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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레몬파이는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픈 음식 중 하나다. 프랭키는 여자 복서 매기와 함께 홈메이드 레몬파이를 먹고 나서 말한다. “이제는 죽어서 천국에 가도 여한이 없겠어.” 그러나 매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낸 프랭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 레몬파이를 먹는다. 아마도 눈물과 함께.
유쾌한 요리책 <이기적 식탁>의 이주희 작가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5년 전에 처음 봤다. 내가 아는 가장 근사한 주방을 가진 요리꾼답게 그녀는 영화를 보자마자 레몬머랭파이를 만들어봤단다. “요즘 세상에 파이를 집에서 만드는 사람이 어딨겠나. 한 조각에 5천원이면 사먹을 수 있잖아. (웃음) 하지만 5년 전 만들어본 레몬파이는 지금껏 영화를 보고 만든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그 기억을 살려서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 싶었다.”
맞다. 홈메이드 레몬파이를 만들어 먹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의외로 레몬머랭파이는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주희 작가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레몬머랭파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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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의 한 장면에서 포복절도했다. 여주인공 엠마가 호감을 갖고 있는 젊은 요리사의 식당에서 새우요리를 입에 넣는 순간, 그녀의 주위에만 연극처럼 조명이 탁 켜진다. 혹시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은 <미스터 초밥왕> 같은 일본 요리만화의 팬인 걸까. 초밥을 우물우물 씹으며 “풍요로운 바다의 감칠맛이 혼을 쓸어내린다”고 외치는 과장법과 <아이 엠 러브>의 과장법에는 어쩐지 닮은 데가 있지 않은가.
여하튼 <아이 엠 러브>는 21세기의 가장 맛있는 미식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인데, 특히 중요한 요리는 러시아식 생선수프인 ‘우하’(уха)다. 우하는 이탈리아 상류 가문에 시집 온 엠마가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러시아의 기억이자, 결국 파국을 불러오는 사랑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거 답답하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라면 대충 맛이라도 짐작해보련만 러시아 요리라니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 탓이다. 효자동에서 시끌벅적한 펍 ‘퍼
구정아 PD의 <아이 엠 러브> 우하수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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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스폰지이엔티의 조성규 대표가 최고의 영화 속 요리로 고른 <나를 둘러싼 것들>의 냄비카레를 보다 왠지 오즈 야스지로의 카레전골이 떠올랐다. <라블레의 아이들>이란 책을 보면 오즈가 같이 일하는 스탭들에게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는 카레전골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그 카레전골의 맛이 “동료들간의 연대의식으로 유지”되는 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의 냄비카레가 별미인 까닭도 다르지 않다. 어리바리한 신참 법정 화가를 위해 선배들이 환영회를 열어주겠다며 기자실에서 한 냄비 가득 카레를 끓여 맥주와 함께 먹는데, 달콤한 카레와 쌉쌀한 맥주가 입안에서 엉기며 감칠맛을 내는 동안 그들도 어색함을 내려놓고 한데 어울리게 된다. 그 ‘나누어 먹는’ 행위에 스민 따뜻한 유대감이 하루하루가 살벌한 법정에 온기를 가져다준다.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맛’나는 일본영화를 주로 수입해 온 조성규 대표가 지인과 동료들에게 즐겨 대접하는 메뉴
조성규 대표의 <나를 둘러싼 것들> 냄비카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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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가 40%를 넘어가면 그 집은 망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꼼마’의 주방을 지켜온 박찬일 셰프의 단언이다. 레스토랑을 경영한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되돌아보자면 좋은 재료를 못 알아봐주는가 하면, 미국에서 먹은 이탈리아 음식을,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 길들여진 입맛과 편견의 세상에서 ‘정통’과 ‘진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영화 속 요리 좀 부탁드려요, 라는 주문과 동시에 그래서, 박찬일 셰프가 꺼낸 영화는 <빅 나이트>였다. 50년대 말, 뉴저지로 이민 온 이탈리아 형제 프리모(토니 샬롭)와 세콘도(스탠리 투치). 미트볼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전부라고 여기는 미국인에게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통할 리 없다. 영화는 미국을 동경해 타협을 시도하는 동생과 정통 요리만을 고집하는 형과의 대립과 화해를 그린다. “뭐든 진짜를 하는 건 힘든 일이다. 프리모의 입장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이더라.”
형제가 말다툼하고 치고받는 사이, 영화에는 눈이 번쩍 뜨
박찬일 셰프의 <빅 나이트> 프리타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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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요리가 등장할 때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오물오물한 오믈렛과 꼬리꼬리한 카레를 지켜보는 건 어떤 면에서 슬래셔영화의 학살장면을 보는 것보다도 더 고통스럽다(당신이 식사도 거른 채 겨우 상영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뛰어들어온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뿐인가. 영화 속 요리의 맛을 상상해본 뒤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종종 부족한 레피시 정보와 귀차니즘 앞에서 좌절되고 만다. 러시아 수프나 아일랜드식 레몬파이를 어떻게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영화 좀 보고 요리 좀 한다는 다섯명을 불러모아 요청했다. 당신이 아끼는 영화 속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박찬일 셰프-프리타타
구정아 PD-우하수프
조성규 대표-냄비카레
이주희 작가-레몬머랭파이
김미영 셰프-라타투이 파스타
음.식.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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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원에 한명의 게이 의사가 있고, 또 한명의 레즈비언 의사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민수(김동윤)와 효진(류현경)이다. 민수는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고, 효진은 애인과 함께 입양하고 싶은 아이가 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민수와 효진은 모두의 축복 속에 위장결혼을 한다. 그리고 민수는 우연히 만난 석(송용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효진 역시 그의 애인 서영(정애연)과 따로 살림을 차린다. 이것은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의 간단한 줄거리다. <두결한장>은 동성애자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여전히 동성애를 문제로 바라보는 편견을 다룬 유쾌하고 상큼한 퀴어영화다. 여전히 철이 안 든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그가 철이 안 들었냐고? 그건 다음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한번 만들고 관둘 줄 알았다.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첫 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촬영현
소년, 진짜 진짜 사고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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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2012) <셜록 홈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11) <쓰릴미>(2010) <김종욱 찾기!>(2009)
독도가 고향이고 해병대 출신에 이라크 파병 이력까지. 어느 뮤지컬 관련 사이트에선 이런 조강현을 두고 양파 같은 배우라 했다. 그 표현이 옳다. 조강현은, 안다고 섣불리 말하기 힘든 배우다. 하지만 그가 최근 2, 3년 사이 뮤지컬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뜨겁게 떠오른 샛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6월4일 열린 더뮤지컬어워즈에서 그는 <셜록 홈즈>의 앤더슨 역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기대를 크게 했다 낙담도 크게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정말 마음을 비웠었다고. “지난번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전날 돼지꿈을 꿨다. 그래서 부랴부랴 옷도 준비했다. 그런데 (박)은태 형 이름이 불렸다. 표정 관리가 안되더라. (웃음)” 배우가 되고서 처음으로 받은 상 그리고
미확인 물체, 조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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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풍월주>(2012) <늑대의 유혹>(2011) <빨래>(2010∼11) <옥탑방 고양이>(2010) <싱글즈> <내 마음의 풍금>(2009) <김종욱 찾기!>(2007∼8, 2011) <햄릿>(2007) <그리스>(2006∼7) <아가씨와 건달들>(2005)
그의 나이 딱 계란 한판이다. 스물셋에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앙상블로 데뷔한 뮤지컬 배우 성두섭은 서른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선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남자 느낌이 나고 배우 분위기가 나는 때가 30대다.’ 그래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했어요. 나도 곧 서른이 될 거니까.” 말하자면 그에게는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가 있었다. 그리고 서른 이전이든 이후든 변함없이 가지고 가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뮤지컬 팬들에게 20대의 성두섭은
부드러운 마초, 성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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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리의 연인> <헤어 스프레이>(2012) <스트릿 라이프> <넥스트 투 노멀>(2011) <엣지>(2010)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오즈의 마법사>(2008) <찰리 브라운>(2005)
엄마를 졸랐다. 학교 가는 길 빵집 옆에 붙은 벽보에서 <레 미제라블> 오리지널 공연팀이 한국 소녀 한명에게 코제트 역할을 맡긴다는 오디션 소식을 본 꼬마 오소연은 그렇게 엄마를 졸랐다. 서울 가자고. “학예회라는 학예회는 전부 주름잡았고, 요즘 나오는 꼬마 트로트 신동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 잘 불렀다”는 천안의 명물 오소연을 데리고 엄마는 정말 서울에 왔다. 한국말로 불러도 되고 영어로 불러도 된다고 했지만 영어로 불러야 더 폼이 날 것 같아 밤새 영어 가사를 외웠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울다 잠들었는데, 웬걸, 아침에 가사들이 머릿속에 있었다. 되려는
들장미 소녀, 오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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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2010) <로미오 앤 줄리엣>(2009) <햄릿>(2007~2008) <지킬 앤 하이드>(2006)
연극 <엘리자벳>(2012) <거미여인의 키스>(2011)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승대를 보다가 이런 그림이 떠올랐다. 뮤지컬 팬들은 잘 알지만 영화 팬들은 잘 모르는 배우 김승대를 소개하기 위해 ‘배우인생극장 김승대 편’을 찍는다고 치자. 김승대가 직접 주연, 연출을 모두 맡는다. 이내 배우 김승대에게 연출 김승대가 다그치기 시작한다. 맡은 캐릭터에 대해 좀더 열심히 분석하고, 좀더 많이 연습하고, 좀더 창의적으로 표현하라고. 고민과 논쟁과 촬영은 쉬지 않고 계속된다. 그 풍경에서 몇 가지가 포착된다. 하나는 ‘비극’에 매혹된 배우의 모습이고, 다음은 본인을 가혹하게 몰아세우는 연출이고, 마지막은 그 창작의 과정을 지속시키는 어떤 비상한
냉정과 열정 사이, 김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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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풍월주> <번지점프를 하다>(2012)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2011) <엣지스>(2010) <살인마 잭>(2009) <제너두>(2008) <풋루스>(2005)
최유하는 인터뷰 전날 <풍월주> 주말 2회 공연을 가졌다. “감정적인 소모가 커 진이 빠지는 공연”이었다고 전날의 무대를 회상한 그녀는 1회 공연을 마치고 2회 공연을 준비하며 피로회복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고 한다. 어디 피로회복제뿐인가. 홍삼, 배즙, 오미자차, 비타민, 글루코사민, 오메가3 등을 매일 배부르게 먹어댄다. 특히 올해는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엔 연습실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끝나자마자 <풍월주>에 돌입했고, <풍월주>가 끝나면 곧 <번지점프를 하다>로
청초한 감성, 최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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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닥터 지바고>(2012) <엣지스> <틱틱붐> <내 마음의 풍금>(2010) <쓰릴미> <김종욱 찾기!>(2009) <나인> <나쁜녀석들> <씨왓아이워너씨>(2008) <쓰릴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007) <브루클린>(2006) <유린타운> <갓스펠>2005)
연극 <레드>(2011) <레인맨>(2010)
<내 마음의 풍금>에 이어 준비 중인 <번지점프를 하다>까지. 강필석의 필모그래피 중 두편의 원작이 이병헌 출연작이다. “덕분에 뮤지컬계의 이병헌이란 기사가 났더라고요. (웃음)” 이병헌의 장점이야 워낙 많지만, 그는 강필석이 연기하는 ‘인우’를 창조해야 한다. 7월14일 공연까지는 한달도 채 남지 않았고, 인우는 매
검거나 희거나, 강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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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2012) <피맛골 연가>(2010) <모차르트!>(2010) <햄릿>(2008) <노트르담 드 파리>(2007) <사랑은 비를 타고>(2007) <라이온킹>(2006)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2011)
한달 월급을 뮤지컬 관람에 고스란히 쏟아붓는 지인에게 물었다. 박은태는 어떤 배우냐고. “그가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그밖에 안 보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고서야 그 말을 실감했다. 오스트리아의 왕후를 암살한 죄로 100년 동안 목이 매달린 채 재판받는 무정부주의자. 우유가 없어 고통받는 민중에게 우유 목욕을 하는 왕후의 일화를 들려주며 “그녀를 내쫓아”라고 속삭이는 선동가. <엘리자벳>의 루케니는 광기와 매혹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인물이다. 박은태의 루케니는 강렬한 제스처와 폭발적인 고음으로 무대를 완전히 압
단단한 유리성, 박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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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뮤지컬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납뜩이’ 조정석과 김무열, 주원이 대표적이다. 춤과 노래와 연기에 모두 능한 배우들을 더 다양한 채널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관객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뮤지컬계로 시선을 뻗쳐보았다. 최근 몇년간 한국 뮤지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7명의 얼굴을 찾아나섰다. 그래서 불러온 이름이 강필석, 김승대, 박은태, 성두섭, 오소연, 조강현, 최유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이들의 성장사 혹은 데뷔 과정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대부분은 뮤지컬이라는 한우물만 성실히 파온 배우들이지만 언제 이들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뮤지컬계의 블루칩들의 얘기에 집중하시라.
제2의 납뜩이를 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