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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영석이다. 7월5일 첫 방영을 시작한 tvN의 리얼 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의 2회 방영분을 보고 든 생각이다. 여기엔 뭇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난무하는 벌칙도 없고, 게임도 없고, 상황극도 없다. 단지 배낭을 멘 할아버지 네명이 유럽 이곳저곳을 유랑한다는 설정인데, 거기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복대를 차는 엉뚱함에, 짐이 무거워 바리바리 싸온 장조림을 던져버리는 대담함에 시청자들이 홀딱 빠졌다. 나영석 PD의 표현대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태양계 저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예능 종족의 탄생이라고 할까. 올해 초 KBS에서 CJ E&M으로 적을 옮긴 나영석 PD는 때로는 눈 밝은 제작자로, 때로는 할배들에게 휘둘리는 난처한 제작진으로 분해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노인 예능’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나영석 PD의 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바쁜가보다.
=오늘이 다음회 방송 마무리하는 날이라 그렇다. 다른 인터
아, 우리 아버지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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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에 투명인간이 산다. 그들은 슬퍼도 눈물 흘리는 게 아니라고 배우며 자랐다. 싱그러운 인생의 여름 두 페이지를 고스란히 나라에 바쳤지만 모두 하는 걸 가지고 뭘 그리 엄살이냐는 주변의 눈초리에 대수롭지 않은 척 넘어갔다. 나이를 먹고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고 바쁜 일상에 치이는 사이 점점 입 여는 법을 잊고 살아갔다. 한 때 남자라고 불렸던 이 슬픈 생물은 그렇게 ‘미스터 셀로판’이 되었다. 오늘도 남자들은 노래한다. “사람들은 날 들여다보고 내 곁을 지나면서도 내가 거기 있다는 걸 모른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황이 급변했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라도 꺼낼라치면 매번 똑같은 소리냐며 진저리치던 사람들이 군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서먹서먹하던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혼자서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는 그들의 일상에 공감을 보낸다. 급기야 꽃보다 할배가 좋다며 할아버지들의 진상 여행을 축복하는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도대체
‘웃길까’가 아니고 ‘공감할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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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이들이 여행을 갔다. 다시 한번 군대를 갔다. 혼자 사는 남자의 일상을 관찰한다. 할아버지들끼리 모여 여행을 떠난다. 특별할 것 없는 수수하고 심심한 이야기. 그런데 왠지 모르게 계속 끌린다.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부터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꽃보다 할배>까지 현재 대한민국 예능은 남자, 아니 남자 이야기에 열광 중이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기본이고 시청률을 넘어선 긍정적인 호평이 쏟아지며 덩달아 출연 배우들마저 급호감으로 변모 중이다. 그동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남자들의 속내, 그들의 그림자 속에 카메라를 불쑥 들이밀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도대체 왜, 언제부터 남자 이야기가 이렇게 인기있었나. TV로 배우는 남자의 일생, 그 출발과 현주소를 짚어봤다.
TV는 남자하기 나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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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인상의 사내는 눈을 내리깐 채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막 전쟁에서 돌아온 퇴역군인 프레디 이다. 전후 미국의 정신적 세계를 다룬 영화 <마스터>에서 그로 분한 배우 와킨 피닉스는 말 그대로 온몸을 동원해 그의 내면 풍경을 스크린 위에 새겨넣는다. 그 몇몇 표정들에 깊이 감화 받아 섣부르게나마 와킨 피닉스가 지나온 몇몇 영화적 풍경을 곱씹어보는 이 기획을 마련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와킨 피닉스를 향해 긴 구애를 벌였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선택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Filmography
2013 <허> <인히어런트 바이스>
2012 <마스터>
2010 <아임 스틸 히어>
2008 <투 러버스>
2007 <레저베이션 로드>
2007 <위 오운 더 나잇>
2005 <앙코르>
2004 <래더49> <빌리지> <호
분노로 서서 불안으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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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의 모델이 되는 고릴라는? 고릴라 연기는 누가, 어떻게? 링링이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미스터 고>는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제작 뒷이야기가 풍성한 작품이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3D 촬영 그리고 VFX(시각특수효과) 같은 후반작업까지 영화의 전 공정 중 독자들이 궁금해할 제작기를 <미스터 고> 스탭들로부터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참고해도 좋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읽어도 괜찮다.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은 동물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정말인가?
맞다. 김용화 감독이 촬영 전 자주 들른 곳이 바로 서울대공원의 유인원관이었다. 고릴라 부부 고리롱과 고리나의 움직임을 관찰하러 갔다고 한다. 감독을 비롯해 연출부들이 자주 찾다보니 고릴라들이 나중에는 연출부 중 한명을 인지하고 반가워 하기도 했으며, 때문에 지지난해 고리롱이 죽었을 때 김용화 감독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동물원을 방문하고
링링은 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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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을 만나기로 한 날, 인터뷰 시간을 40분 미루자는 연락이 왔다. 2천명의 관객이 함께하는 <미스터 고>의 시사회에 참석해 상영 중간에 빠져나오려 했다는데, 그는 결국 관객석에 남아 끝까지 관객과 영화를 보는 쪽을 택했다. 대중의 반응이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고 엄중한 심판의 잣대인 김용화 감독은 7월 17일 <미스터 고>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부쩍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었다.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단련된 그의 흥행 감각은 그의 전작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처럼 <미스터 고>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그가 4년 동안 품었던 작품, 그리고 애증의 디지털 고릴라 링링과 얼마 전 “눈물로 이별했다”는 김용화 감독을 만나 영화 뒤편의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못 잔다. 그런데 못 자도 피곤하지가 않다. 마치 약 한 사람처럼. (웃음) 7월 13일엔 중국으로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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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화를 처음 봤는데, 너무 감격해서 울컥했어요.” 7월8일, <미스터 고>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서교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는 7월17일 이후엔 이 열일곱살의 중국 소녀가 한국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거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잔혹함을 알아버린 <미스터 고>의 웨이웨이(서교)는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 강해지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존재인 고릴라 링링의 소중함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녀가 마침내 자신의 무심함을 깨달을 때, 서교의 연기도 빛난다. 베테랑 배우 성동일이 “내가 부끄러워졌다”고 말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과연 “앞으로 중국을 호령할 여배우가 될 것”이라는 김용화 감독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데뷔작 <CJ7: 장강7호>(이하 <장강7호>)의 장난꾸러기 아들 연기로 주목받은 게 불과 5년 전인데 몸도, 연기력도, 어느새 훌쩍 성장해버린 중국 청
“김용화 감독님께 연기를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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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 그게 서커스예요. 그런데 기자 아저씨들은 왜 똑같은 걸 매일 물어봐요?” 영화가 시작되면, 단발머리의 중국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이것은 <미스터 고>를 만들기로 결심한 김용화 감독이 소녀의 목소리를 빌려 전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천여컷 분량의 ‘야구’ 하는 CG 고릴라, 그를 풀 3D 영상에 담아내겠다는 선택. 4년 전만 해도 <미스터 고>라는 프로젝트는 한국 영화계의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곡예처럼 느껴졌다. 감독조차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던 <미스터 고>가 오랜 산통 끝에 드디어 거대한 막을 열어젖혔다. 7월8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한국 최초로 등판한 디지털 주연배우를 앞세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미스터 고> 이후 충무로의 그 어떤 영화인도 기술적인 도전에 있어 ‘불가능
기대하라! 리얼리티 그 이상의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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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월요일, 오후 2시경 출산. 산모 건강. 아기 몸무게 300kg…? 덱스터 디지털에서 배양되던 디지털 고릴라가 7월8일 <미스터 고>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4년간의 산통 끝에 한국 영화계가 낳은 이 고릴라는 할리우드의 숙련된 디지털 기술과 비교하더라도 유려한 퀄리티를 자랑하고, 가장 유명한 유인원인 콩(<킹콩>)과 시저(<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귀여운 정서를 타고났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변방국인 한국 출신의 스탭 400여명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4년간 키워낸 디지털 고릴라의 실체와 김용화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를 계승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정서를 선보이는 <미스터 고>의 면모를 지금이야말로 파헤쳐볼 때다.
고릴라보다 더 고릴라 같은 디지털 3D 고릴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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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고>에 이어 <론 레인저>로 또다시 웨스턴 장르를 택한 소감을 묻고 싶다. <랭고>가 <론 레인저>를 연출한 발단이었나.
=글쎄,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거꾸로 된 것 같지만 <론 레인저>가 진짜고, <랭고>는 재미있자고 만든 거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존 포드, 세르지오 레오네 등의 웨스턴영화를 좋아했지만,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계획한 적은 없다. 그러다 내게 진짜 먼지가 가득한 사막에서 기차와 함께 뛰고 뒹굴 기회가 왔다. 물론 웨스턴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뿐 아니라 모든 웨스턴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그 영화에 참여한 스탭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영화가 톤토의 시각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독특하다.
=라디오 쇼와 TV시리즈 <론 레인저>를 보면서 가장 끌린 점은 톤토와 론 레인저의 관계였다.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론 레인저는 톤토의 창
웃음 안에 눈물이, 눈물 안에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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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주의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도시 산타페를 다시 찾은 건 약 1년 만이었다. <론 레인저>를 한창 촬영 중이던 1년 전, 카니발의 기인들과 구경꾼과 창녀로 분장한 수백명의 보조출연자들로 뜨거웠던 촬영장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영화는 부지런히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극장 개봉을 앞둔 상태에서 각국 기자들을 산타페로 또 한번 초청했다. 도시를 조금 벗어난 한적한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조니 뎁, 아미 해머, 루스 윌슨, 윌리엄 피츠너 등 출연 배우들과 고어 버빈스키 감독,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기자단이 던지는 질문의 95%가 조니 뎁을 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일부러 편집하지 않아도, 조니 뎁 단독 인터뷰나 다름없었던 기자회견을 정리해 전한다. 함께 전하는 감독과 제작자의 인터뷰는 1년 전 촬영장에서 진행한 현장 인터뷰의 일부와 기자회견의 내용을 조합한 것이다.
-영화는 늙은 톤토(조니 뎁)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
“인디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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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장르 전통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팀이 고안한 판타지 어드벤처 액션이 뒤섞인 <론 레인저>(2013)는 그냥 봐도 호탕하다. 놀이동산에서 스피디한 기구를 탈 때 느끼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렇긴 하나 더 즐겁게 보기 위해 장르적인 혈연관계를 추적하고, 당대적인 메시지를 추론해보자. 이 영화는 고전적인 관습 안에 시의성을 녹여낸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웨스턴은 미국의 건국신화다. 서부 개척, 문명화의 영광과 그늘이 공존하는 스토리와 정의롭지만 외로운 남성 영웅은 웨스턴의 골간을 이룬다. <론 레인저>도 화소나 도상에서 이런 전통을 이어받고 있지만, 건국신화에 질문을 던진다. 고전적 장르로서 웨스턴 쇠퇴 이후 등장한 새로운 웨스턴들이 던진 질문과는 다르다. 흑인이나 여성 영웅이 등장하거나 백인이 인디언 문화에 동화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짐짓 전통의 수호자 같은 포즈를 취하며 한편으로는 한바탕 놀이인 척하며 웨스턴을 뒤흔들고 나아가 미국식
정의를 의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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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젊은 나이에 거장이 되었나요.
=1970년 6월20일생으로, 올해 그는 마흔세살입니다. 1996년 <리노의 도박사>로 젊은 나이에 데뷔했죠. 9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감독들(대런 애로노프스키, 크리스토퍼 놀란 등) 중에서도 단연 빼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페르난도밸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작가입니다. 할리우드의 변방이자 황폐한 도시 근교에서 자란 성장 배경이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유별난 재능의 토양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지독한 영화광이라고 하던데요.
=<부기 나이트>를 통해 제2의 타란티노란 칭찬을 들을 만큼 잘 알려진 영화광입니다. <부기 나이트>는 실제로 극장용 포르노를 탐닉했던 그의 경험이 녹아 있기도 하죠. 1970년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주자인 로버트 알트먼, 마틴 스코시즈, 조너선 드미, 시드니 루멧 등이 자신의 영화적 양분이 된 감독들이
타협 따윈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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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안팎을 관통하는 화두는 시간여행이다. 코즈의 마스터인 랭카스터 도드는 사람들에게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코즈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죽지 않는 혼이 있어 육체를 바꿔가며 긴 세월을 살아가고, 랭카스터만의 독특한 방식을 거치면 영혼이 지나온 과거를 되짚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스터>의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도 시간여행을 시도한다. 그는 관객을 영화의 무대가 되는 1950년대 미국으로 데려가 그 시대를 경험시키려 한다. 이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현과는 차원이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여타 영화들이 지금 시점을 중심으로 과거를 대상화해 현재에 재현하려 애썼다면 <마스터>는 1950년대 관객이 영화관에서 경험했을 체험, 화면의 질감, 선명하다 못해 넘쳐날 지경의 색감 등을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잭 피스크의 말처럼 그것은 “50년대를 본뜬 세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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