evil
감독 마이클 디사 / 6월16일 개봉 / 수입 (주)코리아스크린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CG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해도 다들 코웃음을 쳤다. 심지어 고전동화 <빨간 두건>을 현대적으로 비트는 이야기라고? 그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장기 아니던가 말이다. 하지만 <빨간모자의 진실>(2006)은 미국과 한국에서 공히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CG애니메이션 특유의 고전동화 비틀기에다가 추리극으로서의 재미를 오밀조밀 잘 버무린 게 관객에 먹힌 셈이다.
5년 만에 돌아온 <빨간모자의 진실2> 역시 익숙한 고전동화 비틀기가 무기다. 이번에는 빨간 두건 일당이 마녀에게 납치된 헨델과 그레텔을 구하기 위해 ‘시스터후드’라는 자경단을 조직한다. 1편에서 요리책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캐릭터들이 마치 <미션 임파서블>처럼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드림
시니컬한 동화의 빨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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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Winnie the Pooh
감독 스티븐 앤더슨, 돈 홀 / 9월8일 개봉 / 수입·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디즈니 역사상 가장 귀여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딱 하나의 이름이 떠오른다. 꿀을 퍼먹다가 구멍에 몸이 끼어버린 봉제 곰돌이 푸 말이다. 영국 작가 A. A. 밀른이 창조한 푸는 지난 77년 디즈니의 장편 <곰돌이 푸의 모험>으로 동력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77년작은 단편 세개를 재편집한 장편이었다. 21세기 들어와 <티거 무비>(2000)와 <피글렛 빅 무비>(2003)를 성공시킨 디즈니는 푸를 주인공으로 한 진정한 극장용 장편을 야심차게 계획했고, 그 결과가 바로 <곰돌이 푸>다.
원작에서 두 에피소드를 가져온 <곰돌이 푸>는 감독 돈 홀에 따르면 “하룻동안 벌어지는 전형적인 푸 이야기”다. 푸는 여전히 꿀을 찾아다니고, 그러다가 크리스토퍼 로빈의 쪽지를 발견하고,
귀요미 푸의 2D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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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스머프> The Smurfs
감독 라자 고스넬 / 8월 개봉예정 / 수입·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발명이 낳은 최대의 수혜자는? 벨기에에서 온 파란색 난쟁이 스머프다. 게임 <스머프 빌리지>는 이제 인류 역사상 가장 질기고 중독적인 게임 중 하나로 남을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라. 많은 사람들이 스머프가 토마토를 수확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옥수수를 심으며 잠들 것이다. 얼굴이 파랗게 된 채 말이다.
때늦은 스머프 열풍에 더 큰 불을 지르게 될 건 극장용 CG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다. 게다가 이건 실사와 CG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영화다. 스머프 일당들이 가가멜에게 쫓기다가 인간 세계로 들어오고 만다. 하필 그 장소가 왜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들은 가가멜이 스머프 마을을 발견하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만 한다. 누가 그걸 도와주냐고? 여느 실사, 애니메이션 합성영화
맨해튼 한복판의 스머프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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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버디> HOP
감독 팀 힐 / 7월 개봉예정 / 수입·배급 UPI코리아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영화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특히 <메리 포핀스>(1964)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는 역사에 길이 남을 실사, 애니메이션 합성영화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한동안 멈춰섰던 이 장르는 CG애니메이션의 발명과 함께 부활했다. 특히 <앨빈과 슈퍼밴드> 시리즈의 무시무시한 성공을 한번 떠올려보시라(1편은 전세계에서 무려 3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3억달러!). 귀여운 CG 캐릭터와 인간 캐릭터의 좌충우돌 소동이란 게 생각보다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앨빈과 슈퍼밴드>의 팀 힐이 연출한 <바니버디> 역시 전작의 관습을 그대로 잇는 영화다. 주인공은 부활절 토끼인 ‘이비’다. 초콜릿 공장의 가업을 뒤로하고 드러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난 이비는 인간 프레드(<엑스맨>의 제임스
북 치는 토끼의 깡충깡충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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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2> Kung Fu Panda2
감독 여인영 / 5월26일 개봉 / 수입·배급 CJ E&M
쿵푸 팬더 포(잭 블랙)가 돌아왔다. 고수 친구들인 ‘무적 5인방’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몽키(성룡), 맨티스(세스 로건), 바이퍼(루시 리우), 크레인(데이비드 크로스)도 여전하다. 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포는 이제 밑바닥부터 자신의 무술 실력을 다져나갈 이유가 없다. 처음부터 그는 당당한 ‘드래곤 워리어’이기 때문. 새로이 등장한 악당은 바로 셴 선생(게리 올드먼)이다. 비장의 무기로 중국 대륙 전체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그는 타이렁보다 몇배나 더 냉정하고 무시무시한 악당이다. 포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야만 셴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섯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전체 지휘를 한 총감독이 재미동포 여인영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1편에서도 스토리 총괄을 맡아 동아시아 문화와 할리우드 사이의 훌륭한 교량 역할을 했던 그는 수
뱃살 출렁! 팬더의 비밀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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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2> Cars2
감독 존 래세터, 브래드 루이스 / 7월 개봉 / 수입·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무려 5년 만의 속편이다. 그리고 이제 자동차 친구들이 세계여행을 떠난다. 1편에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에 정착한 라이트닝 매퀸(오언 윌슨)이 친구들과 함께 세계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1편에서 놀라운 실력을 뽐냈던 견인차 메이터와 연료 전문가 필모어, 타이어 전문가 루이지와 귀도 등이 그와 함께 일본과 유럽을 누빈다. 그런데 메이터가 국제적인 첩보전에 휘말리면서 우승을 향한 행보에 적신호가 켜진다.
<카>의 친구들이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비해 팔과 다리가 자유롭지 못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다르다. 거의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본드카’처럼 자유자재로 무기를 발사하고 하늘을 난다. ‘어떻게 차를 개조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런 호기심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1편이 전형적인 카레이싱 영화였다면 2편은 세계
이번엔 첩보세계 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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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감독 실뱅 쇼메 / 6월16일 개봉 / 수입·배급 에스와이코마드
“나는 자크 타티가 왜 <일루셔니스트>를 직접 영화화하지 못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한다. <일루셔니스트>는 타티 자신과 너무나 가까운 이야기였고, 그는 윌로씨라는 자신의 페르소나 뒤로 숨는 걸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루셔니스트>가 윌로씨에게는 지나치게 심각한 이야기라고 결론내렸고, 대신 <플레이타임>을 만들었다.”(실뱅 쇼메) 자크 타티는 <일루셔니스트> 스크립트를 1956년부터 1959년에 걸쳐 완성했다. 하지만 끝내 실사영화로 실현시키지 못하고 1982년 숨을 거두었다. 이후 그의 딸 소피가 쭉 간직해오던 <일루셔니스트> 스크립트는 <벨빌의 세 쌍둥이>의 감독 실뱅 쇼메에게 건네졌다.
1959년, 텔레비전과 영화와 록스타에 밀려 점점 설 곳을 잃어가던 나이 든 마법사 타티셰프
마법의 애잔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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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
감독 한혜진, 안재훈 / 6월16일 개봉 / 제작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은 담백하고 아련한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은 70년대 혹은 80년대로 TV에서는 프로레슬링이 중계되고 학생들은 극장에서 <러브 스토리>를 단체 관람한다. 입고 있는 옷에서 작은 소품들까지 진한 향수가 묻어나온다. 푸른 하늘과 구름, 청량한 교복과 마을의 정경 등 파스텔톤의 색감은 더없이 아름답다. 음악다방과 제과점 데이트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초청작인 <소중한 날의 꿈>은 총 작화 수 10만장의 사실감 넘치는 비주얼로 완성됐으며, 기획부터 제작, 완성까지 무려 10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성공사례가 드문 형편에서 <소중한 날의 꿈>은 뚜렷한 장르적 지향점 이전에 감성적인 성장드라마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육상 선수인 이랑(박신혜)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방
아릿한 우리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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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리코 언덕에서>(가제) コクリコ坂から
감독 미야자키 고로 / 9월 초 개봉예정 / 수입 (주)대원미디어
도대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는 누가 이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면>의 곤도 요시후미를 지목했다. 슬프게도 곤도 요시후미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타자는 이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였다. 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감독하던 중 (소문에 따르면) 지브리의 권력 다툼에 밀려 감독직을 넘기고 나가버렸다. 마지막 주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다. 그렇다. 지브리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영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이하 <게드전기>)의 감독 말이다.
지브리의 신작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감독은 미야자키 고로다. <게드전기>를 떠올리며 벌써부터 한숨지을 필요는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강력하게 감독직
지브리 소녀가 그려 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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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오성윤 / 7월 개봉예정 / 제작 명필름
6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친 <마당을 나온 암탉>이 드디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중국 전역 1천여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아이유가 부르는 엔딩 주제가 <바람의 멜로디>에 더 관심이 갈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5월29일 초판 발행 이후 10년간 스테디셀러를 차지, 2011년에는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 수록, 누적판매 100만부를 기록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작의 탄탄한 힘이 제작진이 지난 6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아동문학 수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원작은, 기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들의 가장 중요한 실패 요인이 취약한 시나리오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선택이었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 잎싹(문소리)은 마당으로
국내산 닭의 6년만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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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 / 7월28일 개봉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리우로 가자!” 옛날 서부영화를 보면 조연들은 꼭 저 소리를 하고 죽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꼭 죽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 도시의 사진을 한장 내밀리라. 세계 3대 미항. 삼바와 카니발의 도시.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의 도시. 폭스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리오에서 온 사나이>(1964) 이후 오랫동안 영화의 무대로부터 비껴서 있던 리오를 다시 스크린에 데려온다.
<리오>에서 리우로 향하는 건 앵무새다. 희귀종 앵무새 ‘블루’가 미네소타주의 새장을 탈출해 브라질로 향한다.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짝 ‘주엘’을 만나기 위해서다. 문제는 애완용으로 키워져 날지 못하는 블루가 야생에서 살아온 주엘과 도무지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희귀 앵무새 밀매범들에게 붙잡혀 팔릴 운명이 되면서 둘은 뭉치기 시작하고, 블루 역
날개 찾은 앵무새의 오색찬란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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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집중 포격이 재개된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트랜스포머3> <미션 임파서블4>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물론, 동급최강의 블록버스터들이 줄을 이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일수록 타깃을 잘못 맞히거나 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가장 은근하고 쫀쫀한 타격감을 지닌 건 역시 지난 10여년간 전성기를 구가해온 CG애니메이션이다. 2011년 여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이 모조리 컴백한다. 픽사는 <카2>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리오>로, 드림웍스는 <쿵푸팬더2>로 돌아오고, 디즈니는 <곰돌이 푸>로 오랜 전통을 되새긴다. 벨기에 만화가 페욜의 유산을 CG로 되살리는 <개구쟁이 스머프>는 또 어떤가. 여기에 지브리까지 <코쿠리코 언덕에서>(가제)로 가세한다. 그런데 올여름은 충무로
블록버스터급 그림의 세계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