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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걸어 ‘전세영씨’를 찾았더니 “우리 언니”라며 여동생이 받는다. 동생이 가르쳐준 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전세영씨가 아니라 ‘이후경(25)씨’가 받는다. 전세영은 지금은 퇴사한 선배 동료의 이름인데 그냥 예뻐서 썼단다. 젊은 필진의 등장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 이론과 예술사를 졸업했고, 지금은 출판쪽에 몸담고 있지만 영화 글쟁이로 오래도록 일해볼 각오는 되어 있다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해마다 한번씩 내봐야지 했는데 내자 마자 척하니 당선됐다. 젊은 필진이다. 기대된다.
-올해 떨어졌으면.
=당연하게 생각했을 거다. (웃음) 그런 다음 내년에 또 해봐야지 생각했을 거다. 혼자서 공부하는 건 어렵다. 이런 계기는 공부를 하게 해주지 않나. 처음 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으론 4년 내내 준비했다.
-어떤 기준으로 쓸 영화를 골랐나.
=작품비평은 가장 최근에 본 것 중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던 것을 골랐다. 남들에게는 덜 훌륭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보면서 울었다.
첫도전, 마음으론 4년 내내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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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작을 고르는 일은 유난히 힘들었다. 응모작 수도 51편으로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많았을뿐더러 전반적인 수준 또한 예년에 비해 높아 심사는 꽤 까다로웠다. 평론의 제재 또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많이 분포됐던 김기덕, 이창동, 임권택, 홍상수 등 한국의 작가 감독들에 관한 글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대신 국내외를 떠나 화제작, 문제작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나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본심 후보는 6명이었다. 김수, 김효선, 박상린, 이도훈, 이후경, 지연우씨가 그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최우수상 수상자로 이후경씨를, 우수상 수상자로 김효선씨를 뽑았다. 이론비평 ‘<더 브레이브>, 그 태도의 미덕’과 작품비평 ‘데이비드 핀처가 테크놀로지를 사유하는 방식’을 쓴 이후경씨의 글은 전반적으로 담담했지만 강한 추진력
미지의 가능성에 베팅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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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소설가의 투쟁, 음악가의 자립
도시는 모순의 공간이다. 창조와 파괴, 문명과 야만이 공존한다. 안정과 불안정, 균형과 불균형이 교차한다. 대한민국의 재개발 열풍, 아니 ‘막개발 광풍’은 도시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 한국의 뉴타운은 도시와 주민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로 세워진다. 그 과정에서 힘없는 사람들은 눈 뜨고 코 베이듯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 국가 권력은 어물쩍 뒤로 물러서서 자본의 편을 든다. 법은 허점투성이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은 딱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 자본의 논리는 도시를, 인간을 몽땅 집어삼켜버린다.
정용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뉴타운컬쳐파티>의 시작점이 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칼국숫집 두리반도 한때 폐허였다. 두리반 주인인 안종려·유채림 부부도 가진 걸 몽땅 빼앗겼다. 1년5개월이 넘는 점거 농성. 두리반은 현재 매주 시낭독회, 다큐멘터리 상영회, 인디밴드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됐다. 문인과
하고 싶은 예술하며 먹고살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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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집계한 야구 관중 수는 592만명이었다. 올해는 60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야구 열풍은 영화로 이어졌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이미 올해 초 개봉했고 한때 잘나가던 야구 스타였던 투수가 2군까지 떨어지며 성숙한다는 내용의 휴먼드라마인 김상진 감독의 <투혼>과 허영만의 <제7구단>을 원작으로 고릴라가 프로야구단에 들어간다는 황당한 소재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도 제작 중이다. 여기에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이 가세했다. <퍼펙트 게임>은 야구영화 중에서도 경기 자체에 충실한 영화다.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전설적인 경기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투수 선동열의 연장 15회 2 대 2 무승부 완투 대결을 기본 뼈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의 팬이었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아와 롯데를 자연스럽게 응원
선동열 vs 최동원 세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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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남자들의 연애담이다!” 미리 돌 맞을 각오를 다지기나 하듯, 전계수 감독이 작품의 취지에 대한 일단의 고백부터 하고 본다. <러브픽션>은 연애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모두 보여주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연애담이지만 이 보통 사람의 시각이 다름 아닌 ‘남자’에 의해서 재단된다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여자는 당연히 ‘남자’의 판타지가 만들어낸 어쩌면 오해로 가득 찬 이상생명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제대로 남성 중심적인, 감독의 말대로라면 ‘페미니즘에 입각해서 보자면 아주 괘씸한’ 작품이다. 내용으로나마 단서를 찾아보자면 이렇다. 잘 안 풀리는 소설가 주월(하정우)은 출판박람회 때 만난 영화수입사 직원 희진(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럴듯한 구애 과정이 진행된 뒤 둘은 수순처럼 연인이 되지만 남자의 마음은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요동치며 아주 주관적이고 때로 절대적이기까지 한 연애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결국 사랑스런 희진의 행동이 짜증으로, 의심으
젊은 베르테르의 ‘지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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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한 말 그대로 복사하기 해도 될 판이다. (웃음)” 2009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발레교습소>(2004) 이후 오랜만의 신작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하고 인터뷰까지 끝낸 뒤 <화차>(가제)의 크랭크인은 투자난항을 겪으며 연기됐었다. 변영주 감독이 거듭된 출사표에 먼저 민망함을 표한다. 어쨌든 고난은 과거사, <화차>가 7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재정비됐다. 그 지난함 속에 10고의 시나리오가 나왔고, 덕분에 탄탄한 프리 프로덕션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변영주 감독에게 <화차>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됐다.
이야기의 골격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코’라는 한 여성의 갑작스러운 실종. 미궁에 빠진 그녀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도중 베일에 싸인 그녀의 비밀이 드러난다. 사채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몰린 교코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쇼코’라는 여성으로 신분을 위장하며 살게 되고 결국 파
그리고 그녀는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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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해외 거대 기업의 지원을 받은 한국 연구소가 바닷속 심해 기지에 타임머신을 개발한다….’ 자, 이건 김현석 감독의 새 프로젝트의 서문이다. 짧은 시놉시스의 전개를 더 밀어붙여보면 이렇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박사는 회사쪽에 실적을 보여주고자 시운전을 한다. 테스트 단계라 제약도 많다. 규칙에 따라 오전 11시에 출발, 15분간 머물다 다시 돌아온 지구. 문제는 타임머신에 탑승한 나머지 구성원의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거다. 박사는 이제 CCTV의 기록을 토대로 과거의 재조합에 나선다. 그가 본 광경은 끔찍하도록 무서운 인간의 욕망과 불신이다. 다시 꼼꼼히 들여다봐도 좀체 멜로가 들어갈 틈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로맨틱 코미디 전문 감독 김현석 감독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만들 것 같은 장르에 손을 댔다. 이른바 SF. “아닌 게 아니라 <7광구>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기존 작품들과 다른 걸 해보려 하던 차였고, 이왕 할 거
타임머신 15분 사라진 자들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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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알파벳 애호는 여전하다. M에 이어 이번에는 K다. 김(Kim)씨 혹은 Korea의 K. <미스터 K>는 그처럼 흔한 성씨를 지닌 평범한 한국 남자를 첩보원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다. 이명세 감독이 준비단계에서 밝힌 이야기의 얼개는 무척 단순하다. “미스터 K가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거지 뭐.” 현재로서는 흥미가 당기는 부분은 이야기보다 캐릭터다. 극중 미스터 K는 첩보원으로서의 협상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일언반구도 못하는 남자다. 즉 <미스터 K>의 한줄 시놉시스는 ‘공처가 첩보원의 글로벌한 활약상’ 정도가 될 것이다.
<미스터 K>의 시작은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이었다. <해운대>와 <7광구> <퀵> 등 할리우드 장르의 한국적 이식을 계획해온 그가 <미스터 K>에 앞서 자문한 질문은 “왜 우리나라에는 007 시리즈 같은 영화가 없을까?”였다. 단지 매력적인 첩보원을 주인공
인정사정 볼 것 없는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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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시네마서비스의 김기덕’이라 불렸는데 어쩌다 올림픽 감독이 됐나 몰라. (웃음)” 장규성 감독이 <이장과 군수>(2007) 이후 4년 만에 다섯 번째 영화 <도깨비>를 들고 찾아온다. <재밌는 영화>(2002)로 데뷔한 이래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 vs 여제자>(2004) 등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며 ‘장규성표 코미디’라는 인장까지 남겨온 그였기에 그 ‘귀환’이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 없이 쉬는 것처럼 보였어도 3년 동안 <도깨비>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말한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도깨비>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도깨비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어느 마을에 한 주인공이 흘러 들어간다. 그는 그런 존재는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일뿐더러 가족의 소중함 따위는 모르는 매정한 사람이다. 그러다 실제 도깨비불을 목격하면서 서서히 마을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는데, 그 마을의
웰컴 투 도깨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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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 수요일, 서대문의 한 레지던스 호텔에서 <특수본: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촬영이 한창이다. 최근 주연배우 엄태웅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배 성동일과의 장난스런 키스신 등 현장 사진을 종종 올리면서 화제가 된 영화다. <특수본>은 의문의 경찰살해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담당할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되면서 상이한 성격의 두 형사, 김성범(엄태웅)과 김호룡(주원)이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범죄액션영화다. 성범이 다년간 쌓은 현장 경험과 동물적 직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베테랑 형사라면 FBI에 연수를 다녀온 범죄심리학 박사 호룡은 귀국 뒤 자원하여 특수본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으로 인해 사사건건 갈등을 빚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배후에 있는 거대 권력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선머슴 같은 열혈 여형사 정영순(이태임)과 함께 제2의 특수본을 만들어 수사를 해나가게 된다.
<특수본>은 70%가량 촬영이 진행
정의를 위한 두 남자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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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오후 6시경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대의 촬영 차량 속에서 단박에 눈길을 끈 승합차가 있다. 노란색 봉고차에는 “Mr. Children”이라고 쓰여 있다. 2007년 <바르게 살자>로 데뷔한 라희찬 감독이 연출하는 <Mr. 아이돌>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등장하는 미스터 칠드런이 타고 다니는 소품용 차량이다. 주차장 곳곳에는 7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이성진 PD의 말에 따르면 이들 보조출연자들 가운데는 미스터 칠드런의 지오 역을 맡은 2PM 출신 재범의 팬들과 미스터 칠드런의 메인 보컬인 유진을 연기하는 지현우의 팬도 많이 섞여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보조출연자들은 공연장 입구 한쪽 벽을 배경으로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CG팀에서 2천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우기 위해 관객을 합성할 때 필요한 소스로 사용된다.
‘퇴물’ 아이돌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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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간 한국영화계의 경향을 규정짓는 키워드는 다소 뻔해 보였다. 남성 스릴러와 코미디. 흥행작이 선도하는 트렌드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딘가 심심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촬영 중인 영화들, 이제 막 크랭크업을 준비하는 영화들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일단 다양하다. “왜 우리나라에는 007 시리즈 같은 영화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김현석 감독이 도전하는 의외의 SF <AM 11>, 변영주 감독이 오래도록 숙성시킨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화차>(가제), ‘코미디 하나 하셔야죠’라는 세간의 질문에 <도깨비>라는 가족판타지영화를 준비 중인 장규성 감독, 여타의 남성 스릴러액션 장르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특유의 인간미를 담아낼 황병국 감독의 <특수본: 특별수사본부>, 하정우와 공효진이 코믹 연애의 종결자로 나설 전계수 감독의 <러브픽션>, 아이돌 세계를 독
뜨거운 여름에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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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명성을 지닌 배우의 동생으로 산다는 것. 행운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하다. 맏이의 명성에 짓눌려 기를 못 펴고 성장했던 수많은 아역배우들을 한번 떠올려보시라. 물론 이건 엘르 패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소리다. 다코타 패닝의 4살 어린 여동생인 엘르 패닝은 지난해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를 통해 언니의 그림자를 완전히 집어던졌다. 게다가 엘르 패닝은 언니보다 자라는 속도도 빨라서 13살의 나이에 이미 170cm를 훌쩍 넘겼다.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며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즐겁게 답했다. “<슈퍼 에이트> 찍을 때보다 7cm나 더 컸다. 이젠 언니보다 더 크다. 너무 빨리 커서 무릎이 아프다!”
-이번 싱가포르 정킷은 혼자 온 건가? 아니면 가족이 함께 왔나.
=할머니와 함께 왔다. 할머니는 나를 담당하고, 엄마는 언니를 담당하며 촬영장과 홍보 행사를 함께한다. 우리 자매가 같은 기간에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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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처럼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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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의 제왕 혹은 낚시의 제왕.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J. J. 에이브럼스보다 얄미운 감독은 없다. 뭐든지 꽁꽁 숨겼다가 터뜨리고, 심지어 숨길 필요가 없는 것도 숨길 뿐 아니라 숨길 게 굳이 없을 땐 토끼발이라도 내밀고야 만다. <슈퍼 에이트>의 티저 트레일러가 공개되자 전세계 영화광들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어댔다. 하지만 그런 낚시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J. J. 에이브럼스는 언제나 떡밥만큼이나 근사한 것을 내놓으며 우리를 달랬고, <슈퍼 에이트>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힐튼 호텔에서 J. J. 에이브럼스를 만나자마자 반 농담으로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올해의 영화를 만든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J. J. 에이브럼스는 예의 장난꾸러기 13살 같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 달콤한 인사치레를…. (웃음)”
-그나저나 야심찬 이야기다. 괴물영화, 성장영화, 에일리언영화 등 모든 장르가 빼곡히 들어 있다. 하나의 대본으
극장에서 놀라는 경험 다시 느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